샘터 2017.8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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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원하다. 8월이라는 여름 시즌에 맞게 선택된 표지그림은 선풍기. 요즘에야 에어컨이 대세이지만 한때만 하더라도 선풍기도 귀한 대접을 받을때가 있었다. 그런 예전 선풍기를 써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이리 보니 시원함이 절로 느껴지는 듯 하다.

 

이번호의 특집은 나만의 광복절. 8월 15일 광복절을 맞이해서 저마다 어떤 광복의 의미를 담고 있는지 독자들의 사연을 구성한 것이다. 밥걱정, 외모걱정, 그리고 집걱정에서 벗어나 저마다 자신들만의 광복을, 해방을 누리는 그런 자유로움이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해서 나 또한 공감하는 이야기들이었다.

 

 가장 특색있게 읽었던 것은 <이달에 만난 사람>. 보통 우리가 흔히 아는 셀럽들이 아닌 특별한 사람을 조망하는 코너로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이번 호에는 현악기장 박경호님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사실 현악기를 어려서부터 했었지만 그렇게 비싼 악기는 가지고 있지 않다. 전공을 하려고 꿈꿨으나 부전공으로 남아버린 지금은 그저 나만의 악기를 가지고 있는 것에만 만족을 할 뿐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리넬리같은 세계적으로 몸값 자랑하는 현악기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이토록 악기를 사랑하고 직접 깍고 만드는 장인이 있을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분은 그저 자신을 목수라고 낮춰부르시지만 직접 만드신 악기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어떤 아름다운 소리가 날까.

 

더군다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악기 모양이 아닌 다른 별이나 달모양의 바이올린도 있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달 모양의 바이올린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소리가 날까. 아리랑 1호라는 이름을 붙일만큼 자신의 악기에 사랑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서 만드는 현악기장 박경호님 자신만의 악기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에피소드가 있다. 거리에서 연주를 하는 사람에게 지나가던 사람들은 동전 몇닢 던져주고 말았는데 행인들 중 누군가 그 악기를 집어들고 연주를 하자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 서서 그 연주를 들었다던가. 알고보니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던가. "맹글면 팔리기는 허냐?"라고 묻는 어머님의 말씀에 보란듯이 "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내노라 하는 연주자들이 그의 현악기를 이용해서 연주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여느때와 다름 없는 구성들이지만 이번호는 여름이라는 시즌 특집답게 여러가지 시원한 이야기들을 실어놓았다. 특히 <과학에게 묻다> 코너에서는 신혼부부들도 사운다는 화장실 휴지거는 방향을 과학적으로 조명해봄으로써 삶에 재미나는 에피소드를 한가지 설명해주어서 흥미가 생겼다.

 

치약을 아래서부터 또는 중간부터 짜는 것이나 화장실 휴지를 밖으로 거는 것이나 안으로 거는 것 그런 것가지고도 싸운다고 했던가. 과학적으로 조명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 뜻깊었다. 생활속에서 볼 수 있는 여러가지 깨알 과학 상식들을 앞으로도 이 코너를 통해서 집중적으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여름의 절정에서 보는 샘터 8월호는 시원한 청량제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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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사람을 죽여라
페데리코 아사트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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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모든 예상을 가차없이 배신하는 소설 - 미쓰다신조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작가들의, 미디어의 칭찬을 독차지한 소설 바로 이 책 kill the next one이다. 분명 스릴러다. 엉성한 스릴러가 아니라 꽉 짜인 아주 촘촘한 직조의 스릴러다. 숨을 쉴 틈 없이 그런 쫀쫀함을 자랑하는 스릴러다. 뛰고 구르고 터지는 그런 스릴러를 예상한다면 잠시 접어두어도 좋겠다. 두툼한 페이지는 당신의 마음과 정신상태를 흐트려 놓는 심리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빽빽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건이 끝나고 한숨 돌릴 찰나 이야기는 다시 이 모든 것을 반복한다. 영화에서 보는 타임슬립도 아니고 단 하루만 반복되는 것도 아닌 주인공의 정신세계 속에서 되풀이 되는 일이다. 그런가하면 이 되풀이되는 사건은 또 조금씩 다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잃어가는 남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이야기가 또 다른 루트를 개발해서 그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나는 분명 주인공의 뒤를 따라서 잘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틈엔가 나는 그를 잃었다. 주인공은 어느 길로 간지 모른 채 미아가 되어버렸다. 그의 흔적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 나는 주인공이 만들어 놓은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어느 길을 선택해야만 주인공이 깔아놓은 여러 밑밥들 중에서 덫에 걸리지 않고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것일까.

 

끊잉없이 생각해하고 계산하고 기억해야만 한다.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주인공 테드가 뿌려 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그의 뒤를 잘 따라가야 한다. 혹시라도 놓치지 않도록 미아방지 끈으로라도 묶어놓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았다가 길을 잃는 것은 어쩔수 없이 당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죽겠다 결심을 했다. 아내에게 마지막 편지도 써두었고 이전에 변호사를 통해서 재산도 다 정리해두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휴가를 간 이후 당신 혼자 남았다. 손에 쥐어진 것은 총 한자루. 당신은 이제 그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된다. 그 찰나에 벨이 울린다. 젠장. 안될 놈은 어떻게 해도 안된다더니 바로 지금이 그 짝이다.

 

죽기 일보 직전에 울린 벨. 당신은 무시하고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아니면 누가 왔는지 확인을 하고 자신이 하려던 일을 마저 할 것인가. 누가 왔다면 그 누군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아니면 방해가 되는 사람일까.

 

딱 한장면에서 시작했다. 방이라는 장소. 그 장소에서 한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시작했는데 벌써  방안에 갇히고 말았다. 첫 페이지 읽는 순간 갇히고 마는 그런 작품 흔하지는 않다. 다음 사람을 죽여라. 당신은 누구를 죽여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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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 2018년 행복한아침독서 선정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10
파비앵 그롤로 & 제레미 루아예 지음, 이희정 옮김, 박병권 감수 / 푸른지식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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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무언가에 있어 전문가가 되려 한다면 미쳐아 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 해낼 수가 없다. 자신의 개인의 삶이나 여타 다른 것에는 관심을 가질수가 없다. 돈이나 명예 권력 등 그 모든 것에서도 자유롭다. 오직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 딱 하나에만 자신의 단 하나뿐인 인생을 거는 것이다. 여기 오듀본이란 남자가 그러했다.

 

오듀본, 낯선 이름이다. 가장 유명한 조류학자이자 화가, 탐험가로 현대 생태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다는 그의 이름을 우리의 일상에서 발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사실적으로 새를 그리기에 몰두한 그의 인생은 이 책을 통하여 흥미롭게 다가온다. 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서 한번쯤은 당신의 주위에 있는 새가 무언인지 궁금하게 될 것이다.

 

어렸을 때 윤무부 교수님을 모시고 탐조회에 간 적이 있었다. 신문사 활동을 하던 소년소녀 기자들이 모여서 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쌍안경도 사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탐사에 임했고 여러가지 흥미로운 새들을 보았던 경험을 되새기면서 책을 읽어보게 된다.

 

새 한마리 한마리를 그린 섬세함에도 놀라게 되지만 떼를 지어서 나오는 새들의 그림에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그가 그린 작품들을 보게 되면 사실적인 묘사에 다시 한번 더 놀라게 된다. 새에 관한 관심 만큼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왜 '새'라는 존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오듀본이 발견한 여러가지 새들 뿐 아니라 그의 가족, 그의 인생 등 개인사를 비롯해서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그가 다녔던 미국의 각 지방들까지도 다 살펴볼 수 있는 책. 컬러플한 색감으로 인해서 더욱 생동감 있게 느겨지는 그림들. 본문속에서 그가 그렸던 그림들은 실제 그림을 첨부해 두었으니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그 싱크가 너무나도 똑같아서 작가가 얼마나 정성을 다해서 관찰을 해서 그렸을까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가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새만 보이면 관심을 보였던 그는 자신이 감옥에 갇힌 상황이 되어서도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새의 움직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애초부터 사업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에게 사업을 시킨 것 자체가 무리였을까. 아내는 진작에 그런 그를 알아보았고 새가 지은 둥지가 항상 그곳에 존재하듯 자신도 그렇게 있을 것이라고 그를 떠나보낸다.

새들을 그린 그림이 처음에는 미국에서 외면당하고 유럽에 가서야 빛을 발하기는 했지만 그는 새에서 끝나지 않았다. 영역을 더욱 넓혀서 모든 동물들까지도 그리고 싶어했다. 사진기술이 발달되지 않은 시절 그림은 동물을 묘사하기에 가장 좋은 장르이기는 했지만 살아있는 물건을 그리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었다. 그의 끈질김과 인내심과 관심이 이 모든 것을 이끌어 낸 것이다.

 

오듀본. 그의 이름을 다시 한번 기억해 보게 되면서 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나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고 특히 아동들을 비롯해서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성인들까지도 흥미롭게 볼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이 책을 읽고 자연과 동물에 관심이 생겨서 오듀본과 같은 학자가 나온다면 저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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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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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면 두드릴수록 정보가 나온다. 그러나 이 남아도는 정보가 모두 즉시 벽에 부딪혔고, 하나의 평면상에 늘어놓을 수 없다. 그것이 답답했다. 예상을 훨씬 넘은 난제 사건의 냄새를 풍긴다는 느낌도 있다. (178p)

경찰서 간부와 기자와의 연회. 악연인듯 인연일수밖에 없는 그들의 관계. 뺑소니 사건으로 인해 한때 긴장감이 돌았지만 금세 해결되므로 인해 오늘만큼은 모두들 편하고 먹고 마시고 노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쪽지가 하나 날아온다. 15년전 자살사건이 살인사건이라는 것. 그것도 바로 오늘 딱 24시간의 공소시효가 남았다는 것. 이제 이 시간이 지나면 범인을 처벌할 수도 없다는 것. 간부들은 연회를 뒤로 한 채 기자들 몰래 빠져나오기에 이른다.

 

공소시효. 모든 범죄에는 공소시효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 시간까지는 범인을 잡아서 처벌할 수 있으나 그 이후가 되면 설령 범인을 잡는다해도 그 범죄사실로 처벌할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범인이 좋으라고 만들어진 법인지 아니면  경찰들의 수고를 덜어주려고 만든 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솔직히 불합리한 면이 없잖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또한 공소시효가 있었다. 법이 개정되어서 살인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사라졌다. 살인범은 언제라도 잡기만 하면 법의 처벌에 맡길수가 있게 된 것이다. 다행이다 싶다.

 

15년전 학교에서 여교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옥상에 남겨진 신발과 유서로 경찰들은 자세한 조사 없이 그저 자살로 묻어버리고 말았다. 공소시효를 딱 24시간 남겨둔 지금 살인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범인을 잡는 것도 어렵지만 시간에 쫓기는 싸움을 해야한다. 이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세사람의 제자가 공모해서 교사를 죽였다는 제보, 그중 주범이 기타라고 정확하게 알려준 제보대로 경찰은 기타를 데려온다. 한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 그저 평범하게 사는 듯 했던 그의 과거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그의 취조를 맡은 경찰은 편안하게 그를 둔다. 무엇이든 이야기해보라고 말이다. 그는 무엇부터 이야기할지 모르다가 자신들이 이름을 붙인 루팡사건부터 꺼내놓는다. 학창시절 말썽장이 삼인방이 모여서 만들어낸 그 사건은 대체 무엇일까.

 

어떻게 보면 치기어린 장난이라 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사건이라 할수도 있다. 공부는 하기 싫고 시험은 다가오고.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도 없이 수업도 빼먹고 카페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들이 점수를 잘 받으려고 했다고는 절대 생각지 않는다. 단지 그들은 심심거리로 놀만한 장난이 필요했을 뿐이다. 스릴 넘치는 사건 말이다.

 

한밤중에 학교에 잠입해서 시험지를 훔친다. 얼마나 짜릿한 모험인가 말이다. 그들은 결국 그것을 해내고 만다. 단 하루도 아니도 나흘내내 학교에 칩입해 당직 선생을 따돌리고 시험지를 훔쳐낸다. 이중삼중으로 둘러싼 경계를 풀고 시험지를 훔쳐내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모든 것을 끈기있게 연속적으로 해냈다는 사실이 더 대단하다. 그들이 말하는 사건과 여교사 자살 사건은 어떨게 연결될까.

 

요코야마 히데오의 [64]를 생각한다면 그보다는 훨씬 더 가볍다. 아무래도 첫소설인만큼 묵직한 맛은 떨어진다. [그림자밟기]를 생각한다면 비슷하게 가벼운 면이 있으나 그보다는 좀더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클라이머즈하이]를 생각한다면 역시 그보다는 훨씬 더 밝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을 읽어보고는 싶으나 무겁고 두꺼워서 조금은 어렵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재미와 가독성을 보장해주는 그러면서도 작가만의 매력을 잃지 않은 작품이 [루팡의 소식]이 아닐까 하다. 학창시절의 치기어린 장난이라고 넘겨버리기에는 조금은 무서운 장난이 되어 버렸지만 충분히 흥미를 자극하는 작품이에 틀림없다.

 

사건은 형사 한 사람이 끝까지 외곬으로 파고들어야만 한다. 수사란 어차피 형사와 범죄자의 일대일 승부라고 생각한다. 어중간한 기분으로 형사 몇백 명이 모여 롤러로 훑듯이 몇백 개의 예상도를 깨부숴나가는 것을 수사라고 할 수 없다. 범죄에 대한 증오도 신념도 없다면 그저 찍어내기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35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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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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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아, 너를 얼마만큼 사랑하는가 하면," 할머니는 동화책을 읽어주다 손자가 막 잠이 들려고하면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하늘도 그 마음을 다 알지 못할 거야." (76p)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만물의 이치기는 하지만 참 슬픈 일이다. 마음은 여전히 변함없는데 잘 하던 일들을 할수 없게 되고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지경에 놓이다가 마지막에는 유기체로써의 운명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천하를 다 가졌다는 진시황도 그래서 불로초를 구했던 것이었을까.

 

[오베라는 남자]에서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았던 작가는 [브릿마리 여기있다]에서는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삼연타석으로 이어지는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서는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제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를 그린 차례였던가. 

 

할아버지는 사랑을 담뿍 담아서 손자를 부른다. '노아노아야'라고. 이름이 얼마나 좋으셨으면 두번씩 꼭꼭 불러주신다. 손자에게는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지만 테드라는 이름의 자신의 아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했었다. 자신과는 좋아하는 것도 사뭇 달랐던 아들. 살갑게 대하기보다는 윽박지르고 거리를 두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어찌 이렇게 손자에게는 이렇게도 야들야들 할 수 있을까.

 

자신과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것만으로 노아를 그리 좋아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할아버지와 손자를 이어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은 차마 아들에게는 내색하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머릿 속 세계가 점점 좁아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할아버지는 자신의 정신이 온전할때 노아와의 추억을 많이 남겨놓고 싶어한다.

 

세상을 먼저 떠난 할머니와의 만남에서 노아를 자랑하기도 한다. 할머니 또한 노아를 너무너무 사랑해주시지만 할아버지에 비할 바는 못 되는 것 같다. 할아버지의 정신세계와 노아와의 아름다운 동행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중간에 그려진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인해서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배크만의 새 책이 나온다길래 기대를 많이 했다. 앞서 세권은 책을 모두 읽어본 바로는 어떠한 책을 낼 것이고 어떠하게 전개를 할 것이다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천상 이야기꾼임에 분명한 작가가 그려낼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의외의 반전을 들고 나왔다. 이 책 생각보다 그리 두껍지 않다.

 

한권의 시집 분량이라고 해도 좋을정도의 짧은 책이다. 하지만 이 짧은 책이 주는 여운은 꽤 길다. 한남자와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의 아들까지 이어지는 삼대에 걸친 이야기가 이른 더위에도 왠지 모를 빙그레한 웃음 한 모금을 안겨준다. 속이 따닷해지는 이야기. 역시 배크만이었다. 

 

"노아노아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약속해주겠니?

완벽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되면

나를 떠나서 돌아보지 않겠다고.

네 인생을 살겠다고 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

(1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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