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월 10일 토요일
아침 6시 10분에 일어나서 머리감고 세수하고 밥먹고 7시 40분이 안 된 시간에 집에서 출발했다.
차에서 졸다 자다 어디쯤 왔나 깨다 그러며 내려가고 있는데 순간 차가 휘청한다.
으악- 놀라서 눈을 뜨고 왜그래?! 물으니 잠깜 졸았단다. 오마이가뜨!!
조금 더 가다 못 견디겠는지 차를 갓길로 댄다.
난 뒷좌석에서 나와 운전석으로 가서 신랑을 뒷자리로 보내고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도착하니 12시가 안 된 시간이다.
별 일 없이 이것저것 움직이다 일찍 잤다.
2. 9월 11일 일요일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시어머니가 깨우신다;;;
일어나 부엌으로 가 보니 이미 밥을 앉히셨고 국을 끓이시려고 준비중이시다.
비몽사몽중에 아침먹을 준비를 하니 잠도 깨고 밥도 먹었다.
아침을 먹고 9시가 안 된 시간에 시어머니는 다슬기를 산다고 신랑을 앞세워 임실장으로 가셨다.
장에 다녀와서 올핸 송편을 안 빚고 가래떡을 하자고 쌀을 담그셨다.
대충 한 말 정도를 담궈놓고 잠시 나가셨다.
그 와중에 울엄니랑 통화를 하니 쌀을 더 담그랜다.
올해 6월에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예년엔 그때그때 쌀을 도정해서 먹었다. 그래야 맛도 좋다. 그런데 올핸 봄에 어쩐일인지 시아버지께서 쌀을 몽땅 빻아다 방에 재워두셨다. 덕분에(?) 쌀에서 벌레가 생기고 난리도 아니다.
그래서 울엄니는 그 쌀을 빨리 먹어 치우게 떡을 많이 하란 뜻이었고 그렇게 부지런히 먹고 그랬는데도 아직 시골에 세 푸대가 남아있다.
시어머니 말씀이 시아버지께서 잠시 정신이 오락가락 하셨나보다, 그러신다. 이렇게 쌀을 한꺼번에 빻아놓고 먹은적이 단 한번도 없었구만 올해 왜 그러셨는지 모르겠다 하신다.
쌀을 두 말을 담그고 나니 시어머니께서 돌아오셔서 교회를 다녀올테니 전부칠 꼬치를 꽂아 놓으라고 재료를 주고 나가셨다.
꼬치를 다 꽂을즈음 시누이 가족이 왔다.
시누이의 시댁엔 시어머니가 홀로 계셨는데 작년에 돌아가셔서 올해부턴 명절에 친정으로 가족 4명 모두가 오고 있다.
시어머니가 교회에서 돌아오시고 점심먹고 시누이랑 전부치기가 시작됐다.
내가 조금전에 꽂아둔 꼬치전이랑(이걸 도대체 뭐라하죠? 이쑤시개에 여러가지 재료를 꽂아서 계란옷 입혀 부쳐내는 그거요) 동태전이랑 홍어전이랑 고구마전이랑 배추전까지 다 부치고 나니 저녁준비할 시간이다.
전부치는 동안 작은시아버지내외랑 아들내외 손주2명이 다녀갔다.
안에서 전을 부치는동안 남자들은 뒷마당에서 (가둬놓고)키운 닭 두 마리를 잡아 털을 빼고 내장을 빼내 내일 백숙을 해 먹을 준비를 해 뒀다.
아침에 시어머니가 임실장에서 사온 다슬기도 된장풀고 청양고추 썰어넣고 보글보글 끓였다.
저녁엔 시동생이 가지고온 한우를 구워먹었다. 살짝 구워서 소금찍어 먹으니 환상이다 T^T 모처럼 한우를 배부르게 먹었다.
저녁먹은것 치우고 돼지고기를 양념에 재웠다.
또 일찍 잤다.
3. 9월 12일 월요일, 추석
아침에 시어머니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7시 전에 일어났다;; (이건 기적이다!)
또 쇠고기국을 끓이고 어제밤에 재워둔 돼지고기랑 해서 아침을 먹고 잠시 앉아 있다가 전주의 추모공원으로 시아버지를 뵈러 오전에 가자, 아니다 점심 일찍 먹고 가자 의견이 나뉘다 결국 닭을 삶아 먹고 전주에 다녀오자로 결정이 나서 닭을 냄비에 넣고 마늘이랑 대추를 잔뜩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닭이 거의 다 익었을즈음, 시아버지의 친구분이 이미 술에 취한 상태로 찾아 오셨고;; 시어머니랑 신랑이 또 한 잔 받아드리고 계시는데 돌아가신 큰시이모님의 아들 둘의 가족들과 셋째 시이모님이 몰려왔다.
시아버지 친구분은 얼결에 밀려나셨고;; 시어머닌 우린 이제 밥먹고 전주가려 했다고 타박 아닌 타박을 손님께 해 댔고 그 와중에 셋째 시이모님이 다 익은 닭을 발려 한 접시를 만들어 얼른 상을 봐 내갔고 우리가 먹으려 앉혔던 밥은 그 가족에게 다 팔려갔다.
다시 한번 우리가 먹을 밥을 앉히고 있는데 시고모님네 아들 둘의 가족이 몰려왔다.
덕분에 마당엔 큰시이모님네 가족들이 큰방엔 시고모님에 가족들이 배치됐다.
또 셋째 시이모님께서 닭을 발려 시고모님네 가족에게 상을 차려 넣어 주고,
큰 시이모님네 아들가족들이 먼저 집을 나서고 이제 우리 가족이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둘째 시이모님네 아들딸가족들이 몰려온다.
여기서 울 시어머니 외치셨다 - 우리 전주 가야하니까 너네는(둘째시이모님네) 너네 큰 집으로 가라 -
둘째 시이모님데 시댁도 한 동네였다. 걸어서 10분도 안되는 거리.
세 팀(큰시이모네,시고모네,우리)이 먹은 점심을 치우고 집을 출발해 전주 추모공원에 가서 시아버지를 뵙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5시 조금 넘었다.
둘째 시이모님께 전화를 걸어 어디서 저녁을 먹을거냐 물으니 그쪽(둘째 시이모님의 시댁)에서 드신다고 해서 우린 얼른 우리 저녁만 해 먹고 치웠다.
저녁을 다 먹고 다음날 새벽 일찍 출발한다고 가지고 올것(쌀이랑 김치랑 떡이랑 전이랑 그런것들)들을 미리 차에 다 실어놓고 신랑이 그냥 보내서 미안한 둘째 시이모님께 전화를 건다.
와서 같이 놀자고... -_-;;
둘째 시이모님네 가족이 모두 건너와서 놀고 마시고 떠들다 나 먼저 잠든 시간이 12시정도.
4. 9월 13일 화요일
둘째 시이모님네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가겠다고 부산스럽다.
덕분에 시어머니도 깨시고 나도 깨고 신랑도 깨서 어영부영하다 우리도 가자고 출발한게 4시 조금 전.
지성정성은 잠시 깨긴 했지만 다시 차에서 잠이 들어 7시쯤 집에 도착해서야 일어났다.
친정엄마네 집엔 오빠네는 가고 없고 언니네만 남아 있었다.
신랑은 밥보다 잠이 먼저라고 지성이랑 둘이 방에 들어가 잠을 잤고
정성이는 오자마자 컴앞에 달라붙어앉아 컴이랑 씨름을 시작했고
난 가지고온 먹거리들 정리하고 세탁기에 빨래거리를 넣어 첫판을 돌리기 시작했고
엄마는 힘든 막내 밥 해 먹이느라 아침이 분주하셨다.
5. 결산
해마다 시댁엔 설날보다 추석날 손님이 더 많이 찾아오신다.
올해 찾아오신 손님을 헤아려보니 36명이었다 -_-
그것도 4명이 빠진 숫자다. 큰시이모님네 둘째아들네가 외국에 나가있어서 못 온거다. 평소엔 아들 세명의 가족 12명이 몰려다닌다.
보통 둘째시이모님네 딸 가족은 같이 안오는데(그쪽 시댁엘 가니까) 올핸 그 딸 가족 다섯이 같이 왔다.
시고모님께서 돌아가신 이후론 아들 둘만 다녀갔었는데 올핸 아들 둘의 가족 모두 합이 8명이 다 다녀갔다.
시골집은 마당은 넓은데 집은 마당만큼 넓지 못해 부엌이 협소하다.
평소 시어머니랑 조카 셋이 지내기엔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지만 명절엔 복닥거리고 부딪히기 일쑤다.
재작년까진 손위동서랑 둘이서 명절을 치뤘다. 근데 재작년 겨울에 시숙이 돌아가시고 손위동서는 집에서 시숙 차례를 모신다고 명절에 내려오지 않고 있다.
그렇게 명절을 보내고 왔다.
다행이랄까, 어제는 지성정성 학교가 모두 재량휴업일이어서 아침에 신랑을 내보내고 셋이 해가 머리꼭대기까지 떠오르도록 잤다.
6. 이젠 슬슬 명절이 무서워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