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다음주까지 알바를 나가기로 지난주 목요일에 이야기가 끝났는데 지난주 금요일에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예산이 없으니 이번주 + 다음주 알바는 없었던거로 하잔다 -_-
그래서 남아도는 시간에 뭘 할까나 싶어 마침 자동차 엔진오일도 갈아줄 시기가 되어서 011 리더스 클럽 포인트로 할인이 되는 스피드 메이트로 가기로 했다.
스피드 메이트 산본이마트점에 전화를 걸었더니 '스피드 메이트 평촌점...' 에서 말을 멈춘다. 얼른 말을 받아 '산본 이마트에 있는 스피드 메이트죠?' 했더니 '네..' 대답을 한다. 평촌에 있다 온 직원인가 전화를 받으면서 기본적인것을 헷갈려 하다니.. -_-
스피드 메이트에 가기전에 우체국에 들러 우편물을 보냈다.
스피드 메이트에 가서 엔진오일을 갈아 달라고 맡기면서 브레이크 라이닝 부속은 있으니까 공임만 받고 갈아줄수 있냐 물으니 해준단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것 같냐 물으니 1시간에서 1시간 반정도 걸릴것이란다. 쇼핑하고 오란다. (쇼핑할것 없는데... -_-)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이나 읽다 올까 싶었는데 동네 도서관이 오늘 정기휴관일이다 -_-
걸어서 10분정도에 있는 최후 모교(?)엘 찾아갔다. 선생님들을 오랜만에 뵙고 커피도 얻어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스피드 메이트에서 전화가 왔다. 뒷 타이어가 많이 마모됐다고 새것으로 교체하란다. '타이어는 제가 나중에 알아서 할테니 부탁드린 부분만 정비해 주세요' 점잖게 사양했다.
앞에 계신 자동차과 선생님 세 분이 웃으신다. 잘못 짚었지.. 여자라고 무조건 들이댔다간 제대로 당하는 수가 있지..
점심까지 구내식당에서 얻어 먹고 학교를 나오면서 가방을 어깨에 매는데 좀 허전한 느낌이다. 이상해서 가방안을 보니 지갑이 없다 @.@ 학교 교사실에선 가방을 열어본 적이 없고 점심 먹으러 가면서도 교사실 문을 잠궈놓고 가서 선생님들이랑 같이 와서 열고 들어갔으니 분실 우려도 없는데 어디갔을까.. 생각을 해보니 우체국에서 그냥 손에 들고 나와서 차에 타면서 옆자리에 던져둔것 같다. 흐미.. -_-
부지런히 걸어가서 스피드 메이트에 들어서서 열쇠를 받아 차 문을 열고 조수석을 뒤적거리니 쇼핑백 밑에 얌전히 누워 계신다. 고맙다, 지갑아!!
집에와서 인터넷 뉴스를 보니 안양에서 실종된 두 여자 어린이의 납치 용의자가 자백을 했단다. 둘 다 자기가 죽였다고 한다. 이런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놈... 아가들아... ㅠ_ㅠ
내가 살고 있는 군포 옆 동네가 안양이다. 두 아이가 사라졌다는 동네는 특히나 군포랑 가까운 위치다. 내가 일 다니는 사무실이 수원 호매실 나들목 근처에 있다. 이번에 사체가 발견된 곳도 사무실에서 1Km정도나 떨어져 있을까 싶은 곳이다.
사체가 발견이 됐다고 뉴스에 처음 나온 날, 그 발견 시간대에 사무실에서 무심코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예비군 훈련을 받고 돌아가는 아저씨들의 행렬이 무척이나 길었다. 직원이랑 왜 멀쩡한 사람이 군복만 입으면 흐트러 지는건지.. 등등의 놈담 따먹기를 하면서 내다보고 있었는데 이 아저씨들의 무리가 사체를 발견한 무리였던 것이다 -_-
자동차도 고쳤고 (고장난 곳은 없었는데.. 예방 차원에서 손 본건데, 그래도 고쳤다는 표현이라니..) 집에 들어와서 이것 저것 정리하며 정성이가 올 시간이 되어가길래 언제오나 슬쩍 슬쩍 베란다 밖을 내다보는데 오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지났길래 이 녀석이 청소를 하나.. 싶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으니 <엄마-'>정성이 목소리다. 순간 덜컹-!
<정성아. 너 어디니?> 정성이 목소리가 평온하지 않다. <엄마. 여기가 ** 아파트 3xx 동 옆이야> 아직 가슴이 진정이 안된다. <너 왜 거기 있어?> 정성이도 긴장했나보다. <집에 가는 길을 모르겠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디라구?> 추리닝 바지를 벗었다. <** 아파트 3xx동 옆. 여기 ㅁㅁ 부동산도 보여> 얼른 청바지를 입었다. <엄마가 지금 갈테니까 꼼짝말고 거기 서있어> 열쇠를 집어들고 신발을 신었다. <꼼짝말고 거기 서 있어야해!> 현관문을 열고 나서며 문을 잽싸게 잠궜다. <알았어>
엘리베이터 앞까지 그 짧은 거리도 뛰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며 정성이가 말한 3xx동이 어디인가, 차를 갖고 가는게 빠른가 걸어가는게 빠른가 생각을 하다 잘 모르는 옆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더 불편할까봐 걸어가기로 했다.
뛰다 걷다 뛰다 걷다.. 내가 사는 2단지도 아니고 나도 잘 모르는 옆 3단지(그것도 3단지는 무식하게 크다) 에서 애가 길을 잃었다니 놀랐나 보다. 당연히 놀랐겠지.. 평소에 몇 번씩 이야기 해준적이 있다. 어디가서 길을 잃으면 옆에 아줌마한테 핸드폰 빌려달라고 해서 엄마한테 전화해. 그럼 엄마가 갈거니까.. 그 말이 어떻게 기억이 났나보다.
전화를 받고 13분정도가 지나서 정성이가 눈에 띄었다. 오늘따라 눈에 잘 띄는 빨간 잠바를 입고 가길 잘 했지.. 사람 많이 다니는 대로변인것도 생각 안하고 '정성아~~' 부르니 두리번 거리다 나를 찾고는 바로 길을 건너온다. 내새끼..
손을 잡는데 평소랑 다르게 정성이가 내 손을 꼭 잡는다. 꼬옥~
걸어오면서 물어봤다. <거긴 왜 갔니?> <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집에 가니까 오늘 못 논다고 해서 그냥 오다가 길 잃어버렸어> <바보...> <바보 아냐!>
정성이 손을 잡으니 나도 안심이 된다. 걷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누구한테 핸드폰 빌려달라고 했어?> <야구르트 아줌마한테> 이런.. 내가 왜 이렇게 정신이 없나.. 죄송해라. 감사하단 인사도 못하고 내 생각만하고 그냥 와버렸네.. 야구르트 좀 팔아드리는건데..
집에 와서 얼른 문자를 보냈다. [경황이 없어 그냥 왔습니다. 아이에게 친절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바로 답 문자를 보내주셨다 [아유~ 무슨요. 나도 애 키우는데요]
이렇게 좋은 분이 계신 세상이 아직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