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네이버)
낡은 드레스미싱..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저 낡은 기계는 차마 엄마가 버리지 못하는 엄마의 혼수품중의 하나이다.. 검은빛.. 묵직한 드레스 미싱 한대로 엄마는 손수 옷도 만들어 입으시고 우리들 낡은 옷 수선, 이불카바... 정말 많은걸 만들어낸 기특한 우리엄마 가보다..
5년전..수명을 다해 이제 더이상 돌아가지 않아 어쩔수 없이 자리 차지하는 쇳덩어리가 되었지만 35년간을 제 노릇은 톡톡히 한 고마운 물건이다..
지금은 또 다른 드레스 미싱이 그 자릴 대신하고 있다... 옥색빛을 띤.. 발로 굴려 돌아가는 미싱을 자리 차지한다고 어느집에서 버리는걸 가져와서 또 5년을 함께 했다..
뜨개질잘하고 재봉틀 잘 쓰는 엄마를 보면서 자라서 일까 내가 결혼할때 제일 욕심냈던것중 하나가 재봉틀이었다..
결국 백화점에서 브라더미싱... 자동실꿰기 장치까지 있는것으로 구입해서 (할줄도 모르면서 최고 좋은걸루 선택했다. 엄마말이 뭐든 가전제품은 오래 써야 하니깐 돈을 좀더 주더라도 좋은걸 사라기에..) 나와 함께 한지 7년여.... 처음 제품을 살때 들어있던 수강증으로 을지로 4가 교육장에 가서 실습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다.. 엄마만큼 손재주가 없는지 내가 하는건 다 엉성하다..
지금 우리집에 달려 있는 커텐, 쿠션카바, 휴지케이스, 식탁보, 냉장고카바, TV덮개... 이런 자질 구레 한것들은 내가 다 만들어 쓴것인데 이제 오래 되다 보니 레이스도 너널거려지고 버리고 새로 해야 할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언제 할라나..
원래 난 엄마처럼 옷을 만들고 싶었다.. 무료수강에서 배운데로 열심히 했지만 결과는 참혹하리 만치 실패다.. 그나마 조끼는 입을만 한데 시어머니가 안입으신다..
바지는 결국 엄마가 다시 수선을 해서 주셨고 (하지만 밖엔 절대로 입고 나가지 못한다...) 치마는... 방석카바로 만들어졌다. 물론 엄마의 손을 빌려..
어젠 수선집에 가서 바지를 맡기면서 눈여겨 보았다.. 청바지 밑단살려서 잘라내는게 어떻게 하는건지..
으 의외로 쉬워 보였다..
그래서 집에 와서 나도 시도를 했는데...푸하하 바늘이 넘어가질 않는다.. 결국 이옷도 마무리는 엄마가 해야 하나 보다.
지난번 긴 바지를 짤라 접어 바지를 만들었는데 세탁을 자꾸하나 보니 오버로크친 부분이 풀린다..
그래서 잘라두었던 것으로 밑단을 살려 입으려 한다.. 내 요즘 이것에 맛이 들렸나 통이 좁은 일자 바지를 또 잘랐다... 생각보다 괜찮다.
어제 재봉틀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엄마가 대단해 보였다..
왜 엄마가 하는건 그렇게 술술 쉬워 보이는걸까?
아무래도 저 무쇠몸통을 가진 재봉틀의 힘이 아닐까 한다.. 홈미싱은 가벼워서 그런가 조금만 두꺼우면 노루발이 넘어가질 못한다.
결혼할땐 애지중지 했던 재봉틀.. 이젠 천덕꾸러기 처럼 먼지가 앉아 구석에 박혀 있다니..
사랑해 주어야 겠다.. 왜 내 손에 들어오면 다 이렇게 되는건지... 반성해야 한다..
엄마처럼 사랑을 듬뿍 담아 매일매일 아껴주어야 겠다.. 재봉틀아 나도 너를 가지고 놀고 싶다... 제발 도와줘라..
큰일이다.. 삼실동생한테 내가 바지 밑단 다 살려서 잘라 준다고 큰소리 뻥뻥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