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매일 저녁 놀아 주는 녀석이 나를 물로 보기 시작했다.
어제도 열심히 놀아주고 있는데 요녀석이 갑자기 나의 따구를 쫘악... 으 쪼맨난것이 손맛이 무지 맵다.. 그냥 놀다가 때렸던건데도 순간 울컥하는게 안되겠다 싶어 우는 척을 했다..
참 유치하지만 .... 그런데도 이것이 싹싹 빌기는 커녕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억울하다...
조카가 일곱이 있는데 우찌 나를 다 물로 보냔 말이다...
언니가 형부데릴러 갔다가 올때까지 째려보기를 시작했다..
하~ 요녀석 봐라... 눈치를 슬금 보더니 애교작전으로 돌입한다.. 뽀뽀날리기에 윙크에 흔들어 춤까지..
그래도 내가 계속 째려보고 있으니 슬슬 눈을 피한다.. 나중엔 지도 화가 나는지 내게 와서 팔뚝을 꼬집는다... 그래도 난 계속 째려보고 있었다.. (눈아파서 눈물이 난다..흑흑)
언니가 오니 언니한테 달려들고 큰조카 작은조카가 너 잘했다.. 빨리 이모한테 싹싹 빌어 그랬는데도 ㅇ게 흥흥거리면서 눈웃음만 치고 있다..
아 내 팔자야...
요 녀석만큼은 확실하게 군기 잡아서 내 꼬봉 만들어 보려고 했더니.... 이번에도 실패다..
옆에서 보고 있던 형부.. 처제는 그렇게 해서 평생 못 잡을걸..소리 한 번 확실하게 질러주고 절대로 이상황에서 웃으면 안된다니깐...
난 이번에 절대로 안 웃었다구요...흑흑
언니와 형부의 동시다발.... 평생 못 면해..
슬프다...
어찌 애들은 조용조용하게 타이르는 사람에겐 기어오르느냔 말이다... 나도 군기한 번잡아 보고 싶다.
내가 군기에 목숨거는건 내 불우한 어린시절 탓이다.
위로 오빠 둘.. 그리고 연년생인 언니..나 이렇게 4남매인데 울 큰오라버니는 장남컴플렉스가 무지 심하신 분이다.. 어렸을 땐 이해 못했지만 지금은 오빠가 안쓰럽다..
내 중딩시절 통금시간은 저녁 5시... 바로 학교가 집 뒤다 보니 뭐 친구들고 어디 돌아 다닐 시간도 없이 통금시간이 5시 정해졌다.. 몰래 땡치려면 언제든지 가능했겠지만... 오빠의 친구들이 우리들의 감시자였다.. 어디 잠깐만 가도 저녁이면 오빠앞에 불려가 혼나야 했다..
너 오늘 몇시경에 어디 떴지?
으 지옥이 따로 없었다... 고등학교땐 많이 봐줘서 7시였다..
뭐 이런게 중요한게 아닐지 모르지만 내게 가장 부러운 대상이 있었으니 울 언니다..
울 언니는 평소 내가 얘기 했듯이 좀 무대뽀적인 기질이 있다.. 자신이 불합리 하다고 생각하면 맞서 사우는 용기...
결국 중학교때 언니는 오빠앞에서 대들었고 (이건 대 반란이다.. 우리집의 최고 무서운 (아빠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 오빠 앞에서 게긴다는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언니는 독립을 했다... 당당하게...
이게 너무 부러워서 내가 중2때 였던가 3때였던가 ...언니의 사주를 받고 ..(야 너도 독립해봐.. 공기가 다르다니깐...) 나도 오빠앞에서 게겼다..
그런데 오빠가 햐 요것봐라 하면서 한 대 때리고...두 대 때리고... 원래 맵집이 없는 바람에 별이 벌써 왔다 갔다 하는데 열린 방문 밖에 서서 언니가 손가락 3개를 펴면서 버텨보라는 신호가 왔다... 그래 하면 더 대들다가 3번째 펀치가 날아오는 순간.. 나는 바로 엎드려 싹싹 빌었다..
정말 죽을죄를 지었다고.. 한번만 용서해주면 다시는 이런일 없을꺼라고...흑흑.. 이 비참한 신세라니.. 뭘 그리 잘못했다고 그리 싹싹 빌었을까..
난 독립에 실패했다.. 그 일을 두고 언니는 바보.. 3대만 더 버티라니깐.. 오빠가 설마 동생을 죽이겠냐.. 아무래 독한넘이라도 5대 이상은 못때린다니깐..
2대를 남겨놓고 항복한 내가 너무도 원망 스러웠지만 어쩌랴.. 살면서 그때 맞았던 3대가 아까운것을..애초 독립하겠다는 생각만 안했어도..
아 여기서 독립이란 나가 사는게 아니고 오빠의 심부름을 거절할 수도 있는 막강한 파워다..
친구들이 울오빠 무서워서 전화도 제대로 못했었다.. 친구네 라도 놀러 가려면 그 친구네 전화번호 주소 까지 다 적어 놓고 가야 했다..
지금 그런 얘길 하면 큰오빠는 이렇게 얘길한다.
야.. 나는 뭐 좋아서 그랬겠냐.. 세상이 하도 험하니깐 여동생 지킬라고 그런거지..켁켁켁...
내 생각엔 집안에 첫째고.. 아빠가 항상 장남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를 새겨주다 보니 오빠도 스트레스 많이 받고 산것 같다.. 지금은 그렇게 늙지도 않고 맨날 나만 잡을 것 같았던 오빠가 마흔이다... 아프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이빨빠진 호랑이 처럼 기운없는걸 보면 어쩔땐 마음이 아프다.. 우리 오빠는 두 눈에 불 켜고 있을때만 멋있다..
이렇게 억압된 생활을 했던 터이기에 나는 군기 잡아 보고 싶다.. 권력도 잡아 본 사람이 그 맛에 취해 정신 못차리듯 군기도 잡아본 사람만 그 맛을 안다나..
나도 그 맛이 어떤건지 느껴 보고 싶다구요....
아 이 책이 생각났다. 엠비씨 기자로 친근한 저자가 쓴..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아직 못봤다. 오빠 읽어보라고 선물했던 기억만.. 오빠는 다 읽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