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내가 점집을 가본건 딱 3번이다.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이 좀 무섭긴 했지만 재밌다는 친구들의 꼬드김으로 2번... 그리고 한번은 울언니의 꼬드김으로 ...
첫번째 점짐은 답십리에 있었다... 22살이던가 23살이었던가 결혼을 앞둔 친구가 궁합이란걸 보고싶다고 해서 찾아간집..
그집앞엔 빨간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쌀가지고 점을 친다.
조그만 밥상위에 쌀을 툭 던지더니 그 모양을 그림으로 그리고 다음엔 생년월일을 부르라고 하면서 적더니 이상한 글자를 마구 마구써내려 간다.
무섭기도 하고 신기한것도 같고... 그렇게 한참을 낚서(?)하던 그 아줌마...
"평탄치는 않겠어...너무 쫓아다니지마... 뭐 세상에 남자가 이런 늙은이 하나겠어..."
우와~ 이때는 남자의 사주를 넣지 않은 상태였다... 아줌마 말이 이사람이랑 결혼을 하려고 하면 많은 인내가 필요할꺼라고 하면서 선택은 알아서 해 ..뭐 이렇게 얘기한듯하다.
우린 점집을 나서면서 소름이 오싹 돋아 그길로 냅따 뛰었던 기억이 있다.
음 그친구 ....지금 많은 인내를 하면서 살고 있다... 친구를 너무 좋아해서 가정을 등한시(?)하는 남편덕에.... (이런걸 보면 아주 틀리는건 아닌갑다..)
두번째 점집은 염창동... 친구둘과 나 셋이서 갔다.
한친구가 너무 일이 안풀려서 답답하다고 어디가서 물어보고 싶다고 하니 아는 사람이 거길 가보란다.
이사람은 동자승이 들어왔다나... 말하는게 어찌나 웃기던지..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애기 목소리를 내면서 깔깔거리다 울다가...어찌나 혼란스럽던지..
그때 우리의 결론은 사이비다... 그냥 하고온 모양 봐서 대충 때려맞추기다 뭐 이렇게 하고 그집을 나왔던것같다.
세번째 점집은 우리동네에 있는 용하다는 철학관이다...
자신은 절대로 점을 치는 무당이 아니라면서 글로 푸는 철학관으로 자격까지 있다나..(그런데 그런 자격증이 진짜로 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거기서 언니네 사주와 내 사주를 보는데 맞는것도 있고 틀리는것도 있고 그래도 뭐 어떻다고 얘길 하니깐 반신반의하면서도 속은 시원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보니 다 엉텅리다.
울언니가 셋째는 아들을 낳을수 있겠냐고 했을때...팔자엔 딸만 있으니 이제 그만 낳아..뭣하러 셋 넷 욕심을 내는거야 이랬는데 우리언니 셋째 아들 낳았다.
갑자기 웬 점집얘기..
얼마전 삼실 동생에 대한 페이퍼를 올린적이 있다.. 9년 사귄앤과 헤어진다는...
그런데 미련이 남는단다... 옆에서 보는 내가 다 답답하다. 그런데 갑자기 어제 언니 어디 그런거 보는데 아는곳있어요 하면서 묻는다...
글쎄 내가 뭐 그런거 보러 다니는거 좋아라하는것도 아니고 재미삼아 두어번 본게 단데...
너무답답해서 한번 어디가서 물어보고 싶단다...
물어보는건 니 자유지..그런데 그게 과연 맞을까? 거기서 좋다구 하라구 하면 그런놈이랑 할꺼냐?
으그 답답이... 나같음 존심상해서 라도 싫다... 부담돼서 싫다고 떠난넘을 뭣하러 ...
아 점집 얘길하다 보니 하나 웃긴 얘기가 떠오른다.
우리 동네에 아주 아주 열심히 교회를 다니는 아줌마가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누구네가 용하데 뭐하데 라고 말을 하면 십자가를 그으면서 오 주여를 외치던 아줌마...
회개하고 교회에 나와 구원받으라고 하던 그 아줌마... 그런데 어느날 동네 아줌마들이 그 아줌마 지날때마다 그래 열심히 기도해서 답 받았어 하면서 조롱섞인 말을 던진다.
ㅋㅋ 알고 보니 점집에서 그 아줌마가 딸 시집보내는데 어떻겠냐면서 궁합을 보고 있더란다.
누구나 자기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이런일도 있겠지 싶어 웃고 만다. 점보는거 무지 좋아하는 친구가 한마디 한다...
"원래 점쟁이들이 과거는 다 맞춰도 미래는 못맞추는거덩.. 그런데 사람들은 과거를 맞추니깐 미래도 맞을꺼라는 자기만의 세계에 들어가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거지.."
답답할때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을때 장난삼아 재미삼아 이런걸 보고 나서 훌훌 털어버리고 일상으로 되돌아 갈수 있는 자신이 있으면 점을 보는것도 괜찮을듯 싶다.
맹목적으로 점쟁이말을 듣고 굿을 한다느니 하면서 야단덥석을 피울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헉 그런데 안좋다는데 굿을 안하면 안좋다는데 그 유혹을 떨쳐내기가 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