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딸 둘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지 못하고 키운것에 대해 늘 마음의 빚을 안고 사신다.
이제 그만해도 될텐데 한번씩 우리가 염장을 지르는 탓에 더욱더 잊지 못하고 계시는것 같기도 하다.
엄마말이 딸들인데 피아노는 못사줘도 집에 풍금이라도 하나 사다 놓고 가르치고 싶었다고...그래서 집에서 항상 노래소리가 들리게 살고 싶었다고 그런데 살다보니 그게 쉽지 않았다고 변명(?)을 하신다.
4남매가 두살터울로 내려오다 언니랑 내가 연년생이니 정말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한학기 등록금을 만들어 놓고 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만들어야 하다 보니 딸들에게 그런 혜택까지 누리게 하는 호사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언니는 회사다니면서 개인교습을 받아서 기본적인 것은 그래도 가능했으나 워낙 음악적 미술적 감각이 없는 나는 그런것에 관심도 없었고 뭐 부러웠던 적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날 자극하는 사건...
큰오빠가 왔는데 언니네 집에서 두손으로 피아노를 치는게 아닌가?
오빠 언제 배웠어...음 새언니가 **이 임신했을때 들려주려고 배웠지...딱 10곡친다..동요..( 새언니가 음대출신으로 아이 낳기 전까지 피아노 개인교습을 했었다.)
그러고 보니 유일하게 나만 피아노의 피자도 모르는것을 알게 된것이다.
그때 울엄마 진짜 너무 행복한 표정으로 오빠가 피아노치는걸 보시는게 아닌가...
참 난 살면서 울 자식들이 저렇게 피아노치고 노래하고 하는거 못볼줄 알았는데 라니...
그 순간 ...찡하는것이 ... (내가 아무래도 결혼하고 정말 철이 많이 들었나보다..엄마를 생각하면 찡한게 스멀스멀 올라온다..)
순간 결심했어...피아노를 배우자... 그런데 피아노 학원을 알아보니 시간이 안맞는다..비싸기도 했고...
그래서 조카에게 레슨을 받기로 했다. 교습비는 만원....(너무 헐값에 부려먹는다고 생각할수 있으나... 이건 배운것을 다시 복습하는 의미로다...ㅎㅎ)
큰조카에게 배우기로 했는데 어느 순간 둘째가 조금씩 끼어든다..
야...니가 가르쳐주기로 한거 아닌데 왜 끼냐?
언니가 바쁠때 내가 조금씩 해주면 안될까...
뭐 이러더니 티격태격... 결국 큰조카가 원장하고 둘째는 부원장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한달을 평가하면 동요 5곡 완전 마스터... (너무 뿌듯했다...)
한달 수업료를 내는데 천원짜리로 바꿔다 주었더니 몇대몇으로 나눌지 고민을 한다..
원장이 원래 많이 갖는거라나... 그러니 둘째가 언니보다 내가 좀더 많이 가르쳤잖아 하면 지지 않는다..
결국은 큰조카 승리... 야 원래 이모가 너한테 배우기로 한거냐? 나한테 배우기로 했는데 니가 하고 싶다고 한거잖아...그러니깐 넌 원장이 주는데로 받아...하면서 천원을 준다...
둘째 입이 퉁퉁부어 나오니 큰조카가 다시 천원한장을 더 준다... 야 이건 특별보너스야..
그러자 둘째 고개를 90도 숙이면서 원장님 고맙습니다..
아직 돈을 모르는 조카들이라 그런지 그 모습이 재밌다... 자기들의 노력으로 돈을 벌자 ![](http://image.aladin.co.kr/product/29/7/coversum/8950990016_1.jpg)
키라처럼 소망상자를 만들어 놓았다.
mp3도 사고 싶고 핸드폰도 사고 싶단다...(어느세월에 살 수 있을까?) 아 친구들한테 한턱 쏜다고 하더니... 300원 쓰고 왔단다...(소심한것...그런데 3명이서 300원이면 뭘 사서 먹었을까.. 그래도 난 컵떡볶이를 쏠줄 알았는데... )
그런데 이렇게 모을 틈도 없이 조카들은 결국 엄마 생일을 위해 그 돈을 다 털어 구두를 사주었다...
그 이후 2달동안 수업이 없었다...내가 감기로 고생한탓도 있었고 이래 저래 하다보니 못하게 된것이다..
그런데 어제 저녁 둘째 조카가 나를 좀 보잖다...
이모...왜 요즘은 피아노를 안배우세요??
니들이 하두 성의 없이 가르키니 이모가 배우고 싶겠냐?
이모 그러면 저한테 한번 배워보지 않으시겠어요...제가 언니보다 더 잘 가르칠수 있는데...아니아니 이모 제가 이젠 잘난척하지 않고 진짜로 열심히 알려 드릴께요...(둘째가 좀 잘난척을 해서 내 비위를 건드린적도 있었다...그걸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진짜냐?
예 진짜라니깐요...
그래 한번 해봐 ...
이래서 어제 부터 또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원장이 바뀌었다... 큰조카 옆에서 숙제하면서 자꾸 흘깃거리면서 나를 본다...
그러더니 조르륵 와선 이모 이거 칠땐 손가락일 이렇게 되야 해요 하면서 교정을 해준다...그러면서
야 너는 이모 손가락 틀렸는데 이것도 안보고 뭐하냐... 이궁...... 이모 나 이제 숙제 다 해가는데 저한테 계속 배우시지 그러세요..
속으로 애가타나 보다... 지가 원장이라고 둘째한테 2천원만 주었으니 ...
(참고로 큰조카 초딩3학년.. 피아노만 5년차... 둘째조카 초딩1학년 피아노 경력 2년차... 둘째녀석은 한글을 못띠어서 피아노 가는게 늦었다는거 아니겠어요...어제도 제가 왼손 틀린다고 책에 표시하면서 머뭇거리더니 왼짜를 어떻게 쓰더라...오이 하니깐 그때야 썼어요...)
어젠 엄마보고 들어보라고 하면서 두손으로 피아노를 쳤다... 내 뒤에 계서서 얼굴은 못봤지만 우리 엄마 분명 행복해 하고 있으셨을꺼다...
전화기를 통해 울 남편한테 피아노를 쳐주는데 ㅎㅎ 긴장해서 손에 땀이 나니 자꾸 틀린다..
그런데 울 남편이 염장을 지른다... 세상에 여지껏 배운게 동요였어? 난 니가 피아노 배운다고 해서 못해도 엘리제를 위하여 쯤은 치는줄 알았다나... (유일하게 아는곡이 이거다 울 남편..)
과연 내가 엘리제를 위하여를 치는 날이 올라나?
모르겠다...과연 그게 가능할런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