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강 레테... 아무래도 난 건너지 않고 이생에 태어난듯 하다.
다들 멀리 떨어져서 살고 살림하는 친구도 있지만 아직 나처럼 직장에 몸이 묶인 친구들도 있고 또 출산을 반복하면서 우리들의 만남이 뜸해졌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의사소통을 위해 다음카페를 개설한지 2년여가 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한친구의 친정집에서 발견한 편지묶임이 화제다..
친구들아 미안하다로 시작하는 글에선
내가 정말 이기적이었더라.. 나 편하려구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면서 너희들 마음 아프게 하고.. 어쩌면 좋니... 이젠 너희들 다 잊은거지.. 잊어주라.. 특히 인터라겐아 너는 꼭 잊어줘야한다. 너의 글중에 난 망각을 모르는 아이라서 더 힘들다하는 구절이 왜 이렇게 마음아프다니....
친구의 빽빽하게 채워진 글을 보면서 어머 어떻게 우리가 저랬구나 하는 기억을 하는게 아니라 친구가 쓴글에 대해 내가 아예 장문의 답글을 통해 친구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는게 아닌가?
아 내 병이 또 스멀스멀올라오나 보다..
별걸 다 기억하는 여자... 그게 바로 나다.. 학창시절 그 기억력으로 공부를 했으면 판검사가 되어있어야지 공부하는건 다 잊어버리면서 왜 쓸데없는 일들은 하나도 잊지 못하는거냐구..
어쩔땐 이러는 내가 너무 싫어서 메모도 안남긴다.. 작년엔 친정집에 있던 내 편지들과 메모들을 쌀자루로 하나가득 담아서 시골에 가져가 다 태워 버렸다.
내 그림자가 타듯 마음은 아팠지만 그래도 내 머리속에서 잊어버릴수 있는건 다 가져 가라면서 태웠거늘 친구의 글을 보면서 다시 저 아래 켜켜이 놓여있던 기억이 빠져나와버렸다.
친구들의 반응.. 알만하다..
지금 답글을 달았으니 이제 조금 있으면 전화가 오던 아니면 리플이 달리던 할때 하나같이 ... 너 어떻한다니... 할것이다.
한편으론 그 기억을 추억하느라 재밌으면서도 아직 기억하고 있는 내가 걱정스러울것이란 소리다.
살면서 때론 잊어주길 바라는 일들이 많은데 ...
나도 그래서 다 잊고 살고 싶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레터의 강을 건너지 않은듯 싶다.
친구말이 남편이 보면 우리 큰일나겠다.. 완전히 날라리로 알꺼야.. 이거 다 어디다 숨기지..
한친구.. 이번 **이결혼식날 그거좀 가지고 와봐라.. 읽어보고 싶다...
안된다 친구들아.. 내 젊은날의 고민들을 들춰내지 마라..
편지내용을 보다 보니 내가 참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애였구나 하는걸 알수있다.. 상처받기 싫어서 더 쌀쌀맞게 굴었나? 그래도 친구들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친구들아....우리가 그렇게 싸우면서 지냈으니 이젠 안싸우는거 아니겠니.. 우리 곱게 나이먹자.. 아이들 다 키워놓고 우리들의 시간을 찾을때 ...저렇게 또 놀아보자...얼마나 생기있고 좋냐...
친구들아... 사랑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