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작성한 방학동안의 생활계획서를 꼼꼼이 살피고 서로 상의를 한다.
영어테이프듣고, 영어쓰고, 수학문제집 풀고, 사회,과학하고, 독서하고, 놀기하고, 학원다닐 것 준비하고
으메 머시가 이리도 복잡하다냐. 그냥 확 놀게 해버려 하고 싶지만 목구멍까지 나오는 말을 참았다. 그래야
집안에 평화가 오니까. ㅋㅋㅋ
문제는 아이들의 생활계획표가 아니다.
나 출근하고 아내 학원나가고 하다보면 오후 4시까지는 아이들끼리 공부하랴 학원나가랴, 태권도하랴 그리고 점심까지 지들끼리 챙겨 먹어야 한다. 어른들의 간섭과 보살핌없이 자기들끼리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큰일이다. 아내가 그 전도유망한 무역회사를 그만 두게 된 것도 첫아이를 낳으면서부터이다.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뿐더러 내가 어머님 정을 받지 못했기에 우리 아이들만큼은 엄마의 정을 듬뿍 주면서 키우고 싶어했고, 아내에게 아이들을 엄마의 가슴으로 키워달라는 주문으로 인해서........
요즘 아내가 무척 바빠졌다. 새벽에 일어나서 아이들 점심과 간식을 만들어 놓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은 네식구가 같이 먹고, 아이들 점심과 간식을 냉장고에 넣어놓으면 자기네끼리 덥힐 것은 덥혀서 먹을 수 있도록 구분해 놓고 일러준 후에 나온다.
나는 나대로 12시가 넘으면 집에 전화해서 밥은 먹었는 지 가스렌지는 잠궈놓았는 지 덥혀먹을 때 뜨거운 것에 데지 않도록 주의에 주의를 준다. 그리고 학원에는 갔다왔는 지 영어듣기와 쓰기는 다 해놨는 지 등등 전화기 들고 잔소리 하느라고 하는 일 없이 바쁘다. 그래도 자기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항상 트레이닝을 시켜놓았기에 조금은 안심은 되지만 어찌 부모맘이 그렇지 않겠는가?
그래서 요즘 퇴근은 땡칠이가 되었다. 저녁을 먹고(나는 연수원에서 두끼를 먹는다) 6시 땡하면 바로 퇴근을 하다보니 땡칠이가 된 것이고, 아이들과 저녁시간에 놀아주기 위해서다. 어제는 모처럼 가족이 천안종합운동장에 운동을 하러 갔다. 나는 범석이와 배드민턴을 치고, 아내는 해람이와 빨리 걷기를 했다.
사람들로 붐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운동도 하고 에어로빅도 한다. 가족이 같이 축구도하고, 에어로빅도 하고 조깅도 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매일 가기로 했다.
요즘 규칙적인 운동을 못하다보니 다시 똥배가 나오기 시작했고,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가족들과 같이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하니까 힘도 덜 드는 것 같고, 운동은 배가되는 듯 하다.
모처럼 달리고 치고, 차고 추고 하니까 몸이 가볍고 개운하다. 그동안에 잠자고 있던 살들이 괴로운 지 몸을 간지럽힌다.(운동을 30분정도하면 땀이 나면서 몸이 가려워지는 데 이것은 지방이 타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 이놈의 살들아 다 떨어져 나가라.
집에서 어른들없이 자기들끼리 계획표에 의해 군소리없이 잘해주는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같이 놀고 운동해서 즐겁고, 보기싫은 살들을 털어낼 수 있어 더욱 즐겁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