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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 고종석의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평점 :
고종석이라는 작가를 통해 참 많은 여자들을 소개받고 만났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여자도 있었고, 나이가 많거나 적은 여자도 있다. 그렇게 만난 여자가 서른네명이다. 그들중 익히 알고 있는 여자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된다. 작가가 말했듯이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마초도 아니지만 여자를 좋아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소개하게 됐고, 뭇남성들과 같이 여자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한사람 한사람이 결코 평범한 여자들은 아니었다. 단순히 좋아하는 여자들이었다면 글을 읽는 것이 쉬웠을 텐데 모두가 독특한 개성과 미지를 개척한 투사에 가까운 여자들이었기에 난해하고 어려웠다.
특히 작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념과 결부시키다보니 이념적 편향이 드러났고 주로 프랑스 국적을 가졌거나 동유럽쪽의 여자들을 소재로 삼은 점이 지루하게 만들기도 했다. 다만, 수백년동안 여자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지금의 현실에서도 남녀의 불공평과 불평등이 존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여자들에 의해 개척되거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낸 사실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고 흥미를 느끼게 했다.
혁명과 사랑의 불꽃으로 강인한 인상을 준 로자 룩셈부르크부터 여성 최초로 세상을 지배하며 천하의 여제가 된 측천무후, 아메리카에서 꿈과 희망의 표본을 만들어 낸 오프라 윈프리, 세계인의 영원한 성녀(聖女)마더 테레사수녀,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통일의 희망을 살려내고자 했던 강단의 여인이며 통일의 꽃으로 각인된 임수경, 현해탄에 가라앉아 사랑의 막을 내린 윤심덕의 사랑, 죽음을 이야기로 승화시켜 천일야화를 꽃피운 셰헤라자데, 미녀들의 수다(미수다)를 통해 엽기의 표본을 보여주었지만 귀여움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는 후지타 사유리, 미덕과 약점을 겸비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인 강금실까지 여성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오욕칠정이 모두 드러나 있다.
작가의 관점에서 그녀들의 인생관과 가치관, 삶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날 때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고, 짜증을 유발하거나 가슴이 뭉클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한사람 한사람이 시대와 부합하거나 앞서가면서 그녀들만의 열정을 이끌어 낸 역사적 사실앞에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카타르시스도 동반하게 된다.
열정이 많은 여성들이어서 그런걸까? 그녀들이 나눈 사랑과 섹스에는 끈적거림과 정열, 끓어 넘치는 섹스의 탐닉이라는 공통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원한 황태자비이며 세계인의 연인인 다이애너가 그랬던 것처럼 밋밋한 남편들과 상반됨에 기인한 사랑과 섹스에 대한 욕구불만이 원인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열정적인 여자는 그 만큼의 에너지 발산을 가지고 있고 필요로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듯 보인다.
좀 더 다양한 사상과 여러 나라의 여성들이 등장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여자들이 만든 역사를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점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