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라의 한여름은 뜨겁다.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열기로 가득찬 이솔라의 중심가에 위치한 87관서 사무실에는 날씨 만큼이나 뜨거운 열기가 형사들 사이에서 떠돈다. 젊고 열정적인 버트 클링 형사가 포문을 열었다.

"오늘 신참이 온다면서요."

거대한 몸집이지만 웬지 날렵해 보이는 민완형사 스티브 카렐라가 답한다.

"그렇다는군. 경찰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던데."

 

"자,자..모두 주목. 신참이 왔어."

언제나 유쾌한 마이어 마이어 형사가 사무실 문을 열고 소리쳤다. 문 뒤에 서 있던 사내가 쭈볏쭈볏 들어온다. 사내의 얼굴을 본 87관서 형사들의 입이 모두 벌어졌다. 사내의 얼굴은 온통 부스럼 투성이에 눈은 끝간데없이 찢어졌고, 귀는 뭉그러져 있었다. 가장 심한 것은 눈썹으로 한오라기의 털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무모증에 걸린 듯 머리털도 전혀 없었다.

 

입이 걸은 카튼 호스 형사가 뇌까렸다.

"그 놈 참... 혐오스럽게도 생겼다. 완전 경찰 혐오자네..."

사내는 압도적인 용모와는 달리 붉어진 얼굴로 수줍게 입을 열었는데, 그 모습이 더욱 무서웠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들과 같이 일하게 될 칼 포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외모와는 달리 칼 포터는 유능한 형사였다. 궃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성실한 성품에 잦은 야근에도 지친 모습 한 번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는 형사들이 싫어하는 업무인 대민 봉사 업무에도 열심이었는데, 특히 아이들을 좋아했다. 비번인 날도 손수 만든 샌드위치가 가득 든 바구니를 들고 고아원을 방문하곤 했다.

 

8월 말에는 빅 마마라고 불리는 흑인 여성이 운영하는 고아원을 찾았다. 그가 고아원 '빅 마마스 하우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들이 우루루 모여 들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본 순간, 제1의 아이가 무섭다고 그랬다, 제2의 아이도 무섭다고 그랬다...제 13의 아이까지 무섭다고 그랬다. 결국 그날의 대민 봉사 행사는 실패로 끝났다.

 

9월 중순이지만 날씨는 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더워지는 것 같다. 순찰 업무를 마치고 경찰서로 귀환하는 스티브 카렐라는 문 앞에서 유도의 달인인 핼 윌리스 형사를 만났다. 핼이 유쾌하게 소리친다.

"여어~ 이제 들어오는거야."

"응."

"무지하게 더웠지?"

"그걸 말이라고 해. 새들도 더운지 이상하게 울더라니까."

"어떻게 우는데?"

"왱알왱알 울더라구."

"하하. 그럴리가 있나."

"그렇다니까 그러네."

"그건 그렇고 지금 누가 와 있는줄 알아?"

"오긴 누가 와?"

"애덤 샌들러가 잡혀 있어."

"그게 누군데?"

"자네, 영화 안 봐? <워터보이>에 나왔던 친구 있잖아. 그 바보 말이야."

"아니, 영화배우가 왜?"

"들어가 봐."

 

스티브 카렐라가 들어서자, 마이어 마이어 형사의 책상 앞에 애덤 샌들러가 앉아 있었다. 마이어는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애덤 샌들러가 소리친다.

"아니, 나 몰라..<워터 보이> <빅 대디> 안 봤어? 헐리웃 최고의 코미디 배우인 나를 몰라? 이거 안되겠구만."

마이어가 답한다.

"아, 글쎄. 일단 불어보시라니까요."

"자기 그러다 옷 벗고 싶어. 빨리 풀어줘."

"이 사람, 안 되겠네. 계속 취조에 협조 안 하면 구속 시키겠습니다. 이름?"

"...애덤 샌들러."

"유명하신 분이 왜 음주 운전을 하신 겁니까?"

"파티가 있었다니까. 이솔라의 유명한 작가 부부가 주최한 파티에 참석했었어. 챈들러-모니카 빙 부부 말야."

"레이먼드 챈들러 빙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하여튼 주소는?"

"웨스트 코스트 팝 619"

"좋은 동네 사시네. 이제 음주량 측정해야 하니까 불어보세요."

"좋아. 내가 불긴 부는데, 네가 어떻게 될 지는 책임 못져."

 

애덤 샌들러의 체내 알콜량은 1.29%였다. 즉시 구속 감이었다. 애덤 샌들러의 구속이 결정되는 순간, 경찰서 문이 열리고 칼 포터가 들어왔다. 순간 애덤 샌들러의 눈이 반짝였다.

"이야! 내가 찾고 있던 그 얼굴이야. 요즘 찍고 있는 영화 <Lord of the Ear-Ring>에 딱이겠는걸. 

자네 영화배우 할 생각 없어?"

칼 포터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날이 밝자, 애덤 샌들러는 즉각 풀려났고 마이어 마이어 형사에게는 전출 명령이 떨어졌다. 형사와 헐리웃의 명사 사이에는 태평양 만큼의 신분 차이가 있었다. 감히 대든 것조차 멍청한 일이었다. 그러나 칼 포터가 애덤 샌들러 영화에 출연하기로 하면서, 마이어의 전출 명령은 취소됐다. 칼 포터가 애덤 샌들러에게 몹시 빌며 부탁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칼 포터가 출연했던 역할이 뭐야?"

카렐라가 핼에게 물었다.

"오크. 분장도 필요없었다는데."

"오크가 뭐야?"

"글쎄...영화 나오면 알게 되겠지..."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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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혐오자 밀리언셀러 클럽 6
에드 맥베인 지음, 김재윤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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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이었죠. 무더웠던 6월 6일 우리는 슬픈 소식을 전해 들어야 했습니다. 바로 현존하는(했던) 경찰 소설의 거장 에드 맥베인이 타계했다는 소식이 그것이었죠. 에드 맥베인은 1926년에 태어나 2005년에 사망했으니 향년 79세였네요. 천수를 누린 셈이지만 애독자로서 여전히 아쉬움이 남네요.

 

에드 맥베인은 평생 5개의 이름으로 거의 100편 가까운 소설을 썼습니다. 당대의 많은 작가들처럼 그도 싸구려 범죄소설 잡지에 단편들을 팔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하드 보일드, 범죄 소설에서 <블랙 마스크>같은 펄프매거진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1956년 맥베인은 독특한 형식의 경찰소설을 발표합니다. 향후 50년 넘는 세월동안 그의 이름을 불멸의 것으로 만들어 준 '87관서 시리즈'의 첫 작품을요. 그 작품이 바로 <경찰 혐오자>입니다. '87관서 시리즈'는 가공의 도시 이솔라의 87번가에서 벌어지는 강력 범죄들을 해결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후 맥베인은 50편 넘는 '87관서 시리즈'와 30편 가까운 변호사 '매튜 호프 시리즈', 주정뱅이 탐정 '커트 캐넌'시리즈 등의 작품을 발표합니다. 영화 시나리오도 가끔 썼는데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의 각본도 그가 썼습니다. (히치콕과의 사이는 매우 안 좋았다고 하네요). 또한 그의 작품은 타계한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경찰 혐오자>는 타는 듯이 무더운 한여름, 87관서의 형사가 연속 살해되는 사건을 해결해내는 형사들의 이야기입니다. 동료 형사가 3명이나 피살되자 경찰의 명예를 위해, 또 동료들의 원한을 갚기 위해 분투하는 87관서 형사들의 활약상이 멋지게 펼쳐집니다.

 

에드 맥베인은 종래의 추리소설, 고립된 공간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명탐정이 등장해 명쾌하게 해결한다는 내용에 반감이 있었습니다. 현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명탐정은 폴리스 라인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니까요. 실제 살인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사람은 형사들이고, 그 형사들은 팀을 이뤄 조직적으로 수사해 나가며 진실에 접근해 나갑니다.

 

바로 이런 현실감 넘치는 경찰 수사를 추리소설에 처음으로 도입한 게 에드 맥베인입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87관서의 16명 형사가 모두 주인공입니다. 물론 중심 인물이자 가장 뛰어난 형사는 스티브 카렐라 형사이지만 다른 형사들도 카렐라 못지 않습니다. 16명의 형사가 공통된 사건을 맡아 발로 뛰며, 증인을 만나고, 증거를 조사하며, 때로는 엉뚱한 가설을 내놓고, 어쩌다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기도 하는 등의 현실적인 경찰 수사가 정교하게 묘사되는 것입니다.

 

16명의 형사는 50년의 세월동안 죽기도 하고, 은퇴하기도 합니다. 낯선 형사가 전출을 오기도 하고요. 데뷔작 <경찰 혐오자>에서 열혈 총각인 스티브 카렐라 형사는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2명의 아이 아버지가 됩니다. '87관서 시리즈'는 이렇게 각각의 캐릭터가 생명을 가지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이었습니다. 다시 볼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죠...

 

<경찰 혐오자>과 국내 출간된 몇몇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에드 맥베인은 범죄 소설의 거장이었습니다. 동시대의 누구보다 박진감 넘치는 대화(dialogue)장면을 쓸 줄 알았고, 작품에 등장하는 분위기 묘사는 최강이었습니다.

 

특히 날씨 묘사가 훌륭하죠. <경찰 혐오자>에서도 이솔라를 휘감고 있는 끈적끈적하고 무더운 날씨의 묘사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마저 지치게 만듭니다. 칼로 찌르듯 파고드는 무더운 날씨 속에 경찰 연속 살해는 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압도적인 더위의 묘사로 인해, 독자들은 미궁에 빠진 사건의 답답하고 찜찜한 기분에 한층 더 빠져듭니다. 독자는 심리적으로 더 답답해지는 거죠. 마지막 장면, 사건이 시원하게 해결되고, 날씨 마저 시원하게 풀립니다. 이 때의 카타르시스는 정말 대단합니다. 그간의 질식할 듯한 더위와 수수께끼 두 가지가 확 풀리면서 여름날 소나기 같은 시원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배경과 분위기의 묘사들로 독자들을 쥐락펴락하는 테크닉을 에드 맥베인은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50년 가까이 지속된 '87관서 시리즈'의 역사 속에는 참으로 많은 것이 있었습니다. 현대 경찰소설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었으며, 형사라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변화를 통해 인간에 대해 고찰해 보는 인간 드라마였으며, 작품에서 베트남 전쟁의 상흔을 가진 범죄자가 등장하기도 하는 등 미국 사회의 병리 현상을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스티브 카렐라 형사를 비롯해 마이어 마이어 형사, 버트 클링 형사 등의 이름을 볼 수 없겠군요. 하기야 반 세기 가까이  온갖 사건들을 해결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87관서의형사님들...모두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진 왼쪽이 에드 맥베인, 세 번째 아내와 함께...

영국추리작가협회가 수상하는 평생공로상(다이아몬드 단검상)을 수상한 1998년 사진.

그는 영국과 미국의 추리작가협회의 평생공로상을 모두 수상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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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1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음 좋겠어요 .ㅠㅠ

거친아이 2005-11-13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분도 계셨군요..또 첨으로 알았네요..유명한 분인 듯 싶은데..제겐 유명한 분이 아니시네요..이것도 읽어보고 싶네요..^^ 리뷰 잘 읽었어요..

jedai2000 2005-11-13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그러게요. 작품이 55편인데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손꼽으니 아쉬운 노릇입니다. 더군다나 '87관서 시리즈'는 시리즈 물의 재미를 최대한 살린 작품인데 말예요...

거친아이님...에드 맥베인은 경찰, 범죄 소설에선 거장급의 레테르가 붙은 작가입니다. 읽는 맛이 대단한 작가죠. <경찰 혐오자>부터 한 번 시작해 보세요..^^;;
 
이데아의 동굴
호세 카를로스 소모사 지음, 김상유 옮김 / 민음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래간만에 리뷰를 씁니다. 그동안 읽은 책은 많았는데, 리뷰를 쓸 정도로 딱히 땡기는 책이 없었거든요. <이데아의 동굴>은 표지도 맘에 들고, 제목도 멋들어져서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매를 했습니다. 이렇게 충동 구매 잘 안 하는데 묘하게 끌리더라구요.

<다빈치 코드>이후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는 역사 미스터리의 대공세 속에 <이데아의 동굴>은 상당히 독특한 위치로 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고대 아테네와 플라톤을 다루는 역사미스터리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보니, 독특한 형식과 구성으로 한동안 인구에 회자될만 한 일종의 메타 텍스트 추리소설이었습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즈음, 플라톤의 사설 학원(?) 아케데메이아 학생 한 사람이 온몸에 상처를 입고 시체로 발견됩니다. 사인은 늑대 떼에게 물려 죽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죽은 학생의 선생(웬지 표현이,,,-_-;;;)  디아고라스는 학생이 죽기 며칠 전까지 심하게 공포에 질려 있었다는 점을 떠올리고 사인에 의문을 표합니다.

그래서 그는 아테네에서 가장 유명한 수수께끼의 해독자, 헤라클레스 폰토르에게 사건을 의뢰합니다. 이름은 헤라클레스지만 사실 힘은 별로 안 세고, 머리가 좋죠..-_-;;  아카데메이아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디아고라스 선생과 <도전! 골든벨> <퀴즈가 좋다>를 제패한 당대 최고의 수수께끼 해독자 헤라클레스의 공조 수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도전! 골든벨>과 <퀴즈가 좋다>는 농담인 거 아시죠? 저 오늘 왜 이러죠..-_-;;;)

두 사람이 사건을 수사하는 가운데, 당연한 것처럼(뭐가?) 아카데메이아의 학생들이 연속 살해되기 시작합니다.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된 학생들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방탕한 생활을 했던 공통점이 있구요. 여하튼 용의자로 추정되는 수상한 인물도 나타나고, 영리한 헤라클레스가 발견하는 뜻밖의 단서도 떠오르면서 사건은 점입가경으로 흘러갑니다.

여기까지가 이 작품의 1차 플롯입니다. 이 작품이 재미있는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위에 언급한 작품은 고대 그리스에서 쓰여졌던 <동굴>이라는 책의 내용입니다. 이 책을 번역하는 번역자의 역주가 책 하단에 쓰여져 있습니다. 설명하기 좀 어려운데, 헤라클레스가 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이 메인 플롯, 번역자가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느끼는 생각이나 만나는 사건들이 부차적 플롯으로 병행되는 겁니다. 물론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와 번역자의 이야기 모두 작가 호세 카를로스 소모사의 순수한 창작입니다.

헤라클레스의 흥미로운 이야기 중간 중간 번역자는 역주로 작품에 개입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헤라클레스가 용의자의 저택을 쳐들어갈 때, 그는 용의자인 조각가가 만든, 파피루스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번역가 동상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그 번역가 동상의 얼굴 생김새가 이 작품을 번역하고 있는 번역가의 얼굴과 똑같이 생긴 겁니다. 당연히 진짜 번역가는 소스라치게 놀라죠. 수천년전에 쓰여진 이 작품에 현재의 내 이야기가 나온다. 얼마나 무섭겠습니까? 이 작품에는 이러한 짜릿한 재미를 주는 내용이 많습니다.

소설 속의 소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마무리에는 영리하게 모든 내용들이 하나로 통합됩니다. 고대 그리스에 쓰여졌던 <동굴>에서 헤라클레스가 수사했던 사건도 해결이 되고, 현재 번역가가 느끼는 모순과 공포가 절묘하게 하나로 합쳐집니다. 작가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러한 독창적인 형식의 책을 쓴 호세 카를로스 살모사(소모사입니다...죽을 죄를 졌습니다.-_-;;;)는 쿠바에서 태어나 스페인으로 망명해 작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정신과 의사였다고 하네요. 스페인에서 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데아의 동굴>로 2002년 영국 추리작가협회 최우수상을 받았네요. 플라톤의 이데아 철학을 바탕으로 지적이고 세련된 추리소설을 써낸 그에게 존경의 키스를 보냅니다.(받기 싫으면 말라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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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1-1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리뷰가 너무 유쾌하네요
저도 구입은 해놓고 아직 못 읽고 있네요
잘 읽고 갑니다 ^^

물만두 2005-11-1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모사~ㅋㅋㅋ 호르헤스는 양호하군요^^ㅋㅋㅋ

비로그인 2005-11-1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부터 매력적입니다..;;

jedai2000 2005-11-13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 만한 책입니다. 읽어 보시길..^^;;
 

드디어 제가 작업한 다섯 번째 책이자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레몬(원제: 分身)>의 출간이 한달도 남지 않았네요. 본문은 거의 완성됐고, 표지 결정이 남았습니다. 현재 시안이 4개 들어왔습니다. 올려 놓을테니 상큼한 의견 주시길...^^;;

 

작가 소개: 히가시노 게이고

 



   사진 노출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인데 멋대로 씁니다..ㅋㅋ 게이고는 58년 개띠에 오사카 출신이고 원래 전기공학과 출신입니다.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소설을 쓰고 싶은 열망을 참지 못하고 마침내 데뷔작 <방과후>를 발표합니다. 여고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이 꽤 많은 사랑을 받아서일까요. 초창기에는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주로 썼고, 그래서 '학원 미스터리 작가'라는 평을 듣습니다. 저번에 일본 출판사 분을 뵐 때도, 히가시노 게이고 이야기를 했더니 '학원 미스터리'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러나 게이고는 곧 작풍과 소재를 다변화합니다. 꽤 많은 작품을 썼지만 겹치는 소재가 거의 없을 정도인데 이공계 출신답게 과학적 소재를 즐겨 다루고, 작품마다 애잔한 정서가 감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미스터리 작가라는 자긍심이 강해 모든 작품에 미스터리 터치를 가미하기로 유명하죠. 일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 있고, 가벼운 재미를 넘어 문학적 향취까지 풍기는 뛰어난 작가입니다.

 

 

- 신작 <레몬> 소개

 

<레몬>은 도쿄와 훗카이도에 살고 있는 두 소녀, 마리코와 후타바의 시점이 한 챕터씩 번갈아 진행됩니다. 서로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던 두 소녀는 각각 의문의 사건에 휘말려들고,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침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사람의 얼굴은 완전히 같습니다.게다가 '레몬'을 즐겨 먹고, 독특한 방법으로 먹는 것까지 비슷합니다. 과연 두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이 상투적인 문구 정말 싫으네요..ㅋㅋ)

 

- 왜 <레몬>인가?   

 

원제는 <분신分身>이고, 잡지 연재 당시 제목은 <도플갱어 신드롬>이었습니다. 저희도 원제를 살리는 쪽으로 생각을 했으나, <분신>이 독자분들에게 <분신+자살>로 다가올 소지가 있기 때문에..-_-;;                          예. 그래서 다른 제목을 쓰기로 했습니다. 짤막한 내용 소개로 볼 수 있듯, 작품에서 굉장히 중요한 모티브로 레몬이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또 조사해 보니 레몬은 겉보기엔 번지르르 하지만 내용물이 영 아니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답니다. 우리말로 하면 사이비라는 뜻이 되겠지요..

아래는 펌입니다.

히말라야가 원산지인 레몬은 샛노란 색깔이 예쁘고 향기도 좋다. 그러나 영어의 레몬은 불량품, 결함이 있는 중고 자동차라는 뜻도 갖고 있다. 오렌지와 달리 레몬은 시큼하기 때문에 그냥 먹기 힘든 데서 비롯된 뜻이다.

두 사람의 나, 내가 아닌 나, 실체를 알 수 없는 나가 등장하는 작품이므로 레몬의 의미와도 어울려 사용하게 됨을 밝힙니다.

 

시안1

 

 

 

 

 

 

 

 

 

 

 

 

 

 

 

 

 

 

 

 

 

 

 

 

 

 

 

 

시안 2

 



 

 

 

 

 

 

 

 

 

 

 

 

 

 

 

 

 

 

 

 

 

 

 

 

시안 3

 

 

 

 

 

 

 

 

 

 

 

 

 

 

 

 

 

 

 

 

 

 

 

 

 

 

시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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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1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넘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1번이 멋있네요. 4번도 괜찮고요^^
퍼가요^^

BRINY 2005-11-1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셔요...입안에서 침이...

nemuko 2005-11-1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몬에 그런 의미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분신만큼 확 와닿는 제목이 아닐수 있겠다는 느낌도 들지만, 표지는 무지 상큼한데요^^ 전 3번이 젤 맘에 들어요. 얼른 읽고 싶어욧......

하이드 2005-11-1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은 무슨 레몬음료광고 같습니다. -_-a
저도 1번이 멋지네요.
히가시노 게이고 어제 서점 가서 보니 책 꽤 많이 나와있던데, 아직 못 읽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불끈.
르네상스 회화에서 '레몬'의 상징적 의미는 한정적인 인생의 무상함. 그리고 아름다운 겉과 달리 고통,상처를 동반하는 사랑.

panda78 2005-11-10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긴 3번이 이쁜데, 역시 음료광고 같군요. ^^
레몬도 나오고 소녀도 나오는 1번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11-1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이 맘에 들어요 ㅋㅋ

Joule 2005-11-1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요.

놀자 2005-11-1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이 맘에 들어요~

아영엄마 2005-11-1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요~. (레몬은 3번처럼 조금 더 이쁘게 그리면..)

biseol 2005-11-10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번! 내용 면에서도, 제목이랑도 어울려서요..

날개 2005-11-10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이 이쁘긴 한데... 내용상으론 1번이 더 어울릴 듯 하네요..^^

거친아이 2005-11-10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이 가장 좋을 것 같네요....

jedai2000 2005-11-1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리플을 달아주셨을줄이야...제가 따로 책 선물도 못해드리는데 말예요..T.T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표지는 내일 최종 결정할건데, 1번과 3번이 다 마음에 들고, 일장일단이 있어 쉽사리 결정을 못짓고 있네요. 결정되면 완성된 표지 올리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이드님, 레몬에는 그런 의미도 있었군요. 귀엷은 저는 웬지 책 내용과 써주신 내용이 어울려 보이기도 하는걸요..^^;; 글구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제가 보증합니다. 국내에 출간된 책 모두 재미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특히 <백야행> <비밀>이 좋죠. 게이고와의 만남이 즐겁지 않으셨다면 절 패 죽이셔도 좋습니다...^^;

oldhand 2005-11-1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이고의 신간이 또 나오는군요. 작업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독자는 그저 기쁠 뿐. ^^
 




 

가을도 저물어간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날씨도 한결 쌀쌀해진 것 같고, 낙엽은 우수수 잘도 떨어진다. 매주 주말 집에만 있는 것도 싫증이 나 무작정 집을 나섰다. 사실 나는 늘 궁금하다. 다른 분들은 주말에 무엇을 하는지 말이다. 나만 이렇게 심심하고 할 게 없는 건지 다른 분들은 어떤지 알고 싶다.

 

막상 나와도 갈 곳이 없어 극장으로 갔다. 무슨 영화를 볼지 확실히 정하고 간 것도 아니라, 요즘 뭐가 재미있을까 살펴 봤다. <월레스와 그로밋:거대 토끼의 저주> <유령 신부><새드 무비>...차근차근 살펴 보는데, 굉장히 공포스런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공포영화 제목 같으면서도 묘하게 심금을 울리는 제목을 가진 영화...<40살까지 못해본 남자> -_-;;;

 

주인공의 처지를 상상만 해도 공포스럽다. 이 영화를 보고 나도 주인공처럼 되면 안되겠다는 경각심을 가지려는 의도에서 봤다. 그저 그런 코미디였다. 아주 재미없지도, 있지도 않은...중년판 <아메리칸 파이>였다고나 할까. 한 마디로 비추다.

 

영화를 보고 서점에 들려서 책구경을 했다. 신돈 이야기를 그리는 월탄 박종화 선생의 <다정불심>을 사려 했는데, 없어서 그냥 왔다. 갖고 싶은 책은 너무 많은데 벌이가 시원찮아 답답하다. 언제쯤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책을 살 수 있을까...

 

서점에서 나와 집에 가려는데 웬 남자가 나를 잡았다. 얼굴을 보니 덕이 있고, 어쩌고 하길래 바쁘다고 뿌리치자 오히려 강하게 나온다. 보아하니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성인인 것 같은데, 길거리에서 사람이 말을 걸면 들어줘야지 왜 무시하냐 이거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이 상궤를 벗어난 답변에 오히려 죄책감이 드는 것이 아닌가... 백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그 때부터 더욱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사주를 볼 줄 아는 자기같은 사람이, 지나가던 나에게 안좋은 기운이 보이길래 친절한 뜻에서 가르쳐 주려 하는데 왜 무시하냐 이거다. 너무 화를 내길래 진정시키느라 힘들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난 후 그 사람, 본연의 임무로 들어왔다. 내가 성공의 기운을 타고 났으나 마가 꼈다, 나 때문에 부모님이 아프시고, 여인과의 인연도 달성할 수 없으며, 친척 중에 자살하신 분도 나 때문에 했단다..내가 무슨 <오멘>이냐! 안되는 건 다 내 탓이란 말이냐! 

 

그러면서 자기와 5분만 이야기를 해보잔다. '됐거든'하고 그 인간에게서 벗어났다. 얘네들이 전략을 바꿨나 보다. 사람들이 무시하면 오히려 화를 내는 걸로, 순간 당황해서 사과하고 말을 들어주면 본색을 드러내는 식으로...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나 답답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한 번 더 타야 한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 인도에 온통 낙엽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웬지 낙엽을 밟으며 집으로 걸어가고 싶었다. 약 30분쯤 걸어야 하는 짧지 않은 길이지만, 낙엽을 사박사박 밟으며 걷는 것이 운치가 그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적없는 길을 홀로 걸었다. 그 얼마나 많은 시인,묵객들이 가을과 낙엽을 노래했는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이런 시도 있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처럼 쓸모없고, 처연한 느낌을 지닌 낙엽을 밟으며 한껏 늦가을의 정취에 빠져 걷고 있는데...어디선가 묘한 냄새가 났다. 금방 사라지겠지 했는데 계속 난다. 주위를 둘러보니 오른편에 철책 넘어로 거대한 건물이 있다. 표지판을 읽어보니 <하수처리장> 이다...-_-;;

 

일요일 밤에 무슨 처리할 하수가 그렇게 많다고...질식할 듯한 살인적인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 냄새는 마치 파리의 하녀, 프랑소와가 걸레빤 물 냄새+ 맨해튼 하수도 냄새+ 안동 김씨 종가 측간에 2백년 동안 쌓인 인분 냄새를 합한 듯한 냄새였다.

 

나는 미친 놈처럼 달리며 냄새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 냄새는 빚쟁이가 빚진 놈을 끈질기게 쫓아오듯 나를 추격했다. 미치는 줄 알았다. 나는 냄새를 털어내려 발버둥치며 미친 넘처럼 댄스를 추워댔다. One Man Tango...

 

간신히 위험 지역을 벗어났다.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했지만 아직도 나는 듯 하다. 어느 늦은 가을 날의 외출은 최악이었다...T.T

 

 



  

 

 

 

 

 

 

 

 

   

 

 

 

 

<사진은 디씨 인사이드- 신돈 갤에서 퍼왔음. 본문 내용과는 1g도 상관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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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5-11-0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들이 전략을 바꾼 모양이네요. 가을 낙엽 밟으며 영화 보러 가고 싶다며 울부짖는 요즘인데, 제다이님의 이 글을 읽어도 여전히 영화 보고 싶고, 낙엽 밟고 싶어요...

아영엄마 2005-11-0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도 제사를 지내야 조상님 덕을 본다... 이런 거 하는 사람들이 길에 버티고 있으시구먼요. 빠져 나오기 버거워...@@;

oldhand 2005-11-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수필에서도 여전히 대단하신 필력입니다. ^_^

jedai2000 2005-11-08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무코님...하수 처리장은 우리 동네에만 있을 테니까 안심하시고 나가서 바람도 쐬시고, 낙엽도 밟으시고, 영화도 보세요..^^;;

아영엄마님...그 사람들은 제사 잘 지내서 조상님 덕 많이 봐서 길거리에서 그러구 섰나 보죠 뭐..ㅋㅋ

올드핸드님...아이구~ 수필은 무슨요..^^;; 그냥 잡담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