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돔의 성자 - 신주쿠상어 1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 이성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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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비군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있다가 산도 타고 총도 쏘고 포복도 하려니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습니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이상한게 아무래도 자리 보전을 해야 할듯...체력은 국력이라는데 한창 건장한 나이대의 청년이 이렇게 부실해서야 대한 민국의 미래가 어두워지는군여..-_-;

이번에 본 책은 오사와 아리마사의 <소돔의 성자>입니다. 제목이 아주 거창하군요... 성서에 나오는 소돔같이 범죄에 쩔어 있는 신주쿠를 정화하는  성자같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성자라고 하면 흔히 생각나는 성서와 십자가, 지혜로운 말씀, 놀라운 기적은 없지만 형법과 완력이라는 현대 사회의 두 가지의 폭력에 모두 능통한 사메지마 형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여러분들은 형사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소돔의 성자>에는 형사들을 무작정 동경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장난 전화를 걸어 수사에 혼선을 빚는 사내가 등장합니다. 그 사람처럼 저도 형사들을 상당히 동경하는 부류입니다. 형사 영화라면 무작정 좋아하고, 잠복과 추격, 격투, 탐문, 추리 등 형사가 범죄 수사 과정에서 벌이는 모든 행위들이 저에게는 다 멋지게만 보입니다. 사실 형사에게 취조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건 좀 창피한 이야기지만 일전에 5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경찰서로 간 적이 있습니다. 아~~ 그 때 아주 심하게 맞았습니다. 10분동안 5명에게 계속 맞았으니까...제가 그 정도였다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겠습니까?
그 사람들은 아주 멀쩡히 무사히 잘 지냅니다..-_-; 어쨌든 조사를 받는데
제가 일방적인 피해자였는데도 유치장에 같이 가두더군요. 꼬박 12시간 동안...밥도 안주고-_-; 처음에 올 때는 화가 나서 씩씩대며 유치장 안에서 날 때린 사람들과 신경전을 벌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범죄자들(?)이 하나씩 들어오자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던걸요..-_-;

저희들의 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형사 한 분이 저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잘못한 것도 없는데 형사의 책상 앞까지 가는데 어찌나 다리가 후들거리던지...새벽 3시경의 경찰서 형사계는 그야말로 형사들이 내지르는 욕지거리와 고함으로 인해 분위기가 아주 살벌합니다. 저를 조사하던 형사는 어찌나 욕을 잘하시던지... 형사에게 바짝 쫄은 저는 느꼈습니다. 아~~ 나는 죄짓고는 못살겠구나. 앞으로는 이런 곳에 절대 오지 말아야쥐~~ 이건 여담인데 책상에 앉아서 저와 담당 형사가 조서를 꾸미는데 웬 젊고 잘생긴 형사가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오더라구요.

그 젊은 형사 말하길 <증거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비닐 봉지를 열고 무언가를 꺼내는데, 피묻은 식칼이 나오더군요. csi보면 미국 형사들은 증거물 취급에 만전을 가하던데, 울 나라 형사님들은 비닐 봉다리에 달랑 달랑 들고 오더군요..^^; 비난하는 게 아닙니다.
열악한 장비와 박봉, 살인적인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형사(경찰)들에게  항상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비록 배짱이 없어 경찰계에 투신하지는 못했지만 항상 응원하리라 깊게 다짐합니다....
  
여담이 상당히 길었군여..-_-; 어쨌든 미국의 형사들하면 마이애미나 라스 베가스 등의 야한 태양빛 아래 쫙 빠진 젊은 미남,미녀 형사들이 떠오릅니다. 이게 다 헐리웃 영화의 영향이겠져...한국의 형사들을 가장 잘 그린 건 역시 <살인의 추억>이겠져...사건 미궁에 빠졌다고 점 보러 다니고...일본의 형사하면 <춤추는 대수사선>이 떠오릅니다. 그 영화에도 주요하게 다뤄지듯이 일본의 경찰은 캐리어와 논캐리어로 나뉘어져 국가 고시를 패스한 캐리어조만 출세의 길이 보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 사메지마 형사는 캐리어로 출세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주쿠의 현장에서 혼자 고독하게 범죄와 대결합니다. 별명도 <신주쿠 상어>예요...이번 사건은 경찰만 연쇄적으로 사살하는 저격범을 추격하는 이야기랍니다. <경관혐오>가 갑자기 생각나는군요...

책은 분명 전개가 빠르고 박진감이 넘치며 한 마디로 재미있습니다. 영화를 보듯이 선명한 이미지로 가득찬 장면들이 많고, 범인 추적 과정의 긴박감, 액션의 쾌감과 혼돈과 죄악으로 가득찬 신주쿠 거리의 묘사도 좋습니다. 마지막 범인과의 일대일 대결의 서스펜스도 제법이구요...

그러나 무엇보다 소설의 참 재미는 <신주쿠 상어>를 보는 맛이겠지요.
안정된 출세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리고, 자신의 한 몸으로 감당하기 힘든 도시의 범죄와 당당하게 맞서는 그의 늠름한 모습이 바로 이 책의 진정한 매력포인트겠지요...

그러나 살짝 불만인 게 사메지마 형사가  왜 그렇게 정의감이 투철한 지 이유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무슨 마징가도 아닌데 태어날 때부터 투철한 정의감을 가지고 태어난 건지...범죄를 원수처럼 미워하기는 하지만 그러는 동인이 없더라구요...후속작에서는 좀 제시가 될는지... 그리고 이 사람이 캐리어 쪽에서 왕따인건 이해가 가는데, 일선 현장의 논 캐리어 형사들과도 담을 쌓고 사는건 좀 이해가 안 가더군요... 소설 속에서의 사메지마 형사는 동료 경찰들에게 거의 생리적인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별 이유도 없이 말이죠...제 생각에 고독한 한 마리 늑대(아니 상어!)라는 멋진 이미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무작정 동료들을 무시하고 반목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별로 리얼리티도 없을 뿐더러 불쌍한 왕따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주인공이 멋지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멀쩡한 사람을 외톨이로 만들어서야 쓰겠습니까 ^^;

이런저런 불만도 있지만 재미만은 대단한 책으로써 후속작들이 매우 기대되는 바입니다. 하멧으로 시작해 챈들러를 거쳐, 맥도널드까지 대가들을 배출해온 하드보일드 장르가 일본에서 어떻게 현재 진행됐는가를 잘 보여주는 가작입니다.

(옛날 책이지만 번역은 불만입니다. 일본식 약어들이 그대로 나오더군요...지미헨(지미 헨드릭스),스트로보, 아가메무논(아가멤논)...이렇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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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5-10-2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너무 비싸게 팔길래 못 사고 말았는데.... 역시 넘넘 부럽습니다...

jedai2000 2005-10-2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싸게 판다구요? 절판이라 헌책방에서만 구할 수 있을텐데요. 이 시리즈도 일본에서는 8편까지 나왔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선 4편까지만 나왔죠. 2편 <독원숭이>가 최고였고, 4편 <무간인형>도 좋습니다. 3편 <주검의 난>은 좀 별루였고요.

nemuko 2005-10-28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에 파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어지간한 건 한권에 만원이 넘던데요. 그나저나 제다이님도 추리 소설 무지 많이 갖고 계시겠군요.

jedai2000 2005-10-28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만 한 400권쯤 있는 것 같은데 모르겠네요. 한 번 리스트를 작성해야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하루종일 걸리겠네요. 근데 <소돔의 성자>를 권당 만원에 팔다니 너무 심했네요. 제가 혹시 발견하면 구해 드릴게요..^^;;
 
꼬리 아홉 고양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3
엘러리 퀸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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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씁니다.  전 머 일년내내 추리 소설에 빠져 살지만, 확실히 일반 독자들에게는 여름밤은 추리 소설 읽는 밤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있나 봅니다. 추리 소설  출간 붐이 일었더군요... 저 개인적으로는 동서 리스트의  후반부 작품들이나 어서 나왔으면 합니다. 진짜는 이제부턴데, 150권 에서 멈춰버리다니..-_-; 제가 최근에 읽은 책은 <도버4/절단>,<빨강 집의 수수께끼>,<금요일 아침 랍비는 늦잠을 잤다>입니다. 세권 다 만족스러웠는데, 특히 랍비가 제일 좋았고, 도버4는 엄청 웃었습니다. 빨강 집은 주인공들의 탐정 '놀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더군요...

오늘 오전 집에 아버지 손님들이 왕창 오셔서 <꼬리 아홉 고양이>를 들고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한 4시간쯤 걸려서 다 읽고 들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엘러리 퀸의 작품입니다.  시그마를 다 읽은 후 퀸의 작품을 맛볼 기회가 없어서 섭섭했는데 간만에 갈증을 풀었습니다...

이 작품은 기존의 퀸의 작품이 한정된 공간에서 한 두명의 인물이 살해당하고 범인을 밝혀내는 구성이었던 데 반해,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의 시간, 공간의 스케일을 엄청 키웠더군요... 사람도 아홉 명이나 죽고, 범인 검거에도 6개월이나 걸리고, 온 뉴욕 시가 배경이구 말입니다. 작가의 새로운 시도라고 보여집니다.

<꼬리 아홉 고양이>는 전작 <열흘 간의 불가사의(걸작입니다!)>의 뒤를 이어 전작에서 좌절한 엘러리 퀸이, 전 도시를 벌벌 떨게 하는 교살 살인마 '고양이'와 대결한다는 내용입니다.  추리 소설은 본질적으로 영웅 소설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손도 못대는 난해한 문제들을, 보통 사람 이상의 논리와 이성으로 떡 해결해 나가는 영웅들을 다루는 거죠... 그래서 추리 소설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역시 사건에 관계된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탐정이 그 중에서 범인을 밝혀내는 '추리쇼'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의 진상에 경악하는 보통 사람들(과 독자들), 그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짓는 탐정...이게 바로 추리 소설의 진정한 로망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탐정과 범인이 독대해서 진상을 공개한다덩가, 범인이 편지를 보내서 자백한다덩가 하는 조용한 결말을 싫어합니다. 몇 개월 동안 사람들을 궁금증에 미치게 한 다음 홀연히 나타나는 조셉 룰르타비유! 기가 막히는 사건의 진상을 공개한 후 영광을 한 몸에 안는다!(노란 방의 비밀)
이런 게 절  미치게 하는 장면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확실히 절 만족시킵니다. 온 뉴욕 시민의 지지와 기대를 등에 안고 '고양이'와 정면 대결한 퀸은 영웅이 되거든요...

퀸의 다른 작품과는 다른 새로운 작풍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사건의 물적 증거나, 트릭, 알리바이 등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는 다루고 있는 사건이 너무 크거든요... 아홉 개의 살인 사건을 일일히 신중히 다루고 조사하려면 페이지가 1000장은 되야 할 테니까요... 그렇기에 이 작품은 아홉 개의 살인 사건을 관통하는 한 인물의 심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논리나 물리보다는 심리에 우선 순위를 넘긴다는 거죠... 가열차게 놀라운 트릭만을 준비하던 퀸이 작품 세계의 후반기에 확실히 변모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까요....(전 전반기의 퀸을 좋아합니다...^^;)

여하튼 전 도시를 벌벌 떨게 하는 연쇄 살인마와의 대결이다 보니 읽는 내내 서스펜스는 확실하고, 마지막에는 한 차례 반전도 있습니다. 400페이지짜리 책인데, 300쪽에서 범인이 검거되다라구요...설마설마했는데 역시나 반전이...

책에서 특히 눈여겨 보셔야 할 부분은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교살마 때문에 전 도시가 패닉 상태에 빠지고, 폭동이 일어나는 등 군중 심리로 인해 도시가 붕괴되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묘사한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현실감이 있고, 진짜로 그런 사건이 있다면 그렇게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그리고 저열한 황색 신문들이 사건을 확대시키고 도시민의 공포를 이용해 한 몫 챙기는 모습들도 보여집니다. 이거는 멀리 갈 것도 없이 테러 등으로 인한 요즘의 혼란한 사회 정국을 이용해 돈을 챙기는 한국의 옐로우 저널리즘을 보면 딱 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추리 소설계에서 내노라하는 거장의 후반기 작으로 그간의 작풍을 벗어난 새로운 기법과 커다란 스케일, 군중 심리와 황색신문들에 대한 고찰 등 즐길만한 구석이 많은 책입니다...근데 확실히 일본어 중역인 듯... (예/쿠레인-크레인)  거장의 아찔한 걸작은 아니지만 홍보 문구대로 에너지 넘치는 가작에는 틀림없는 듯 합니다...

p.s/ 작품에 프로이드,융의 뒤를 잇는 대 심리학자로 배라 셀리그먼 박사가 나오는데, 실존 인물같기도 하고 창작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네요...많이 들어본 사람인데... 만약 실존 인물이라면 작품에 크나큰 영향을 주는 자기 자신의 등장을 굉장히 잼있어 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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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무어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장말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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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첨 올려 보네요... 얼마전에 봤습니다. 숨은 걸작이라는 말들이 많아서 굉장히 기대했는데, 역시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네요... 크리스티의 작품이라면 언제나 기본은 하니까여...(<빅포>는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네여..^^;)

<헤이즐무어 살인>은 시타포드라는 저택에 모인 몇 명의 사람들이 테이블 터닝이라는 유령을 불러내는 초현실적 놀이를 하는걸루 시작됩니다. 이거 먼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는데 분신사마랑 비슷한 거 같아요...그런데
테이블 터닝의 결과 진짜 유령이 나타났는지, 시타포드 저택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집에서 지금 사람이 죽었다는 겁니다.  현재 시간은 5시 25분...테이블 터닝을 하던 대령은 죽었다는 사람이 자기 친구라는 걸 알고 걱정스런 맘에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진짜 자기 친구가 죽은 겁니다. 그것도 5시 25분경에 말입니다...

긴장을 불러 일으키고 흥미를 돋우는 도입부가 아주 좋습니다. 이 유령이니,도플갱어니 하는 초현실적인 설정은 작가가 독자들의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리고,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성해 독자의 논리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연막으로 사용됩니다. 크리스티의 특기라면 특기죠...<창백한 말>같은 작품에서도 한번 쓰이잖아여...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오싹오싹 소름끼치는 분위기 조성으로 읽는 내내 이거 진짜 뭔가 있는 거 아냐? 유령이 있긴 있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함으로써 독자의 이성적인 추리를 막는다는 거져..

그러나 진상은 언제나 그렇듯이 합리적이고 그럴 듯 합니다. 초현실적인 요소는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아니 꼼꼼이 읽어보면 대번에 맞힐 수 있는
소박하고 단순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트릭이 사용되었습니다. 진상을 알고 나서 저는 저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했답니다.-_-;  여러분도 만약 읽게 된다면 최대한 자신감을 갖고 꼼꼼이 읽어 보세요...절대로 맞출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 작품의 또 하나의 강점...요란 뻑적지근하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 트릭이 아니라, 현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작고 소박한 트릭을 최대한 맞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겁니다.

또 부수적으로 크리스티 여사만의 로맨틱 플롯 역시 작품에 잘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로맨스야말로 크리스티 작품의 백미죠...원래 남녀상열지사에 사람들은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 크리스티는 독자들이 기대하는 바로 그걸 제공합니다... 크리스티 여사의 뛰어난 장점들이 잘 살아 있는 작품으로 감히 일독을 권합니다.


쓰다 보니 좀 짧은 거 같아 몇 자 더 적습니다. 일전에 어떤 평론가가 크리스티 소설을 뢴트겐 사진으로 찍어보면 추리 소설의 뼈대가 나온다고 했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독자들이 기대하는 추리 소설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작가가 바로 크리스티라고 생각합니다. 불세출의 추리 소설가져..
그녀보다 더 뛰어난 후배가 영원히 나오지 않는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그녀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아직까지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좋아하는 크리스티 추리소설 베스트 10 !!!

10위: 장례식을 마치고........여사의 작품 중 최고의 본격 추리물 중 한 편이 아닐까요.

9위: 비뚤어진 집........ 엘러리 퀸과 반 다인의 어떤 작품들과 상당히 유사한
범인이 나옵니다. 비뚤어진 집에서 비뚤어지게 성장한 비뚤어진 사람의 이야기죠... 의외의 범인과 그 범인이 주는 충격, 여운이 길게 남는 좋은 작품입니다.

8위: 0시를 향하여........ 중학교 때 읽었을 때는 정말 지루했었는데, 최근에 다시 읽어 보니 좋은 작품이더군요... 구조적으로 완벽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의외의 범인이나 트릭보다는 웬지 탄탄한 작품이라는 느낌과 함께 벽돌처럼 견고한 구성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져...좋은 작품입니다...

7위: 창백한 말.......... 이 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초자연적 현상이라는 연막이 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범죄가 등장합니다. <헤이즐무어 살인>과 웬지 비슷한 느낌을 받는데 <창백한 말>이 한수 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6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중학교 때 읽었는데 그 때는 끝까지 읽고 나서 이게 뭐야! 했던 작품입니다. 언페어의 입장이었던 거죠..최근에 다시 읽어 보니 이 작품 역시 진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도는 정말 크리스티 여사만이 가능했겠죠... 그러나 지금에 와서도 저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언페어입니다. 다만 작품의 가치는 인정할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걸작입니다.!

5위: 메소포타미아의 죽음........... 이 책 역시 트릭이 좋습니다.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하는 과정들이 너무 잼있고,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오싹한 분위기도 너무 좋습니다. 배경도 좋져...크리스티 작품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다 좋은 거 같아여....

4위: 예고 살인............... 마플 양이 나오는 작품이네여... 아주 소박하고 흥미로운 소품입니다. 그러나 기품있는 작품이예요. 크리스티의 센스가 절정에 다달아 있음이 느껴집니다.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작품!

3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옛날에 읽었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솔직히 옛날에 읽었던 <장례식을 마치고>,<13인의 만찬>이런 작품들은 전혀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그래서 다시 샀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만큼은 생생합니다. 눈으로 고립된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상...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작품의 세세한 설정 하나하나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2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것도 예전에 읽었던건데, 읽는 내내 어린 마음에 어찌나 무섭고 두근두근한지..그러나 무서우면서도 도저히 손을 책에서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책이었습니다. 추리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입니다. 최고의 작품!

1위: 나일 강의 죽음.......................... 제가 좀 오버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 너무 좋아합니다. 크리스티 추리 소설의 정수가 모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릭의 기발함, 사건 수사의 아기자기한 재미, 3각 관계라는 최대의 로맨스 등 크리스티 추리 소설이 사랑받는 모든 요소를 갖춘 최대의 걸작입니다. 밀실 추리 소설의 대가 딕슨 카도 이 작품을 최고로 쳤다고 하는데 동의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먼 후세에게 한 권의 추리 소설을 남기라고 한다면 이걸 고르겠습니다. 이 것이 추리 소설이다! 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거든여....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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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9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포는 정말 실망스러웠어요. ^^; 애거서 크리스티의 로맨스 소설(?)이라고 나왔던 책을 한 권 읽어봤는데, 추리소설과는 또 다른 맛이라 재밌더군요.

jedai2000 2005-10-2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포는 정말 최악이죠..크리스티 여사의 완전 범작은 흔치 않은데, 실패작이예요. 로맨스 소설은 별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 크리스티가 쓴 거면 읽어봐야겠네요..^^;;
 
회색 플란넬의 수의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2
헨리 슬래서 지음, 강성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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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 단편 추리 소설집을 보면 반드시 안 빠지고 등장하는 두 작가가 있습니다. 빌 프론지니와 헨리 슬레셔가 그 들인데, 단편의 대가인 슬레셔의 거의 유일한 장편이랍니다. 별 생각없이 봤는데, 아주 잼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일종의 서스펜스 물인데, 평범한 광고맨이었던 주인공이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다, 목숨의 위협까지 받게 되고, 총까지 맞는 일이 벌어집니다. 과연 주인공에게는 무슨 일이??? 책을 읽고 확인해 보시길...-_-;

서스펜스 물은 독자들이 가장 감정이입하기 쉬운 장르라는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서스펜스 물의 주인공은 평범한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성실하고 아무 것도 모르면서 자기 주이전 일만 하는 인물이거든요...그러다 갑자기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고, 이제 그는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나를 죽여야 하는지 밝혀야 하는거죠...한 마디로 진리가 그를 자유케 한다 이 말입니다. ^^;

이 작품은 그런 구도에 충실합니다. 일 잘하는 평범한 주인공, 아무 것도 모르는 주인공을 왜 죽이려 할까? 주인공도 궁금하고 독자도 궁금합니다. 죽지 않기 위해 진상을 밝혀야지! 주인공이 결심하고 독자도 따라 결심합니다. 책 속의 인물과 현실의 인물이 이인 삼각으로 협동하는 겁니다. 서스펜스물의 맛은 이런 거 같아여..^^; 완벽한 감정이입 말입니다. 이런 면에서 유쾌한 독서를 보장하는 작품입니다. 연애 플롯도 상큼하고요. 등장하는 농담들은 정말 유쾌합니다. 슬레셔의 재치는 정말 대단합니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아이러니도 제법입니다. <전쟁에 참전하면서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은 내가 회색 플란넬 양복을 입고 총에 맞을 줄이야...> 전쟁처럼 휙휙 돌아가는 셀러리맨 세계의 난폭함, 야수성을 풍자하는 멋진 장면인거죠...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지만, 날선 풍자가 매콤한 멋진 작품입니다. 기계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셀러리맨 생활을 하고 있는 여러분들이라면 더욱 몰입이 잘 되실 듯...글구 단조로운 직장 생활에 염증을 내시는 분들이라면 여러분들과 똑같이 양복 입고 출근해 총까지 맞게 되는 주인공의 모험에 감정이입 제대로 한 번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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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1
기리노 나츠오 지음 / 다리미디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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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순전히 데카님의 추천으로 알게 되고, 읽게 된 책입니다. 다행히 읽고 나서 상당히 만족했습니다. 이틀 만에 세 권 다 읽었구요... 우연히 살인 사건에 얽히게 된 4명의 이런 저런 사연을 갖고 있는 주부들... 그야말로 우연히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 사건 이후로 그녀들은 마치 호랑이 등에 타고 있는 듯 앞으로 달리게만 됩니다. 내리는 건 절대 허락되지 않지요. 그녀들이 저지른 범죄의 등에 올라타서 결코 내리지 못하고 달려야만 하는 것입니다.

평범한 네 주부가 사건에 말려드는 과정이 대단히 설득력있고, 사실적입니다. 에이! 이건 말도 안돼! 이런 말은 못 하실 듯...그리고 전개는 정말 예측불허입니다. 정말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데, 한치 앞도 볼수 없는 안개입니다. 그러면서도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아니라 그럴듯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데, 작가의 상상력과 구성 능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문장도 아주 좋고요. 네 주부의 인생 역정이랄까..머 그런 내용 속에서 각 주부들의 심리 묘사를 잡힐 듯 선명하게 묘사하기도 하고요. 거대 사회 속에서 매몰되는 개인의 삶에 대해 고찰하기도 합니다. 정말 정신없이 전개되는 사건들 속에서 여러 가지 사회에 대한 발언을 하는거죠...깊이있는 작품으로 뛰어난 문학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무지 무지 잼있다는 사실 또한 밝혀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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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9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결말이 조금... ;;

jedai2000 2005-10-29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일이 좋아님, 판다님...정말 재미있는 책이죠. 3권이 순식간에 읽히니까..^^;; 그런데 저도 결말 때문에 완전 공감하지는 못하는 책이예요. 납득이 안 간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