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 동서 미스터리 북스 5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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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 모레면 정모네요... 제가  요즘 보기 드문 완전 아날로그형 인간이라 컴퓨터도 거의 컴맹 수준이고 인터넷도 잘 안하는 편인데, 이렇게 가상의 공간인 인터넷에서 만나게 된 분들과 가상을 넘어 현실에서 만나게 되서 넘 흥분됩니다. 떨리기도 하구요... 동서 추리 문고에서 몇 권의 책이 더 나왔더라구요. 확 땡기는 책은 <딱정벌레 살인사건>!  반 다인이라면 그냥 무조건 기대되지요... <우부메의 여름>을 비롯해 사고 싶은 책도 많고, <관 시리즈>,<커튼 뒤의 비밀>,<캐드펠 시리즈>등 읽어야 할 책이 10여권 쌓여 있는데 돈과 시간이 없네여... 어디 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잡담이 좀 길었네요. 제가 최근에 읽은 책은 마츠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입니다. 엄청 두꺼워서 좀 겁냈는데, <제로의 초점>이라는 작품이 같이 있네요... 마츠모토 세이초는 일본 전후에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추리소설이라는 재미있는 플롯 속에 녹여 낸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제가 알기로 팔리기도 많이 팔리고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거 같습니다. 정확한 건 기억이 안나는데 얼마전 일본에서 뽑은 현대 일본 문인 순위에서 대중 소설 작가로는 아주 높은 순위였던 게 어렴풋이 생각나네여...(한 3위쯤이였던 거 같네여..) 저 개인적으로는 일전에 <필사의 게임>이라는 세이초의 작품을 유일하게 읽어봤는데 속도감이 굉장한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점과 선>은 크로프츠의 알리바이 깨는 추리 소설의 형식을 차용한 듯 보입니다. 이런 류의 시간표 들여다 봐야하는 작품들은 머리도 아프고 끊임없이 시간표와 열차 노선도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 페이스를 놓치면 끝까지 읽기가 정말 힘들지요. 그러나  <점과 선>은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또 아무래도 울 나라와 가까운 일본이라는 배경이기에 크로프츠의 영국보다는 더 현실감이 느껴집니다. 이런 류의 소설은 초반에 거의 범인이 노출되기에 범인과 탐정간의 지력 대결이 읽는 맛을 주지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완벽합니다. 간교한 범인도 범인이지만 끈기와 지칠 줄 모르는 투지로 범인을 잡아내는 두 형사의 활약은 정말 멋집니다.

제가 본격물 매니아로써 이런 류의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품만큼은 인정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트릭은 그야말로 현실감이 넘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류의 트릭입니다. 제가 인정하는 트릭이란 실제에도 통할만한 현실감이 있어야 합니다.

(스포일러 경고)


음독자살한 두 남녀의 시체가  같이 누워 있으면 울 나라의 경찰이나 세계 어느 나라의 경찰이든 치정에 의한 동반자살쯤으로 생각할 겁니다. 두 개의 점이 같은 선상에 있으면 실제로 관계가 없어도 그렇지 않게 보이게 되는 점을 이용한 심리적인 멋진 트릭입니다.

투철한 노력에 기반한 치밀한 알리바이 깨기의 즐거움과 멋진 트릭을 즐길 수 있는 놀라운 수작입니다. 감히 일독을 권합니다... 여기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전 귀차니즘이 심한 편이라 인천 사는데 거의 서울을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얼마전에 갈 일이 있었는데 인천에서 남부터미널 역과 안국 역두 군데를 가야 했습니다. 그냥 가려다 보니 넘 심심해 그 때 그 때 시간이 4시였는데 여러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해 7시까지 도착하는 <점과 선>놀이를 했습니다. 혼자서...-_-;  난 대학 졸업생이야! 이런 자괴감이 잠시 나를 습격했지만 곧 <점과 선>놀이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 재미있는 <점과 선>놀이...끊임없이 시계를 쳐다보며 긴장하다 보니 시간이 잘 가더라구요.. 다 좋은데 제가 넘 감정 이입을 했나봅니다. 경찰을 보니까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게 죽는 줄 알았습니당. 죄 진 것도 없는데...^^;

<제로의 초점>은 사회파라 불리우는 세이초의 작풍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추리 소설이다 보니 범죄가 당근 발생하겠져...그러나 그 범죄가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디디고 사는, 살아야만 하는 사회적 원인에 기반한 것이 사회파의 특징이 아닐런지...이 작품에서 세이초는 패전으로 인한 일본의 경제적, 정신적 혼란기의 와중에 발생한 도덕적 해이가 먼 훗날 어떻게 작용하는지 리얼하게 고찰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이든지 울 나라든지 어디든 미군이 진주하고 있던 나라에는 있었던 양공주가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확실히 일본이나 울 나라나 지난 100년간 구체적인 역사적 모습들은 달라도  전쟁이나 내전 등으로 인한 혼란의 시기를 겪은 건 비슷하지요. 경제적 피폐와 독재 등의 사회적 혼란도 비슷하구요. 이렇게 사회가 혼란하다 보니 단순한 엔터테인먼트의 문화가 융성하기 힘들죠.  울 나라의 대표적인 추리 소설가의 김성종씨의 <최후의 증인>같은 작품에도 6.25가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 두 나라 모두 사회파가 융성할 수 밖에 없는 사회라는거죠..(제가 전문가는 아니고 그냥 문외한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한국 영화나 소설 등을 보면 sf나 미스터리, 판타지 등이 유독 약하죠... 우리가 발을 대고 살아야만 하는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발언하는 모습은 훌륭하지만, 가끔씩은 순수한 엔터테인먼트가 그립기도 합니다. 사회파가 중요하고 물론 존중받아야 하지만 순수 엔터테인먼트 작품들도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와 발언이 없다는 이유로 폄하받지는 않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램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그렇게 암울하지만은 않죠...순수한 엔터테인먼트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사회라고 믿습니다.

문외한의 잡설이 좀 길었죠. 어쨌든 <제로의 초점> 역시 뛰어난 작품입니다. 술술 읽히죠.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중매로 결혼한 아내가 신혼 직후에 남편이 실종되죠. 남편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라 서스펜스가 발생합니다. 이 남자의 과거는 어땠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잘 모르기에 발견의 재미가 큽니다. 그리고 발견되는 남편이 찍은 두 장의 사진...도입부가 죽여주죠? 아이리쉬의 고급 스릴러를 연상케 합니다. <점과 선>보다 길지만 더 빨리 읽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비극적 결말로 인해 읽고 나서의 여운도 굉장한 작품입니다.  굉장히 만족스런 작품입니다.  

<스포일러 경고>


사회파로써 사회 고발에 대해서는 일급의 작품이지만 추리 소설로서는 약간 불만족스러운 구석도 있었습니다.  역자의 말에도 있었지만 남편의 형인 소따로와  사건의 조사자인 혼다를 죽이는 범인의 이유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 범인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단 한 사람만 죽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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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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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첫 정모를 다녀 왔습니당.  넘 잼있는 나머지 지하철 탈 시간까지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보니, 지하철이 끊겼더라구요. 다행히 고속버스는 운행을 하기에 버스를 타고 무사히 저희 동네까지 왔는데, 내려서 한 30분 걸어야 하거든여. 버스는... 집에 들어왔더니 거짐 2시... 덕분에 오늘 1시까지 잤다는...-_-; 그 때쯤 되니 정모 후기와 댓글이 다들 올라와 있더군요.. 부지런하기도 하셔라... 넘 좋았고, 잼있었고, 담에 또 이런 자리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당..^^;

제가 최근에 읽은 책은 <시행착오>, <포와로 수사집(요즘 크리스티 재독을 하고 있다는...)>, <로봇 3권> 등입니다. 그 외에 틈틈이 관 시리즈를 읽고 있습니다. 관 시리즈는 그 희귀성 때문에 인구에 회자되는 워낙에 인기가 있는 작품이라 어떤 방식으로든 코멘트를 하고 싶어 이런 글을 남깁니다.  현재 <미로관>의 2/3쯤 읽고 있는데, 느낌이 좋네여...

<십각관>은 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작가와 작품 소개글을 읽어 보니 작가 아야츠지 유키히토의 데뷔작이고, 종래의 추리 소설에 염증을 느낀 독자들에 의해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고 하네여... 우리 나라 독자들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당...일단 이 작품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거의 똑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의 패러디에 가까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폭풍우 속에 고립된 산장, 죄가 있는 일군의 사람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 범죄 등 거의 비슷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느꼈던 그 몰아일체의 완벽한 재미를 상당 부분 재현한 게 바로 <십각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유감스럽게도  <십각관>의 재미의 80%쯤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데자뷔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말해 이 소설이 대단히 빨리 읽히고 재미 있는 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십각관>과 거의 똑같은 플롯을 가진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완벽한 재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거져... 이 책 <십각관>이 아무리 재미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뛰어난 작품에 기대어 쓰여진 책이기에 일정 부분 평가절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던 작품이기에 독창성이 부족하고, 함부로 말해 선배 작가의 뛰어난 저작에 빌붙었다고 볼 수 있다는 거져...(넘 심한가?)

머 소재가 비슷한 거야 그렇다 쳐도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 법이니깐...)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도 불만족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일단 가장 큰 불만은 본격물을 주창하는 작가의 작품이 본격물이라고 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작품에는  탐정역이 있지만  범죄를 해결해내는 과정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섬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범죄들과 본격물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작가의 자의식 과잉의 대사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누구나 아!  기발한 퍼즐과 근사한 해결이 나오겠구나, 하고 굉장한 기대를 할 겁니다. 그러나 기대는 금물...벌어지는 일들은 기발하고, 사건의 진상도 재미있지만 논리적으로 범인을 맞추고 범죄를 해결해내는 과정은 나오지 않습니다.  분명 범인은 섬과 육지 를 오가며 그럴듯하게 범행을 저지르지만, 모든 범행 후에 그냥 고백해 버리고 맙니다. 그럴거면 탐정은 왜 나온건지..-_-;  분명 도락으로써의 추리물을 강조하며 퍼즐과 해명에 몰두하는 본격물적인 구성으로 책을 쓰다가 이런 식으로 끝을 내다니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본격 추리 소설이 아니라 육지와 섬을 오가며 벌였던 개인의 범죄를 단순 묘사하는 범죄 소설이었단 말입니까?

제가 이러한 작품을 쓸 능력이 있다면 최소한 범인을 맞출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겠습니다.  육지에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범인이 섬에 있었던 사람만 알 수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아니면 미리 그려 놓은 그림으로 알리바이를 삼는 범인의 그림에 무언가 헛점이 있었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범인의 정체를 찾아낼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놓아야 했습니다. 만약에 그랬다면 제가 느꼈던 실망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겁니다.

또 하나 작품의 중요한 트릭중의 하나인 이름에 얽힌 트릭의 유치함은 가히 놀랍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등장 인물들은 유명 추리 소설 작가들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카,크리스티, 퀸 등 이렇게 말이죠... 섬에 있었던 사람들은 카,크리스티,퀸, 반 다인, 포,올치 가 있었고
육지에 남았던 사람들은 코넌 도일과 모리스입니다.  모리스는 모리스 르블랑이라는 풀네임이 나오진 않았지만 코난 도일과 나란히 있는 모리스는 추리 소설을 약간만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모리스 르블랑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누구도 섬에 있었던 카,크리스티,퀸,반 다인, 포,올치 와 육지에 있었던 코넌 도일과 모리스를 같은 인물로는 보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진상은 모리스는 그냥 본명이었고, 사실 그는 반 다인으로 섬과 육지를 오갔던 거져...-_-; 머 그렇다면야 할 말은 없지만 범인의 정체를 가리기 위해 사용했던(헷갈리게 하기 위한) 트릭으로써는 별 수 없이 유치합니다. 분명히 재기는 보이지만, 추리 소설 매니아에게나 어필할(최소한 모리스에서 모리스 르블랑을 떠올릴 정도는 되는 사람들) 동호회 수준의 트릭으로 전혀 중후함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처녀작이다 보니 군데 군데 유치한 설정이 보이기도 합니다. 카의 죽음 장면에서 쓰였던 커피잔의 무차별 살해 트릭은 제대로 된 본격물의 트릭을 선보일 수 있었던 장이였습니다. 그러나 띡 등장하는 10각형의 잔 속의 11각형의 잔 -_-; 그런 식으로 아무런 진지한 고민없이 해결해 낼 줄이야...(물론 11각형의 잔이 비밀 통로를 발견해 내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만...) 10각형 속의 11각형에서 볼 수 있는 툭 튀어나온 하나의 각이 이 장면의 볼품없는 어색함을 보여주는 듯 하네여...

넘 심하게 비난만 한 듯 하지만, 분명히 재미는 있는 책으로 의욕적으로 추리 소설계에 출사한 작가의 패기와 재기는 보입니다. 그러나 처녀작다운
유치한 설정이 넘 많습니다. 지금 어느 정도 중견의 위치에 오른 작가가 다시 개작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여... 이 작품 사랑하셨던 케쳡님과 데카님의 얼굴을 떠올리면 죄송한 생각도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저는 악평을 씁니다...

작가의 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수차관>에서는 논리적으로 범인을 한정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한 듯 보입니다. 넘 쉽기는 하지만 그런 시도 자체가 전 맘에 드네여...편수가 더해갈수록 더욱 나은 작품을 선보이는 노력하는 작가의 전형이 아닐까여... 이제 <미로관>의 남은 100쪽을
읽어야겠네여...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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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5-10-2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쓴거라 좀 유치하네요. 이렇게까지 악평을 썼었다니..기회되면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2005-10-29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dai2000 2005-10-2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제가 잘못 적었군요..ㅋㅋ 이건 제가 추리소설 읽던 초창기에 쓴 글이라 별로 좋은 리뷰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그닥 뛰어난 작품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관 시리즈는 <시계관> <흑묘관> <미로관>이 上이요, <인형관><수차관> <십각관>이 下라 생각합니다.

nemuko 2005-11-0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관시리즈를 요번 여름에 좌르륵 읽었거든요. 근데 매일 한권씩 읽다보니 뭐가 딱히 좋고 나빴다기 보다는 그냥 전반적인 분위기가 재밌었어요. 김전일스러운 설정 말이죠^^ 그리고 리뷰의 내용은 대체로 공감해요.

jedai2000 2005-11-0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 시리즈 좋아해요..^^;; 김전일스러운 설정...사실 그 설정 가지고 비현실적이라고 욕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그러면 안되죠. 원래 그 비현실적인 공간속에서 추리 게임을 하자는 것이 신본격인데 말예요..^^;; <암흑관>도 속히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aviana 2005-11-0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모리스는 모리스 르블랑이어서 반다인이라고는 생각못했거든요..나름 재미있었는데, 독자에게 요만큼의 힌트도 안 준것은 좀 그랬어요..근데 전 읽어서 상관없지만 이렇게 스포일러 팍팍 들어간 리뷰 쓰셔도 되나요? ㅎㅎ 참고로 전 도일 했을때 남도일이 생각나더이다.ㅎㅎ

jedai2000 2005-11-0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이글 원문은 스포일러 포함이라고 써 놨었는데, 서재로 퍼오면서 챙기지를 못했네요. 스포일러 주의 경고를 올려야겠네요. 그리고 이 서평은 워낙 옛날에 쓴 거라 그때 제가 맞는 말을 한건가 스스로도 좀 의아한 리뷰예요. 근데 이름 트릭은 좀 유치했던 것 같긴 해요. 남도일은 누구인가요? ^^;

paviana 2005-11-02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명탐정 코난이라고 유명한 만화가 있거든요.투니버스에서도 해주고요.거기 주인공이름이 남도일이랍니다.^^

jedai2000 2005-11-0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만화책으로는 봤죠. 혹시 코난 여친 아빠, 그 덜떨어진(?) 잠자는 탐정 이름이 남도일인가요? ^^;;

paviana 2005-11-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만화책은 안보고 투니버스로 봤는데, 코난의 원래 청소년(?) 이름이 남도일이에요..그 코난여친 아빠의 이름은 아니고요.^^

jedai2000 2005-11-0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ㅋㅋ 남도일이라...혹시 코난이 좋아하는 그 모리 탐정 딸 아이 이름은 먼가요? ㅋㅋ
 
99번째 주검 캐드펠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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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여...제가 그동안 본의아니게 일본 소설만 연속 3편 품평했는데, 사실 일본 추리 소설에는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습니당. 제가 머 아주 하드한 매니아가 아니다 보니, 구하기 힘든 책 손에 넣기 위해 발품파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냥 쉽게 구할 수 있고 손에 쉽게 잡히는 책 위주로 읽고 있습죠...최근에 읽고 있는 책은 미네트 월터스의 <냉동 창고>, <여류조각가>라는 책을 먼저 읽었었는데 뛰어난 솜씨의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별루 주목을 받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오늘 품평할 작품은 앨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중 두번째 책인 <99번째 주검>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무직이기 때문에 가끔 삶이 팍팍할 때가 많습니다. 주말에 집에서 12시까지 자고 있을 때, 엄마의 압박, 아버지의 한숨소리 등...-_-; 이렇게 삶이 힘들 때 캐드펠은 달콤한 마약과도 같이 나를 유혹합니다.  중세 영국하면 떠오르는 풍경들. 너른 들판에 초록빛 잔디, 위에 귀여운 양떼들, 산들바람 불어오면 나뭇잎이 일제히 흔들리며 노래를 부르고, 새들은 지저귑니다. (가본 적도 없는데 생각이 이다지도 잘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파랗게 익어가는 완두콩 밭에서 건강한 땀에 흠뻑 젖은 지단 머리의 수도사들...바람이 불어오자 잠시 허리를 펴 땀을 식히고 꿀같은 휴식을 취합니다. 바람은 땅 위라면 어디든지 공평하게 불기에 언덕 너머 풍차를 돌려주기도 하네여...(확실히 가본 적이 없기에 이미지가 네덜란드하고 짬뽕이 됩니다.-_-;)

어쨌든 이렇게 평화롭고 한가로운 중세 유럽의 이미지가 캐드펠을 읽을때면 저를 사로잡습니다. 현실이 힘들고 괴로울 때 이런 평화로운 세계를 꿈꾸며 캐드펠을 놓치 못하는 거져... 그나저나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오호 강적이겠는데...99명이나 죽는다는 거지' 이거 <불연속 살인 사건>이후 첨 만나는 강적이구나 생각했드렸져...그러나 다행히도 99명이 연쇄 살인을 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책으로 한 10권 분량이 되겠져. 글구 내용도 중세의  수도원 강의실에서 수도사 100명 중 99명이 죽고, 마지막 남은 한 명이 자동적으로 범인이 되는 건가여...-_-;

이 이야기는 전란이 휩쓸고 간 중세 영국, 자세히 말해 왕의 편과 황후의 편으로 나뉘어 세력 다툼을 벌이던 때를 배경으로 합니다. 왕의 군대는 황후의 편의 성을 함락해 황후의 군사 98명을 참수합니다...요즘 미국군처럼 고문은 안했으니 다행입니다. 그러나 98명의 시체 속의 한 명의 정체불명의 시체가 나옵니다. 시체의 숲 속에 하나의 나뭇가지를 몰래버린 셈인거져... 캐드펠은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최악의 범죄 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악을 찾아 내기 위해 분투합니다.

캐드펠 시리즈가 늘 그렇듯, 추리적 요소는 보잘 것 없습니다. 변변하게 추리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없습니다.  이 책의 재미는 중세 영국이라는 흥미진진한 역사적 배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손에 잡힐 듯 현실감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신을 섬기지만 인간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휴머니티 가득한 캐드펠 개인의 매력, 작품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로맨스, 거기다 양념처럼 첨가된 추리, 이 정도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최대 재미는 금과 여인의 안전을 위해 캐드팰 수사와 휴 버링거 청년이 벌이는  지력 대결일 것입니다.  캐드팰 수사가 타고난 머리와 후천적인 노련함으로 승부한다면 버링거 역시 못지 않습니다. 젊지만 그의 심계 역시 치밀하며 날카롭습니다. 더군다나 초반부엔 버링거 청년이 선인지 악인지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의뭉스럽게 굴기에 독자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집니다. 결국 치열한 대결은 캐드팰의 한판승으로 끝나지만 버링거 역시 지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캐드펠과 버링거는 서로 나이를 초월한 우정으로 맺어 지기에 아무도 지지는 않은거죠...삼국지로 치면 캐드팰은 공명, 버링거는 강유같네여...

<99번째 주검>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역시 클라이맥스의 버링거와 범인의 결투 장면일 것입니다.  머리만 잘 쓰는줄 알았던 왜소한 버링거가 정의를 위해 검을 빼들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입니다. 신의 말씀을 수호하기 위해, 세상의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검을 치켜 들었던 기사들을 찬미한 중세의 기사 문학이 여기서 그대로 재현되는 겁니다. 멋집니다. 휴 버링거....개인적으로 올해의 소설 캐릭터상을 제정한다면 그에게 바칩니다.

추리적 측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떨어지지만, (중요한 증거도 우연에 의해서 발견됩니다..) 한 마리 고고한 학처럼 신의 말씀만 지키고 세상일에 초연한 성직자의 모습이 아닌, 인간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휴머니티 가득한 캐드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이 넘치는 좋은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앨리스 피터스 추모 단편집이 나온걸로 알고 있는데 저두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배경은 조선시대, 공명을 세워 노비신분을 벗어나기 위해임진왜란에 참전한 노비 개두팔 (開斗八)...그러나 너무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회의에 빠진 그는 왜란 후, 도산서원에서 밭을 갈며 마당을 쓰는 종복이 됩니다. 도산서원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개두팔은 과거의 경험을 살려 조사에 나서는데..........죄송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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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9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두팔! ㅎㅎㅎ

jedai2000 2005-10-29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쓰겠습니다! '개두팔시리즈 - 최후의 문방사우' -_-;;;
 
독약 한 방울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5
샬롯 암스트롱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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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일러 있습니다.

 

오랜만에 품평을 올리는군요... 요즘은 귀염이님빼고는 별로 품평을 안 하시는 듯... 하긴 저만 해도, 할 일이 없으면서도 별루 안 쓰게 되더러구여...어제 <흑묘관>을 끝으로 관시리즈 여섯 권을 모두 졸업했습니다. 전권을 다 읽고 나서 현재 제 맘은 나에게 아야츠지의 다른 작품을 제발 보여줘! 입니다.  개인적으로 관 시리즈와 아야츠지의 팬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십각관>과 <수차관>이 기존 본격의 틀에 너무 매여 작가의 붓을 제한한다면, <미로관>이후의 작품들은 본격의 규칙에서 벗어나 작가의 상상력과 독특한 기법들이 자유자재로 발휘되면서 머라 표현하기 힘든 재미를 안겨줍니다. 특히 <시계관>은 가히 명불허전이더군요!  놀라운 걸작입니다.  추리 소설이라는 형식 안에서 추리 소설을 고찰하고 또 새로운 추리 소설의 전형을 만들어 나가려는 시도가 멋집니다. 관 시리즈가 일본에서는 몇 권이나 나왔는지 궁금하네요...<흑묘관>이 92년에 나왔던데 작가의 속도를 보면 벌써 8권,9권쯤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여... 빨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여...

제가 오늘 올릴 작품은 샬롯 암스트롱의 <독약 한 방울>입니다. 해문의
5000원짜리 문고본으로 봤는데, 표지에 영어로 원제가 나와 있더군요...
<a dream of poison> 원제를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독약의 꿈이라...하긴 모든 미물들도 꿈을 꿀 자격이 있듯이 독약도 꿈 꿀수야 있겠지.


독약도 첨 태어날 때 얼마나 많은 청운의 꿈을 꾸었겠어...기왕 독약으로 태어났으니 최대한 많이 독살해야지!  난 100명 넘게 독살할거야! 난 고통없이 죽일래! 등등등... 그러나 알고 보니 원제는 <a dram of poison>이더군요. -_-; 독약의 꿈이 아니라 독약 한 방울이었던 거죠...

이 책은 일종의 심리물처럼 시작합니다. 여자에 서툴고 세상일에는 관심없는 55살의 교수가 동정심으로 인해 오갈 데 없는 32살의 여자를 돌봐주고 결국 그녀와 결혼하게 됩니다. 연민으로 시작된 결혼이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된 교수는 그녀도 자신과 같은 맘이었이면 하고 바라지만 알 수 없습니다. 교수는 사고로 다리도 절게 되고, 나이도 아내보다 23살이나 많고, 또
다친 교수를 돌봐주러 온 교수의 여동생은 시시때때로 교수의 귀에 어두운현실만을(그러나 지극히 편파적인) 주입합니다.

여기까지가 도입부인데, 교수의 심리 상태가 아주 그럴싸하게 묘사됩니다. 그가 느끼는 연민과 사랑, 자격지심과 절망 등이 손에 잡힐 듯 정교하게 그려집니다. 교수가  불쌍한 여자를 동정한 나머지 그녀와 결혼하고 건강하지 못한 그녀를 위해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하는 과정들은 필력이 떨어지는 작가가 썼더라면 상당히 느끼한 중년 변태 남자처럼 보였을텐데, 샬롯 암스트롱은 교수가 가지고 있는 동정심을 아름답게 묘사해 내는 필력을 보여줍니다.

계속되는 절망적인 심리 상태 속에서 교수는 자살을 기도하는데, 그가 담아 놓은 독약병이 버스에서 없어집니다. 교수는 다른 무고한 사람이 죽는 걸 막기 위해 여러 사람들과 고군분투한다는 게 대략의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초반부는 심리 소설처럼 한 남자의 사랑과 절망을 보여주다 중반 이후에는 합심해서 독약병을 찾는 사람들의 노력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범죄다운 범죄가 없습니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선하며 어떻게든 파국을 막기 위해 필사적입니다. 특히 자살을 시도하려 했던 교수에게, 교수와 어떻게든 얽힌 사람들이 깊은 절망에 빠진 교수에게 자신들만의 충고를 각자의 방법으로 전하며 깊이 공감하는 장면들은 매우 돋보입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독약병을 찾기 위한 모험에 선뜻 뛰어들고 교수와 그의 아내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으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수는 사람 사이의 온기를 느끼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절망을 걷어 치우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라는 생각을 늘 하다가도 친구들의 툭 던지는 한 마디에 기운을 회복하곤 했던 경험은 누구나 다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감흥을 줍니다.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머 이런 가슴 벅찬 감동을 주는 거지요...

개인적으로 아주 잼있게 읽었고, 많은 것을 느꼈던 좋은 책입니다. 범죄가 나오지 않는다고 건너 뛰지 마시고 꼭 읽어 보세요...MWA 장편상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작입니다.  흐뭇한 결말은 보너스라 할 수 있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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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챈, 커튼 뒤의 비밀 세계추리베스트 19
얼 데어 비거스 지음, 김문유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다 끝나가네요...5월의 마지막 날을 앞두고 제 마음은 신산스럽기만 하네요. 내일이 예비군 소집이라..-T.T 졸업하고 굳세게 3달간 놀다 보니 귀차니즘이 저를 아주 지배합니다. 왜 이렇게 예비군가기가 귀찮은건지... 전 요즘 추리 소설 대신 생일 선물로 받은 일반 서적들을 읽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소설가의 각오>,<화성에서 온 남자,금성에서 온 여자>같은 책들 말이죠... 최근에 읽은 것은 카뜨리느 아를레이의 <이에는 이>밖에 없네요. 동서의 <지푸라기 여자> 뒤에 실려 있더라고요. 아주 좋습니다. <지푸라기 여자>만큼 재미있더군요...

오늘 올릴 작품은 그 유명한 찰리 챈의 제 3작 <커튼 뒤의 비밀>입니다. 개인적으로 <열쇠없는 집>,<중국앵무새>를  다 읽었는데 찰리 챈을 읽는 건 언제나 만족입니다. 작가인 얼 데어 비거즈는 확실히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추리'소설가라기 보다는 추리'소설가'라고나 할까요. 저는 전작들을 트릭이나 추리적 재미는 생각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쉽게 잼있게 읽은 바 있습니다. 아주 긴 분량의 책들이었는데도 말이죠... 그의 처녀작은 일반 소설로 아주 명성을 떨쳤다고 하던데, 찰리 챈 시리즈에서도 느낀건데 확실히 글을 잘 씁니다.

첫 작품인 <열쇠없는 집>에서는 모두 다 흥청망청하는 대표적 관광지인 하와이에 숨어 있는 쓸쓸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미묘하게 잡아냅니다. 유명한 <알로하>가 사실 슬픈 이별을 노래한 것이라는 걸 사람들이 모르고 가볍고 경쾌한 마음으로 부르듯이, 모두들 즐기고 노는 데 여념없는 아름다운 하와이의  쓸쓸함을 아련하게 그려냅니다. 추리적 재미를 떠나서 그 하와이에 대한 묘사만으로도 저는 이 책이 좋았습니다. 신혼여행지로 하와이 갈겁니다...^^; 두 번째 작품인 <중국앵무새>는 미국의 사막 도시의 황량하고 황폐한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확실히 소설이 존재하는 배경 묘사에는 일가견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외에 그의 작품이 자주 다루고 있는 로맨틱 플롯을 봐도 등장 인물들의 관계가 발전해가는 과정이 아주 그럴듯해 비약이 거의 없고, 심리 묘사도 그럴싸하며 대화도 경쾌합니다.  일급의 대중 소설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 3작인 <커튼 뒤의 비밀>은 홍보 문구를 보니 찰리 챈 시리즈중  최고의 걸작이라고 하던데, 뒤의 작품들을 못 봐서 단정하긴 힘드나 현재까지는 최고의 작품이더군요... 이번에는 배경이 샌프란시스코인데 역시 비거즈답게 도회지만이 줄 수 있는 경쾌한 느낌을 잘 살렸더라구요... 작품중에 언제나 등장하는 로맨스는 역시 읽는 맛을 돋구구요...

영국의 명형사가 미국에서 피살됩니다. 그는 16년전에 벌어졌던 살인 사건과 15년에 벌어졌던 미모의 여인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던 중 진실을 거의 앞에 두고 살해된 겁니다. 살해 현장에 같이 있었던 찰리 챈은 여검사 모로우 양과 재벌 후계자(에릭이 생각나는군요...) 커크 씨와 같이 수사에 나섭니다.  과거의 범죄와 현재의 범죄가 어우러져 독자들의 호기심은 더욱 커집니다. 도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하는 심정이라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거죠...(540쪽짜리 책을 하루만에 다 읽었습니다.)

역시 작품의 핵심 포인트는 모로우 양과 커크 씨의 로맨스를 들 수 있겠네요...머니머니해도 사랑 이야기가 젤 잼있는 거 아니겠습니까...특히 작업을 거는 커크 씨의 재치있는 대사들과 그를 받아치는 모로우 양의 물방울 튀기듯 경쾌한 대사가 압권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저리 가라입니다.

확실히 재미있는 책입니다. 마지막에 사건이 진상이 드러나는 부분은 생각보다는 약한 트릭이 쓰였지만(그래도 이게 뭐야! 확 깬다! 이런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도 긴 페이지 내내 끝까지 독자의 흥미와 관심을 유지시키는 놀랍도록 재미있는 책이라는 걸 보증합니다.

추리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중의 하나가 몇 일이라는 데드라인을 설정해 놓고 그 안에 해결을 보지 않으면 주인공이 사형당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 작품에도 그런 설정이 나옵니다. 우리의 찰리 챈 아저씨는 11번째 아들을 봅니다. 일주일 안에 사건을 해결하고 아들을 보러 가고 싶은 챈은 분투합니다. 결국 3주가 걸리지만요..^^; 찰리 챈의 흐뭇한 부정이 나를 미소짓게 하네요...글구 커크 씨와 모로우 양의 로맨스가 과연 어떻게 결말을 맺게 될까 관심깊게 보았습니다. 결과는 여러분이 확인하시길...

몇 년전에 헐리웃에서 주윤발 주연으로 찰리 챈을 리메이크 한다는 기획이 나온 적 있는데 감감무소속이네요...찰리 챈을 하기엔 넘 잘 생긴 점을 제외하곤 나무랄 데 없는 기획으로 올드 영화팬들이 아주 좋아할 거 같은데 소식이 없네요...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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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9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열쇠없는 집>,<중국앵무새>만 읽고 찰리 챈 시리즈를 접었는데, 제다이님 리뷰 보니 이 책도 읽고 싶어지는군요.

jedai2000 2005-10-29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이 책은 진짜 재미있어요. 추리소설 떠나서 로맨스로 보셔도 재미있어요. 남녀의 수작이 무슨 스크루볼 코미디 같이 유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