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포켓북) - 작은경전 11
석지현 옮김 / 민족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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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앉아라. 잠이 웬 말인가. 고뇌의 화살에 맞아 신음하고 있는 자가 지금 웬 잠이 이리 깊은가. 숫타니파타는 시다. 소리내어 읽으면 울림이 있다. 잠이 번쩍 깨게 한다. 집착은 도처에 있다. 내 내부에도 가득하다. 이 책을 읽노라면 때 벗겨지는 소리가 난다. 얼마나 두꺼운지 소리가 다 난다. 숫타니파타는 맑은 책이다. 나를 맑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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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경 (포켓북) - 작은경전 9
현각 지음 / 민족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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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경은 백 가지 비유로 적힌 글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이야기책이다. 백 가지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아흔 여덟 가지 이야기다.

이 가운데 목마른 어리석은 사람에 대한 비유가 있다. 한 사람이 목이 몹시 말라 강으로 뛰어 갔지만 막상 강에서 물을 마시려 하지 않았다. 옆사람이 왜 마시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대가 다 마시고 나면 내가 마시겠다. 이 물이 너무 많아 한꺼번에 다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사람이 비웃음을 당했음은 당연하다.

송담 스님께서 십선계를 주실 때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계를 아무래도 온전히 지키기는 어려우니 아예 계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양심적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를 아예 지키려는 노력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비록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 때 어기게 될지라도 계를 받아 어겼을 때 참회하고, 평소에 지키려고 애를 써야 된다는 말씀이셨다. 이 목마른 어리석은 사람도 물을 아예 마시지 않으면 갈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음이다.

이렇게 백유경은 하나의 이야기에 하나의 교훈을 적어 두었는데, 방금 나처럼 나의 경험으로 이야기들을 비춰 본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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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건강원리 - 금오 김홍경의 40일 강좌
김홍경 지음 / 책만드는식물추장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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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쳤을 때 비전공자가 보기에도 너무 쉬웠다. 거기다 재미있기까지 해서 단숨에 절반을 읽었다. 그러나 그뒤 비전공자의 어려움은 경락에 있었다. 경락이름이 생소한 데다가 머리 속으로 상상할 만큼 기본지식도 없어 간단한 경락그림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경락에 대해서도 아주 쉽게 설명해서 조금만 애를 쓰면 비교적 잘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비전공자가 쉬워 보여서 읽기 시작한 책으로 그런 마음을 내기도 쉽지 않고, 침을 놓을 것도 아니어서 덜 절실해져서 그런지 결국 경락까지 익히지는 못했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간단하게 지압할 수 있는 혈자리를 익히거나 간단한 생활의 건강지혜를 얻을 수도 있고, 조금만 애를 쓴다면 금오 선생님께서 수차례 강조하시는 건강의 '원리'도 익힐 수 있는 유익한 책이다. 게다가 전공자라면 어떤 영감마저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나는 너무 빨리 읽고, '비전공자라 경락에 대해 모른다'라는 생각을 해서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런 마음을 접고 너무 가볍게도 너무 무겁게도 생각하지 않고, 금오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좀 천천히 읽거나 두어 번 읽으면 생활 속에서 잊혀진 건강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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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
비키 메킨지 지음, 세등(世燈) 옮김 / 김영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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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대구 시민회관 소강당에서 전시회를 본 일이 있다. 그곳에 걸린 달마의 그림을 보고, 어떤 아저씨가 내게 달마는 깨달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남자라고, 여자는 깨닫지 못한다고 했다. '달마의 스승이 여자라는 설이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논쟁이 될까 두려웠다.

인간이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답답했다. 그러나 여자들은 숨어 있고, 또 역사가 숨기고 있었다. 답답함에 베트남의 칭하이 무상사나 한마음 선원의 대행 스님 강연을 듣기도 했다. 그분들 역시 텐진 빠모와 같이 여자의 몸으로 깨달음을 이룬 분들이셨다. 강연을 들으면 남녀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 깨달음엔 유정물도 무정물도 없는데, 남녀가 있다는 것이 어처구니없는 것이리라. 그런데도 끊이지 않고, 수행단체들에서 듣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여자는 어려워'였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자꾸 듣게 되니 내 게으름으로 인한 어려움도 내가 여자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텐진 빠모는 '여자는 아무래도...'의 한 가운데 있었다. 불행하게도 여자의 깨달음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곳은 수행자 집단이다. 티벳에서도 그랬다. 쉬임 없이 수행함으로써 텐진 빠모는 부당한 조건에서 수행하는 여스님들에 대해 달라이 라마에게까지 개선을 요구하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스스로에게 당당해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본 랜드와 같은 영적인 여성이 주부로서 수행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수행을 발견하는 모습 등에서 실제로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여성의 깨달음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깨달음은 이미 성을 초월해 있음으로, 텐진 빠모의 동굴에서의 수행이나 스승과의 관계, 그리고 내면의 힘 등 여러 방면은 남녀 관계없이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본보기이며, 이 책 구석구석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깨달음에 대한 훌륭한 가르침이다. 그녀의 수행법이나 티벳의 토그덴들의 교훈들은 아직도 내 가슴에 넘실거린다.

여성으로서 영적인 성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기 권한다. 수행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유익할 것이다. 책은 무척 가볍고, 쉽다. 그러나 미소짓게 하고, 깨달음에 대한 절실함을 불러 일으킨다. 그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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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미카엘 엔데 지음, 차경아 옮김 / 청람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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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말하고나서 괜히 말한 것은 아닌지 불안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듣는다는 것은 소리만을 듣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마음에 여유가 있고, 열려 있을 때 내게 말하는 이는 평안을 느끼고, 말한 다음에도 찌꺼기처럼 자신에게 남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마음이 조급하고, 닫혀 있을 때는 말하는 사람도 힘들고, 하고 나서도 왜 했나 싶게 된다. 모모가 언제나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졌다면 그 아이는 언제나 마음이 평온했으리라. 쫓기지 않는 마음이 그런 평안을 가져왔을까? 시간이나 상황에 쫓기지 않는 그 마음은 욕심 없음에서 나온 건 아닐까?

시간도둑에게 시간을 빼앗기는 사람은 처음에는 아주 작은 욕심으로 그렇게 하지만, 나중에는 빨라진 시간에 대처하느라 모모를 만날 시간도 없어진다. 그리고는 왜 그렇게 바빠졌는지 모른다. 오늘 나는 시간을 팔아 무엇을 사들이고 있을까? 모모처럼 할일 없는 사람처럼 가만히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 시간도둑의 담배를 말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결국 실제로는 전혀 엉뚱한 것을 아끼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자기의 삶이 점점 빈약해지고, 단조로워지며, 차가워져 간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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