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치인리 십번지
현진 지음 / 열림원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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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무나 인간적인 해인사 스님들의 수행 이야기, 산문 치인리 십번지]는 책표지에 적힌 이 말 그대로 스님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청학동에 사는 사람들처럼 우리와 다르게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쉬운 스님들의 생활도 먹어야 하고, 자야 하고, 볼 일을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 공통점이 있으리라. 역시 그렇다. 사람들이 사는 곳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빨래를 하면서, 축구를 하면서도 그것이 수행이 되게 하는 것은 '깨어있음' 그것 하나가 아니겠는가?

스님은 스무 명이 행자로 왔다가 결국 두어 명만이 스님이 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시는 듯하지만 나처럼 마을에 사는 사람은 일상에서 늘 깨어있을 수 있지 못한 것이 더 안타까운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스님이든 재가자든.

법랍이 좀 되신 분의 글이라 그런지 생활을 참 즐겁고 아름답게 쓰셨다. 정말 그러리라 여겨지지만 마을에서와 같이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눈물나는 설움이 없는 것은 이제 사미승이나 행자 때의 일이 오히려 그리운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면 이 글을 스님들만 보실 것이 아니라서 좀 멀리서 스님들의 일상을 비추신 것은 아닌지...

그러나 저러나 책을 읽고 있으니 새벽 예불에 참석하고 싶어진다. 새벽 공기 같은 글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스님들의 생활이 자세히 적혀 있으니 재가자들은 스님들의 수행생활에 자극을 받아 스스로의 생활을 점검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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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지
현칙 지음 / 지영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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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절간이나 스님들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집이 많이 보인다. 이 책도 그런 책이려니 생각했는데 모양을 고쳐 앉아 읽게 된다.

현칙 스님이 쓰신 글이다. 당대의 선지식이라는 명예를 가진 만공 스님을 보아도 자신이 그렇게 느끼지 못하면 그만인 듯하는 태도는 스님의 거침없는 성품을 엿보게 한다.

남기신 격외시나 말씀하시는 풍이 선과 교를 섭렵하시는 분이 아니신가 싶다.

서른 일곱, 머리를 깎기에 젊은 나이라 할 수 없다. 스님도 꼭히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된 것이 아니라 한사코 중되기를 권하여서 머리를 깎으셨다. 절간에서도 머리 깎지 않고 지낼 수 있다고 여기신 것일까? 딱히 무애행이라 하여 하신 것은 없는 듯하지만 괴각이 아닌 모습으로도 무애행을 할 수 있음을 본다.

비록 책으로 엮어져 사람들에게 읽혀지게 되었지만 이 책의 솔직함을 보자면 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내용으로 보자면 법문에 또한 가깝다. 수행을 반성하고 앞으로 더 철저히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쓴 일지가 법문에 가까운 것은 어느 경지인가? 헤아리기 전에 우선 나를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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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na57 2006-08-13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칙의 무애 일기도 그럴듯 하거니와
서평도 몹시 격이 높소.
 
성산 장기려
이기환 엮고 지음 / 한걸음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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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위인전을 싫어했는데, 이런 위인전이라면 몇 권이라도 몇 번이라도 읽을 수 있다.

장기려 박사의 순간순간의 삶은 그냥 봉사하는 사람 같다.그런데 그의 일생을 두고 보면 성인의 삶으로 느껴진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그러면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다 이루어주실 것이라'는 의미의 구절을 성경에서 본 듯하다. 박사께서 이 구절대로 사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인 자신이 무엇을 한다고 했으면 그렇게까지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하나님의 자녀요, 재물도 모두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그가 욕심낼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오로지 사명의식을 갖고 의사로서 살아간 것이다.

그가 언제나 훌륭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건강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건강 때문에 하던 일을 중단하지 않았다. 돈이 넉넉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궁핍함을 느끼지 않았다. 평양에서도, 부산에서도 그는 그저 사명을 다하는 의사였다. 마치 진흙에서도 물들지 않는 연꽃 같은 분이다.

모든 것을 다 잊어도 사랑을 잊을 수는 없다. 그를 만난 사람마다 그를 기억하고, 칭송하는 것은 그의 의술 때문만이 아니라 아마도 사랑 때문이리라.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가슴이 뭉클해 코가 찡해졌다. 누가 그처럼 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 그처럼 사는 것이 평범한 한 사람이 아닌 성인이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평범함 속에 머무는 이 성인을 흉내내고 싶어진다. 큰바위 얼굴을 바라보던 어니스트처럼 그를 닮아갈 수 있을까? 박사님이 사람들이 모두 가족이며, 하나님께 의지하셨듯이 언젠가 나도 인류 모두를 내 가족으로 여기며, 우주가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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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자유 그리고 홀로서기
오쇼 지음, 손민규 옮김 / 청아출판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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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렵다. 사람마다 다른 사랑을 꿈꾼다. 연애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까? 일반적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어떤 것이 사랑이고 어떤 것이 집착인지 라즈니쉬의 제자들은 묻는다. 그는 일단 사랑하라고 말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라. 대신 깨어있기 위해 애쓰라고 말한다.

깨어있는 것은 그의 말대로라면 주시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물을, 모든 것을 주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라즈니쉬가 말하는 명상이다. 주시는 어떤 상황에서도 침묵과 홀로있음을 동반하는 것이 아닐까?

자기 자신을, 존재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의 말로는 결국 집착과 쓸모없는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이다. 존재란 조건없음이다. 그러나 누가 조건없음에 당당하겠는가? 라즈니쉬는 홀로있을 수 있는 자라고 대답한다. 홀로있음에 즐겁다면 그는 존재에 다가간 것이다.

나는 혼잣말을 잘 한다.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가 않다. 쉬임없이 중얼댄다. 이것은 홀로있음이 아니다. 내부에 다른 대상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은 홀로있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주시할 수만 있을 때 존재를 느낄 수 있다.

홀로있을 수 있는 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공자가 안회를 '노여움을 옮기지 않는(不遷怒)' 제자라고 했는데, 아마도 안회는 이미 홀로서기를 한 사람이리라. 홀로있음이 두려운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관계를 맺고 문제를 일으켜 옮기며, 기꺼이 자유를 희생시킨다. 필요없는 사람이 될까봐 두려워한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사람들이 어렵게 얻은 자유를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에게 바칠 수 있게 하는 것은 '소외'될까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고요히 있는 것이 또한 두려워 문제를 일으킨다. 문제나 염려가 관계를 결속시킨다고 여기는 것일까? 결혼하지 않는 사람에게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결혼을 하면 사람들은 왜 아이를 갖지 않느냐고 묻는다. 마치 그 모든 것이 무슨 문제나 되는 것처럼.

예수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어 너희 기쁨을 충만하게 하려'(요한15:11) 한다고 하였다. 관계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것이다. 그것은 홀로있음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가능한 것이다.

홀로서기 한 사람만이 진정으로 사랑(관계)할 수 있으며, 그 관계는 서로를 자유롭게 한다. 사랑이나 자유나 홀로서기와 같은 단어는 선망이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언제나 우리가 문제 삼는 문제들을 사라지게 하는 존재의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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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경 (포켓북) - 작은 경전 2
돈연 옮김 / 민족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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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몰랐던 것일까? 부처님의 제자들의 이야기와 연기, 사성제와 팔정도, 계율에 관한 이야기들...절에 가면 익숙하게 듣던 불교교리이자 핵심 교리와 앙굴라마라 도적 이야기 등이 이 책에 가득하다. 반복되는 찬탄과 형이상학적인 글귀가 많은 대승경전과 달리 이 책은 쉽고 친근하게 와 닿는다.

민족사의 작은 경전 [아함경]은 아함경 전체의 내용을 다 싣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읽기 편하게 정리되어 있다. 어쩌면 이렇게 작아서 멀게만 느껴졌던 경전이 더 가깝고 가볍게 손에 들 수 있어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경전이라는 이름에 주눅이 들 필요는 전혀 없다. 이야기책이다. 그렇지만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일반서가 아닌 경전을 통해 바로 들여다 보고 싶다면 이 책은 유용하다. 이 책을 통해 내게 경전은 재미있는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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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 2004-03-2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불교경전은 읽고 싶었는데, 어느 책부터 읽어야 될지 몰랐답니다. 이야기책으로서 책을 접하고 싶었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아함경이 좋겠구나 싶더군요. 다음에 책 구입할 때 장바구니에 꼭 담아야겠다라 마음 먹었답니다. 리뷰 고맙습니다.

이누아 2004-03-21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경전 시리즈를 권합니다. 폼잡고 앉아 읽을 필요도 없고, 책값도 싸고, 책이 작아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아주 좋습니다. 제 가방에는 작은 경전 시리즈 중 하나가 언제나 들어 있습니다. [백유경] 같은 책은 경전이라기보다 그냥 이야기책입니다. [숫타니파타]는 시에 가깝고요. 백유경은 아이가 좀 자라면 읽어줘도 좋을 듯합니다. 실제로 제 친구는 임신했을 때 태교용으로 제게 [백유경]을 빌려가기도 했습니다. 반드시 종교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종교나 철학이 우리 스스로의 본성에 관한 의문일 뿐이니까요.

Laika 2004-04-0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얘기 엿듣고, <백유경>,<아함경>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드네요..
제가 읽어본거라고는 <숫타니파타> 뿐인데, 두고두고 읽을수록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