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장경 1
오쇼 라즈니쉬 지음, 황광우 옮김 / 꿈의날개(성하)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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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이 책이 품절이라...도대체 내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나는 얼마전에 이 책을 구입했는데 어디에서 구입했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리뷰를 쓰려고 보니 이 책은 전체 2권짜리 책이고, 게다가 품절이다. 그래서 황급히 확인해보니 내가 읽은 것은 1권이다. 살 때 2권은 보지 못했는데...근데 어디서 샀지? 운명이라 생각하자. 나를 만나려고 어느 서점에 숨어 있었다고 여기자.

라즈니쉬는 경전을 제 맘대로 읽는다. 남이 무어라 했건 상관없다. 그래서 그의 냄새가 난다. 그가 그의 안에서부터 말하므로 또한 나의 안을 울린다.

삶은 하나의 놀이이며, 그 안에 나를 매몰시켜서는 안 된다. 삶 속에서 경험하여 얻고자 하는 것은 나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삶의 흐름을 타고 흐르며, 삶을 초월하라. 삶을 순수하고 단순하게 바라보라. 나는 언젠가 바위였으며, 사자였으며, 나무였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모양을 하고 있다. 그렇게 삶은 흘러간다. 그 안에 있는 그것은 무엇인가? 삶을 주시하라. 주시하라는 말은 깨어있으라는 말이다. 온유해져라. 군인의 태도로 삶과 투쟁하지 말라....

자기 전에 나는 이 책을 읽었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와 그제, 나로서는 말할 수 없이 아팠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으며, 머리는 줄곧 아팠다. 하루가 지난 다음에야 나는 아픈 나에 매몰되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파하는 이것은 무엇인지 주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아픈 것을 이겨내느라 끙끙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아픔을 온유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어떻게 속이 뒤집힐 것 같은데 그것을 놀이로 여길 수 있는가? 어떤 때는 그런 나를 주시하며, 어떤 때는 아픈 대로 울면서...다행히 조치가 취해졌고, 나는 편안해졌다. 다른 세상에 놓인 것 같았다. 아플 때와 나았을 때.

문득 아픈 상황에서 그 상황을 주시할 수 없다면 죽음의 순간에 깨어있기란 얼마나 더 어렵겠는가 생각했다. 참으로 이 경전에 적힌 대로 "목숨을 버리고 확실하게 죽기 어렵다". 라즈니쉬의 말대로 사람들은 죽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삶을 포기할 수 있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나는 아픔과 싸우며, 아픔에 대항하여 숨을 곳을 찾았던 것처럼 죽음에서도 같은 태도를 취할 것만 같았다. 이 생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죽음을 맞이할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다행히 나는 죽지 않았고, 다시 기회가 있다. 

이 책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아픔을 통해 나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되돌아 보는 것을 도와 주었다.  붓다와 붓다의 말들을 정리한 사람들과 이것을 해설한 오쇼와 역자와 출판사와 인쇄업자와 종이가 된 나무들과...그 무한한 존재들과, 또 그 존재들을 만난 나 자신에게 감사하며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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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7-0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찮으셨군요. 쾌유하시길.
 
반야심경선해
공연무득 / 우리출판사(서울출판) / 198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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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전 화상이라는 분이 쓰신 반야심경 해설이다. 그분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책을 구해 읽은 사람들이 그 가르침을 그냥 두지 못해 책으로 엮어 내었다.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은 "선해"(禪解)이다. 선의 관점에서 반야심경을 풀이한 것이라고 봐야 하겠다. 그러나 반야심경, 그 자체가 선이 아닌가?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래에 있는 원문은 쳐다도 안 보고 한글로만 술술 읽어갔다. 그리고는 책을 덮었다. 또 책을 펴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사실 "선"이라는 말에서 보듯 이 강해는 이미 이해의 차원이 아닐지도 모른다.

"반야"라는 말 아래 그것이 범어이며, 지혜라는 어구의 해석을 단다. 그런데도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책은 너무 쉽게, 기분좋게 읽혀진다. 그러다 어느 구절 가슴을 턱 막히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몇 번이고 읽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라즈니쉬는 자기가 하고 있는 말을 기억하지 말고, 그냥 그 순간 느끼라고 했다. 순간에 깨달음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깨달음은 기억이 아니다.

나는 숲속 나무 아래에 앉아 대전화상의 말씀을 듣고 있다. 그러면 바람이 분다. 시원하고, 신기하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온 숲을 흔든다. 나는 그 말씀을 곧 잊는다. 언제나 기억하고 연구해야 다 알고, 이해했다고 믿는 습성 때문에 언젠가 뒤의 영인본으로 이 글을 보리라 결심했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런 생각도 없어진다. 이 책은 단어 하나하나까지 설명하고 있지만 내게는 이미 시가 되었다. 책을 읽고나면 산림욕을 한 느낌이다. 머리가 서늘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어리둥절하고, 여전히 책을 펴야 부는 바람이라야 어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산소호흡기도 아니고, 책을 펴고 바람을 맞는다면. 내 속에도, 내 밖에도 온통 시원한 바람일 터인데 오늘도 화상의 손가락을 따라 바람을 찾고 있다.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많은 구절들...이 구절들이 영인본을 본다고 이해가 되겠는가. 내가 그것이 아니고는 이해할 수 없을 터!그러나 이해할 수 없다고 기죽지 말아라, 선희야. 고개를 들어라. 네가 이미 바람이다, 숲이다, 반야다. 

이 책은 시원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나의 느낌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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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04-05-29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좋은 책이 절판되다니! 얼른 다른 서점엘 가본다. 개정되어 팔리고 있다. 내가 가진 책도 5판이다. 절판되었는데 다른 서점에서 재고분이 남은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개정되어 3,500원에 팔리고 있는 것을 샀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박경화 지음 / 명진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밥을 먹을 때, 숨을 쉴 때, 머리를 감을 때, 설겆이를 할 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집을 구입할 때...환경은 화두다. 계속 의식하지 않으면 농약 묻은 무언가를 먹고 있고, 샴푸로 머리를 감고, 세제를 팍팍 쓰고...

이 책의 내용은 나로서는 거의 다 아는 내용이다. 사실, 몇 가지는 실천하려고 버둥대다 그만둔 것들이다. 책을 사면서 나는 무엇을 기대했을까? 내 생활을 덜 변화시키고, 덜 번거롭게 하면서 친환경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편리함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늪에 빠지는 것 같다. 작년에 친환경적인 샴푸와 세탁세제, 면생리대 등등을 구입해서 사용했다. 면생리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불편한 것도 없었다. 그런데 머리를 감고나니 감은 것 같지가 않다. 평소 린스도 사용하지 않는 내가 이 정돈데, 판매가 잘 될까 싶었다. 옷을 빨아도 깨끗한 느낌이 덜했다. 결/국/ 모든 것이 원위치되었다. 종교적 신념처럼 확고해지지 않으면 실천을 멀어져간다. 편리함은 생각을 마비시킨다.

어찌보면 좀 유난을 떠는 느낌도 든다. 시장가서 그냥 사먹으면 될 것을 유기농을 먹는다고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겠다고 큰 통을 두 개나 집에 두고(우리 집엔 그 공간도 없지만)...번거로운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유난을 떨어야 하고, 익숙한 생활을 바꾸어야 할 만큼 내가 사는 일상이 오염되어 있고, 지구를 아프게 하는 쪽으로 향해 있다는 의미라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책을 덮으니 화장실에서 내가 화장지 몇 칸 떼어쓰나 살펴보게 되고, 면생리대도 한번 챙겨보게 된다.

**실천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관련 단체나 자료의 홈페이지가 소개되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일어날 때 실천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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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04-05-2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리집에 온 친구에 의해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책의 종이재질에 관해. 환경을 위해 재활용 화장지를 쓰라고 권하고 있는 이 책은 재생지로 만들어졌을까? 요즘은 재생지도 이렇게 흰가? 책을 뒤적였지만 이 책의 종이재질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 없다. 이 책은 몇 그루의 나무로 만들어졌는가? 아, 진실은?

2004-06-02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28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는 모두 돼지
고이즈미 요시히로 지음, 김지룡 옮김 / 들녘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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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어로 돼지는 "부다", 불타 즉 부처는 "부쯔다"이다. 두 단어의 발음이 유사하기 때문에 제목이 부처와 돼지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돼지이든 부처이든 그것은 말일 뿐이다. 그것은 실체가 아니다. 그러니 누가 돼지라도 불러도 괘념치 마라. 나의 실체는 돼지가 아니지 않는가. 돼지란 말은 아무 것도 아니야!

이 책에는 돼지가 등장한다. 돼지는 회사도 다니고, 연애도 하고, 분노도, 절망도 한다. 모양이 돼지라서 귀엽고 우스꽝스럽다. 만화라서 단순하다. 하지만 내 이야기가 아닌 것이 별로 없다. 정말 이 돼지는 나를 닮았다.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마음이 상하고 분노하는 그 실체가 무엇일까? 분노할 만한 일인가? 내 내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실, 이 책은 심각하지 않다. 계속 웃으면서 볼 수 있다. 두껍지도 않고, 글자도 별로 없다. 만화다! 모두 세 권으로 되어 있다. 1,2권은 우리 일상의 웃지 못할 움직임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3권은 불교 경전에서 본 듯한 것들이 많이 있다. 1,2권만 보아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저자도 말한다. 1,2권이 재미있다.

단순하고, 재미있다는 것은 참 힘이 있는 것이다. 두려움 없이 책을 펼 수 있다. 거기에 있는 나를 보고 맘껏 웃고는 조용히 되돌아볼 수 있다. 게다가 강요라기보다 이 모습은 어때? 너랑 비슷해? 하고 묻는 것만 같다.

친구에게 빌려줬더니 1,2권은 자기가 갖겠다고 한다. 나도 선물받은 건데...단순하고 재미있어서 누구에게나 선물할 수 있다. 방 어디에 굴러 다니게 해두었다가 또 읽으면 또 웃다가 또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이 영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우스꽝스러운 그림 속에 "공"과 진리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어디 쉬운가? 내 마음 속에 소음과 먼지들이 있는 그대로를 보이게 않게 한다? 

아니다! 진리는 본래 만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만만한 진리를 어렵게 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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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민족사 불교경전 1
불전간행회 엮음 / 민족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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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민족사의 작은 경전 시리즈의 [화엄경]과 같은 내용의 책이다. 작은 경전의 책이 작아서 휴대하기에는 좋지만 글씨가 작아 집에서 읽기에 불편한 점이 있다. 보통 이 불교경전 시리즈의 책들이 팔리어를 번역한 것이 많은 데 비해 이 책은 중국 동진 시대의 고승 불타발타라가 번역한 60권 본 화엄경을 축역한 것이다.  80권 화엄경이나 티벳본 등 각기 조금씩 다른 화엄경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60권 화엄경을 주로 본다고 한다.

예전에 한문으로 된 화엄경을 사볼까 하고 서점에 갔다가 그 방대한 분량에 눌러 그냥 돌아온 적이 있어 무비 스님이 완역하신 책이 있다는 걸 얼마전 알았지만 축약본으로 된 이 책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대승경전은 반복되는 말이 많고, 좀 지루한 감이 있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줄여 놓으니 읽기 편하고, 책장도 잘 넘어갔다. 

축약되었다고 해도 본 내용을 다 모르는 나로서는 아쉬운 것이 없었다. 하지만  '입법계품'에 이르자 생각이 바뀌었다. 선재동자가 보살들을 만날 때 '만나는 인사'는 있고 '헤어지는 인사'가 없다. 찬탄과 시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것을 다 기록할 공간이 없어 몽땅 생략되어 있었다. 이 경전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조금씩 줄여져 있긴 하지만 화엄경은 워낙 긴 글이라 줄여 놓으니 표시가 너무 많이 나는 듯.

화엄경의 사상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 책도 무난하고, 또 방대한 화엄경의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해주니 감사한 책이다. 책에는 인연과 시절이 따로 있어서 예전에 지루하게 느껴졌던 대승경전이 이번에 보니 지루한 줄 몰랐다. 축약본인 이 책이 용기를 주어 다음엔 완역본을, 그 다음엔...그 다음에 생각하자.    

이제 대승경전과도 인연이 된 까닭일까? 화엄경을 읽고 있으면 명상 상태가 되는 것 같았다. 예전에 황당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글들이 살아서 움직이고, 화면을 만들어내고, 가슴을 환하게 한다. 경전은 아무래도 글이라기보다 기도에 가깝고, 이 경전은 명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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