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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간다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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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롱펠로우

 

삶에 대한 가치관이 우뚝 서 있어도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가슴에 품어온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으로 하루를 살다가도
때로는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며 세심하게 살피는 나날 중에도
때로는 건성으로 지나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정직함과 곧고 바름을 강조 하면서도
때로는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포근한 햇살이 곳곳에 퍼져있는 어느 날에도
마음에서는 심한 빗줄기가 내릴 때가 있습니다.


따스한 사람들 틈에서 호흡하고 있는 순간에도
문득, 심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행복만이 가득 할 것 같은 특별한 날에도
홀로 지내며 소리없이 울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재미난 영화를 보며 소리 내어 웃다가도
웃음 끝에 스며드는 허탈감에 우울해 질 때가 있습니다.


자아 도취에 빠져 스스로 만족감 중에도
자신에 부족함이 한없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호흡이 곤란 할 정도로 할 일이 쌓여 있는 날에도
머리로 생각 할 뿐 가만히 보고만 있을 때가 있습니다.


내일의 할 일은 잊어 버리고 오늘만 보며
술에 취한 흔들리는 세상을 보고픈 날이 있습니다.


늘 한결 같기를 바라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변화에 혼란스러운 때가 있습니다.


한 모습만 보인다고 하여
그것만을 보고 판단하지 마십시오.
흔들린다고 하여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마십시오.


사람에 마음이 늘 고요하다면 그 모습 뒤에는
분명 숨겨져 있는 보이지 않는 거짓이 있을 것입니다.


가끔은 흔들려 보며 때로는 모든 것들을 놓아봅니다.
그러한 과정 뒤에 오는 소중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시 희망을 품은 시간들 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시간들 안에는 새로운 비상이 있습니다.
흔들림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한 모습입니다.


적당한 소리를 내며 살아야 사람다운 사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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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가사처럼 내가 어쩔수없는 어둠과 슬픔에 맞닿게 되는 날,  흔들리고 답답하다.  이 시를 읽어도 그다지 위로가 되진 않지만, 우연히 만나 여기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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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밤나무 2004-08-25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희야! 시가 좋다.... 예전에 집에 롱펠로우 시집이 있었는데 감명깊게 기억되었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늘 건강하고 밝게 살아라

이누아 2004-08-25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언니가 등장하다니! 그렇다고 아이디를 자기 이름으로 써서 이렇게 표시를 내야 하나? 어쨌든 무지무지 반갑네. 옛날에 자기 전에 작은 언니가 이 시인 시집을 읽어줬는데...밤나무 나오고, 대장장이 아저씨 나오는 시를 읽어줬는데 머리만 대면 자던 나는 앞 부분밖에 못 듣곤 했지. 뒷 부분을 나중에 좀 커서 마저 다 읽었었지. 아, 정말정말 반갑네.

이누아 2004-08-25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언니야, 그 시집은 아무래도 내가 들고 온 것 같은데 우리집에도 안 보이네. 괴테 시집이 있는 걸 봐서는 분명히 함께 가져 왔을텐데...한번 찾아볼께.

혜덕화 2004-08-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운 여름 잘 보내셨나요? 롱펠로우의 시가 정말 좋네요.
여름동안 더운 핑계대고 한없이 늘어져 있었습니다.
찬바람 부니까 좋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지나간 노래

                                   김재진  



지나간 노래를 들으며
지나간 시절을 생각한다.
뜨거웠던 자들이 식어가는 계절에
지나간 노래에 묻어 있는
안개빛을 만나는 것은 아프다.
너무 빨리 늙어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 보다
아프다.
누군가 나를 만나며 아파야 할
그 사람을 생각하면
지나간 노래를 들으며
지나간 시절을 생각하는 것은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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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4-2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안부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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