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앞


이은상 작사
현제명 작곡


오가며 그 집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오늘도 비 내리는 가을 저녁을
외로이 그 짚앞을 지나는 마음
잊으려 옛날 일을 잊어 버리려
불빛에 빛줄기를 세며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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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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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1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항상 마음에 담고 있는 말입니다.

달팽이 2006-07-1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이 길 위로 부는 것인가
길이 바람을 불러들이는 것인가
길과 바람이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
하지만 다시 떨어진 길과 바람
바람부는 길 위에 꽃잎이 바람에 흔들린다

혜덕화 2006-07-12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여여 하시죠?

2006-07-13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6-07-1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마음에 담아둘 만해요. 사진이 정말 만두군요. 귀여워요. 전 물만두 좋아해요. 먹고 싶다고 하면 제가 두려우시려나?^^
달팽이님, 혜덕화님, 금강경의 여여부동이라는 말이 떠오르는군요. 때론 여여하지 못하고, 꽃잎처럼 흔들리고, 흔들립니다. 두분 다 조금 있으면 방학이시죠? 흐뭇한 계획이라도 있으신지?
속삭이신 님, 님의 부재로 생긴 허전함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다가 제가 양심선언할지도 모릅니다.-내부고발자, 이누아^^ 오늘도 무척 더울 거라고 하네요. 힘내요.


 

 선한 나무               -유치환

 내 언제고 지나치는 길가에 한 그루 남아 선 노송(老松) 있어, 바람 있음을 조금도 깨달을 수 없는 날씨에도, 아무렇게나 뻗어 높이 치어든 그 검은 가지는 추추히 탄식하듯 울고 있어, 내 항상 그 아래 한때를 머물러 아득히 생각을 그 소리 따라 천애(天涯)에 노닐기를 즐겨하였거니, 하룻날 다시 와서 그 나무 무참히도 베어 넘겨졌음을 보았나니.

진실로 현실은 이 한 그루 나무 그늘을 길가에 세워 바람에 울리느니보다는 빠개어 육산의 더움을 취함에 미치지 못하겠거늘, 내 애석하여 그가 섰던 자리에 서서 팔을 높이 허공에 올려 보았으나 그러나 어찌 나의 손바닥에 그 유현(幽玄)한 솔바람소리 생길 리 있으랴.

그러나 나의 머리 위, 저 묘막(渺漠)한 천공(天空)에 시방도 오고가는 신운(神韻)이 없음이 아닐지니 오직 그를 증거할 선(善)한 나무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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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6-06-14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너무 좋군요. 어제밤에 축구 보다가 잠시 이누아님 생각을 했어요.전반전이 끝나고 쑥차를 마시면서 '참선 잘 하고 계실까?', 이사는 했을까'하는 생각.
저는 요즘 마음이 무기력증에 빠져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요. 왜 그런지 나름대로 분석해서 이유를 잘 알면서도 몸이 움직이지 않네요. 이 시를 보고, 마음을 추스려 움직이지 않으려는 몸을 움직여봐야겠어요._()_

잉크냄새 2006-06-1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라는 시어를 보니, 문득 나무처럼 속으로 나이 먹어야겠다는 어느 시인의 글귀가 생각나네요. 잘 지내시죠?

2006-06-14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14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6-06-1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여기 비 와요. 시원해요. 동문서답^^
잉크냄새님, 예, 잘 지냅니다. 님도 잘 지내시죠? 미국에 있는 친구 둘이나 방학이라고 귀국했어요. 친구들을 만나니 흥겨워요.
14:45분 속삭이신 님, 경험해 보지 못한 거예요. 기쁘게 메모 남기겠습니다. 너무 염치 없나요?
19:28분 속삭이신 님, 나무가 주는 그 사랑스러움...

2006-06-17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28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리운 손길은

가랑비 같이 다가오리

흐드러지게 장미가 필 땐

시드는 걸 생각지 않고

 

술 마실 때

취해 쓰러지는 걸 염려치 않고

사랑이 올 때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리

 

봄바람이 온몸 부풀려갈 때

세월 가는 걸 아파하지 않으리

오늘같이 젊은 날, 더 이상 없으리

 

아무런 기대 없이 맞이하고

아무런 기약 없이 헤어져도

봉숭아 꽃물처럼 기뻐

서로가 서로를 물들여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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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2-26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올때
나 바람부는 들판의 풀처럼
흔들리리
따뜻한 손길
짜릿한 입술
뜨거운 가슴
모두 나를 흔들어도
지나간 뒤 다시 몸을 세우며
나는 다시 누울 준비를 하리
그 모든 떨림
다시 돌아갈 곳
그곳에서 나는
사랑하고 싶으리
사랑의 기쁨에
사랑의 아픔에
사랑의 상처에
나 상하지 않으리
그 모든 것 수용하는
마음의 빈탕
그곳에서 비로소
나 사랑을 깨달았네
나 비로소 사랑을 하게 되었네

이누아 2006-02-2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처에 상하지 않는 사랑...
 

                                            나무         

                                                                        -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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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2-16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사람을 구원하는 일..관계를 통해 희망을 갖는 일..끊임없이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일..그리고 사랑하는 일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되네요. 흐흐. 저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뿌리까지 썩어도 위로가 되겠습니다, 크하하하!!!

이누아 2006-02-1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때부터 제가 좋아하는 시에요. 잡다한 걸 넣어두는 비공개 페이퍼 이름도 "썩은 나무가 아니다"입니다. 음, 마지막 웃음소리는 저런 사람이 옆에 있다는 기쁨이 터지는 소리인가요?!^^

비로그인 2006-02-1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쓱으쓱)옙!! 그 분은 바로..두구두구두구~



이누아님이시잖아요.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