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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읽는 나의 인권감수성
김경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9년 8월
평점 :
인권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아주 쉽게 대답을 할 수 있지만,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만큼 자기 주관적이기도 하면서 타인의 생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주제가 문학이기 때문이다. 가끔 문학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무엇이다 딱히 규정할 수 없었지만, 수 천 가지의 생을 살아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여겨지곤 한다. 타인의 수 천 가지의 생을 살아보는 작업이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간이 문학으로 재생되는 것이다. 그런 작업의 필수 과정은 단연코 공감이 될 터이다.
문학으로 읽는 나의 인권감수성의 저자 김경민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 인권감수성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한다. 문학이란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이루어진 글들이다. 인권과 문학 이 두 가지는 ‘공감’이라는 교집합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에는 공감으로 풀어가야할 숙제들이 산재되어 있다. 사회적 약자에 속하며 소수자인 -이주노동자와 여성, 북한탈주민과 위안부-와 같은 이들은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우리들의 이웃이며 이들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래서 이 책의 숨은 주인공은 ‘공감’ 이다.
문학과 인권 사이 공감이라는 징검다리의 첫 장은 여성이다. 1982년의 송효순에서 2016년의 김지영과 미투운동까지, 여성으로서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여성 인권의 열악함과 불평등, 차별의 사회는 결국 우리들의 문제로 남아있다. ‘여성혐오’가 하나의 사회문제로 부상하게 된 데에는 워마드라는 극단주의적 페미니스트들의 일련의 기형적인 행위에 있다. 공순이들의 여성인권에서 최근의 여성혐오까지, 여성의 인권이 여전히 제자리인 이유를 문학작품 속의 공순이와 김지영을 통해 생각해 보는 것이 인권감수성의 첫 걸음이다. 2장 도시와 인권에서는 용산 참사를 다룬 <소수 의견>을 통해 권리란 현재 상태에서 결핍되었거나 불가능한 것에 문제제기를 하고 이를 당연한 권리로 요구할 수 있는 힘은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가능세계를 꿈꾸며 상상하는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인권의 대상과 범위는 확대될 수 있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 가운데 아직까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정당한 권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들을 고민하고 상상하려 인권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p134)라고 한다. 문학작품 <소수의견>은 소수의견이 자기 자리를 찾아갈 때, 비로소 인권의 완성되어 가는 것임을 공감하게 된다.
3장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국가 폭력에 대한 문학적 재심을 보게 된다. 국가의 폭력 뒤에 숨어있는 수많은 아이히만의 이야기들, 우리가 공감하지 못한 채 써가고 있는 5.18의 광주는 <소년이 온다>와 <봄날>,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서 기록되어진다. 국가 폭력 앞에서 인권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문학적 감수성을 실험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실험지다. 타인의 슬픔이나 아픔에 공감할 수 없다면, 인권이란 말이 해당되지 않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가지는 ‘공감’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인권자, 즉 인격자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니는 권리가 인권이지만, 이 권리싸움은 힘겹다. 혐오라는 감정이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 인권이란 바람 앞의 촛불 같다. 『혐오사회』의 저자 카롤린 엠케는 오늘날의 혐오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름’을 이유로 누군가를 멸시하고 적대하는 행위에서, 또 그러한 행위를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태도에 의해서 사회적으로 공모되는 것이다. 혐오로 인해 사회적 긴장이 계속 높아지면, 언제든 통제하기 어려운 집단적 광기와 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
『문학으로 읽는 나의 인권감수성』의 저자 김경민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권리가 국민이라는 잣대에 의해 차별적으로 부여된다는 사실보다 그러한 법을 근거로 끊임없이 누군가를 분리하고 차별하며 더 나아가 혐오하는 정서와 행동이 점점 습관화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이런 배타적 사회분위기가 계속 된다면 혐오는 단지 비국민에게만 그치지 않고 국민 가운데 사회적 약자들로 옮겨 갈 것이고 결국에는 그 혐오의 칼끝이 나에게도 향할 것”이라 경고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우리 모두는 ‘국민’이기 전에 저마다 오롯한 한 ‘인간’이고자 한다는 말을 하였다. 인간은 함께 살아가기에 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공감의 문학은 혐오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지막 보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