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밑줄
#행복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사람은 누구나 고통은 피하고 즐거움은 원한다며, ‘즐거움’이야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라 한다. 그런데 이때 즐거움은 단순한 감정의 유쾌함이 아닌 가장 좋아하는 것, 가장 바람직한 것을 올바르게 선택함으로써 갖게 되는 기쁜 마음이다. 다시 말해 에피쿠로스는 올바른 취사선택을 하는 건강한 논리적 사고야 말로 진정한 즐거움이라 하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식욕처럼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즐거움이 있는가 하며, 성욕처럼 자연적이지만 필연적이지 않은 즐거움도 있고, 물욕처럼 자연적이지는 않으나 필연적인 즐거움도 있으며, 또 사치나 인기처럼 자연적이지도 필연적이지도 않은 즐거움도 있다.

그런데 진정한 즐거움은 육신의 고통과 정신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상태인 ‘아타락시아’, 즉 마음의 평정이라 하며 에피쿠로스는 마음의 평정이야말로 인간 본성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즐거움이라 한다. 고통을 피하고 욕망을 적절히 절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선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적 매력을 가진 이들과 즐겁고 유쾌한 교제 속에서 욕망을 적절히 자제하며 마음의 평정을 찾는 것이라 한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야 할까. 지적 매력을 가진 사람이란 지적 호기심을 가진 이들, 그래서 참된 앎을 위해 늘 탐구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이들과 교제를 행복의 조건으로 놓는 것은 행복이 소유가 아닌 새로운 앎에 대한 행복과 열정에서 얻는 종류의 기쁨이라는 뜻이리라.

향함은 있어도 소유하지 않으며, 부족할 수는 있어도 궁핍하지 않고, 풍족하지는 않아도 늘 새로운 바로 그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이야기인가.

-『모든 순간의 철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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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소설가 이광수, 고졸한 문체로 쓰였다해서
고문체와 고졸한 문체는 다른가 싶었는데
고문체는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표현들을 의미하고
고졸한 문체는 투박하면서 예스러운 표현을 말한다.
이광수가 이 책을 집필할 당시 투병 중이라 연재를 수도없이 중단하면서도 열정을 불태웠다고 하는데
현대 역사책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심리묘사와 개연성, 역사속 주인공들의 캐릭터들을 매우 잘 살렸다.
이광수의 글은 화려하다기보다 소박하고 진부하지 않으며 문장이 수식어가 많지 않아 고문체라도 이해가 어렵지 않다.
말그대로 고졸한, 꾸밈이 없어 더 좋은 문체였다.

세종대왕과 수양대군, 문종과 단종에 이은 숨가쁜 쿠데타 정국을 긴장감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휘엉청 달 밝은 밤에는 북방의 호랑이가 쓰러져 내린 그 밤이 연상되어질 것만 같다.
문종의 비 이야기는 역사기록과 약간 다른 느낌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정보가 빈곤한 시대였으니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픽션으로 쓰인 것 같았다. 또 인상적인 장면이 삼고초려의 한 장면처럼 수양대군이 기건을 얻기 위해 세 번이나 찾아갔음에도 문전박대를 당해 돌아와서도 분을 참지 못했다고 하는 부분이다. 수양대군의 야심 뒤에는 모략가 한명회가 있다. 아시다시피 한명회는 한직에 있었던 상황이고 보잘것 없는 외모로 더욱 천시당하던 인물이었다. 괴이한 외모, 볼품없는 관직, 괴팍하다 못해 악랄하기까지 한 사람인 한명회를 수양대군은 첫 만남에도 깍듯이 대한다.


수양대군의 야심에 먹혀버린 단종의 비운은 인간의 본성이며 정치의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2018년 첫 책을 멋지게 시작했다.

 

 

 

 

 

 

 

 

 

 

 


2. 한국사 특강/ 설민석

새해에 두 번째로 읽은 책이다.
서평 쓸 시간이 없어 틈틈이 기록만 남길 예정이다.
설민석의 한국사는 정말 재밌다.
그래서 다음 책은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을 생각이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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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닥 기대하지 않았던 책인데
생각외로 빨려들게 된다.
고문체인데도 이해가 쏙쏙되고 몰입감과
속도감이 기대이상이다.
명불허전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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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1 - 풍계리 수소폭탄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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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읽었다. 김진명이 천재적인 소설가라는 걸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책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으로 기자가 폭행당한 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렇게 쏟아지는 말들을 들으며 두 진영에서 설왕설래하는 것을 보고있자니 부아만 치민다. 너나없이 자기말만 쏟아내는 와중에 제발 기레기니까 폭행당해도 싸다는 자기살 깍아먹는 식의 언질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냉정해야 하는 시기에 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12월 14일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 4대원칙을 천명했다. 바로 한반도 전쟁불가, 비핵화견지, 대화와 협상으로 북핵 문제 해결, 남북관계 개선 지지이다. 기자 폭행으로 가려진 중국과의 회담은 문재인 정부가 초지일관 한 길만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 하며 미국과 일본과의 동맹보다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더 중요시 한 발언이다. 문정부가 꺼낸  3不정책(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MD체제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거부)은 이번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본다. 그 가운데 『미중전쟁』이 출간되자마자 읽게 되었는데 작금의 외교상황과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지고 있어 읽으면서도 천재작가라는 생각이 고개를 끄덕이곤 하였다.   

"무엇보다도 일단 유사시에 한국은 군사적으로 절대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문제야. 예전에 주일대사를 지낸 누군가가 내게,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획수가 모두 770번인데 한국이 일본을 침략한 적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다더군. 이웃한 두 나라가 770대 0이라면 그건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DNA의 문제라고 했어."
-제2권 p027

이야기는 세계은행의 변호사 인철이 돈의 흐름을 추적하다가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기자본으로 이슬람 국가(IS)나 러시아로 자금세탁이 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위해 비밀리에 비엔나로 날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검은 돈의 출처를 캐던 중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펀드매니저 요한슨과 만나게 되고 다음날, 요한슨은 시체로 발견된다. 타살도 아닌 자살. 정보제공자인 요한슨의 죽음으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자신만만하고 호기로운 첫인상의 요한슨의 모습과 자살은 정말 어울리지 않은 퍼즐이었다. 


 그러던 중 자살하자마자 요한슨의 비밀계좌에 거금 2천만 달러가 입금되었다는 사실과 요한슨이 자살하기 바로 전에 통화한 전화번호가 케이맨제도에서 걸려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한슨은 자살의 댓가로 누군가에게 거금을 받았고 인철은 그 누군가가 자금세탁을 하는 제3인베스트먼트의 대표 이브라힘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렵지 않게 이브라힘이 자주 드나드는 카페를  알게 되고 이브라힘과 접선을 시도한다. 그러나 인철은 그곳에서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카페에 있던 한국여인 최이지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다. 인철은 우연히 만난 최이지를 첫눈에 자신이 바라던 이상형임을 알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죽다 살아난데다가 신변이 노출된 마당에 이지에게까지 위험이 닥칠까하는 마음에 작별인사도 없이 서둘러 비엔나를 떠난다.

이브라힘과 연결된 마지막 끈인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케이맨 제도에서 직접 눈으로 돈거래장면을 확인하고자 했던 인철은 자신에게 닥칠 위험에 대비하여 비행기안에서 일부러 자신을 노출하며 여러 사람과 명함을 교환한다. 그 가운데 아름답고 섹시할 뿐 아니라 신비스럽기까지 한 FBI의 요원 아이린을 만난다. 아이린의 도움을 통해서 조금씩 검은 돈의 주인이 밝혀지는데 바로 여기에 미중전쟁의 열쇠가 담겨 있다.

소설의 큰 흐름은 검은 돈을 추적하는 인철을 통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이익관계를 보여준다. 각 나라마다 실리와 이익에 사로잡혀 그야말로 자본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한 축이고 미국이 점점 중국에 경제 위협을 받으면서 그 타계책을 전쟁을 통해서 해결하려 하는 것이 다른 한 축이다.


'미국이 군사를 포기하는 순간 달러는 폭락이고, 달러가 폭락하는 순간 미국은 붕괴해. 수천만이 노숙자로 전락해 도시를 뒤덮겠지. 그렇게 보면 미국은 전쟁을 해야만 하는 운명을 가진 슬픈 나라야.'-2권 p176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 가운데 미국을 움직이는 여덟 가문의 존재 역시 소설에 펙타클한 재미를 선사한다. 일루미나티의 일원이기도 한 로스차일드, 록펠러와 같은 가문들이 대통령을 손안에 두고 좌지우지하는 장면들은 현실인지 소설인지 헷갈릴 정도로 실화같다. 미중일러,이어 한국과 북한의 공간을 초월하여 정상급들의 속내를 엿보며 벌이는 각축전은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다시금 재확인시켜주는 듯 생생하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를 핑계로 이라크전쟁을 일으킨지 십여 년이 흘렀다. 미국의 경제는 중국이 생산하는 제품이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 정도이고 위안화의 기축통화화와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사업에 연관된 나라는 무려 65개국이다. 게다가 북한의 김정은은 날마다 미국을 날려버리겠다며 핵실험을 끊임없이 해대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 세계의 강국들은 미국의 축복을 받으며 약소국들을 식민지 삼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본은 미국의 축복 속에서 한국을 식민지화 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이 동맹국가가 아니라 한 것은 과거 한국 정부가 지녔던 소극적인 외교와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트럼프는 중국와 북한을 동시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으로 다시 한번 한국의 전쟁을 선택할지도 모른다는 이 가상의 시나리오『 미중전쟁』은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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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말과활 - 창간호 - 2013 7-8월호 말과활 (종합 인문주의 정치 비평지) 1
말과활 편집부 지음 / 일곱번째숲 / 2013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아직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가끔 이북으로 다운받아놓고
시간 날때마다 들여다보기에는
종이책보다 이북이 더 편리하다
그래서 가끔 무료로 제공되는 책들을
다운 받아보곤 하는데
인문비평지 <말과활>이 3권까지는 무료제공이다
별 기대 안하고 1권부터 읽고 있는데
수준높은 인문비평지라 무척 유익하다.
3권 이후부터는 종이책으로 구매해야겠다.
1권의 주제는 ‘기본소득제‘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것 역시도 내가 생각하고 있던 부분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정치적이면서도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지식인들의 고견들을 들으며
오랜만에 사유의 폭을 넓혀보곤 한다.


미국도 예외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알래스카 주에서 ‘알래스카영구기금(Alaska Permanent Fund)’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알래스카에서 생산되는 석유 수입으로 하니까 특수한 경우라고 판단할 수도 있어요. 문제는 기본소득은 석유가 있거나 없거나 실현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인식하는 건데요. 그러나 따지고 보면, 어린아이들이나 노인들 기초생활비를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사실상 비록 부분적이지만 어느 나라나 시행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걸 넓혀서 보편적으로 전 국민에게 다 줘야 한다는 쪽으로만 가면 되는 가죠. 저는 조만간 기본소득이 인간 삶을 영위하는 데 기본적인 전제로 인식될 때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강남훈 교수는 시뮬레이션까지 다 해봤더라고요. 예를 들어,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기초적 생계비를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다 주니까 행정비용이 대폭 줄어들잖아요. 조사할 필요도 없고, 심사할 필요도 없고, 국가기구의 역할이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지금 복지제도와 겹치는 것들 다 없애버릴 수 있는 거예요.

개인당 연간 600만 원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더라고요. 연간 600만 원이니까 월 50만 원이잖아요. 한 가정에 부부가 있다면 100만 원, 아이 둘까지 있으면 200만 원. 개인별로 주는 게 중요하거든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원치 않는 결혼생활을 억지로 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인간 사회가 아주 혁명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게 생각해볼수록 재미있는 겁니다. 저는 젊은 친구들에게 ‘상상을 한번 해봐라. 머릿속에서 기본소득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소위 ‘사고실험’을 해보라고요.

-알라딘 eBook (말과활 편집부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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