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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ㅣ 동양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1
정약용 지음, 노태준 옮김 / 홍신문화사 / 2007년 1월
평점 :
성현의 가르침에는 원래 두 가지 길이 있으니, 하나는 사도를 두어서 만백성을 가르치고 수신하게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학에서 국자를 가르치고 각기 수신하여 백성을 다스리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군자의 학문이란 반은 수신하는 것이고 반은 목민하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하면 많은 저서와 천주교를 떠올릴 테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정약용은 역사상으로 천주교로 인하여 온 가족이 몰살당한 비운의 주인공으로 기억된다. 그 이유때문인지 애잔한 마음으로 목민심서를 읽기 시작했다. 목민심서에 실려 있는 글을 읽다 보면 정약용이 추구했던 사상과 꿈꾸었던 나라, 이상적인 나라에 대한 동경과 함께 유배지에서 오로지 글을 쓰는 데에 전념하며 현실을 부정하기 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목민심서를 통하여 제시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백성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치제도를 개혁하고 지방행정을 개선하도록 말이다. 이것이 진정한 애민사상인 것이다.
책은 모두 12편으로 나누고, 각 편은 다시 6조로 나누어 모두 72조로 엮었다. 먼저 제1편의 부임, 제2편의 율기, 제3편의 봉공, 제4편의 애민은 지방관의 기본자세에 대해 논했는데, 지방관은 백성과 가장 가까운 직책이기 때문에 그 임무가 중요하므로 덕행, 신망, 위신이 있는 적임자를 임명해야 하며, 청렴과 절검을 생활신조로 명예와 부(富)를 탐내지 말고, 뇌물을 받지 말아야 하며, 백성에 대한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국가의 정령을 두루 알리고, 민의를 상부에 잘 전달하며 백성을 사랑하는 애휼정치에 힘써야 한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제5편의 이전, 제6편의 호전, 제7편의 , 제8편의 병전, 제9편의 형전, 제10편의 공전은 경국대전의 6전을 기준으로 지방관이 실천해야 할 정책을 논했다. 즉 이전의 경우, 아전, 군교, 문졸의 단속을 엄중히 하고 지방관의 보좌역인 좌수와 별감의 임용을 신중히 할 것을 당부하였다. 호전은 전정, 세정, 부역을 공평하게 운영하고, 권농, 흥산에 힘쓰며, 예전에서는 예법과 교화, 흥학을 강조하였다. 병전에서는 당시 민폐가 심하였던 첨정, 수포의 법을 폐지하고 군안을 다시 정리하며 평소에 군졸을 훈련시킬 것을 논하였다. 형전은 형옥의 신중을, 공전은 산림, 천택, 영전의 합리적 운영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진황과 해관2편은 빈민구제의 진황정책과 지방관이 임기가 끝나 교체되는 과정을 적은 것이다.
국가가 존립하고 정치가 행해지는 목적은 어지까지나 국민들을 잘살게 하는 데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니만큼 만일 국민이 못살게 된다면 국가나 정치는 곧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를 아는 것은 곧 현재를 바르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므로, 우리희 현실을 비판하며 미래를 추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제도가 달라졌다 하더라도 대원칙만은 불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정치인들과 일반인들도 교훈으로 삼을 만한 저서이다.
봉공 6조 편에서는 당시 표류되어 온 외국선박에 대한 글로 실학파였던 다산 정약용이 외국 선진 문명의 수입을 주창한 대목을 통하여 다산의 선경지명을 볼 수 있었다. 유배지에서도 끊임없이 저서를 편찬한 이유에 대하여도 다산이 말하기를 그의 저서의 목적이 "진실로 나의 덕을 쌓기 위한 것이지 어찌 꼭 목민에만 뜻이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을 '심서(心書)라 한 것도 목민할 마음만이 있을 뿐 몸소 실행할 수 없으므로 이처럼 이름한 것이다. 라고 밝힌다. 목민심서는 그렇게 마음의 글로서 목민관 뿐만이 아닌 오로지 애민사상에 근거한 것으로 다산 정약용의 마음속에는 온통 백성을 위한 나라. 백성들이 모두 잘사는 나라를 꿈꾸는 마음뿐이었으니 이것이 진정한 애민사상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