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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승리자들 - 콜럼버스에서 마릴린 먼로까지 거꾸로 보는 인간 승리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8월
평점 :
우리는 진짜가 뭔지 모를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때는 진짜를 알 수 있는데도 가짜를 숭배하기도 한다. -p17
<만들어진 승리자들>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위인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가 도대체 어떤 인간에게 ‘영웅’ 또는 ‘위대한 인물’이라는 이름을 만들어준 것인가? 라는 물음의 시작으로 시작된 이 책은 많은 위대한 이름들이 나온다. 나폴레옹, 니체, 마오쩌둥, 히틀러, 루소, 괴테 등등 많은 인물들 속에서 그들의 위대함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를 알게끔 하는 책이다. 왜? 그런 의도를 가지고 저술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저자는 우리가 허깨비 앞에다 넙죽넙죽 큰절을 올리듯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알 수만 있다면 정말 제대로 알고 경탄해야 할 사람들이 있고, 또 ‘무명의 천재’라는 묘비를 세워주어야 할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세종류의 인물로 나뉜다. 위대한 유명인과 위대하지 않은 유명인, 그리고 유명하지는 않지만 위대한 인물이다.
‘세상의 가장 큰 변화들은 반미치광이에 의해 이루어졌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영웅이라는 것이 천재나 일반사람과는 비교되는 빼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영웅이라는 것이 마치 우리안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본능에 의해서 사람들은 끊임없는 무언가를 갈망하고 그것의 표출이 바로 영웅숭배로 나타나는 것임을 알았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위대한 남자에 대한 갈망은 잃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어느 시대에든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은 꼭 있었고 시대의 요구에 따라 위대한 인물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위대한 개인은 언제나 하나의 우연이란 말처럼 시대와 개인이 만나는 것은 우연에 기인한 것이며 시대적 욕구와 개인의 욕망이 만나는 것은 행운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위대한 인물이라는 명성은 재능과 우연을 인간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위대한 인물들 중에 여성이 거의 없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역사가 남성중심의 역사였다는 것도 이유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성들이 하는 일이 대부분 기록으로 표현될 수 없었던 이유도 있다. 그러므로 과거 여성은 역사와 백과사전 편찬자들에게 명성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이다.
이어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위인들에 대한 환상을 과감히 깨버리는 이야기들이 있다. 위대한 인물들이 성품까지 고결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는 하지 말라. 작품의 아름다움이 작가의 모든 것이 아름다울거라는 상상도 하지 마시길 ! 베토벤은 천연두로 얽은 투박하고 어두운 얼굴에 코까지 주먹코였으며 소크라테스는 콧등이 말안장처럼 잘록하고 못생겼으며 장 폴 사르트르는 지독한 사시였다. 사도 바울은 사팔뜨기에 안장다리 난장이였고 모차르트는 포동포동한 데다 주먹코에 귓불까지 없는 참으로 볼품없는 인물이었다. 링컨은 193센티미터의 키에 해골처럼 앙상하고 팔다리와 손발이 병적으로 길었으며,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슈피프터는 좁은 계단에서 마주치면 안 될 정도로 뚱뚱했다. 따라서 천재적이거나 우리가 익히 알고 영웅들에 관하여 고상하고 완벽한 외모를 연상하는 것은 전설일 뿐이다. 오히려 천재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보다 못생겼거나 기형인 경우가 더 많다. 거기다가 대분분이 육신의 병을 안고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인물에게 육신의 병이 차지하는 역할은 무척이나 크다. 루소는 아픈 방광 때문에 평생을 지독히 고통스러워했을 뿐 아니라 30년 이상을 끊임없는 이명에 시달렸고, 프로이트는 구강암으로 스물세 차례나 수술을 받은 뒤에도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세련미가 넘치는 문체를 잃지 않았으며, 말라리아로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알브레히트 뒤러는 말년의 작품들에다 ‘고통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서명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베르디는 위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속에서 오페라[시몬 보카네그라]를 작곡했다. 간질환자와 결핵환자,난쟁이, 불구자, 말더듬이 건강하지만 스스로 육신을 병들게 한 천재들도 있다.
“천재는 병 속에서 깊은 체험을 하고 병에서 창작의 물을 긷는 생명력의 창조적 표현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위인들의 불행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 위대한 이들에게 닥친 불행은 그들을 더욱 확고한 명성을 얻게 한다. 많은 위인들이 자신의 고통을 미화하고 어쩌면 과장까지 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위인들 가운데에서는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불구자나 우울증 환자, 간질 환자, 주정뱅이, 약물 중독자, 거기다 스스로 목숩을 끊거나 미친 사람도 드물지 않다. 몽테뉴의 말처럼 “명성과 휴식은 한 지붕 밑에서 살 수가 없다.” 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내면에서 천재의 불꽃을 느끼는 사람은 슬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의 삶은 불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그게 천재의 불꽃이니........천재는 세기를 잠시 비춘 뒤 소실되고 말 유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에는 많은 위대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스스로를 신격화한 사람도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를 만들어 지금까지도 그리스의 신들이 현대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듯이 우리는 언제나 신을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위대한 인물들이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많은 영향을 받고 있듯이 우리는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사랑받기를 열망하고 그 열망이 누군가를 향한 갈망으로 이어져 우리 내면에서 신과 같은 완벽한 영웅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만들어진 영웅은 신과 같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 영웅이 결코 하찮은 존재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영웅의 탄생은 우리안에 있는 갈망에 의한 것이므로 영웅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말라는 것이다. 인간의 그런 끊임없는 갈망에 의해 탄생된 지도자나 현대 우리가 만들어낸 스타들 또한 우리와 같은 인간일 뿐이며 만들어진 갈망의 표상으로서만 받아들이길 바란다. 최근 완벽할 것 같은 유명인들이 많은 실수를 보여주는 것은 그들이 실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은 원래가 그런 사람이다라고 이해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