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미술관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정혜신 지음, 전용성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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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 팔순 노인에게 '이제껏 살면서 가장 후회스런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지나치게 심각하게 산 것'이라고 답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후로 "더 늦기 전에 '열심히-슬슬' 살아야지~"하는 기묘한 희망을 키우는 중입니다.
 심각한 언어의 향연이라 할 만한 '가운'이란 장르 중에 인상 깊었던 어느 집 가운 하나를 소개합니다. 듣기만 해도 청량합니다.
 "아님 말고!"
 영화감독 박찬욱 댁의 가훈이랍니다.
p.21
 
사람에게는 완료에 대한 근원적 욕구가 있어서 종료되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남은 숙제를 풀려는 심리적 시도가 끊임없이 작동됩니다. 그런 연유로 영화의 결말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결말에 대한 추측을 계속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영화를 더 또렷이 기억하게 되는 것이지요.
p.57
 
 재능이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반드시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내제된 힘입니다.  유대인들은 인간의 재능을 여덟 가지로 분류한다지요.
 언어, 수리, 음악, 미술, 체육, 인간 친화, 자연 친화, 자기 성찰.
 놀라운 것은 '자기 성찰'을 재능으로 본다는 사실입니다. 하긴 자기 성찰은 다른 재능들이 오래도록 정상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니, 그렇게 본다면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절대파워를 갖춘 강력한 재능임에 틀림없습니다.
p.103 
 
"내 일은 내가 하고, 당신 일은 당신이 하는 것. 내가 당신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당신 또한 나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것. 당신은 당신, 나는 나. 우연히 서로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그렇지 못할 땐 어쩔 수 없는 일."
p.149
 
정혜신, <마음 미술관> 中
 
 
+) 글에 따라 그림이 씌여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글을 적은 것이다. 마음 미술관이란 제목이 따뜻한 햇살을 담고 있는 기분이다. 어렸을 땐 정신과 의사를 꿈꿨는데, 아마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상담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과연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을까. 공감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를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건데, 남을 발견하는 것은 더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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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네 고만물상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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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루야마는, 꼭 문진 같아. 마사요 씨가 그랬다. 히토미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남자가 위로 올라탈 때 말이야, 자신이 꼭 문진에 눌려 있는 종이 같다는 생각 안 드냐고. 문진이라면, 그 문구세트에 들어 있는 그거 말씀이세요? 내가 되묻자, 마사요 씨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이래서 요즘 젊은이들이랑 말이 안통한단 말이지. 한 번도 문진을 사용한 적이 없나봐? 꼭 종이나 책이 아니더라도 왜 평소에 물건을 눌러놓을 때 사용하잖아.
p.56
 
 나도 사키코 씨는 싫지 않다. 물론 나카노 씨도 난 싫어하지 않는다. 싫지 않은 사람은 이 세상에 많이 있다. 그 가운데 '좋다'에 가까운 '싫지 않은 사람'이 어느 정도 있고, 반대로 '싫다'에 가까운 '싫지는 않은 사람'이 어느 정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 걸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다케오의 손을 살짝 잡았다. 다케오는 그냥 멀뚱히 있었다.
p.112
 
 "정말 돌아가셨네요." 내가 말하자 마사요 씨는 이번에도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우린 서로 잠자코 역까지 걸어갔다. 표를 사고 개찰구로 들어가려는데 내 등에다 대고 마사요 씨가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했어." 혼잣말처럼 웅얼거린 것도 아니요, 크게 소리 지른 것도 아닌, 그냥 이야기하던 끝에 덧붙이듯, 말했다.
 "엣?" 하면서 돌아보자 마사요 씨는 표정의 변화 없이, 다시 한 번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했어."하고 반복했다.
p.310
 
가와카미 히로미, <나카노네 古만물상> 中
 
 
+) '다케오'와 '히토미', '마사요'와 '마루야마', '나카노'와 '사키코' . 이들 세 남녀관계가 소설을 만들어간다. 딱히 연인이라고 설명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 어쩌면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가 달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인물들의 성품이 좀 답답하긴 했지만, 쉽게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
 
뇌리에 깊이 있게 남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을 바라기엔 결론에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 나름의 해결 방식, 죽음, 이별, 사랑을 확인하는 것. 그로 인해 깨닫는 인물들의 사랑관.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 소설을 읽으며 역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그 전부를 이해해달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표현한 것이 전부 전달되는지도 모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역시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랑도, 인생도 나카노네 고만물상에서 매매되는 상품들처럼 각자의 주인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진짜 주인을 찾게 될 때까지 끝없이 사고 팔리는 만물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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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마마 자마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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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데이빗하고 헤어지는데 아무 문제없잖아. 몸도 마음도 다른 남자에게 가버리면, 나중에 데이빗이 슬퍼하든 말든 안중에도 없을 텐데 뭐. 여자는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신경을 쓸 만큼 복잡하게 생겨먹지 않았다구. 네가 데이빗하고 헤어지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키스를 사랑하니 어쩌니 하지만, 사랑이란 착각하고 종이 한 장 차이니까."
- BAD MAMA JAMA
 
개미는 설탕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달콤하니까. 이 섬에는 사람보다 개미가 더 많이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까지 한 번도 개미의 사체를 보지 못했다. 차속에 설탕을 넣으면, 수면으로 개미가 몇 마리 떠올라 신난다는 듯 다리를 바둥거린다. 그들이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 속에 푹 잠겨 있으니까. 후우, 후우 하고 숨을 불어 그들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차를 다 마시고 나면, 그 행복한 자들은 찻잔 바닥에 엉겨 붙은 설탕 침대 위에 잠들어 있다.
- 캔버스관
 
세상에는 용서해야 할 일이 아주 많지. 시드니는 거기까지 쓰고는 자신이 지금 아주 냉정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용서하고 싶다. 그 여자를. 하지만 같은 순간에 서로를 용서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나는 누군가와 서로를 용서하고 싶다. 아아, 하고 그는 한숨을 내쉰다.
- 입냄새
 
 
야마다 에이미, <BAD MAMA JAMA>中
 
 
+) 연애소설의 여왕이란 별칭이 있다는데, 글쎄. 이 한 권의 소설은 별로 반갑지 않다. 솔직한 표현과 거침없이 써내려간 서사가 장점이긴 하나, 난잡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주제면에서 스토리가 간직한 에너지도 약하고 특별히 가슴에 와 닿는 표현도 부족하다. 쉽게 읽혔으나 쉽게 잊혀질 것 같은 안타까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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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취향 - 문예중앙산문선
강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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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걸 즐기고 살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5백 원을 가지고 있어도 지금 당장의 상황에 충실하면서 허깨비들이랑 어울리지 않고 자기 마음만 다지면 세상은 자기편이 되거든요. 자기 것을 가지고, 자기가 마음을 잡으면 돈도 들어올 거고. 이거 확실한 얘기예요. 난 살면서 마음을 딱 잡고 있으면 서서히 몸이 뜨거워지면서 돈이 들어온다는 걸 경험으로 알아요. 그리고 그게 순리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세상에 불만 품을 것 없어요. 그저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면 돼요. 내 말 틀린 것 같아요?"
- 세상과 '안'싸우거나 '잘'싸우거나 : 전인권
 
감각이란 육체의 모든 결들을 포괄하는 정신의 땀구멍과도 같다. 좋은 시집은 그 미미한 숨결의 통로를 따라 물처럼 스미는 음악의 흐름과도 흡사하다. 그 순간 책을 보는, 그리고 책을 쥐고 있는 손에는 아무런 무게도 질감도 없다. 우리가 보고 만지는 모든 건 영원의 귀퉁이에서 자연발아했다가 가뭇없이 사라지는 바람의 맨살일 뿐이다.
- 바람을 닮은 음악, 생멸의 화석으로 드러나는 시 : 쌍깃 프렌즈와 허만하의 시
 
아이란 미성숙의 영혼이다. 그러나 그 미성숙은 영원한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다. 아이에겐 세계의 모든 풍경을 오로지 자신의 발가벗은 영혼 속에 투영해내는 솔직함이 있다. 미성숙한 아이에겐 세계 또한 미완성의 영역이다. 랭보가 결국 추구했던 건 여전한 미지로 놓여 있는 삶의 가능성 앞에 자신의 전(全) 존재를 투여하는 것이었다. 사막으로 떠나는 그는 자신 속에 또 다른 아이를 깨워 다시 한번 영원에 바쳐지는 '새벽'(랭보 시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새벽'이었다. 랭보에게 새벽은 삶의 반복된 개벽을 의미했다)을 만나고자 했다.
- 영원한 젊음의 시인 랭보
 
내가 아는 한, 대상은 결코 주체에 편입되지 않고 주체 또한 그 자체로 완벽한 통일체로서의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다. 시가 궁극적으로 노래할 수 있는 건 그 통합되지 않는 자아와 대상 사이에서 부글부글 끓고있는 모종의 에너지 덩어리로서의 불가능성뿐이다. 시적 자아란 그 불가능성을 잠정적으로 지시하는 순간적이고도 영원한 가면에 불과하다. 시인에게 시는 늘 삶의 저편에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자기 자신의 불분명한 미래이자 수시로 시간 경계를 초과하며 재생성되는 과거일 뿐이다.
- 젊은 바퀴벌레 시인들의 은밀한 사생활
 
 
강정, <나쁜 취향> 中
 
 
+) 강정의 두번째 시집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을 읽었을 때, 나는 그가 천재적인 시인이 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시어는 가볍지 않은 용어이나 추상적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뭔가 아쉬운 용어이다.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시인, 그때부터 나는 강정의 글에 관심을 가졌다.
 
<나쁜 취향>은 신문에 연재한 일종의 칼럼을 모은 책이다. 산문집이라고 평하기엔 좀 무겁기도 하고, 문화평론이라고 하기엔 좀 가벼운 느낌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딱 한 가지가 부러웠는데, 그가 갖고 있는 엄청난 단어 사용 능력이다. 이 '엄청난'이란 말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데, 철학적이거나 과학적인 용어를 서슴없이 사용하는 심오하다는 뜻과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게 써내려간 많은 양의 단어량이다. 그의 어휘력은 정말이지 내가 꼭 갖고 싶은 능력이다.
 
음악, 시, 영화, 문학 등에 대해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는 것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만, 신문에 연재한 글이라 그런지 책에 실린 글의 무게감이 너무나 비슷해서 좀 지루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도 그처럼 문화의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싶다.  
예술에 대해 교양으로 알고 싶은 사람들은 읽기를 권한다. 맛보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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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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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인생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용기다!!' 느낌표 두 개가 안쓰럽게 꼿꼿했다.
p.73
 
나를 왜 사랑하느냐는 물음은,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면 태오는 나의 사랑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는 의미인가. 발을 헛디뎌 막막한 우주와 연결된 맨홀 속에 빠진 느낌이다.
p.159
 
"일부러 안 벌어도 혼자 먹고 살 수 있다며?"
"그야 그런데 ......... 아침에 눈뜨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거야. 느지막이 아점 먹고 인터넷 좀 돌아다니다 보면 하루가 가버리지. 저녁 먹고 리니지 좀 하다가 늦게까지 영화 보면서 그냥 잠드는 하루하루. 이제 더는 못 하겠어."
"너무 배무른 소리 아냐? 그건 모든 사람이 꿈꾸는 삶이라고!"
"하루 종일 입 한번 떼지 않았는데도, 노가다라도 뛰고 온 양 기운이 쫙 빠지고 전신이 무기력해지는 증상. 넌 모르지?"
pp.221~222
 
우리는 왜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충고하면서, 자기 인생의 문제 앞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헤매기만 하는 걸까. 객관적 거리 조정이 불가능한 건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차마 두렵기 때문인가.
p.227
 
백수, 아니 '자연인'의 24시간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더디게 흐른다. 시간의 소비라는 행위만큼 주관적인 것이 또 있을까. 눈에 보이는 생산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간을 그저 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의 계획이 '이효리 새 음반 듣기'거나 '이번주 [씨네 21]읽기'가 전부라면 왜 안 되는가. 냉정한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 시간은 진정 무의미한가.
pp.296~297
 
"이제 와서 뭔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늦었어."
잔혹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그렇지 않은가. 자유를 찾겠다고 무작정 뛰쳐나가봐야 기다리는 것은 별 볼일 없는 현실뿐임을 엄마도 알아야 한다. 현관 문고리를 잡아당기는데, 엄마의 무거운 음성이 등 뒤에 날아와 꽂혔다.
"이 상태로 끝나버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p.349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中
 
 
+) 은수, 유희, 재인. 서른 한 살의 여자. 그들은 각기 자신이 선택한 삶과 남자와 결혼을 이끌어간다. 소설은 서른 한 살의 여자들이 고민하거나 혹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삶을 제시한다. 묘하게도 그것은 현실적이기도 하면서 드라마틱하기도 하다. 역설적인 이 상황이 어떻게 가능할까. 작가는 현실과 드라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아슬아슬한 것이 아니라 즐기는 행위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스무 살의 나도 분명히 그랬다. 서른 살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그런 질문에는 대단한 환상을 꿈꿨다. 뭔가 인생의 한 획을 그을만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데 서른을 앞둔 나는 이 소설 속의 저 세여자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선택을 한다. 특별한 것이 인생이 아니라 규정된 것에서 특별함을 찾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사랑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것 조차 굳건히 믿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그러한 인생의 시행착오 과정을 제법 세세하게 드러낸다. 이것은 나이를 떠나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할 것들이라고 생각된다.
 
마치 십대들의 만화책같은 서사가 어렵지 않고 쉽게 다가왔는데, 그 부분에서 비난을 많이 받을 소설 같았다. 그러나 소설이 꼭 진지한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정이현의 필치를 작가만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물론 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소설의 말미가 너무 진부한 것은 아닐까. 후반부의 서사는 작가의 모호한 태도로 인해 흥미와 긴장감이 떨어지는 담점이 보인다.
 
정이현의 다른 소설을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단편에서의 그녀의 작법이 궁금하다. 장편에서는 소설의 길이로 감당할 수 있겠지만, 단편에서는 어떨까. 마치 만화의 스토리같은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까. 소설이란 것에 대해서, 소설의 흥미와 재미에 대해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 작가다. 이 소설은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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