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복이 나쁘진 않아서 인지, 동생이 한의사라 가끔 한약으로 몸 보신을 한다. 그런데 세상의 이치는 어김없이 여기서도 발휘되는 것이라, 공짜로 먹게 되는 한약... 잘 안먹게 된다. 몸이 특별이 아프지 않고서야...ㅎㅎ 그런데 이런 내가 열심히 챙겨 먹는 약이 있다. 이른바 머리를 맑게 하여 장기 복용을 하면 머리에 만권의 책을 담아 둘 수 있다는 신비의 환약..... 어찌 땡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약이름이....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으나 '장원급제'를 노리던 옛 선비들에게 먹이던 거라고하던데... 

암튼 머리 좋아진다는데... 이 약을 나만 먹을 수 있나, 공부는 지지리도 안하면서 말발은 점점 더 늘어가는 아들네미한테도 반 강요로 먹인다. 그런데 아들네미는 이 약의 무궁한 효능에 대해서 회의적인가 보다.  

아들 : 이 약... 머리 좋아진다는거 다 거짓말 같아 

나 : 왜? 뭐 꼭 머리가 좋아지는게 아니라, 머리를 맑게 해주고 머 그런 효과가 있어서 좋다는 거겠지 정말 머리가 좋아지면 대박나게? 

아들 : 그러니까... 그런 약이 나오면 굉장히 비싸겠지? 그래서 그런 약은 안 나왔으면 좋겠어... 

나 : 왜?  머리 좋아지는 약 나오면 좋지...좀만 공부하고 더 열심히 놀 수 있잖아... 

아들 :  그런 약은 비쌀건데.... 그럼 돈 많은 사람들만 사 먹을 수 있잖아... 아빠 돈 많어? 

나 : .............. 빨리 학교나 가세요~    -_-;

한 방 먹고 나서.... 사회적 관계와 과학의 발전에 대한 향유의 문제가 초등학생까지 느낄만큼 이 사회가 많이 양극화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그나저나 저런걸 계급적 관점이라고 봐야 하는거야 아님 무능한 아빠에 대한 연민이라고 봐야 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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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찌질한 일 때문에  서울지방중앙법원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교통편은 전철로.... 장점은 책을 읽으면서 갈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덥고 피곤하다는 것이다. 오늘은 정말 더운 날이였고 전철역에서 법원 올라가는 언덕은 강렬한 햇살에 숨이 턱 막혀왔다. 속에서 불평이 확 올라오는데..... 아! 먹고 사는거 이렇게 찌질한거냐....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니까 참는다.  (안 참고 싶은데 방법이...ㅠㅠ)

그렇게 올라가서 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뜨거운 햇살을 안고 1인 시위를 하는 여성분이 계셨다. 앞뒤로 판넬을 걸고, 용산 참사 조서 중 비공개 3000장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라는 시위였다. 더운날 사람들은 무심하게 지나다니고 그 분은 묵묵히 법원 정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먹고 사는 일의 찌질함을 한탄하며 가는 나는 움찔했고, 남들과 같이 정문을 통과했다.  

찌질한 일을 마치고 나서 법원 정문 앞을 나가면서, "수고하십니다" 인사를 드리니, 더위에 무표정한 그 분의 얼굴에 설핏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목례를 해주신다. 회사로 돌아오면서, 그러고 보니 음료수라도 하나 드리고올걸 하는 생각이.... 아... 난 바보다.... 

일상에 치이다 보면 잊어버리기 쉬운 일들...잊지 말아야 함에서 잊어버리는 일들을 깨우기 위해 묵묵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용산의 유가족들은 아직 장례도 치루지 못하고 있다.  누가 그들을 저버리고 있는가?

퇴근 길에 한겨레에 근무하다 3월에 퇴사한 지인(?)과 통화를 했다. 요즘 한겨레도 장난이 아니라도 한다. 후배들이 지인에게 가끔 연락하는데 광고가 없어 이 정권 말기까지 버틸런지 모르겠다는 소리를 한단다....3년 조금 더 남았는데...젋은 사람들이 못 버티고 많이 빠져 나가고 나이든 양반들이 지키고 있다는데......참 독하고 질긴건 기득권인가 보다. 더 독하고 더 질기게 살아야 하는데..... 더위 만큼이나 답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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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문화계 극우단체 향해 ‘칼’ 뽑아 든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이제 칼을 뽑을 때가 됐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46)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이다. 그는 누구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는 것일까. 인터뷰하기 위해 6월 10일 만난 진 교수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그는 “이 싸움을 위해 진보신당도 탈당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당에 누가 될까 염려해서”다.

“한예종 사태는 진보인사 축출이 목적”
진 교수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집중 감사에 이은 황지우 전 총장 사퇴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학교 구조 개편 요구에는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즉 한예종을 ‘좌파엘리트의 본산’으로 규정한 보수세력이 MB정권과 코드가 다른 황지우 총장을 비롯해 심광현 영상원 교수, 이동연 전통예술원 교수, 진중권 객원교수 등 좌파 성향으로 분류된 인사들을 축출하기 위해 권력을 적극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19일 통보한 종합감사처분요구서에서 주력사업이던 통섭교육(학제 간 융합교육)의 중단, 관련 교수 중징계, 이론 관련학과 축소, 서사창작과 폐지 등을 요구했다. 또 공금 유용 등의 이유를 들어 황 총장을 중징계 처분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데 이어, 5월 30일 황 총장이 표적감사에 대한 항거의 의미로 낸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심광현·이동연·진중권 교수는 실기 전공과 인문·과학 기술 융합교육을 위해 추진한 통섭교육 사업에 참여해온 인물들이다. 공교롭게도 황지우 총장이 평교수로 돌아갈 서사창작과를 비롯해 이들이 몸담고 있는 곳은 모두 이론과다.

진 교수는 이 모든 것이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보수 인사들의 단체인 문화미래포럼과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은 지난해 9월 심포지엄을 열고, 한예종 6개원 해체 및 축소 등을 요구했다. 올들어서는 ‘미디어워치’ ‘빅뉴스’ 등 인터넷 보수매체들이 통섭 과정 부실, 진보 인사의 교수 임용 등을 문제삼는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그후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가 착착 진행됐다. 진 교수는 “당해보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자살했는지 이해되더라”고 말했다.

“한예종을 빌미로 저를 구속하거나 도덕적 타격을 주려고 한 게 분명해요. 인터넷 보수매체의 대표가 제가 감옥에 갈 것이라고 말했고, 그 매체들의 보도대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가 이루어졌어요. 또 처분 결과도 상당 부분 해당 매체들이 예견한 대로에요. 제대로 된 감사가 아니라 인터넷 보수매체들이 나를 포함한 한예종 내 몇몇 인사에 가하는 공격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가 이루어진 거예요. 당해보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자살했는지 이해되더라고요. 노 전 대통령도 이런 식으로 당했겠구나 싶었어요. 문화체육관광부와 인터넷 보수매체는 감사 내용을 실명을 거론하면서 흘리는 식으로 인격살인과 여론재판을 진행했잖아요. 책잡힐 일을 하진 않았지만 미네르바는 뭐 죄가 있어서 구속됐나요?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어요. 반격하겠다고 결심했죠.”

그는 자신이 칼을 겨누고 있는 상대는 유인촌 장관과 신재민 차관으로 상징되는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문화미래포럼으로 대표되는 문화계 일부 우익단체라고 했다. 이들이 한예종 해체와 이른바 ‘좌파 척결’의 시나리오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에 비해 ‘빅뉴스’ 등을 통해 줄기차게 진 교수를 공격하는 변희재씨는 ‘꼬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빅뉴스’ 대표 변희재씨는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6월 9일 진 교수를 고소했다. 한예종의 부실운영 실태를 정당하게 취재해 의혹을 제기했는데, 진 교수가 이를 현 정권과 공모해 이뤄진 것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이유다.)

진 교수는 “그들에게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게 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리고 그 대가란 “그들이 한 행위를 역사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넓은 차원에서 보면 권력을 사유화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명박 정부는 공정해야 할 국가기관을 오직 정권 유지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잖아요. (촛불재판과 관련한) 사법부 파동에 이어 (노 전 대통령 서거 여파로) 검찰총장이 물러나고, (정치적 목적이 다분한 표적 세무조사를 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미국으로 도피했어요. 경찰도 다르지 않아요. 저는 현 정권 하에서 한예종 사태를 비롯해 문화계에서 벌어진 이 야만적인 일들을 역사에 기록으로 새겨둘 거예요. 그들이 조폭과 같은 이런 짓들을 하고도 버젓이 살아가면 안 되는 거거든요.”

“사립대 교수들 열등감도 한 몫”
진 교수는 “문화미래포럼과 장단을 맞춰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이 한예종 해체 및 축소를 주장하는 것은 열등감과 밥그릇 싸움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2년 전문 예술인 양성을 목표로 설립한 한예종이 그동안 국제 예술 콩쿠르·경연대회 수상자를 다수 배출하며 두각을 나타내자, 사립대 예술계 교수들이 한예종 성장에 위기의식을 가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화미래포럼과 같은 뉴라이트 진영에서 주장하는 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잖아요. 그럼 시장경제 이론에 따라 경쟁해야지, 왜 권력을 끼고 들어와 자유경쟁을 못하게 하느냐 말이에요. 실력이 떨어지면 자기들이 경쟁력을 키우든가 퇴출돼야지, 왜 잘 되는 한예종을 밟으려고 할까요? 좋은 학생들이 한예종으로 몰리니까 위기의식을 느끼는 거예요. 한예종은 외국 학생들이 유학올 정도로 국제적인 학교가 됐어요. 좌파를 척결하고자 하는 보수 우익세력과 한예종의 성장에 질투를 느낀 사립 예술대 교수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번 한예종 사태를 몰고 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6월 2일 한예종을 방문해 “황지우 총장이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유럽에서는 좌파 정부가 집권하면 총장도 좌파에서 나오고, 우파가 집권하면 우파에서 총장이 나와 정부와 협력적인 관계를 갖는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진 교수는 “우파 정권이니까 우파 총장이어야 한다는 발상은 딱 나치 수준”이라며 “재미있는 것은 신 차관은 자신이 한 말이 나치의 말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30년대 독일 국가사회주의자(나치)들은 바우하우스의 일부 교수들을 축출하기 위해 그들에게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1933년 베를린의 비밀경찰국이 바우하우스의 교장이었던 미스 반 데어로에게 보낸 극비 문서에는 바실리 칸딘스키와 같은 특정 교수들을 지목해 그들이 더 이상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하고, 시행해오던 교육과정도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교단은 ‘국가 사회주의 사상의 원칙을 확실히 지지하는 자’들이 차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진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장관의 관계는 이를 테면 히틀러와 독일 나치 선전상이었던 괴벨스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규정했다.

“유인촌 장관과 신재민 차관 둘 다 문화적 마인드가 없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일을 선동과 정권 홍보 수단으로만 인식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파 정권에선 우파 총장이 나와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죠. 몰상식한 거예요. 유인촌 장관이 처음 본 학생들에게 반말하고, 학부모에게는 ‘세뇌당한 것’이라는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죠. 양촌리 용식이가 완장 찼다고 좋아하는 꼴이에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정치색이 다른 단체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었잖요.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사세요’라고밖에 해줄 말이 없어요. 어차피 역사는 MB정부 5년을 한국사에서 퇴보의 시기로 기록할 테니까요. 이제 3년 반 남았잖아요.”

그렇다면 MB정부의 본질을 진 교수는 어떻게 진단할까. 돌아온 말은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정신은 시대착오”라는 것이다. 산업화 초기의 패러다임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500만 조문객 과소평가 말라”
“산업화 초기 때는 대다수가 농민이었잖아요. 이들의 신체를 기계의 속도에 맞추려니까 강제가 필요했죠. 소위 산업화 엘리트들이 나머지 국민을 계몽해 끌고 가는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때는 정치도 일방으로 나타났잖아요. 그러나 지금은 이미 정보화시대예요. 누구 한 사람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에요. 촛불집회를 보세요. 각각의 개별 주체들의 창의성이 모여 전체적인 효과를 낸 거예요. 그렇다면 정치도 쌍방향이 되어야 하는데, 산업화 초기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MB정부는 여전히 일방으로만 하려고 하죠. 이 사람은 대중은 누군가의 지도나 명령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러니까 촛불집회를 지도하고 명령한 놈을 찾으라고 지시한 거죠. 그런데 배후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 다음엔 초를 무슨 돈으로 샀는지 알아보라고 했다잖아요.”

진 교수는 지난해 말 출연한 MBC 100분 토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가리켜 “두뇌 속에 삽 한 자루밖에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발언했다. 진 교수는 “이 역시 이 대통령의 사고가 산업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풍자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MB는 현장감독하면서 경제신화가 됐잖아요. 그런데 그게 바로 그의 한계예요. 유일하게 아는 경제가 토목공사니까요. 그래서 산업화 초기, 산업 인프라를 까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거예요. 운하를 깔자고 했다가 운하가 안 되니까 강을 파헤치자 이러고 있잖아요. 머릿속에 든 게 삽질밖에 없으니까요.”

노 전 대통령 500만 추모 열기에 대한 현 정부의 안일한 인식에 대해서도 그는 쓴소리를 퍼부었다. 국민들의 마음 밑바닥부터 끓고 있는 분노와 저항의 신호를 현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때는 조문객이 200만 명이었지만 당시는 동원이 많았어요.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는 동원이 없었잖아요. 그것도 정부가 차린 분향소엔 가지 않고 대다수가 시민이 만든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어요. 500만 국민이 단지 노 전 대통령이 좋아서 혹은 동정심 때문에만 조문을 했을까요? 기저엔 다른 게 깔린 거예요. 이번 선거 결과를 보세요. 여론조사할 때는 한나라당이 10% 이기고 있었는데, 투표 결과는 오히려 한나라당이 10% 뒤진 걸로 나타났어요. 이게 뭘 말해주는 것이겠어요?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투표에 소극적이었지만, 한나라당 지지자가 아닌 이들은 표를 통해 민심을 보여주자는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에요. 500만 명의 국민이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반증이에요.”

진 교수는 국민의 이 같은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현 정부를 ‘바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급기야 ‘폭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MB정부는 프로판 가스를 다 막아놓고 불을 때고 있는 형국이에요. 그럼 폭발하잖아요. 폭발은 거리에서 이뤄질 수도 있고 투표장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거예요.”


진 교수의 말발은 고교시절 ‘이빨싸움’이 원천

진중권 교수는 비유에 강하고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젊은 지지층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를 위악과 독설 혹은 막말이라며 싫어하는 이도 적잖다. 한 예로 얼마 전 소설가 황석영씨가 MB정부를 ‘중도실용정부’라며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자 “기억력이 금붕어 수준”이라고 했고, 황 작가를 두둔하며 진 교수에게 “공부 다시 하라”고 주문한 김지하 시인에 대해서는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미학적 촌티”라고 맞받아쳤다. 5년 전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 사건을 두고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자살에 대해 “쪽팔려서 자살했다는 얘긴데 쪽팔린 일을 왜 하냐”고 한 말에 대해선 최근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정학을 세 번 맞고서야 고교를 졸업했다는 그는 지금의 말발의 원천은 고교 시절 친구들과 한 속칭 ‘이빨싸움’이라고 했다. 상대방이 모욕감을 주면 화를 내지 않고 받아쳐야 하는데 이때 재치있게 받아침으로써 상대를 열받게 하는 게 ‘이빨싸움’의 포인트라고 했다. 노동자문화운동하면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말을 하는 훈련을 한 것도 밑천이 됐다. 노동자들에게는 되도록 구어체를 활용해야 하고,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는 “이를 가장 잘 하는 이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라고 말했다. 정규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인지, 장바닥 아저씨인지 구분이 안 될만큼 적절한 비유를 섞어 쉽게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이란다.

진 교수는 속칭 ‘낚시질’의 원조이기도 하다. 1999년 조선일보 독자사이트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욕하는 제목의 글을 띄우면 누리꾼들이 광클(광분해 클릭)하는데 막상 내용을 열어보면 “파블로프 개(심리학에서 말하는 조건반사 학설 실험의 개) 실험 중입니다”라고 써놓은 것이다. 당시 그의 별명은 ‘조선일보 밤의 주필‘이었다고 한다. 조선일보가 검색 기능을 없앴을 정도였다.

그가 사용하는 상당수 용어와 아이디어는 DC인사이드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얻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가장 찌질하면서도 선진적”이라며 “중장년의 기성세대도 젊은이들의 어법을 구사할 줄 알아야 서로 소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글·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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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시선 1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여러가지 패턴이 자리잡혀 있겟지만, 가장 고전적인 패턴이야 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독자가 어느 정도 사건의 개요에 접근했다고 느끼는 순간 뒤집혀서 멍~하게 만들어 버리는 패턴들. 

이 소설의 장점은 마지막까지도 반전을 던져 준다는 것....  그리고 전혀 지루하지 않게 끝을 향해 달려가게 만든다는 것. 전철 안에서 감질나게 읽느라 죽을 뻔한 소설이다.  

매니아들은 다 읽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혹 추리소설을 접해보고 싶은 분들은 이 책부터 시작해도 무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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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지율은 야당에 추월당했고, 대통령 지지율도 20%대로 떨어졌다. 노무현 서거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싶을 게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여론에는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이 있다. 여론조사는 이 중 양적 측면만 반영할 뿐이다. 노무현 효과가 사라지면, 물론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다소 오를 것이나, 그것으로 악화된 여론의 질까지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지난번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여론조사에서 10%P를 앞서고도 정작 선거에서는 외려 10%P의 차이로 패배했다. 우호세력의 지지는 소극적이나, 혐오세력의 반대는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게 여론의 질적 측면이다. 

500만이 전직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것은 그저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만을 추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국민들은 그의 죽음에서 동시에 우리 사회가 지난 10년간 이룩해온 민주주의의 죽음을 보았던 것이다. 서울대에서 시작된 시국선언은 나라 안팎으로 퍼져나간다. 전국의 교수들, 북미 대학 교수들, 각 대학 총학생회, 문화계와 법조계를 거쳐, 이제는 불교, 천주교, 개신교의 3대 종단까지 나섰다. 영화인들의 시국선언도 있었다. 지금 국민들은 표 하나 잘못 던진 것이 얼마나 섬뜩한 현실을 낳는지 학습하는 중이다. 국민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사회는 거대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다. 커뮤니케이션에는 일반적으로 '피드백' 기제가 있다. 사회에 문제가 생기면 위험신호를 되먹여 시스템을 교정하게 된다. 이 피드백이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을 '먹통'이라 부른다. MB 정권이 먹통의 대표적 예다. 한 번 단추를 잘못 채우면 줄줄이 잘못 채우게 되듯이, 먹통에 걸린 국가는 계속 잘못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국민은 MB 정권에 '대화와 소통'을 요구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MB 정권엔 그 능력이 없다. 21세기 네트워크 시대에 이런 불량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장착된 것 자체가 애초에 오류였다. 

그 머릿속의 삽 한 자루


 

MB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라고 나라를 망치고 싶겠는가? 문제는 그의 두뇌 연령이다. 그는 고도의 IT 인프라를 갖춘 정보화 사회를 강제로 산업사회 초기로 되돌리려 한다. 그는 이른바 '성공한 CEO', 그 경력으로 당선된 자칭 '경제 대통령'이다. 문제는 그의 머릿속의 경제관념이 1970~80년대 공사현장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데에 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후 한국사회는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변신을 끝냈다. 한국경제도 그가 공사판을 뛰어다닐 때와는 아예 차원이 달라졌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골동품이 MB의 토목 마인드다. 

후발 자본주의 국가의 경우, 산업화 초기에는 이른바 '엘리트들'이 역할을 한다. 멀찌감치 앞서나가는 선진공업국의 현재,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농민인 제 나라의 현실. 이 격차는 신속히 메워져야 한다. 그러려면 자연의 리듬에 맞춰 일하던 농민의 신체를 강제로 기계 속도에 적응한 노동자 신체로 뜯어고쳐야 한다. 이로써 온 국민을 위한 명령, 규율, 훈육 시스템이 도입된다. 산업화 초기의 독재는 정당성은 없어도, 최소한 적합성은 갖고 있다. 박정희 독재가 그나마 유지됐던 것은 그 때문일 게다. 그런데 우리의 '재판(再版)  박정희'는 아직도 국민이 그 시절에 산다고 믿는 모양이다. 

박정희의 경부고속도로를 모범으로 삼아 그는 국민 앞에 '경부대운하'라는 거대한 삽질 프로젝트를 내놨다. 다들 황당해 하자, '4대강 사업'이라 제목을 바꿔 달았다. 사업은 달라져도 예산은 동일하다. 14조. 무슨 일이 있어도 14조어치 삽질은 기어코 하고야 말겠다는 거다. '4대강'으로 이름을 바꿔달자 저항이 약해졌다. 그러자 갑자기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리하여 무려 22조. 앞으로 더 늘어날 거라 한다. '환경파괴' 걱정하니, 삽자루에 녹색 '뼁끼'를 칠하겠단다. 멀쩡한 강변 파헤쳐 '공구리'치고, 그 위로 아스팔트 발라 자전거 도로 건설하겠단다. 이게 그의 녹색 마인드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토목사업이 정말로 경제발전의 토대가 된다. 가령 중국이라면, 도로 깔고, 철도 깔고, 운하 파는 게 실제로 장기적인 경제적 효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는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 4대강 파헤치고, 자전거 도로 깐다고 무슨 경제 효과가 생길까? 삽질할 때에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일용 노동직 외에 아무 효과도 없다. 혹시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로 물류를 나르겠다는 건가? 이 정도면 '정책'이 아니라 '주책'인데, 문제는 도대체 이 주책을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얼마나 답답했던지, 한나라당의 이한구 의원이 보다 못해 한마디 한다. 

"지금 재정이 엉망이고 전부 국가 부채로 하는 일인데, 미래 산업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고용창출을 하는 데 투입해도 모자라는 판에 토목사업을 자꾸 확대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굉장히 신경 쓰인다."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2009/06/11) 

"현 세기에는 있을 수 없는" 정권  

4대강 산업은 1970년대식 토목공사로 일시적 건설인력만 창출한다는 점에서 "미래 산업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고용창출"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MB의 이 가공할 시대착오는 <조선일보>마저 우려할 정도다. 4대강 사업을 "꼭 해야 할 사업"이라 부르면서도 <조선일보>는 과연 그게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 의문을 표명한다.  

"과연 지금 22조 원이나 되는 국민 세금을 쏟아 부을 만큼 4대강 살리기가 절박한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더욱이 문제는 작년 말 14조 원이던 사업비가 6개월 만에 22조 원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비용이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 환경영향평가는 계절별 영향을 보기 때문에 보통 1년은 한다. 4개월 영향평가로 충분한 환경대책이 마련될지도 걱정이다. … 불과 몇 달 사이 사업계획의 큰 틀이 이리저리 바뀌고 사업비가 수조 원씩 들쭉날쭉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어쩐지 아슬아슬하다." ('14조 원서 22조 원 된 4대강' <조선일보> 2009/06/08)

게다가 22조를 넘어 총액수가 얼마나 될지 헤아릴 수도 없는 초거대형 프로젝트의 계획이 몇 달 만에 뚝딱 만들어졌다. 이 초고속 날림공사 역시 1970년대 한국 토목공사의 전형적인 악습이다. MB는 4대강이 녹색 사업이라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얼마 전, 해외의 하천 전문가들이 참석한 4대강 관련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영국·독일·미국·일본 등 4개국에서 온 대학교수와 정책관료, 연구원들이 그들 나라의 하천 복원 경험담을 들려준 뒤 4대강 사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강 본류에 '보'라는 콘크리트 댐들을 줄줄이 쌓고 강바닥을 수심이 평균 6m 이상 되도록 준설한다는 4대강 사업의 내용이 소개되자, 이들은 모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강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고 수질은 필연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어 "현 세기에는 있을 수 없는 환경파괴 사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 '대통령의 4대강 착각' <조선일보> 2009/06/11) 

해외의 하천 전문가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 사업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사업에 22조 이상을 들이는 부조리극이 MB 정권이 추진하는 가장 큰 경제정책이다. "현 세기에는 있을 수 없는…"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그것은 동시에 MB 정권 전체를 특징짓는 말이다. MB 정권, 그것은 "현 세기에는 있을 수 없는" 정권이다. 

하지만 MB의 선의를 의심하지 말라. 그는 정말로 한국경제를 살리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어 한다. 문제는 그의 머릿속에 도대체 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아는 처방대로, 자기가 잘하는 방식대로 경제를 살리려 한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면, 먼저 건설업이 살고, 고용이 창출되고, 그 연관효과로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이게 그가 경제에 대해 가진 유일한 관념이다. 국민의 혈세 수십 조를 풀어 경기가 풀리면, 이제 그는 자신이 경제를 살렸다고 말할 것이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같은 무형의 가치와 달리, 토목공사의 결과는 청계천처럼 '사진발'도 잘 받는다. 

MB의 근시안은 도대체 경기 살리기와 경제 살리기를 구별하지 못한다. 22조의 막대한 재원은 물론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게 아니다. 앞으로 경제에 뛰어들 다음 세대의 어깨 위에 언젠가 갚아야 할 빚으로 고스란히 남게 된다. 그렇게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서 고작 강바닥 헤집어 환경이나 파괴하고, 공사 끝나면 거품처럼 사라질 건설일용직이나 창출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 선택일까?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도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는 도대체 그의 독단을, 이 주책을 막을 길이 없다.

디지털 시대의 개도국 구호

이미 한국사회는 산업사회를 넘어 산업이후사회(post-industrial society), 즉 정보사회로 진화했다. 한국경제 역시 산업혁명을 넘어 과학기술혁명의 단계로 접어든 지 오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는 나 역시 누구 못지않게 비판적이나, 적어도 이 두 정권은 MB처럼 시대착오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대중 정권은 '지식기반사회'를 얘기했고, 노무현 정권은 'IT와 인터넷'을 좋아했다. 적어도 이 두 정권은 '미래의 경제에서는 상품이 물질이 아니라 정보(지식)의 형태를 취할 것이며, 공작기계보다는 컴퓨터가 생산의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는 인식 정도는 갖고 있었다. 

MB는 어떤가? 정권을 잡자마자 '과학기술부'부터 없앴다. 생산이 주로 과학기술혁명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시대에 내린 이 용감한 결단. IT에 대해서는 또 뭐라 했던가? 생산이 비(非)물질화되어가는 시대에 이르기를, 'IT는 고용을 창출하지 못한다.' 대체 그가 생각하는 고용은 뭘까? 대답은 '젊은이들은 사무실에서 에어컨 바람 쐴 생각 말고 땡볕에 나가 일하라'는 그의 말 속에 들어 있다. 한마디로, '정보화 사회의 젊은이들이여, 컴퓨터 앞을 떠나 땡볕 아래 열심히 삽질하라'는 얘기다. 그러다 경제위기 속에 IT가 효자노릇 한다고 하자, 부랴부랴 청와대에 'IT 특보'를 만들란다. 

'닌텐도'가 돈 된다는 얘기를 들었나 보다. "우리도 이런 거 못 만드나?" MB의 발언은 수많은 누리꾼들의 비웃음을 사며 패러디의 소재가 됐다. 그리하여 나온 것이 '명텐도'. 용량은 2MB, 괄호 치고 확장불가란다. 게임기의 물리적 몸체야 만들기야 뭐 어렵겠는가?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닌텐도 'wii'가 나오기까지 행해진 미디어예술의 수많은 인터페이스 실험, '닌텐도 체어'나 '닌텐도 글러브'와 같은 선행주자들의 실패 및 그 원인에 대한 분석, 게임기에 제공되어야 할 다양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등등. 생산의 비(非)물질화라는 현실 앞에서 의심 많은 도마는 눈에 뵈지 않는 것의 가치를 믿지 못한다. 

직접 프로그래밍을 했던 노무현은 전자정부를 실현했으나, MB 각하는 청와대에 입성하여 보름 동안 컴퓨터를 못 썼다. 이를 비꼬아 "각하, 혹시 전원은 올리셨는지요?"라고 농담을 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농담이 아니었다. 비번을 몰랐다나, 아니면 잘못됐다나? 이 해프닝은 그 후에 벌어질 모든 일을 압축적으로 예시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들은 "잃어버린 10년"을 말한다. 그 말은 역설적이게도 사실이 되었다. 지난 10년 간 이 사회가 이룩한 지식기반사회와 디지털전자정부의 기틀은 단 1년 반 사이에 무너져 내리고, 대한민국은 졸지에 중국의 뒤를 좇아가는 개발도상국과 비슷해졌다.

'7%' 운운할 때부터 예견됐다. 중국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IT 강국의 대통령이 개발도상국 구호('고도성장')로 당선됐다. 표 한 번 잘못 던진 대가로 이제 우리는 22조의 어마어마한 혈세를 들여 대규모 삽질을 해야 한다. 다음 달부터 벌써 보상금이 나간단다. 디지털 시대에 22조가 넘은 혈세를 강바닥 헤집어 환경파괴하는 데에 써야 할까? 미래의 비전에 기초해 '경제를 살리는 것'과, 과거의 경험에 기초해 토목으로 '경기 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용량 2MB짜리 빈곤한 상상력의 감옥에 갇혀 미래의 비전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권위주의 통치로 퇴행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제관념은 정치관념을 규정하기 마련. 박정희 시절 학교에서 우리는 '3권분립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몽테스키외의 이론을 배우다 말고, '그래도 행정부가 제일 중요하다'는 수정이론을 배웠다. 우리의 재판 박정희도 저 혼자 나라를 좌지우지하려 한다. 혹자는 그것을 '독재'라 부르고, 혹자는 그것을 '독선'이라 부른다. 물론 박정희와 이명박 사이에 한 가지 차이는 있다. 박정희가 사회에 군대식 위계를 심었다면,  MB는 무차별적으로 사회에 기업식 위계를 도입한다는 점. '대통령=장군, 국민=졸병'이던 시대는 '대통령=사장, 국민=사원'인 시대로 부활했다. 

독주의 또 다른 원인은, 그가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MB는 자신을 '여의도 정치인'이 아니라 '현대건설 CEO'로 연출하여 대통령이 됐다.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은 이 정치인 아닌 정치인에게 몰표를 던졌다. 하지만 기업과 국가는 애초에 성격이 다르다. 회장은 사원이 뽑는 게 아니고, 회사에 의회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기업인 MB는 정치를 모른다. 그건 자기도 인정한다. 7대 종단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말하기를, "저는 정치에는 소질이 없고 잘 모른다." ('MB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한겨레21> 06/12) 한나라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의 소장을 지냈던 윤여준 전 장관의 증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정당 정치의 기본적인 역할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정치를 혐오한다'는 말만 자꾸 했는데 결국 '나는 여의도 정치가 싫다'는 것 … 대통령이 된 후에는 정당 정치에 관심 갖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윤여준, MB 정치 혐오해' 프레시안 2009/06/12) 

아마 그의 눈에 정치인은 기업인에게 돈이나 '삥 뜯는' 기생충으로 보일 게다. 그러니 정치를 혐오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도 정치인이다. 그리고 기업활동과 정치활동은 애초에 성격이 다르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하나의 이해집단을 끌어가는 문제지만, 정치를 한다는 것은 상이한 이해집단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이끌어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는 사람의 눈에는 이런 복잡한 조정과 타협의 프로세스가 그저 순수한 시간 낭비, 비생산과 비효율의 상징으로 보일 것이다. 

기업 최고경영자 출신 대통령에게 만나기만 하면 치고받는 정치는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그래서 가까이 할 필요가 없는 남의 나라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청와대와 여당이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멀고 먼 당신이 돼 버렸다. ('준비 안 된 권력이동' <한국경제> 2009/06/14)

국회는 명색이 민의의 전당, 즉 국민의 뜻을 대의하는 곳이나, 대한민국을 주식회사로 착각하는 대통령은 국회가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에게 입법부의 이상적 상태는 역시 '닥치고 통법부'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던가? 이상득을 통해 여당을 친위대로 만들어 놓고, 그들의 수적 우위로 야당을 무력화시킨다. 이로써 의회정치는 무력화된다. 주식회사 MB에 의사당은 있어도 의회는 없다. 국민은 그를 대통령으로 세웠으나, 일단 뽑힌 그를 다시 견제할 방법은 없다. 입이 막힌 시민은 뒤늦게 분노해 광장으로 향하나, 그곳은 이미 경찰버스로 막혀 있다. 

법치로 법치를 무너뜨리다


 

언뜻 보면 MB정권만큼 법을 존중(?)하는 정부는 없었던 것 같다. 사방에서 들리는 소리가 그놈의 '법치, 법치, 법치.' 누가 MB 정권 아니랄까봐, 우리가 법을 지켜야만 하는 이유도 매우 독특하다. 국민이 법을 지키면 GDP가 0.9%가 성장한다나? 그렇다면 '떼법' 청산하겠다며 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온 지난 1년 동안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얼마나 발전했을까? 법조인들의 말을 들어 보자. 얼마 전 <법률신문>에는 법률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실렸다. 거기에 따르면 이렇다.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법률가 10명 중 6명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법치주의가 이전보다 후퇴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발전했다는 견해는 1명꼴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참여정부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법치주의 확립을 국정지표로 삼고 있음에도 정권 출범 직후부터 계속된 촛불집회를 둘러싼 논란과 미네르바 사건, 신영철 대법관 재판 관여 의혹사건 등이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새 정부 출범 후 법치주의 후퇴' 법률신문 2009/04/28)

법률가들은 법치주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재계 인사 등 사회지도층의 반(反)법치주의적 행태"를 꼽았다. 정부의 이른바 '떼법' 청산 캠페인("법질서 바로세우기 운동")에 법률가들은 5점 만점에 1.84점을 매겼다. 나아가 '새 정부 집권 5년 동안 법치주의가 어느 정도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5.6%가 퇴보할 것, 34.8%가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해, 10명 중 8명이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난무하는 법 속에서 정작 법치주의는 후퇴했다는 이 역설. 법치주의 확립을 국정지표로 내세운 정권에서 법치주의 앞날이 암담하다는 이 역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것은 법의 여신 유스티치아(justice)가 그동안 손에 든 저울(=공정함)은 내팽개치고, 덩덩 덩더쿵, 시퍼런 칼을 휘둘러 애먼 사람들을 잡는 선무당이 되어버렸다는 얘기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동안 검찰과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을 잃어버리고,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는 얘기다.  

"응답자들은 '사법권 독립이 강화됐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40.7%가 많이 약화됐다, 17.4%가 약간 약화됐다고 답했다. 10명 중 6명가량이 이전 정부에 비해 사법권 독립이 후퇴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 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향상됐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53.0%가 많이 후퇴했다고 답했고, 13.3%가 약간 후퇴했다고 답해 전체의 66.3%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법의 날 기념 설문조사 분석' <법률신문> 2009/04/28) 

그동안 일어날 일을 복기해 보자. 사법부에서는 대법관이 재판에 관여하여 판사들의 집단반발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신영철 대법관은 사퇴 요구를 받았다. 검찰은 어떤가? 정치적 보복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비극적인 자살로 몰아갔다. 그 사건으로 임채진 검찰총장이 옷을 벗었다. 그에 앞서 경찰의 무리수가 있었다. 경찰은 상식을 넘어선 무리한 진압으로 용산 철거민 다섯 명을 화염으로 몰아넣었다. 이 사건으로 김석기 경찰총장이 물러났다. 단 몇 달 사이에 경찰, 검찰, 사법부에 골고루 유고가 생겼다. 이 세 사건은 물론 하나의 동일한 원인을 갖는다. 

MB 정권이 말하는 '법치'는, 법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적용으로 애먼 시민을 범법자 만드는 능력을 과시하는 데에 있다. 법은 난무해도 법치가 후퇴한 것은 이 때문이다.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법을 새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없던 법이 새로 생기다 보니, 시민은 경찰이나 검찰의 연락을 받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범법을 했는지를 알게 된다. 경찰과 검찰이 행사하는 이 사실상의 입법권이 시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 종잡을 수 없는 자의성 앞에서 시민은 법을 '방패'가 아니라, '흉기'로 느끼게 된다. 국민들은 MB 정권에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복수의 칼, 감사와 세무조사  

유고가 생긴 곳이 또 있다. 바로 국세청이다. 연임을 앞두고 재계 600위권의 회사를 몇 달 동안 털어 MB에게 직보했다는 한상렬 국세청장은 수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도피했다. 덕분에 국세청장의 자리가 6개월 동안 비어 있는 웃지 못 할 사태가 벌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찾던 삼계탕집이 세무조사에 걸려 10억 원을 추징당했단다. 국세청이 시민사회를 타깃으로 삼는다면, 공공기관의 장악에는 감사가 제격이다. 특히 문화계에서 이른 좌파인사들을 적출하는 데에는 감사가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최근 사회를 시끄럽게 한 한예종 사태는 그것의 완성판이라 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MB 정권 출범 이후 "수사기관의 계좌 추적 등 금융정보 요구 건수가 참여정부 때보다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민주당 정치보복진상규명특위(위원장 박주선)가 12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08년 수사기관이 요구한 금융거래 정보는 8만683건으로, 참여정부 5년 동안의 연평균인 3만340건보다 2.7배 높았다. 올해는 1~3월 석 달 동안에만 6만4721건에 이르렀다. 이는 2003~2007년 동안의 석 달 평균치인 7585건에 견줘 무려 8.5배 이상 많은 수치다. 감사원의 자료 요구 건수도 부쩍 늘었다. 참여정부의 연평균치가 50건이었던 데 비해 2008년엔 358건으로 7배 이상 늘었다. 국세청의 경우엔 참여정부 평균 1만4903건에서 2008년엔 2만9261건으로 갑절 증가했으며, 올해 석 달치는 1만8888건으로 참여정부 시절 3726건보다 5배나 높다." (<한겨레신문> 2009/06/12)

MB 정권 하에서 감사가 어떤 기능을 하고 있을까? 역설적으로, 이는 MB정권의 수렵견들이 누구보다 더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의도를 애써 감추지 않고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1차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가 종료되었기 때문에, 시민을 위한 변호사들 측과 상의를 하여, 우선적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하고, 감사원이 직접 황지우, 진중권 등을 고발하도록 요청할 것이다."  (빅뉴스 2009/05/21) / "고로 문화미래포럼과 별도로 인미협 차원에서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하여 대대적인 감사를 하도록 할 것이다." (빅뉴스 2009/05/25) / 인미협은 일단 문화체육관광부의 부실한 감사결과는 제쳐놓고,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하여, 거기서 비리가 확인되면 그때 검찰 고발할 것이다. (빅뉴스 2009/06/10)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이 프로세스에 따르면, 감사 뒤에는 검찰의 수사가 따르게 되어 있다. 법이 난무해도 법치주의가 후퇴하는 이유를 여기서 볼 수 있다. 

21세기 디지털시대를 토목 마인드로 이끌어가려는 우리의 재판 박정희에게, 입법부의 이상적 상태는 '거수기'가 되는 것이고, 사법부의 이상적 상태는 '선무당'이 되는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권력은 당연히 3공과 5공 시절처럼 자신을 지탱해줄 유일한 보루로서 경찰과 검찰의 칼에 의존하게 된다. 물적 토대('경제')에 대한 퇴행적 관념은 이렇게 법적, 정치적 상부구조(입법과 사법)에 대한 퇴행적 관념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구성체는 MB 정권 1년 반 만에 총체적인 퇴행성 발달장애에 걸렸다. 

(계속 이어집니다.) 


출처 : MB도 나라 망치고 싶지 않겠지만...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건 '삽 한 자루'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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