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언니는 간다'의 저자인 김현진 에세이스트다. 촛불정국을 지나면서 발랄한 자유주의자(?)김현진이 어떻게 현실을 이해해가는지 오롯히 기록된 책이 '그래도 언니는 간다'고 왠지 난 이 발랄한 자유주의자 김현진이 좋다

지난 26일, 자신은 서민을 위한 행보를 했건만 국민들이 그 진정성을 몰라줘 답답하다는 엠비(MB)의 먹먹한 심정이 보도되자 이걸 본 많은 사람들은 두배로 답답해 제 가슴을 탕탕 쳤다. 어묵만 먹으면 다냐, 하는 식으로 떡볶이 논쟁은 커져만 가지만 이것은 엠비 정부 집권 이후 계속 있던 증상이라 이젠 답답하거나 열이 오르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진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는 ‘진심’이라는 것이고, 그는 자신의 행보가 서민을 위했다고 진실로 믿고 있는 것이다.

엠비와 그의 사람들은 언제나, 마치 답답한 아버지와 그의 무리들처럼 보인다. 우리 모두 경험이 있겠지만 답답한 아버지처럼 대화가 안 되는 존재는 이 세상에 다시 없다. 아버지가 하는 짓이 영 아니다 싶어 말이라도 붙여서 아버지 그러니까 그게 아니구요, 하면서 말을 해 보려고 하면 답답한 아버지란 언제나 이런 식이다. 시끄러 지금 아버지가 그렇다고 하잖아! 아버지 그러니까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하면 시끄럽다 아버지가 제일 잘 알아! 아버지 그건 그게 아니구요, 하면 됐어 내가 너보다 몇 년을 더 산 줄 아냐! 아버지 그게 이런 이런 건데요 … 시끄러 아버지가 다 니들 잘되라고 하는 거야! 이런 식인데, 답이 없다. 그리고 종종 아버지는 소주라도 한잔 기울이며 ‘소통’에 대한 욕구와 원망을 드러낸다. 아버지가 너희들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몰라주고 지금 너희들이 나한테, 괘씸한 놈들 … 아버지 진심도 몰라주고 … 여기에서 여당이 가부장을 지지하는 어머니처럼 살며시 끼어든다, 사실 너희 아버지가 겉으로 무뚝뚝하셔서 그렇지 속은 따뜻한 분이란다, 하고.

엠비 정부의 ‘소통’과 ‘대화’란 죄다 이렇게 ‘답답한 아버지’ 스타일이다. 답답한 아버지란, 도무지 대화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100% 주지시켜 끝내는 소통이고 대화고 죄다 포기하게 만들어 버리는 존재다. 무슨 말을 하든 예, 예 아버지 말이 맞아요. 네, 네, 그런가 부죠 네, 네 …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예 예 그냥 마음대로 하시라고 그냥 놔둬 버리게 만드는 그런 존재. 조금 음흉하게 생각해보면, 엠비가 무의식적으로라도 진정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귀결일지도 모른다. 무슨 정책 한다더라, 어디 폭력 진압 했다더라, 무슨 법이 통과된다더라, 무슨 사업 한다더라, 이거 이래도 되나! 하면서 발끈하면서 맞설 준비를 하다가도 이내 맥이 탁, 풀려 버리는 것이다. 언제 우리가 말해 봤자 먹힌 적 있었나, 하는 서글픈 좌절감. 언제는 말해서 먹히는 사람이었나, 뭐 언제 우리가 말해서 된 적 있었나, 우울증은 필연적으로 무기력을 부른다. 지금 ‘답답한 아버지’의 정부를 움직이는 질서는 바로 ‘두사부일체’라는 것인데, 그것은 엠비라는 답답한 아버지가 지금까지 그것을 믿고 이 위치까지 올 수 있게 한 질서이기도 하다. 그것은 “두목과 사장과 아버지는 하나다”라는 것인데, 이 질서는 너무나 견고하게 그를 지탱하고 있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가 없지만 그건 그냥 당신 질서라는 것을 그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국민에게 떨어진 몫이다. ‘답답한 아버지’는 절대로 남의 말 안 듣고 세상에서 제일 피곤한 존재지만 어쩌겠는가, 대통령으로 뽑아 버린 우리가 책임져야지. 무섭고 참담한 진실 첫 번째는,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는 놈이 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들)는 진심이다. 정말로 진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쪽에서도 그만큼의 진심으로 응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현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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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헌법의 풍경'을 쓴 김두식 교수가 이번엔 '불멸의 신성가족'을 들고 나왔다.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의 희망찾기 중 하나로 법조계의 불신문제가 왜 발생했는가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생생한 내부의 이야기들이 있어 논문과는 틀린 살아있는 현실을 대면하는것 같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가장 커다란 소득은 저렇게 똑똑한 엘리트들이 일반 시민보다 더 형편없는 인식을 가질때 느꼈던 위화감과 의문이 이 책을 읽음으로서 대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결국 시스템과 관계의 문제는 지능과 상관없이 사람을 매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사슬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 불행한 그 시스템에서 서로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 그런데 관계의 제물 속에서 누가 승리하고 있는가? 아마도 그건 불공정한 시스템 그 자체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 권력층일테고....

지금도 촛불에 대한 무분별한 수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고, 촛불 시위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일률적 벌금을 매기는 일이 허다하며, 개인의 이메일까지 뒤져가며, 즉 피의자의 인권까지 유린해가며 PD수첩에 대한 짜맞추기 수사는 진행되고 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라는 검사와 판사에 의해 저질러 지고 있고, 이들은 언론을 통해 당당하게 자신의 행위를 변호하고 합리화 하고 있다.

신성가족의 사법패밀리의 문제점은 의사소통의 부재와 조직 내부에서의 처세인 원만함에 있다고 이 책은 결론 내리고 있다. 정말 젊잖고 설득력 있게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고,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진솔하게 나름 답변을 주고 있다. 어쩌면 같은 법학을 전공하고 사시까지 합격한 사람이니까 이렇게 진솔하게 내부 이야기를 이끌어 냈을 것이란 점 인정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김두관 교수 역시 그들에 대한 치열한 공격을 삼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혐의도 두고 있다. 너무 부드럽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의 아야기는 신성가족이 아닌 사람이 듣기에는 정말 짜증나고 야비하며 더러운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직업의 세계에는 나름의 고충이 있다. 그 고충상담 정도면 이 책은 성공이다 그러나 직업이 국가질서와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일때 단순하게 고충으로 끝날 문제인가? 아무리 젊잖게 표현했어도 이 책에서 사법패밀리의 오만함과 권력지향적인 모습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해하려고 해도 그건 그들의 고충일 뿐이다. 의사소통이 이루어질래야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에서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은 한 번도 보이지 않고 흐르는 시류에 따른 자기변명만 하는 출세주의자들의 이야기는 정말 짜증을 넘어 욕지기가 나온다. 결론도 이들에게 주눅들지 말고 싸울 수 밖에 없다는 얘기 아닌가.... 어떻게 ?  대화로?  이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자기만 아는 엘리트들이 들을 준비나 되어 있나?

어쩌면 치열한 저널리스트가 이 신성가족을 샅샅히 파헤쳐서 국민 앞에 심판받게 하는 것이 올바를 수 있겠다. 수많은 사법살인을 저지른 판사와 지금도 개인의 인격을 모독하며 짜맞추기수사를 하는 검사들, 돈만 바라고 연줄만 따지는 변호사들... 이들의 내부를 이해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어쩌면 이들의 변명은 그리도 매끄러운지....결국 시스템이 문제다. 내부적으로 반성하지 않고 지금까지 굴러온 시스템...그속의 권위주의...국민도 국민이지만 자체반성 한 번 하지 못한 검판사들과 이들과 짜고치는 변호사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양심적인 사람들은 조용히 물러나야 하는 이 조직에게 힘없는 국민들이 무슨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대화를 시도하면 과연 이들이 변화할 수 있을까? 오히려 채찍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을 덮고나서 더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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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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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게이고다. 요즘 출퇴근 길에 편하게 읽으려고 책을 고르다 보니 게이고 소설이 자꾸 손이 간다. 이 책 말고도 동급생이 있는데...지금 기세로 보면 이 책도 조만간 끝내지 않을까 한다. 게이고 소설을 접할때 마다 느끼는 것... 심하게 몰두할 것 같지 않은데 한번 펼치면 일단 끝을 봐야 속이 시원해 진다는것...(뭐 추리소설이 다 그런가?) 

이 책은 정말 숙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20년전 살인사건과 최근의 살인사건의 연계를 찾다보니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에 대한 연관은 숙명이라 불릴 수 밖에 없는 사실이 존재한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스포일러 땜시 더 얘기하다간 이 책 읽는 재미가 줄어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고, 사실 아직까지도 추리소설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난 잘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 살인이 벌어진 일, 그 수법, 알리바이, 용의자 .... 뭐 이런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충격은 그 모든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과거에 있다는 것...그리고 역시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  결국은 그 마지막 한 줄이 사람 멍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니 궁금해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 나가시길... 항상 그렇듯 게이고 소설은 최고는 아니더라도 중독성있게 찾게 된다. 그러고 보니 게이고를 처음 입문하게 해준 사람이 불현듯 생각나네..ㅎㅎ '용의자 X의 헌신'을 나에게 선물해서 여기까지 오게 한 그 분께 감사드린다. 잘 지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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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30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현 민노당 최고위원  

교과부는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교사들을 중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 이후 대학 교수들이 앞장서고 종교인, 예술인 등 양심적 지식인이 뒤따르는 현 정세에 대한 광범위한 시국선언은, 작년 광우병 쇠고기에 반대하는 집단적 촛불저항 이후 자리 잡기 시작한,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교사가 단결하여 참교육을 교육 현장에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주적 교사단체인 전교조가, 소속 교사와 함께 중요한 교육정책에 대해 선언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법적으로 어떤 문제점도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교과부도 사전 자체 법률검토를 통해 그것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유독 교과부가 무리하게 중징계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전교조와 참여교사를 겁박하여 정권의 시녀나 정부정책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만약에 교사들이 한반도대운하사업의 다른 이름인 정부의 4대강살리기 사업을 지지하는 선언을 했다면 징계 운운하겠는가? 오히려 표창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미 현 정부는 독도 문제가 터졌을 때 은근히 교사들이 나서서 일본에 대해 집단적 의사 표현을 하도록 종용한 사례도 있지 않은가?

교과부는 소속교사들의 인사권자인 시도 교육감들에게 선언교사들의 징계를 지시하기 전에, 먼저 서울특별시 공정택 교육감을 직위해제해야 할 것이다. 아는 대로 공정택 교육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도 자격상실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고, 법률적용 여부의 적합성만 따지는 대법원의 마지막 판결만 남겨놓고 있다.

최종판결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그 직을 유지하는 것이 마땅하나, 교육이라는 특별업무를 수행하는 교직자는, 교육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특별히 따로 법으로 정해, 죄질에 따라 기소 혹은 1심 판결 이후에는 직위해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교육감은 모든 교사들에게 그렇게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공정택 교육감에게만은 예외로 한다는 것은, 법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을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위반 내용을 보더라도 공정택 교육감은 재산신고를 허위로 함으로써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 나아가서 서울 시민 전체에게 거짓말을 한 것으로, 죄질이 아주 나빠서 그냥 적당히 넘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 미국 닉슨 대통령도 거짓말한 것이 들통나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았던가?

만약 교과부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이런 공정택 교육감으로 하여금 선언교사들을 중징계하도록 한다면, 그것을 보고 있는 학생이나 교사, 학부모, 아니 우리 국민은 무엇을 느끼며 무엇을 배우겠는가?

또 교사들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진실과 정의, 법과 민주주의는 지금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말해야 하는가?
교과부는 입으로만 '교육적'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교과부 스스로 어떤 권력 앞에서도 교육의 독립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의 헌법적 가치를 귀하게 여기며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 교육이 바로서는 기틀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도 교과부는 시국선언교사를 징계할 생각을 거두고, 공정택 교육감을 직위해제함으로써 최소한의 교육의 올바른 길을 가기 바란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이 두렵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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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 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나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겠나. 그럴 때마다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 만화 <100℃, 뜨거운 기억 6월 민주항쟁> 중.

몇 번을 곱씹어도 멋진 대사다. 이 뜨거운 이야기를 들려준 이를 만나게 됐다. 만화가 최규석(33).

<대한민국 원주민> <습지생태보고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 등으로 알려진 그는 독창적인 묘사와 우울함 속에서도 재미와 웃음을 잃지 않는 스토리 전개로 독자들의 많은 호응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다룬 만화로 찾아왔다. 1987년 당시 그는 초등학생이었다. 겪어보지 못하고 기억에 없는 일들을 그려낸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러나 그 세월을 치러낸 이들로부터도 생생한 묘사가 놀랍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최규석 작가 본인은 "MB 정부 덕인 것 같다"며 웃으며 손사래를 치지만 분명 그가 담아낸 그림 속에는 세월을 뛰어넘는 공감이 살아 숨쉰다. 때문에 평범했지만 조금씩 삶과 그 안에서 민주주의를 깨달아 가는 주인공 영호는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의 자화상이다. 지난 23일, 그가 진정 화폭에 담아내고 싶은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 잘 나가는 건 이명박 정권 덕"

 

- 작품의 반응이 어떤가?

지금까지 나온 책 중에선 제일 잘 나가는 것 같다.(웃음) 책을 안 읽는 세태를 감안하더라도 출판사 측 얘기로는 제법 팔리는 편이라고 한다. 주변에서도 좋아해 주시고…. 한편 이명박 정권 덕인 것 같기도 하다. 정권 내내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을까.(웃음)"

- 책을 그리게 된 계기를 말해 달라. 1987년 당시 초등학생이어서 6월 항쟁에 대한 기억이 전무할 텐데, 어떻게 보완했는지.

"<6월 민주항쟁 계승사업회>로부터 청소년용 교육 자료로 제의를 받았던 작품이다. 당시에 대한 기억은 없다. 어렸고 고향이 보수적인 곳(경남 창원)이라 더욱 그렇다. 표현에 있어 세부사항을 알 수가 없어 힘들었다. 이를테면 회의할 때 식당 분위기, 거리 풍경 같은 것인데, 수기집을 봐도 알 수가 없으니 곤란했다. 책을 읽고 인터뷰를 많이 했다. 또 이념과 관계없는 1980년대 영화를 많이 보기도 했다."

- '데모하는 것들은 모두 빨갱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던 주인공이 차츰 변해가는 과정은, 흡사 작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것은 아닌지.

"한편 그렇기도 하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그려내려 애썼다. 원래는 좀 더 복잡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담으려 했지만 실제 인터뷰를 해보니 다르더라. 모든 것이 검열되고 제한적인 시대에서 광주의 진실을 알린 사진 몇 장만 봐도, 천지가 뒤집어지지 않았겠는가."

"청소년들 똑똑하다, 진보가 모두 옳다고는..."

- 기본적으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었는데, 실제 그들의 반응은 어떤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는지.

"좋아한다. 다행히 의도가 통한 것 같다. 이전의 작품은 문화를 적극 향유하는 이들이 찾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따라오게 하고 싶었다. <100℃>의 경우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의 이야기라 딱히 내 의도를 넣지 않아도 이야기가 통한다. 당시 그들이 느꼈던 감정만 전해줘도 성공이라 생각했다."

- 제목에도 나오지만 '사람도 100℃가 되면 끓는다'는 대사가 감동적이다. 인터뷰를 통해 체득했는지, 아니면 작가적 상상력인지?

"내가 생각해냈다.(웃음) 제안을 받고 한동안 생각을 해봤다. 책에선 6월항쟁이 시작되는 장면이 마지막이다. 그것이 끓는점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 항쟁을 생각하면 누구라도 떠올릴 만한 비유라고 믿는다."

- 때로는 진보에 대한 일침도 등장하는 등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고 한 것 같다.

"뭐랄까…. '열 사람의 한 걸음'을 표현하려 했다. 일을 꾸려 나가고 앞에서 이끄는 이들의 노고야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때로는 동원되는 이들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런 부분이 안 들어가고 '무조건 옳다'는 식으로 그려내면, 요즘 똑똑한 학생들의 날카로운 눈을 피할 수가 없다.(웃음) 의견이 달라도 서로 치고받으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 이전 작품들도 그렇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이 남다름을 느낄 수 있는데.

"사회적 약자보다는, '담론의 약자'라고 해야 할지.(웃음) 전면으로 부상되지 않는 사람들이랄까. 큰 이야기를 하려면 진행 전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야기하기 편하게 사회를 자르고 거기서 시작하면, 한참 가버리고 난 후에는 뒤에 빠져있는 부분을 끼워 넣을 방법이 없다. 그런 쪽의 감수성은 있는 것 같다."

'돈도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이야기 다뤄볼 참

- 앞으로도 정치 상황이나 시대를 풍자하는 만화는 계속 그릴 것인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있지만 문화계 전반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사실은 그런 것들이 좋은 소재다. 그런데 실제 그려내지를 않는다. 캐릭터를 잡아도 노동운동하는 이들은 등장을 안 한다. 미국의 <프렌즈>란 트렌디 드라마를 보면 파업상황에 동참을 할 것인지 그냥 일을 할 것인지 갈등하는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상상조차도 안 한다. 갑갑하다. 작가들 스스로 정치적 이야기는 재미가 아니라, 책임감 때문에 시작한다."

- 가깝게 잡혀 있는 계획을 들려 달라.

"일단 몇 년간 손을 제대로 못 댄 단편들이 있다. 현재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아이들의 미술지도를 한 일이 있는데 그때 '돈도 재능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사회가 그러니까… 강하게 부정을 하지 못했다. 그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꼭 그릴 생각이다. 또 비정규직에 관련된 이야기도 하고 싶다. 어쨌든 재미있게 그릴 생각이다.(웃음)"

출처 : "내 책 잘 나가는 건 이명박 정권 덕"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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