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전철역에 들어서기 전에 갑자기 밀려든 니코틴의 압박에 담배 한 대 물고 망연히 서 있는데 동글한 얼굴에 멀쩡(?)하게 생기신 여자분이 말을 건다.  

멀쩡녀 : 하 얼굴에 복이 가득한데 꽉 막혀서 나오질 못하는군요 

나 : ...... 

멀쩡녀 : 수련하는 사람인데, 보아하니 안의 기둥이고 잘되면 두루 효도하실 분이 복이 막혀 있네요.... 

나 : (담배만 피며)...... 

멀쩡녀 : 이것도 인연인데 들을 생각을 안하는 군요, 이 세상은 보이는 것만 있는게 아니랍니다. 보이지 않는 인연이 얼마나 큰 줄 아시나요. 하늘의 도에는 우연이 없답니다.  

(사실 난 길가다 이런 분들 많이 만난다.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귀하게 생겼다는 둥, 덕을 많이 쌓았다고 조상에게 감사하라는 둥....한마디로 좋은 인상이란 얘기다. 문제는 첫인상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전부 이런 사람들이고, 주변에 친해진 사람들 평가는 약 80%가 좀 신경질적으로 생겼다고 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왜 니들만 유독 내 인상이 복도 많고, 덕도 많게 생겼냐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 만날때 마다 난 사람들의 평가와는 달리 내가 좀 어수룩해 보이지 않은지 고민하게 된다) 

멀쩡녀 : 무슨 띠에요? 

나 : (귀찮은 얼굴로) 양띠요  

멀쩡녀 : 하~ 고집스러우시겠네... (양띠들이여, 니들은 고집스럽다. 수련하시는 분이 그랬다) 

멀쩡녀 : 보아하니 내 말 안듣겠는데... 사람은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뭐 시간이 남아서 그런줄 압니까 (사실 그런줄 알았다) 다 댁이 측은해 보여서 (측은하단다 -_-;) 이러는 거에요. 조금만 말 들으면 복이 굴러올텐데... 

나 : (그냥)..... 

멀쩡녀 : 보이는 것만 믿지 마세요. 하늘의 뜻은 분명합니다. 오늘 저를 만난걸 복이라 생각하세요 지금세상이 나쁜 사람들이 잘 살고 있어 보이지만, 다 뜻이 있는 거예요. 자기가 한 만큼 복은 옵니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지요 그런데 왜 못사느냐 다 이유가 있는거에요.... 근데 머하시는 분이에요? 

나 : 그냥 직장인 ... (담배가 거의 다 되간다) 

멀쩡녀 : 사업하실 분이... 하긴 지금은 안되겠다 (하긴 요즘처럼 어려운 경기에 무슨 사업이겠냐...) 조금 있다 하세요...사업하면 큰 부자 되겠어... 

나 : (담배를 끄면서) 그럼 수고하세요.... 

멀쩡녀 : 정말 말 안듣는 사람이네... 나 같이 수련하는 사람 많이 만나요? 

나 : 네....다들 그냥 포기하던데요...  

(이 말에 그녀는 뒤돌아 가던길을 갔고 난 전철역으로 들어갔다.....머냐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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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7-10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새 부쩍 이런 분들이... 위에 글을 읽다보니 저랑 공통점이 있네요. ^^ 머큐리님과 저.

머큐리 2009-07-10 09:02   좋아요 0 | URL
전 아프님처럼 진중한 맛이 있으면 하는데...공통점이 있다니..좋다~~

무해한모리군 2009-07-10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진짜 혼자는 길다니기가 무서워요.. 너무 많이 저런분들이 잡아서리.. 아프님은 고집 센데, 같은 양띠지만 전 유연합니다 ~~ 휙휙

머큐리 2009-07-10 09:01   좋아요 0 | URL
양띠는 고집이 세다고들 하는데...유연한 휘모리님 양띠 맞는거죠? ㅋㅋ

마늘빵 2009-07-10 16:26   좋아요 0 | URL
ㅋㅋㅋ 내가 고집이 좀 있나봐요. 휘모리님은 아직 몰라. 보이지 않아서 그래요. 알고 보면 똥고집일지도 몰라 =333

다락방 2009-07-1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쎄, 저는 여자인데, 전생에 '장군'이었다지 뭐에요!!!!!!!! -0-

머큐리 2009-07-10 10:23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반가워요...가끔 님서재 놀러가서 눈팅하곤 했는데...오시니 영광(?)입니다.

도화 2009-07-10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래도 들을건 다 들었네여..대화 내용을 기억하는걸 보니..

머큐리 2009-07-10 15:30   좋아요 0 | URL
글게 말이다..ㅎㅎ 그나저나 날 더운데 잘 지내고 있는거냐???

쟈니 2009-07-11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종종 그런 사람들이 붙어서 말을 시켜요. 어떤 날은 정말 짧은 길을 가는데 세 팀이 덤벼서 "수련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을 걸어서, 제 얼굴이 말 잘듣게 생겼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법을 보는 법 - 법치주의의 겉과 속
김욱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부제가 '법치주의의 겉과 속'이다. 요즘 시국을 보면 정말 이상하다. 똑같은 헌법이 지배하는 이 나라가 정권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민주공화국'이란 말이 당연했는데, 이젠 민주공화국적 가치에 대해 논해야 되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고 하는데...아니다. 정권으로 부터 나오는것 같다. 더구나 독재라고 비판받는 정권이 법치주의를 끌어다 쓴다. 그래서 도로 나와서 '집시법위반'이고 용산 사태도 '법을 위반한 도심 테러'를 진압하기 위한 정당한 법집행이고, 시국선언한 교사들은 '공무원 복무법 위반'으로 소환하고 징계하고 있다. 도데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김욱교수가 '법을 보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법이란 무엇이고 법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 책의 설명을 듣다보면 지금 현실에 대한 의문이 슬슬 풀리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우리를 규제하고 있는 법이 보편타당한 정의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부터 우리는 법을 가치중립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법이 가치 중립적이지 않으면 어느 일정한 상대방을 편들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예전부터 '무전유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재벌들이 언제 징역사는 거 보았나?  

그럼 법앞의 평등은 어찌된 것일까? "역사적으로 법앞의 평등 이념은 '의무없는 권리, 권리 없는 의무'라는 중세의 계급적 특권과 차별의식으로 부터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자본주의적 평등관념으로,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라는 공산주의적 평등이념으로 까지 추구되어 왔다" 결국 법앞의 평등이란 문제도 역사적으로 싸우면서 획득되는 가치라는 것이다. 법앞에 평등하고 싶다면 평등하지 못한 현실과 부단하게 싸워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미디어 법과 광우병 파동에서 보듯이 대의제와 민주주의가 충돌할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우리는 민주주의와 대의제가 선택적인 진리가 아니라 상호 대립하면서 상호 의존하는 '대의/민주'주의 라는 모순관계 속에서 진보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헌법은 대의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그것과 모순되는 국민투표, 국민발안, 국민소환제 등의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동시에 규정할 수 있고, 또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이 책은 가르쳐 준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직접민주주의 제도 중 국민투표만 인정하고 있고 이것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법을 진보시키고 싶은가 그럼 법을 어겨라....이 책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현실을 규정하고 억압하는 법은 그 현실과 갈등을 일으킬 수 밖에 없고, 갈등이 격해지다보면 법은 수정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의 집시법이 계속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키고, 기본권에도 어긋난다고 논란이 되야 집시법도 개정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법을 개정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저항권과 혁명에 대한 간략한 논의도 흥미롭다. 우리나라는 정권을 몇 번이나 바꾸고 헌법을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제정은 1948년 제헌헌법만 인정한다. 개정은 그저 공화국의 변경으로만 표시한다. 1헌법제정에 6개의 공화국이 있는 것이다. 저항권은 이탈된 민주권리를 회복하는 것이라 한다면 혁명은 기존의 법적 권리를 부정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혁명은 기존 법규법상 인정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법적 시각에서 머물면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저항만 있을뿐... 

법의 이념과 재정과 운용과 변천에 대해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을 위해 여러가지 예시를 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법이야 말로 가치중립적인 정의가 아니라 싸우고 쟁취해야할 규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마 요즘 법치주의 때문에 많이 어지러우신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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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7-0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전 생각보다는 아니었어요.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이었는지. 한국 사회 비판서 중 근래 읽은 책으로는 조국 교수의 <보노보 혁명>이 제일 나았습니다.

머큐리 2009-07-09 23:51   좋아요 0 | URL
글세요 비판서라기 보다...부르조아적 법관념과 정의를 문제를 좀 평이하게 다룬 책이 아니었나 싶어요. 사실 사회과학책들은 많아도 법의 일반론에 대해 사람들이 평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은 별로 없잖아요..ㅎㅎ 근데 읽는 책이 자꾸 아프님을 따라가게 되는데요...보노보혁명도 읽을 예정인데....
 

 

 시사인 [경제오트르망 - 우석훈]  

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

지금 야 3당이 정치력을 발휘해서 정당 차원의 연정 구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촛불 민심을 비롯한 70% 국민이 바라는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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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늘 날 회사 옥상에 올라가서 거리를 내려다 보니 온통 세상에 물에 잠긴 것 처럼 흐릿하다. 내가 물 속에 있는 듯...바람이 몰아치고 음표처럼 빗방울들이 지붕을 때리는 모습에 난 그저 황홀했다. 물에 잠긴 세상에서 춤추는 빗방울들의 향연.... 

젖은 담배 물고 한 대 피우는 그 순간은.... 그냥 행복했다.  어 근데 비오는 날 왜 내가 여기 있는거냐??? 

어제 정말 말로만 듣던 사람을 만났다. 뭐 아무개씨라는 특정한 인물은 아니다.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집단은 가입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집단이라는 것... 우연치 않게 동석하게 된 술자리에서 만난 그 사람은 멘사 회원이었던 것이다. 아이큐 마이 높은 집단이라는 멘사의 회원을 만나다니... 멘사 회원이라니까 사람이 좀 달라(?) 보인다. 어~ 생각보다 똑똑해 보이진 않는데...오히려 살짝 빈틈이... 물어봤다 아이큐가 얼마에요? 172란다...제길 내 키 잖아... 

그 멘사 회원은 나보다 작다. 그니까 키가 자기 아이큐보다 낮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세상은 조금 공평한건가?) 중학교 1학년때 아이큐 시험이 뭔지도 모를때.... 성적에 반영 안된다는 시험을 그냥 장난으로 본적이 있다. 시험 후 선생이 두명을 호출하더라... 그 중 하나가 나 -_-;; 

선생이 진지하게 물어보더라... 니들 시험 진지하게 본거냐고...순간 덜컹했다. 진지하게 보지 않았으미까.. 그래도 어디 선생앞에 솔직할 수있나? 당근 진지하게 봤다고 해야지, 그랬더니 선생이 그러더라.  나랑 같이 불려간 놈은 아이큐가 140이 넘는 넘이고....기대할테니 열심히 공부하라고....순간 난 우쭐해졌다. 아.. 난 130는 넘나보다 반에서 한 2등 하나보다...ㅎㅎ 그렇게 미소짓는 나에게 선생이 그러시더라...야 넌 장난 안했다며 어째 아이큐가 100이 안되냐???  헉~ 

뭐 진지하게 보지 않았으니 내 아이큐가 100은 넘을 거란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다. 그래 97도 정상이라지만...그래도 왠지 100은 넘겨야 될 것 같은 그런 마음 있지 않나?  이거 아이큐 100 이상되는 인간들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심정이다. 그래서 난 소외받는 소수와 연대한다. (무슨 소리냐 이건???) 

무슨 얘기 하다 여기까지 왔냐... 암튼 만나기 힘든 멘사 회원과 몇시간 노닥거리며 못 먹는 술 좀 먹었더니 아침에 매우 힘이 들었다는 것... 아...글구 옥상에서 비를 바라본 건 회사 건물에 비가 새서 어디서 새는 지 살펴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아~ 구질구질함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풍경이여~~~ 

그나저나 카페에서 시사인 특별판 2000부 받아서 배포해야 한다고 빨리 퇴근하라는데...에고 오늘도 일찍 자기는 틀린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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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7-0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항상 의문스러운건데...이런글을 왜 추천해주는 걸까?????

다락방 2009-07-10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2란다...제길 내 키 잖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머큐리님. 저는 제 아이큐를 모르지만, 100이 안된다는 걸 자신해요. 그러니 저도 소외받는 소수와 연대....

머큐리 2009-07-10 10:24   좋아요 0 | URL
소외받다뇨... 제가 볼때 다락방님은 알라디너들의 사랑을 듬뿍받고 계신것 같던데요...ㅎㅎ 그래도 연대는 찬성!!!
 

희망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용산은 아직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비졍규직 구제는 아직도 논란 중이다. 쌍용의 노동자는 공권력과 자본의 공세에 두려워하고 미디어를 재벌과 조중동에게 넘기겠다고 한나라당은 으르렁댄다. 신장에선 권력에 의한 살육이 벌어지고 있다. 이 북새통 속에서도 꾸준하게 환경파괴적 녹색구호들은 울려퍼지고....4대강 사업은 진행될거다 

난 밥벌이를 위해 출근해서...조직의 논리에 휘둘이고, 싸우고, 발버둥친다.  

벌써 대통령 서거 49일이 된단다... 변변한 시위 한 번 못하고 그렇게 일상은 무섭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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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7-0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닥도닥..
나룻배지기를 떠올려봅니다.
때를 기다려 내 몫을 해내는 것.

[해이] 2009-07-08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정말 요즘 안습이긴 해요 ㅠ

후애(厚愛) 2009-07-09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에 눈이 멀어서 시민들의 울음소리를 제대로 못 듣는 사람들...
참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