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이야기이기도 하려니와 시국 이야기 이기도 하다. 물론 시국에 대한 트랜스포머는 영화의 트랜스 포머의 간지에 비하면 비할 바 없이 초라하고 우스워 보인다. 그럼에도 그것의 위력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트랜스포머에 결코 약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다. 특히 대한민국 견찰은 대단한 나라의 대단한 조직이다. 그리고 시위진압용 트랜스포머를 상상할 정도면 그들의 상상력은 억압으로 가있지 봉사나 헌신에 있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항상 민중에게 향하는 말과 행동의 괴리는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차벽이라는 신종 단어가 등장했을때 구경간 차벽으로 사용한 견찰차에는 온통 견찰들의 헌신성에 대한 선전 문구가 붙어 있었다. 흠...구체적 내용은 생각나지 않아도 '어디서든 불편한 일이 있을때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견찰??'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게다. 그런 봉사정신은 시청을 가로막고, 쌍용을 포위하며, 용산을 가리는데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과연 누구에게 어떤 봉사를 하는지 물어야 할 의무감이 생긴다. 견찰들이여 그대들은 무엇을 누구을 위해 그리 돈들여가며 그대들을 미화하는 홍보를 하고 있는가? 

똥을 포장한 들 냄새를 없앨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견찰들을 미화한들 견찰들의 기본적 행태를 고치지 않고서야 그 미화된 선전은 역으로 견찰들이 얼마나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줄 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등에 너무 약하다. 세계1등에 목맨다. 박태환, 김연아에 대한 열광은 그들이 1등이기 때문이다. 견찰들도 자랑스러운 일이 있다. 1등하는거 하나 있기 때문이다. 시위진압 세계1등....세계에서 배우러 온단다. 하기야 우리 민중들도 세계에서 내노라할 만큼 시위문화 1등이다. 그렇게 터져나온 사회민주적 열망을 가로막기 위해 애쓰다보니 붙여진 1등의 명예를 지키지위해 얼마나 노심초사 했을까!!! 

그리고 그 결과물 중 하나를 자랑스럽게 공개하고 있다. 참 서글프면서도 웃기는 일이고... 세금 아까운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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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8-0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즐겨찾는 서재에 올라온 페이퍼는 전부 머큐리님꺼네요ㅋㅋ

머큐리 2009-08-01 13:03   좋아요 0 | URL
다들 휴가갔나 보다...근데 헤이님은 방학인데 어디 안가고 이 좋은 토욜에 서재나 기웃거리고..ㅎㅎ

후애(厚愛) 2009-08-0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가 너무 조용해서 머큐리님 서재로 놀러 왔어요. ㅎㅎㅎ
머큐리님은 휴가 안 가세요?^^


머큐리 2009-08-02 10:59   좋아요 0 | URL
아~ 후애님 방가~ 글게 휴가를 가야하는데...회사일이 겹치는게 있어서...올여름은 포기해야 할 까봐요.. ㅠㅠ 후애님 나오시는 때는 바빠도 무조건 휴가 낼테니 꼭 연락하세요,,,ㅎㅎ
 

"1월 20일 저녁 8시 영안실 앞에 선 전경들에게 '저기 안에 아버지가 있다, 한번만 보여달라'고 사정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 그랬습니다. '아버지 시신 돌려 달라'고….” 지난 7월 20일 저녁 용산에서 열린 참사 반년 추모대회에서 고 이상림씨의 딸 연선씨가 말했다.

유가족들은 '시신을 메고 청와대로 가겠다'는 결심을 내비쳤다. 6개월 전 처참하게 숨진 철거민 다섯분의 시신을 메고 서울광장으로 영안실과 분향소를 옮긴 다음 청와대까지 가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가족과 용산범대위는 시신을 인도받지 못했고, 빈 관이라도 들고 가겠다는 행진대열도 경찰에 막혀 장례식장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나마 이런 시도가 있어서인지 언론의 주목을 반짝 끌 수 있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장례조차 지내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반문한다. 사람이 여섯이나 죽은 대형참사가 눈발이 날리던 겨울을 지나 한여름이 되기까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장례를 치르지 못한 유가족이 상복을 벗지 못한 채 장례식장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게 납득될 수 있겠는가.

용산참사의 해결은 아마도 이런 상식의 회복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상식과 너무도 엇나가는 정부와 집권당은 용산에서 잔인하게 휘두른 손으로 미디어악법을 날치기 통과시켰고, 지금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재개발 바람 부는 곳에 망루가 서는 까닭

그들은 강변한다. 철거민들이 불법행위를 했으며,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정부 책임이 아니라고. 그리고 재개발조합과 철거민 사이, 즉 사인(私人) 간에 일어난 분쟁이므로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고. 이렇게 모르쇠로 6개월을 일관해왔다.

철거민들이 불법행위를 한 것은 맞다. 남의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올라가 화염병을 던지면서 농성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재개발지역에서 세입자는 무권리 상태로 쫓겨난다. 상가세입자의 경우는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자기 재산을 다 쏟아부어서 권리금을 내고 인테리어도 한다.

그런데 3개월치(용산사건 이후 4개월로 늘었다) 영업손실 보상금만 받고 나가란다. 그래서 맨손으로 나갈 수 없는 억울한 세입자는 조합(사실은 건설자본이 뒤에 있다)과 마찰을 빚는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철거용역을 동원해 공포를 조장하고 폭력을 휘둘러 강제로 내쫓는 것이다.

이때 공권력은 이미 철거용역업체와 조합 편이다. 덩치가 산만한 용역깡패에게 칠순 노인이 멱살을 잡히고 뺨을 맞아도, 연행되고 구속되는 쪽은 오히려 철거민이다. 그러면 검찰이 구속영장을 치고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다. 이처럼 재개발현장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한 마지막 방어수단으로 망루를 짓고 오른다. 그런 망루에서 몇달에서 일년 가까이 버티면서 생존권을 외쳐온 게 지금까지 철거민의 생존권 투쟁이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이들의 절박한 상황은 외면하고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무리한 작전 끝에 비극을 불러왔다. 그 뒤에도 정부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병원에 실려간 이들의 생사를 알 수 없어 안절부절하는 가족들을 경찰서에 잡아놓은 사이에 시신을 강제로 부검하고, 뒤늦게 영안실로 달려온 가족들이 몇시간 항의한 끝에야 신원을 확인해주었다. 불에 타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 앞에서 가족들은 오열하다 실신했다. 내 남편이고, 내 아버지인데, 너무도 참혹한 모습에 악만 받쳤다.

미공개 수사기록, 무슨 내용이 있기에

정당한 공무집행에 의한 진압이라면서도 검찰 수사는 왜곡과 편파, 은폐로 일관하며 모든 책임을 철거민에게 뒤집어 씌었다. 그러고도 경찰지휘부의 진술, 검찰수사 발표에 반하는 특공대원과 철거용역 직원의 진술, 철거용역업체가 경찰과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의혹이 포함된 기록들을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제출하지 않아 재판은 파행에 이르고 있다.

정당한 공무집행이었고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한 수사였다면 왜 내놓지 않을까? 3천쪽의 미제출 수사기록이 모두 공개되어 정부 책임이 드러난다면 도덕적·정치적 타격을 입을까 두려워서인가. 권력의 '시녀'가 되어버린 검찰이 수사기록을 감추는 의도는 명백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용산범대위는 지난 4월 대정부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 대통령이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과할 것 △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검사제를 도입할 것 △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에게 배상·보상할 것 △ 용산4구역에서 세입자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임대상가와 임시상가 등 생계대책을 마련할 것 △ 전철연과 용산범대위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구속자를 석방할 것 등이다.

그리고 이 요구는 장례의 선결조건이 아니며, 정부가 대화에 나서면 신축적으로 논의할 수 있음을 여러번 밝혔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고립·고사작전과 공안탄압으로 일관한다. 곧 지쳐떨어진다는 계산 위에 추모제조차 집시법과 공권력으로 막으면서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도록 철저하게 차단한다.

용산참사 해결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시금석

용산참사는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서 국민을 사지로 내몬 사건이다. 건설자본의 (세입자) '약탈 씨스템'이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언제고 뉴타운·재개발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명박정부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부자만을 위한 재개발과 국가폭력의 결합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할 때다.

오늘도 용산에는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참사의 현장은 우리 민주주의의 현실을 매우 불편하게 웅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한다면 이곳을 비켜갈 수 없다. 검찰이 감추고 있는 수사기록을 공개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통해 경찰 강제진압의 책임을 가리고, 폭력적 재개발에 의해서 억울하게 쫓겨나는 세입자가 더이상 없도록 해야 한다.

용산참사를 해결하는 일은 우리의 허약한 민주주의를 사회경제적 토대 위에 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 일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같이한다면, 이런 짐을 유가족과 나누어진다면, 그것이 '진정한 연대'이리라. 정부가 노리듯이 용산참사가 망각에 덮이도록 놔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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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박래군씨의 글이다. 용산도 쌍용도 단 하나의 전제만이 유효하다.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부속품이나 치워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정부가 비도덕적이라는 것은 가해를 입히고도 뻔뻔하고 명시적으로 부정하고 있으며, 설사 이것이 사고라도 폭도들의 만행으로 일어난 일이라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의가 인권의 정의가 공화국의 정의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 모든 단어속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가 끝까지 놓지 말고 지켜야 할 것은 바로 그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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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7-3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못을 인정하고 위로와 사과를 전하는게 그렇게 힘든일인지...
이런 야만의 정부는 말끔하게 치워버려야~!

무조건 2009-07-31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조건 뭔일 나면 정부, 이명박이 잘못인가???

무해한모리군 2009-07-31 11:57   좋아요 0 | URL
네 이명박이 잘못입니다.
진압원칙의 a도 안된 터무니 없는 짓이었습니다.
살인폭도였더라도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서 진압했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멀쩡히 그 자리에서 장사하던 사람들, 한 가정의 아비들 누구보다 신원이 확실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협상 한마디 없이 특공대까지 투입해서 진압하다 여럿 목숨이 상했습니다. 여기에 왜 최고 지도자가 책임이 없습니까?
죽은 놈은 있는데, 죽인놈은 없다?
 

이번 휴가는 어차피 그냥 저냥 회사에서 노가다(?) 뛰는 걸로 때워야 할 듯 하다. 아~ 먹고 살기의 어려움이여~~ 7월 31일이면 조봉암 선생이 죽은 지 50주년이 된다고 한다. 이 땅에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은 친일파와 싸울때 '빨갱이'로 몰려 탄압을 받았고, 죽거나 유배되거나 변절했다. 어쩌면 이 땅에서의 진보란 박노자가 말한대로 왼쪽으로 갈 필요도 없이 그냥 기존의 질서만 올곧게 양심적으로 지키기만 해도 되는 것 아닌지 헷갈릴때가 많다.  

언론법 통과를 지켜보면, 딴나라당의 행태는 이 땅에서 왜 자유주의자들까지 진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지 명확하게 예증하는 것 아닌가? 예전 반민특위가 무너졌을때 왜 해방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저토록 허무하게 무너지는가 의문이었는데....요즘 딴나라당의 행태를 보면서, 저들의 후안무치함과 집요함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저항하지 않으면 상식적인 일에 분노하지 않으면 역사는 역으로 간다.  

중도는 외롭다. 수구에게는 빨갱이로 좌파에게는 변절자로... 그래서 중도가 힘이 없을 때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이 자결하는 모습을 봐야 했다. 장준하 서거 50주년이 되는 해에 다시 중도를 표방한 노무현 대통령이 죽었다. 그들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굳이 대통령이 아니라도 어느 개인이 자신의 고민을 풀기위해 독서를 한다면, 난 그 독서의 내용이 궁금할 것이다. 하물며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갈고 닦기 위해 읽었던 책이니 만큼 관심이 안갈 수가 없다.  

마침 시사인에서 선정해 주었기에 퍼온다.  (근데 읽은게 없다....보관함에만 담겨있을 뿐...)

 

 

 

 

 

 

 

 

 

 

 

 

 

 

 

 

 

 

 

 

  

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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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7-30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정리해볼까 했는데 ^^
슈퍼자본주의 선물해드릴까요?
(읽었는데 영 재미가 없어서 --;;)

머큐리 2009-07-31 10:24   좋아요 0 | URL
아니 재미없는 책을 왜 넘기려하시는지...ㅎㅎ 재미있는걸로 넘기시오~~(그래도 책 준다니까 고마운 마음이..휘모리님 뭐 원하는 책 없나??)

다락방 2009-07-3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인 샀고, 이 기사 읽을 참이었는데 잃어버렸어요. 그런데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절대 안나요 ㅠㅠ

그래서 링크, 고맙습니다. 꾸벅 (--)(__)

머큐리 2009-07-31 10:27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었다니 제가 더 고마운걸요...ㅎㅎ
 

정치권, 50주기 맞아 사상 재조명 

죽산 조봉암. 간첩죄를 뒤집어쓰고 법살(法殺)된 그의 사상과 정치 역정에 대해선 적지 않은 논문과 연구서가 나와 있다. 40주기를 맞은 1999년을 전후해 그의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새롭게 조망하는 역사·정치학계의 논의가 봇물을 이뤘다. 조봉암이 떠난 지 50년을 맞는 올해 역시 그와 진보당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다. 10년 전과 다른 점은 그 주체가 학계가 아니라 정치권이란 점이다.   

‘통일 중심 민주정치연합’ 주목
제3의 노선·토지개혁도 재평가
진보당 이념 계승논의들 봇물
  

29일 서울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회민주주의연대가 각각 주최하는 조봉암 50주기 토론회가 동시에 열렸다. 세 토론회 모두 조봉암을 다루지만 주목하는 지점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민노당이 조봉암의 평화통일론과 민주세력 대동단결론에 집중한다면, 진보신당은 조봉암의 이념과 정치노선에, 사민주의연대는 조봉암이 참여한 농지개혁으로 눈길을 돌린다. 말 그대로 ‘3파3색’이다.

민노당 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선 조영건 경남대 명예교수는 조봉암의 ‘최고 강령’을 “평화통일 민주세력의 정치대연합”으로 꼽는다. 조봉암의 진보정치는 “외세의 간섭과 분단의 질곡 아래서는 진보와 사회주의도 자주독립과 통일을 중심과제로 삼아야 하며, 진보가 민주주의 정치연합을 이끌어낼 때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특히 조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조봉암이 1954년 쓴 ‘우리의 당면 과업’이다. 이 글에서 조봉암은 이승만 독재에 대항해 좌우 극단의 정치노선을 제외한 민주세력의 단결을 호소하면서 평화통일론을 처음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두고 조 교수는 “새로운 한국 건설의 케말 파샤로 재평가하기에 충분한 업적”이라고 칭송한다.

“죽산은 진보당 결성 과정에서도 미리 정치노선을 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통일 논의에 있어서도 모든 자주·민주세력을 대결집을 원리로 삼았지, 통일방안의 경직성에 포로가 되지 않았다.”

진보신당 토론회의 발표자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남한의 친미 자본주의도 북한의 친소 공산주의도 아닌 ‘제3의 노선’을 추구한 현실주의적 사회주의자 조봉암의 모습에서 ‘21세기형 진보’의 가능성을 탐문한다. 그는 논란이 되기도 했던 진보당의 이념에 대해 ‘민족적 사회민주주의’로 규정한 뒤 그 특징으로 △근로대중의 정당이자 국민의 이익 실현을 위한 투쟁체 지향 △민주적·평화적 방법을 통한 자본주의 지양 △완전한 자주통일과 평화국가 건설 △경제의 계획화·국유화를 통한 자립경제 건설과 사회적 복지국가 추구 등을 꼽는다  

‘북한과 내통’ 간첩죄 쓰고 사형
죽산 ‘사회민주주의’ 사상 새빛
민노·진보신당·사민주의 3색 토론

조 교수는 이를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의 해결을 위해 채택한 제3의 노선”이었다고 설명하는데, 그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경제노선이다. 조봉암의 경제구상은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경제의 병폐를 교정하려는 사회민주주의적 요소 외에도 제3세계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 주도의 계획을 통해 압축적 산업화를 달성하려는 발전주의적 요소 또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계급모순의 해결을 위한 사회민주주의적 문제의식과 함께 민족모순 해결과 자립경제를 지향하는 제3세계적 문제의식이 혼합돼 있는 게 진보당의 민족적 사회민주주의 노선”이며 “이런 진보당의 이념노선은 한국이라는 토양에 맞는 진보이념의 재구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사민주의연대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정부수립기 농지개혁의 입안과 실행 과정에서 조봉암이 담당했던 역할을 조명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농지개혁의 역사적 의미를 “세계 최고 수준의 균등한 토지 소유를 실현함으로써” 농민의 소득수준을 향상시키고 지주층을 소멸시켜 성공적인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데서 찾는다. 초대 농림부 장관 조봉암이 입안한 농지개혁안은 북한식 무상몰수·무상분배도, 제값을 치르는 유상매수·유상분배도 아닌 ‘유상징수·유상분배’를 원칙으로 했다. 그런데 입안 과정에서 조봉암의 농림부팀은 지주 보상액과 농민의 지가 상환액을 낮추면서 보상·상환 기간을 최대한 길게 잡아 “단기간에 ‘지주의 나라’를 ‘소농의 나라’로 변모시키는 엄청난 개혁을 저렴한 사회적 비용으로 성공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게 전 교수의 평가다.

그는 토지개혁에서 관철된 조봉암의 사상이 오늘날의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과 맞닿아 있다고 보는데, 그 핵심은 “토지와 자연자원이 사회적 공공재산이란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그것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토지 가치에 비례해 사용료를 공공에 납부하게 하고 그 수입은 공공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전 교수는 진보세력이 조봉암을 계승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이런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기함으로써 토지의 투기자원화에 따른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1999년 <조봉암과 1950년대>라는 책을 펴낸 바 있는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는 “진보정치권이 뒤늦게나마 조봉암 노선에 주목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며 “특히 서구 사상을 추종하지 않고 한국적 현실에 뿌리내린 사회민주주의를 추구했던 그의 현실감각은 오늘날의 진보세력이 본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는 9월 <조봉암 평전>을 출간할 예정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각 정치세력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그들의 조봉암’을 선택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도 “그만큼 조봉암의 사상은 넓고 유연했으며, 오늘날까지도 생명력을 갖는 선구적 사상이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3685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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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냐 추녀냐 - 문화 마찰의 최전선인 통역 현장 이야기 지식여행자 3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다들 미녀가 좋다고 하겠지...단순하게 사람 생긴거 가지고 묻는 질문이면 답은 뻔하다. 그러나 지은이의 직업은 통역사이고 미녀와 추녀는 통역을 여자의 용모에 비유한 것이다. 즉 번역에 있어서 부정한 미녀인지 정숙한 추녀인지를 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표현한 말이라는 것이다. 흠...(책을 읽고 바로 감상을 적어야 하는데...시간이 지나니 내 두뇌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요네하라 마리씨는 일본의 러시아어 통역사다. 어린시절 프라하에서 러시아어를 배운 경험이 평생의 업이 되어버린 사람이다. 사실 마리씨를 알게된건 로쟈님 서재를 들락거리면서 이다. 러시아 문학 전공자라 그런지 그쪽에 관련해서는 서지 정보다 풍부(?)한 로쟈님은 요네하라 마리씨의 '대단한 책'이 출간 되었을때 부터 많은 관심을 보였고 로쟈님 서재들 들락거리던 나는 자연스럽게 이 사람을 기억하게 되었다. 왜냐면 '대단한 책' 자체가 대단한 독서가의 리뷰집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하는 자연스러운 호기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호기심에 대한 일말의 해결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요네하라 마리!!! 일본의 어지간한 정치가보다 러시아에서는 더 유명한 일본인이다. 직업은 통역사... 통역이 매우 매끄럽고 절도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매너가 세련된 사람이었던가 보다. (추천사를 쓴 사람은 이렇게 매력적인 여성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통역..의 어려움와 매력이다.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꿔서 양자간에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하는 사람이 통역사다. 언어는 문화를 담는 도구다. 그러니 문화가 다른 두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통역사는 고되고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간의 대화가 잘 이루어졌을때 많은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라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이러니까 너무 단순하잖아...!!) 

이 책은 단순히 통역사의 일상과 재담을 담고 있지는 않다. 통역사로서의 언어에 대한 저자의 경험은 때때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선 번역과 통역에 있어서의 차이점. 통역에 있어서의 여러가지 난점들 중 언어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난점들에 대한 생각. 무엇보다, 문화의 차이로 인한 언어의 차이에 대한 사고들... 그 중에서 눈을 확 당기는 것이 너무도 당연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 무시당하는 것 바로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즉 자국어로 일정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외국어 습득에도 주관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것, 자국어와 외국어를 섞으면, 가치관의 혼란으로 양 언어나 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린 시절 부터 영어를 배우는데 마리씨의 경험에 의하면 이건 어린 아이들의 가치관만 혼란시키는 것이지 실질적 언어 학습에는 별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어륀쥐족들은 물론 말되안된다고 아우성치겠지만...-_-;;)

또하나 통역을 하다보니 문학의 힘에 대한 놀라운 경험들이 많아 보였다. 특히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통역사로 활동할 때 특정분야에 대해서는 능숙할 지 몰라도 전반적인 활동은 능숙하지 못하고, 오히려 문과 출신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거기에는 가치없어 보이는 인문학의 지식이  문화와 문화를 이어주는 배경이 된다는 저자의 경험들은 인간의 문화적 차이와는 상관없는 보편적 정서가 닿아있는 듯해 나의 활자중독에 대한 어느정도 면죄부를 주는 듯에 흐뭇했었다. ( 그럼 머하냐 외국어로 ' 사랑해'라는 문장만 5개국어 정도 하면서 나머지는 암것도 표현 못하는 주제여...ㅠㅠ) 

통역사의 일들이 그렇게 많고 다양하며, 복잡한 줄 처음 알았다. 아마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직업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화간 교류의 선봉장으로서의 자부심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무엇이든 전문가의 치열한 삶은 아름다운 법이다. 그리고 이 책은 통역사로서의 저자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일구었는지에 대한 조그만 발표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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