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의 사퇴를 보고 웬지 울컥하는 기분이다.
그건 내가 절대적으로 심상정을 지지해서도 아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진보에 한표를 행사할 것인지, 낡고 낡은 민주대연합( 혹은 비판적 지지)를
해야할 것인지 고민하고 고민하던 시점에 이루어진 일이라 더욱 당혹스러웠다.
언젠가는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진보세력이 자신을 위치지우고, 그 도정에 이번 선거는
어쩌면 하나의 분기점이 될 지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선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내 주변에는 심상정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는 사람도 있었고, 유시민에 대한 지지를
확고하게 표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문제는 생활 속에서 그 사람들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고, 일반적인 의미에서 정치적 견해가 그리 크지 않았다. 모두 다 4대강 개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고, 비정규직 문제와 실업문제, 통일문제 등등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현실적인 표싸움은 벌어지고 현실적인 후보자 지지는 갈리고 있었다.
근원적인 문제로 접근하면, 심상정이 더 돋보이고, 실용적(표현이 맞는지 몰라도)으로
접근하면, 유시민이 더 유리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둘 모두 자본주의 제도하에서
경쟁하는 사람들이다. 자본주의를 극복한다는 것...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
어가야 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그 길은 한꺼번에 모든 걸 뒤엎어버리려는 혁명의 길은
분명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 둘의 한계는 비슷하다.
그럼에도 차이가 나는 부분은 분명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에 있을 것이다.
유시민은 노무현이란 탁월한 정치가의 분신처럼 행동했지만, 노무현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배어 있다. 그 그림자의 가장 어두운 부분은 이 땅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쳐
실제 그들이 주장하는 서민복지가 아닌 빈부의 격차를 가져 왔다는 점에 있다.
말로는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정책은 신자유주의를 시행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이것이야 말로 시대의 한계인 것인지 아니면 계급적 한계인 것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다.
하지만 50년 이상 이 땅에서 모든 걸 누리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지 못한 이상
그들에게 선택지가 과연 얼마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물론 그런 의문이
그들의 정책을 용서할 수 없지만, 진보진영에서 그런 자유주의자들 조차 견인하지 못
하는 한 사실 진보의 미래라는 것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또 다른 의문이 있음도 사실이다.
견인은 커녕 언제나 질질 끌려다니는 현실....
민주주의적 과제가 시장의 폭력 앞에서 사그라들때 진보의 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시장과의 싸움이 먼저일까? 시장과 싸우기위한 몸추스리가 먼저일까?
어쩌면 시장의 힘은 너무 일상적이어서 보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런 일상을 성찰하지
못하기에 일상을 사는 사람들 눈에 진보는 이상주의적으로만 보이는지 모른다.
어찌되었건 진보의 길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심상정이 사퇴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자꾸 뇌리를 감싼다. 나 하나 그녀를 지지한다고 얼마나 힘이 되겠냐만은
그리고 생각없이 사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사퇴의 변과 그녀의
눈물은 왠지 모를 자괴감이 들게한다.
꼭 선거를 하고야 말겠다는 나에게 선택지는 쉬워지고 고민이 많이 줄어든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씁쓸함과 이 막막함은 도데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