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다는 건 끊임없는 되새김질이다.
난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에서 나의 어린시절을 돌아본다. 아니 돌아볼 수 밖에 없게 된다. 세대차이가 많이 날지라도 저 나이 때 나는 어땠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유전자를 공유해서 그런가 성격이나 뻘짓거리하는 행동들이 비슷한 구석이 많아 유추하기는 쉽다. 머 나도 저 나이때는 다 그랬으니까....
옆지기가 평일에 1박 2일 연수 비스름한걸 가버리니, 당장 애들 챙겨서 학교 보내는 일이 비상이 되어버린 하루였다. 내 출근 시간과 애들 학교가는 시간이 틀리다 보니 아침 일찍 애들을 깨워 씻으라하고 밥먹이고... 정신없이 허둥지둥 하는데, 큰 놈 교복입는 모습이 영 못마땅한거다. 셔츠를 바지에 넣지 않고 그 위에 가디건을 걸치는 폼새가 맘에 안들어서 ...
"야 셔츠는 바지 속에 넣어야지..."
"싫어 ... 그냥 입을래... 애들 다 그렇게 입어.."
어 그런데 순간 열이 확~ 올라온다.
"야 임마! 똑바로 입으라면 좀 똑바로 입어~ 토달지 말고 애들 다 그렇게 입기는 뭘 그렇게 입어?"
(......... 대답없이 노려본다... 정확하게 말하면 꼬나보는 투다...흐이그~~)
"이 자식이 어디다 눈을 부라리고... 얼른 똑바로 입지 못해?"
"아빠는 괜히 그래 ... 애들 다 이렇게 입고 다닌다니까... 왜그래?"
(순간 눈에 글썽이는 눈물이 보인다... 슬퍼서가 아닌 억울하고 분통터져서 나오는 눈물....아침부터 좋은 소리 못들으니 얼마나 복장 터졌겠나...흠..)
그 순간... 내가 청소년기에 숱하게 짜내던 통분의 눈물이 떠올라 더 이상 아무말 할 수 없었다.
출근해야 되니 저녁에 얘기하자고 말하고 먼저 집을 나섰다. 회사로 가지만 그 넘의 눈물이 아른대서 문자를 보냈다. 뭐 어찌되었건 아침부터 소리질러 미안하다고....
요즘... 침 뱉는 연습도 하는 것 같고, 똑 같은 교복이지만 나름 자기만의 옷차림을 고수하고 싶어하는 것 같고... 옆에서 하나하나 챙기지 못하다 보니 조금씩 변하는 그 마음을 내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내 내가 중학교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엄마 몰래) 청바지를 줄여서 빽바지로 만들어 입고, 친구들과 침뱉는 연습도 했었고...(머 지금도 하라면 잘 한다... 이빨 사이로 침을 찍~ 하고 뺕어 내는 거 --;) 심지어는 음료수병, 소주병, 맥주병을 모아 놓고 병깨는 연습까지 했던 시절이 그 시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부모님이 뭐라하면 대들지는 못해도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 짓던.... 눈물이 흐르면 왜 그리 창피하던지... 이런저런 생각이 주마등 같이 흘러가는 거다. 공부하라하면 하는 척하면서 매일 친구들과 놀러다니던 내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똑 같이 하는 아들네미들에게 목청 큰 잔소리나 하고 있으니... 이넘들과 이래저래 투닥거리다 보면 어느새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오르는 거다...흠.
자식들... 완전 모범생 부모 밑에서 나오지 않은 걸 행운으로 여겨야 할거다. 완전 모범생 부모였다면 아마 더 이해하기 힘들테니... 그나마 딸이 없다는게 다행인건지 아마 딸과 부딪친다면 어디서 해결책을 가져다 써야 할지 난감했을터이고...
공부하라고 잔소리하기 싫지만... 이런저런 잔소리가 시작되면, 어느사이 나도 모르게 공부 이야기를 하는걸 발견한다. 딜레마 상황... 아직도 난 애들과 평화롭게 같이 가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한것 같다. 둘째 놈이 "아빠 도대체 왜 공부를 해야 하는건데...?" 라고 물었을 때...뾰족한 답을 주지 못해서..."학생이니까... 그리고 그걸 알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거야..." 했더니 알고 싶지 않단다...에고.
그래 시기가 있는 법이다. 그것도 없이 어찌 커 나갈까....
암튼 권위적이지 않고 친구 같은 아빠되기는 멀고도 험하다. 가끔 내 자질을 의심하면서 난 예전 내 청소년기의 나름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