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다운 도전 1 - 세상을 뒤바꾼 여성들 이야기
이병철 엮음 / 휴먼비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는, 인간만이 여성을 학대한다는 점이다. 비겁한 이리나, 가축으로 타락한 개조차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 잭 런던 [길] 

인류 최후의 식민지는 여성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은 언제나 최하위에서도 마지막 착취를 당하는 존재였고, 어디서든 스스로를 나타낼 수 없는 존재였다. 물론 20세기 이후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고, 지금도 변화는 진행 중이다. 예전같이 남존여비의 사상을 이 땅에서 공공연하게 주장한다는 그 또는 그녀는 사회에서 매장 될 것이다. 그렇다고 남녀가 완전하게 평등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성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성차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하면 여권의 신장은 다른 어떠한 권리보다 급속하게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여성으로서의 존재를 자각하고 그 시대와 맞서 치열하게 싸운 선구적 여성이 있음은 물론이다. 더불어 어느 남성도 이루지 못한 인류에의 공헌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여성에 대한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소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은, 레니 리펜슈탈 , 마거릿 버크화이트, 오리아나 팔라치, 레이첼 카슨, 로자 룩셈부르크,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에바 페론, 라일라 할레드, 마거릿 싱어, 베티 프리던, 글로리아 스타이넘, 케이트 밀레트, 사라 베르나르, 안나 마냐니, 이저도라 덩컨, 빌리 홀리데이, 카미유 클로델, 케테 콜비츠, 조지아 오키프, 에스테 로더 등 20명이다.  

여기서 내가 아는 사람은 약 12명 그나마 조금 자세하게 알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5명 정도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특히 아랍의 잔다르크라고 불리는 라일라 할레드는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책 속의 사진 때문일지도...) 팔레스타인 독립운동가이자 여성 하이제커인 그녀의 강인한 모습과 신념은 감탄을 금할 수 없도록 했다. (물론 다른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빌리 홀리데이와 카이유 클로델, 로자 룩셈부르크를 읽다 보면 그 처절함에 숙연해 진다.

혹 여성이 약하다거나 지적으로 남성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가지신 남성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시도록...주눅들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라서 뭔가 억울하신 여성분들도 이 책을 읽어보시도록...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다만 워낙 치열하게 살아온 여성들 이야기라 여성들도 주눅들까봐 걱정되긴 한다.  

결국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들에게는 그 사람이 가진 아름다움이 있다. 더구나 여성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목숨까지 던져가며 싸워온 사람들이니 그 생에 있어서의 노력과 도전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어쩌면 여성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싸운 그들의 공로가 결국 모든 인간에게 해방과 자유를 주었는지 모르겠다. 여성들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들의 선배는 여성이야말로 남성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 책은 여성이야 말로 남성의 구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다보면 먹먹해 지는 일이 있다. 알라딘 서재를 검색하다가 누군가의 글에서 '읽기가 고통스러운 작가'로 '솔직하고 글 잘쓰는 작가'로 공선옥이란 이름을 접했을때, 난 그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조금씩 그녀를 알고 싶어졌다. 첫사랑의 설레임(?)은 아니다. 다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을 뿐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5.18광주에서 87년 6.10 항쟁 직전까지인 것 같다. 소설에서 시대적 배경은 뚜렸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겪는 사건을 종합해볼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 시대는 우리사회가 밑바닥에서 부터 부글부글 끓어 오르던 시기이고 거기서 청춘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 이며, 작가가 가장 예뻤을 때로 기억하는 시기이다.  

소설은 지금 젊은이처럼 제한적이나마 자유를 누리지도 못했고, 순수하게 '혁명'을 꿈꿀 수 있었던 그 때. 그리고 그 시대를 살면서 서로 보듬고 깨져가며 성숙해져가는 아픈 성장이 눈부신 그 때를 담담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그 담담함 속에서 느껴지는 슬픈도록 아름다운 찬란함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누군들 아름다운 청춘이 없을까만은... 그 시대의 청춘은 왜 그리 고달프고 아펐는지...아니 모든 청춘들이 고달프고 아팠으리라... 

그래도 그때는 진보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지금은... 예전만큼 확고하게 진보에 대한 믿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사회가 변해버린건지 내가 나이가 들어버린건지, 나이들면 현명해 진다던데..나이들수록 현실에 움츠려들고 타협해버리는 자신을 이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다. 시대가 아니라 무엇이든 변화하려는 그 젊은 날이, 그 패기가, 그 순수함이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볼때 지금의 내 모습은 불편하다.  

   
 

 ...상대보다 힘이 세다고, 더 많이 배웠다고, 더 많이 가졌다고, 더 우월하다고 믿는 자들이 부리는 오만과 횡포와 모욕과 폭력과 무례함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그 오만과 횡포와 모욕고 폭력과 무례함을 견뎌야 한다고. 모든 오만한 자들이, 모든 무뢰배들이 스스로 부끄러워할 때까지, 견디고 견뎌서, 그 견디는 힘으로 우리가 아름다워지자고. 왜냐하면 모든 추함은 모든 아름다움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게되어 있기 때문에. 동물에서 출발한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인간이기에, 동물적 본능의 시간에서 조금이라도 인간의 시간을 살기위해 몸부림치기 때문이라고, 동물의 시간에서 인간의 시간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난한 몸부림의과정이야 말로 진보의 역사라고....

 
   

 자신의 청춘도 젊음도 누리는 것을 죄스러워했던 사람들.... 난 그런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러나 예전처럼 아프게 만나지 않고 행복하게 만나고 싶다.  지금은 마치 세월이 거꾸로 흐르는듯 느껴지고,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시절이다. 그렇게 싸우면 얻은 것들이 손바닥에서 모래 흐르듯 허무하게 무너져 가는 세월들....그러나 " 그 어떤 것도 지속될 수 없으므로, 슬픔은 생겨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영원히 슬픔에 잠기도록 하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으므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 2009-06-24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의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을 읽으면서, 그 작가가 참 무서웠습니다.
'읽기가 고통스러운 작가'... 딱 맞는 표현인 듯 하네요.
정작 그 뒤에는 그의 소설을 별로 접하지 못했지만...

머큐리 2009-06-25 11:06   좋아요 0 | URL
저는 산문집 한권...소설은 이 책이 처음입니다.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을 읽어봐야겠어요...
 
불량소녀 백서
김현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김현진이란 에세이스트... 예전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쓴 책이 있어 그냥 발칙한 십대가 하나 있구나 했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아마도 20대 중반에 쓴 책이 아닌가 한다. 그녀를 본격적으로 다시 인식한 건 2008년 촛불이 타오르던 때 시사인의 칼럼을 통해서 였다. 그때 쓴 글이 아마도 '우리안의 이명박'이란 글이었는데... 우리 안에 물욕성이 이명박을 당선시킨 동력이었고 (이명박은 전과 14범에 거짓말쟁이 라는 것은 모든 국민은 알고 있었다) 그 물신성을 극복하지 않고는 언젠가 또다시 고통을 받아야 할 것 이라는 내용은 짤막한 글이었다. 난 그 글에 깊은(?)공감을 했고 그녀를 다시 인식했다.  

얼마 전 촛볼과 기륭전자 비정규직 근로자 농성, 용산사태를 겪으며 쓴 글들을 묶어 새롭게 책을 출간했다. '그래도 언니는 간다' 라는 제목이었는데... 김현진이 '언니는 간다'라는 영화를 제작하고 큰 재미를 못 본 것에서 제목을 결정한 것 같다. (영화는 확실히 에세이보다 어려운가 보다) 

이래저래 관심이 가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어쩌면 평범하고 진부한 이야기들...여성이여 스스로 자존감을 느끼고 당당하게 살자는 말은 이제 너무 흔해서 진부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하게 수사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라기 보다 김현진이라는 어린 소녀가 여성이 되기까지의 분투기였고 여기서 단순한 수사적 얘기는 매우 처절한 분투기로 전환된다. 그러나 처철한 분투기 자체는 어둡고 회피적이 아닌 즐겁고 희망찬 것이다.  

'불량소녀'는 체제가 여성에게 불리하게 씌우는 차별을 거부하고, 당당하게 주인으로 사는 여성이다. 즐겁게 살기에 '소녀'로 사는 여성들.. 그러나 '나쁜년'과는 엄연하게 차이가 있는 여성이다. 왜냐하면 불량소녀들은 여성들과 연대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의 편견과 당당하게 맞서기 때문이다. 여성임에도 남성과 연대하여 남성이 원하는 '여성성'을 가장하여 같은 여성을 착취하는 '나쁜년'과는 질적으로 틀린 여성이 '불량소녀'다.  

난 김현진의 불량소녀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발랄한 페미니즘을 본다. 나 스스로가 불량소녀들의 도발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 모를 발랄한 그녀들은 이제 이 세상의 주인으로 당당히 나서야 하는 새로운 젊음이고 저자가 여성들과 함께 나누고픈 자신의 경험이다. 학문으로 글로서 패미니즘이 아니라 생활로 경험으로 깨지고 무너지면서 쓴 그녀의 불량소녀가 아직도 남성세계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러 여성들과 남성이라는 한계로 자신도 모르게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진 남성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 같다.  

그냥 딸이 있다면 나는 '불량소녀'로 키울 것이다. 그녀의 경험과 아픔과 변신에 박수를 보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이] 2009-06-2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으셨나보네요^^ 저번에 반가웠어용!~

머큐리 2009-06-21 06:15   좋아요 0 | URL
너무 일찍가서 아쉬웠어요...ㅎㅎ
 
단 한번의 시선 1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여러가지 패턴이 자리잡혀 있겟지만, 가장 고전적인 패턴이야 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독자가 어느 정도 사건의 개요에 접근했다고 느끼는 순간 뒤집혀서 멍~하게 만들어 버리는 패턴들. 

이 소설의 장점은 마지막까지도 반전을 던져 준다는 것....  그리고 전혀 지루하지 않게 끝을 향해 달려가게 만든다는 것. 전철 안에서 감질나게 읽느라 죽을 뻔한 소설이다.  

매니아들은 다 읽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혹 추리소설을 접해보고 싶은 분들은 이 책부터 시작해도 무난할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마르크스 자본론'의 핵심을 찌르는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로쟈님 서재에 들렸다가 최근 사회과학 서적 판매동향을 정부가 조사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책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치자들이 가장 껄끄러워 할 책이 '자본론'임은 다들 아는 사실이고, 자본론을 세련되게 왜곡하거나 비과학적이라고 몰아붙이거나 할 여유가 있는 나라들은 자본론 출판을 허용하고, 여유가 없는 나라들은 자본론 출간을 불허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자본론'을 좌익이념사상서로 출간을 불허했을 뿐 아니라 이 불온한 책을 소지했다가는 국가보안법 상 이적표현물 소지라는 무시무시한 죄명을 감수해야 했다. 얼마전이라는 것은 사실상 87년도 이전을 가리킨다. 결국 '자본론'도 민주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의 손으로 다시 돌아온 것인데, 서적 판매 동향조사 자체가 다시 20년 전의 시대로 돌아가고자 하는 발상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어쩜 모든 곳에서 이렇게 민주주의를 일사불란하게 후퇴시키는지... 

'자본론' 또는 '자본'은 호락호락하게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물론 정치경제학 서적치고 호락호락한 책이 어디 있으랴만, 어느정도 사전 지식없이 달려들었다간 몇 장 읽기도 전에 떡실신(?)하기 좋은 책이 '자본'이다. 사람들에게 알리긴 많이 알려야겟고, 내용은 어렵고...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자본'에 대한 입문서들이 많이 출간되었는데, 가장 최근에 출간된 책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이다. 근데 책 제목이 원숭이도 이해한다고 해서리...(몇몇은 읽다가 자존심 좀 상하겠다.ㅎㅎ) 

이 책 역시 '자본'의 입문서로서의 미덕은 잘 갖추고 있다고 본다. 입문서의 미덕은 입문하려는 책은 핵심적 개념과 사항에 대한 요약 및 해설이니 만큼, 자본에 대한 핵심 사항들을 반복적으로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미덕으로 봐야겠다. 물론 한계도 있다. 입문서 자체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일 것인데, 핵심을 강조하다 보니 너무 단순화시켜서 '자본'을 실제로 접하면서 느끼는 풍부한 함의들이 너무 도식적으로 나열된다는 것. 하지만 입문서야 입문서로서의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흠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을 읽음으로서 '자본'에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는가가 이 책을 평가하는 가늠자가 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책에서 내용을 이끌어가는 방식도 토론식으로 되어있어 초심자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지 않도록 형식을 꾸민 것도 장점이라 생각된다. 마지막 장에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언급하면서, 자본주의 극복의 한 예로 설명하는 장이 있던데... 글쎄 현재 진행형인 나라의 실험을 너무 강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다. 오히려 기존 사회주의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던데, 저자 자체가 베네수엘라와 차베스에 대한 애정이 많아 보였다.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자본'을 읽을 수 있을까? 자신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최소한 '자본'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맛뵈기라도 봤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이] 2009-06-17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최대 단점은, 자칫잘못하면 원숭이보다 못한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는것입니당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