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 Paju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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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길에서 시작되는 짙은 안개처럼 영화 속의 사랑 역시 모호하기만 하다.
운동권 인물이 나온다고 모두 운동권 영화는 아닐 것이다. 여기서 철거민의 싸움은 그저
하나의 배경일 뿐이다. 도시의 확장으로 인한 욕망의 뻗어 나감은 배경일 뿐 영화는 처음
부터 끝까지 사회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죄책감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쩌면 배경 때문에 모호하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이것 저것
생각을 해보다 풀리지 않는 것이 너무 많아 그냥 단순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운동권이던 '중식'은 선배와의 불륜으로 인한 사고로 서울을 떠나 개발 전의 파주로 잠적
한다. 거기서 '은모'의 언니 '은서'를 만나 결혼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사고로
아내를 잃고 '은서'와 지낸다. 초기의 죄책감이 해소되고 다시 새롭게 운동을 시작하려는
'중식'과 언니의 사망 후 평범하게 지내던 '은모'의 갈등은 은모의 인도 여행으로 잠재되고
인도에서 돌아온 '은모'는 언니 '은서'의 죽음에 무언가 의혹이 있음을 알고 그것을 규명
하려 한다. 거기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으니 그 숨겨진 진실은 이 두 사람이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하나의 복선을 이룬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 것일까?
처제이자 공부방 제자인 '은모'에게 '중식'은 처음부터 사랑했노라고 했다. '은모'의 사랑은
영화에서 보이나 '중식'의 사랑고백은 뜬금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 사랑고백으로 인하여
'은모'의 의혹은 풀리지 않는 평행선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내려온
파주에서 처제를 사랑했다고 말하는 '중식'을 이야기 구조상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철거민의 상황들은 무언가 사회적 메시지를 나타내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저 배경으로
겉돌고만 있다. 주인공들은 철거나 생계에 대해 전혀 상관없이 겉돌고만 있다. 언니의 죽음의
미스테리도 이미 드러나 있다. 파주가 모호한 것은 주인공들의 심리가 겉돌고 있는 사실 때문
이 아닌가 한다.
영상이나 느낌은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는데, 가만가만 생각하려고 정리할 수록
알수없는 영화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랑에 관한 기록도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격렬한 항의도
아닌 어디 쯤 안개 속으로 빠져버린 영화가 되어 버렸다.  
그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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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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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청소년 소설치고 좀 하드코어 하다라고 해야 하나?
드러나는 주제들과 사건들은 평범하진 않다. 하기사 평범하지 않아야 흥미진진 할 테지만
흥미진진함을 위한 소재로서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난 항상 이 책을 아들들에게 어떻게 소개해야 할 지
고민하면서 읽는 다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순수하게 책에 집중하기 보다 여기저기 곁가지에
더 신경이 써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마법의 존재와 마법에 대한 책임의 문제, 문제 가정(?)에 대한 배경, 새엄마와의 갈등.
그리고 아동 성 추행.... 이러저러한 소재들이 뒤범벅 되어 있는 이 청소년 소설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 지 참 난감하다. 세상을 따뜻하게 보기 보다 보다 냉소적으로 보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게 이 소설의 최대의 문제점이다. (청소년들이 세상을 무조건 따뜻하게 희망차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 

마법이 등장하는 만큼, 의지로 인한 모순의 극복보다 마법을 통한 모순의 극복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는 점에서 그러나 의지가 아닌 마법을 통한 문제의 해결은 결국 자신에게 되
돌아 온다는 설정이 그나마 조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결국 욕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가를 이 책은 말하고 있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재의 선정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편하다.  

마법을 잃어버린 순간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일 텐데...
어쩌면 마법을 잃어 버린 사람이 마법의 세계를 동경하는 청소년의 마음을 마구 제 멋대로
해석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난 이미 마법을 잃어버린 중년의 남성이고
마법의 소재도 애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따지고 있는 고루한 어른일진데...
 

그래도 책은 술술 참 잘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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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이 책장을 술술 넘어갔는데요, 작가가 역량에 비해 지나치게 하드하게 나간게 아닌가 싶어졌어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청소년들이 읽기엔 더 불편한 소설이 되지 않았나 하는거죠. 분명 어느 부분들은 좋기는 했는데 '문제들'을 지나치게 많이 깔아버린 것 같아요. '심하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 서른 살의 강을 현명하게 건너는 52가지 방법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이러저러한 심리학책을 나는 꾸준하게 읽는 편이다.
나에 대해 궁금하니까... 무언가 해답을 주는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 잔뜩 기대하면서...

어느 덧 30을  훌쩍 넘긴 중년이 이 책을 읽는 다는 것이 우스워 보일지 모르겠다.
30 대의 독자들이 대상이겠지만, 더 어린사람도 나 처럼 더 먹은 사람도 유용한 이야기가
많다. 다만, 심리학이란 학문이 그렇듯이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보다 감정적으로 반응해야
더 많은 효과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정적인 반응보다, 이성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더니 꼭 잘 꾸며진 처세술
같아 보인다.   

이렇다는 거다.
" 자 세상은 원래 힘들다. 그거 인정해라. 그리고 인정을 바탕으로 열심히 살자. 열심히
살다보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많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편견에서 해방되라. 자신에게
상처를 주지 말고 ......."
물론 과도한 축약이자 뻔뻔한 이야기라는 것 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실천적으로 얻어갈 지혜도 많이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예전에 신에게 받던 위안을 심리학으로 부터 받길 원한다는 의혹을
떨치기 힘들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심리학을 탐독하고 있으니까... 무언가 자신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에게 상담해야 할까? 부모? 친구? 그냥 독서?
어쩌면 심리학이야 말로 우리들을 구원해 주는 새로운 친구이고 부모이고 신이다.

그래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속에서 불안정한 개인들에게 이런 위로라도 전해주는 학문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많은 위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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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요괴전 - 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 생태경제학 시리즈 1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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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시절에는 워낙 독재가 판을 치던 시대였고, 물리적 압박이 다른 것들을 사소하게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에 군사정권만 물러나면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 새로운 시대가 무엇이 되었건, 일종의 공공의 재산이 전체 민중의 생존 조건을 퐁
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상상했고, 막연하나마 좋은 세상이 무조건 도래할 것이라 믿었다.  

민주화 10년의 역사는 어쩌면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규정한다는 그 자명한 사실이
상부구조의 장악을 통해 하부구조까지 변혁시키겠다는 의지를 순차적으로 배반해온
시절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민주화라는 당위적 명제만을 가지고 정권을 획득하려고 했을 뿐 그 정권
을 지탱하고 있는 자본의 질서에 대해서는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는지도 모르겟다.
결국, 자본의 전면적 자유는 노동과 전체 사회질서의 숨막히는 통제를 가져왔고 문제는
군사정권의 물리적이고 폭력적인 통제가 아닌, 자본의 섬세하면서도 더욱 촘촘한
통제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 

생태의 문제는 결국 자본의 문제다. 자본의 작동 방식에 대한 문제이고 자본주의적
삶을 유지하는 우리 모두의 생활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석훈이 문제제기하는 부분에 대한 의식은 이전 부터 꾸준하게 이어져 왔을 것이다.
그러나 나 개인적으로는 이제야 이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중고생을 위해 썼다고 한다.
기성세대는 이미 생태파괴로 인한 물질적 기득권을 가지고 있고 미적으로 이미 구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렇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누구도 생태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이런 문제의식을 느낄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돈이 개발이 기술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탈출구는 적기 마련이다.  

삶의 문제는 소소하다. 그러나 그 소소한 삶도 거대한 사회의 움직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소한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귀찮아 지는 여러가지 일들을 감내하지
않고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치도 경제도 이제는 생태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왜 이리 그 길은 멀기만 해 보이는 것인지... 그래도 등에처럼 끊임없이
주의를 환기시키는 우석훈 같은 사람은 너무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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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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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당연히 가해자는 벌을 받아야 할 것이고 피해자는 이에 응분한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가해자가 13세 미만의 아이들이라면 어찌되는가?
아동의 미숙함을 이유로 성인이 받는 형벌을 비껴가게 된다. 그리고 가해자임에도 불구
하고 이들의 법으로 보호를 받는다. 성명도 밝혀지지 않고, 형벌 대신 교화교육을 받게
된다. 여기서 주변의 친인을 잃은 피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된다. 가해자가 있음에도
그 가해자의 신원도 범행도 처벌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러한 부조리를
기반으로 전개된다.   

가해자의 회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리고 사회는 가해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인권을 어느정도 보호해야 하는가? 그리고 진정한 참회와 용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인권의 문제는 당연하지만 한 겹만 벗겨보면 아리송한 경우인 때가 허다하다.
추리 소설임에도 사회 속의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여러가지 윤리적, 법적 고찰이 매우 뛰어난
소설이라 생각된다.  

어린 시절의 실수로 상처를 안고 가는 사람들.  
가까운 친인을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분노와 증오 속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소설의 구조 속에 인간의 죄와 용서와
참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냥 범죄가 저질러지고 해결되는 일반 추리물에
비해 그 깊이가 틀린다.  

추리소설의 매력 중 하나가 범죄 속에 그 사회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는데 있다.
이 점에서 이 소설이 지닌 탁월한 장점이 보인다. 그리고 거기에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있다.
죄를 지은 인간은 누구에게 속죄해야 하는가?
죄를 속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죄란 결국 무엇인가? 

오랜만에 손에 감기고 가슴에 남는 추리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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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9-10-2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저도 너무 좋았어요.
머큐리님 말씀대로 정말 "가슴에 남는 추리소설"이라고 할까요.

머큐리 2009-10-28 23:41   좋아요 0 | URL
반가와요...람혼님..ㅎㅎ
영광입니다. 제 서재를 다 방문해 주시고..

다락방 2009-11-0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람혼님과 머큐리님의 추천에 이 책을 보관함에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