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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선택함에 있어서 배우를 보는 경우보다는 감독을 보는 경우가 좀 더 괜찮은 영화를
볼 확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송강호라는 이름은 그냥 내 발길을 극장으로 이끈다.
이제는 좀 식상할 만도 할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툭툭 내뱉는 대사들 하나하나는
어쩌면 이 새대를 살아가는 중년들이 항상 뱉어내는 말이라 그런가?

밥벌이를 위해 간첩을 잡는 일에 투철한 국정원 요원과 남파되어 임무를 완료하고 북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픈 간첩이 서로를 이용하기 위해 만나서 벌어지는
영화의 스토리는 일상 속에서 남과 북의 관계를 그대로 투영하는 듯 해서 그리 만만하게
볼 액션영화의 범주를 벗어나 버린다.  

두 사람은 체제 대립 상 어쩔 수 없이 적으로 만나야 하는 사이다. 그럼에도 그 둘에겐
공통점이 있다. 국정원 요원인 한규(송강호)는 일에 치여 가정을 돌보지 못해 아내에게
이혼당한 서글픈 이 시대의 가장이고, 지원(강동원)은 국가의 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일련의 사건으로 배신자로 낙인찍혀 북으로부터 버림받은 처지다.
둘 다, 돌아갈 곳이 없이 떠돌이로 지내야 하는 신세라는 점이다. 그리고 둘 다 국가를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실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둘 사이의 긴장은 남과 북의 정세변화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영향을 받는다. 결국 일상의
자잘한 흐름도 국가의 정책과 전혀 무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대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결국 체제가 갈라져 다툼이 심할수록
피해는 일반 국민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지난할 수 밖에 없다. 서로를 경계
하고 이용하는 사이에서 신뢰란 싹틀 수 없는 것이다. 일상을 같이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을 바로 이해하게 될 때, 신뢰란 싹이 트는
것이다. 이것 역시 남과 북의 관계와 동일하다.  

결국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있어야 긴급한 상황(?)에서도 관계가 유지됨을 보여준다
는 점에서 이 영화의 미덕이 살아 남는다. 그 이해와 신뢰는 자신이 충성하는 조직의 논리
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을 용인한다는 점에서 더 큰 위력을 갖는다.
(그럼에도 결국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한계를 갖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킬러로 등장하는 '그림자'가 하는 말 "너무 낭만적으로 본다"는 대사는
혁명이나 배신자들에 대한 단호한 응징의 의지를 나타내지만, 결국 낭만이 빠지 혁명은
그저 피냄새 자욱한 사건일 뿐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과연 역사는 낭만을
허락하는지... 어쩌면 그 피비린내가 역사를 여기까지 움직인 동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사람들은 피냄새를 지우고 함께 공존하기를 원한다고 감독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그럼에도 피냄새를 지우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남과 북에 대한 관계 뿐 아니라, 이 땅에서 근로하는 외국인들의 처지와
실상을 매우 실감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도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우리는 과연 인간적인 대우를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은 사실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 사람을 화폐로 등가시키는 이 사회의 무지막지 함에
대한 항의도 종종 드러난다. 
한철의 대사에서 드러나는 극우적 발언들 속에서 묻어나는 이 나라 보수들의 정서 역시
날 것으로 드러난다. 부정적인 모든 것을 내부의 문제가 아닌 제3자에게 씌우는 반공이데올
로기는 영화로 봐도 썸찟하기만 하다.  

'그림자'가 물어보듯이 과연 낭만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영화
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을까? 영화는 낭만의 승리를 얘기하고 있지만, 영화 마지막에
난 그 승리를 결코 예감하지 못한다. 낭만적으로 보기에 역사는 너무 냉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낭만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때론 쓸쓸하고 때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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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2-1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미남 강동원이 이번 영화로 엄청 많이 배웠다...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 존재가 송강호때문이고요..^^

머큐리 2010-02-17 17:37   좋아요 0 | URL
송강호...삶인지 연긴지 헷갈리는 진정한 배우죠..그쵸??
강동원의 슬픈 눈빛은 정말 찡~하던데요..ㅎㅎ

순오기 2010-02-1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걸 볼까~ 하다가, 울고 싶어서 하모니를 봤어요.
덕분에 실컷 울었더니 정화된 느낌이에요.^^

머큐리 2010-02-17 17:31   좋아요 0 | URL
너무 우는 영화는 쫌...그런데 말입니다..보신 분들은 다들 추천하는 그 영화를 보셧군요..^^

novio 2010-02-18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경적 요인에 의해 피치못할 사연을 만드는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이 있길 빕니다. 그리고 환경에 의해 파괴되는 내용을 정확하게 글로 옮긴 이 글, 정말 훌륭합니다.

머큐리 2010-02-18 10:09   좋아요 0 | URL
이런 글 쫌 몸둘바를 모르겠는데요..^^;
그런데, 혹 외국에서 사시나요??
 
알제리 전투 - The Battle of Algi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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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영화고, 문화적으로 세련되게 식민정책을 펼쳤다는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위선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 영화이다. 오래전 영화라 화면이 흑백으로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아... 난 이미 컬러에 3D까지 펼쳐지는 현대의 영화들을 섭렵하는 세대고, 이 영화는
영상으로만 보면 그 이전 세대의 영화인 것이다.
영상기술의 진보와 화려한 볼거리가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고 현실을 감추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절감한다. 흑백의 투박한 영상임에도 그 속에서 드러내는
사실주의적 힘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유발한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와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프랑스가 마지막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식민지가 알제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즘에 맞서
자유주의 국가를 수호한다고 싸웠던 프랑스의 자유주의가 결국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은 식민
지 알제리의 독립운동을 무력과 공포로 탄압하는 행위 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제국주의적 지배와 통치를 방해받지 않는 자유주의의 한계가 제3세계로 투영되었을 때,
그것은 또 다른 질곡임에 틀림없다. 

시위하는 군중들에게 진압 경찰은 해산을 종용하며 묻는다. "너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독립, 자유..." 가장 원초적인 대답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러한 상황을 프랑스는 인정하지
않았다. 가혹한 고문과 처벌을 통해 독립운동 조직을 말살하려는 프랑스 공수부대는 언론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문제는 간단한 것이다. 프랑스가 알제리에서 물러난다면, 이 모든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가 계속 알제리를 점령한다면...끊임없는 폭력과
갈등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이것은 프랑스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다만, 그들은 그것을
인정하고자 하지 않았다. (영화의 대사에 나오듯 유일하게 프랑스 내부에서 그들의 제국주의"
정책을 비판하던 지식인은 사르트르였다. 지식인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
하게 된다. )

영화는 무조건적으로 알제리를 두둔하지 않는다. 독립운동이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그 와중에
끊임없이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 나감을 보여준다. 혁명이란 결국 피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걸까? 박노자의 책에서 혁명에 대한 낭만성을 경계하는 글이 있었다. 혁명을 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그 피값에 대한 무거움을 느껴야 한다. 피값을 치룰 각오와 그에 대한 책임
없이 혁명을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 그건 일종의 관념일 뿐이고 낭만일 뿐이다.
알제리 독립은 그런 피를 요구했다. 지배하려는 자의 피와 지배를 거부하는 자의 피!
그리고 가장 서글픈 것은 그 와중에 무고하게 흘려야 했던 사람들, 어린이들의 피! 

모든 예술에 공감하고 전율할 수 있는 건 하나...그건 진실의 힘!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 흑백으로 거칠게 전개되는 영상이지만, 아바타의 화려한 영상도 표현
하지 못하는 힘이 그 속에 있었다.
추상적이고 낭만적인 자유와 독립이 아닌 피로 아로새겨진 자유와 독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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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2-1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까지 알제리는 프랑스의 계륵이었지요.프랑스 본국은 알제리에서 손을 떼길 희망했지만 알제리에서 태어난 프랑스인들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마치 영국이 아일랜드의 독립을 허용하면서도 거기에 정착한 신교들때문에 북아일랜드를 남겨두어서 두고 두고 고생한거처럼 말이죠.
그래서 드골이 알제리 독립을 허용하고자 했을적에 알제리계 프랑스인과 프랑스 일부 군부는 드골의 암살을 기도하기까지 했지요.그걸 소설화한것이 바로 재칼의 날이라고 하더군요^^

머큐리 2010-02-11 08:35   좋아요 0 | URL
선진국들이 아무리 잘난척해도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는 한 역사의 진보는 없을 것 같아요...
 
아바타 - Ava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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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생태적 가치가 증가하는 만큼 동양의 사상에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종종
느끼게 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것이 얼마나 대중화 되고 있는지에 대한 느낌..
비슷한 것이 왔다.

꼭 동양이 아니더라도 고대로 부터 번창해 왔다가, 서양에서 사라져 버리고 동양에서
잔존했던 생태적 사고가 이제 다시 서양으로 건너가 나름 꽃을 피우는 모양이다.
우리가 느끼기에 잡탕같은 아바타의 서사적 구조는 어쩌면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친숙한 이야기들... 더구나 서양의 무력 앞에 그저 힘없이 당하기만
했던 현재까지의 역사는 아바타의 이야기가 단순하게 외계 행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만은
아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진행되는 매우 적나라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서양의 발달된 과학과 합리적 이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받아들이고 공감해야 하겠지만
그 저변에 도사리는 비합리적 파괴와 무분별한 이윤추구는 분명히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서구모델를 지향하는 우리는 아직도 그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영화를 통해서 무언가 새로운 영적 각성을 희구하는 것 밖에
없는 것인지... 어쩌면 아바타의 서사에 대한 회의는 그러한 영적 각성이 제3세계에
일종의 미신으로 폄하되었던 과거와 연관이 있을 지 모르겠다. 
그것은 일종의 진실된 희망보다는 허망에 가까와 보이는 것이다.

영상이야 비교 대상이 없으니 당연 찬사가 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조임에도 몰려드는 관객들을 보면서,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사실 아리송했다.
무엇보다도 영상일 것이다. 새로운 영상은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재미도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는 큰 아들의 말에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나고
물었더니 역시 전투씬을 이야기 한다.
사람들은 전쟁의 발발 원인이나 전쟁이 후 나타나는 참상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싸우는 모습에 흥분하고 (당사자가 아니니) 즐거울 뿐이다.
(하기사 구경 중에 제일 재미있는 것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 하지 않는가?)

생태와 동양적 사고...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과연 그런 것이나 있을까?
어쩌면 빈곤한 소재를 메우기 위해 좀 더 이국적인 무언가를 끌어들인건 아닐까?
단순하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애들의 모습에서 난 이 영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식상한 서사지만  내 나름대로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화려한 영상과 웅장한 전투씬에 크게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등장에 감탄하면서도 우려스럽다.  

사실 이 영화보다 다른 영화들을 보고 싶었다. 
시류에 뒤떨어졌다고 투덜대는 아들들 때문에 짬을 내서 본 영화였고 결국 중간에 살짝
졸고 말았다. (이게 조조의 휴유증?) 그리고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잠깐 졸았다는 말을
하고 나서 이상한 놈(?)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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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2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는 동안에는 빨려 들어갔거든요. 영상이 화려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극장을 나오고나니 이 영화에 대한건 별로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저 그때뿐이랄까요.

저는 전쟁장면이 힘들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전쟁의 발발원인이나 전쟁후의 참상 때문이라기 보다는 명목있는 전쟁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남의 것을 빼앗고 또 내것을 지키기 위해 피흘리며 싸운다는게 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는게, 제게는 단 한번도 합리적으로 보인적이 없어요. 그런데 또 그렇다면 무엇으로 해결해야 하는가, 라고 하면 또 답을 내릴 수도 없고...

어쩌면 제 이런 생각은 머큐리님께서 밑의 페이퍼에 쓰신 것처럼 '일상에서의 비합리성'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네요.

머큐리 2010-01-26 23:4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뭔가 음악과 춤이 있는 영화나 로맨틱한 영화 그리고 뭔가 묻어나오는 영화(응?)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10-01-27 09:04   좋아요 0 | URL
아 머큐리님!!
뭐요, 뭐가 묻어 나오는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지저분한 생각중 ㅋㅋㅋㅋㅋ)

머큐리 2010-01-27 09: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뭐라 말할 수 없어도 느낌으로 아는 그런 삶의 어떤 것들이요..제가 표현력이 좀 어눌해서... 어떤 아련한 향기 같은 거죠...콧물이나 등등의 것과는 많이 거리가 있는 어떤것..인데요..흠...(근데 삼겹살 굽는 냄새는? 응?)

털짱 2010-01-27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주 이 영화를 봤는데 글쎄요... 스토리에 있어서 새로운 무엇이 있었던가 싶어요. '전우치'의 발랄한 상상력이나 '여배우들'의 당돌한 솔직함에 전 더 끌렸던 것 같아요.^^

머큐리 2010-01-27 09:47   좋아요 0 | URL
전우치는 몰라도 '여배우들'은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말입니다..ㅎㅎ

2010-01-27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8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1-28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일단 졸수도 있다는 걸 이해합니다 ㅎ

머큐리 2010-01-28 09:35   좋아요 0 | URL
휘님은 이해해 줄지 알았어요...ㅋㅋ 우린 별종(?)들인가?
예전에 트랜스포머 보다가 졸았는데...왜 그런거지요???

프레이야 2010-02-0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릴 수 있었다는 점에 저도 동감합니다.^^
한참 막바지 전투장면 중에 화장실 다녀오느라 나았지만요.
(커피를 대짜로 마셨더니만..ㅋ)
3D체험이 남달랐던 아날로그맨이었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았어요.
작은아이랑 봤는데 아이도 의외로 괜찮네, 이러더군요.ㅎㅎ
 
진보의 미래 -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노무현 대통령의 진보의 미래
노무현 지음 / 동녘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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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을 어떤 식으로든 마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나 보다.
올해는 애증이 깔리던 두 명의 대통령을 보내야 했었고, 사람을 보낸 것이 아니라 어떤 시대를
마감한 것 같은 느낌에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관념으로만 진보인 나는 생활에서도 진보의 가치를 찿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동안 살아온
궤적을 둘러보아도 그저 그런 생활인일 뿐, 소비자일 뿐 별 다른 가치를 실천하거나 나타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면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보며,
다시 한 번 진보의 가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진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매끈한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 다만, 한 나라의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어느 한 사람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느낄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최고의 장점인 솔직함과
소탈함이 묻어나는 책이다. 그만큼 고민과 성찰과 의문이 묻어나는 책이다.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가? 그 출발점이 이 책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
나는 이 책으로 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MB를 선택한 것은 이 시대의 사람들이다. 
자괴적인 말이지만 지금 현재를 구현하고 있는 사람이 MB 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이데올로기적 논쟁의 패배가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의식은 딱 그정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지점에서 노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가치는
바로 시민들의 의식의 개혁에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시민의 의식을 깨어나기 위해 결국
진보와 보수의 틀 속에서 진보의 가치를 찿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 진보의 가치는 결국 복지로 요약된다. 복지의 문제는 결국,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점
으로 작용한다. 성장이냐 분배냐를 논한다면 단호하게 분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성장이라는 말 속에서도 삶의 질적인 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치 상의 성장은 성장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성장이 의미가 있으려면, 그것은 구체적인
삶의 질과 연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가의 역할에 대해 주목한다. 그리고 국가를 둘러싼 권력
투쟁에 대한 의의와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보세력은 아직까지는 소수임을
인정한다. 그렇다 아직까지는 소수이다.  

87년 이후 확장되었다고 느껴지는 민주주의와 자유..... 자유의 보수성을 간과한 지금
자유는 결국 자본의 자유로 축소되고 삶의 질은 빈부의 격차로 인해 전반적인 퇴조를
보이고 있다. 선진화라는 미명속에 추진되는 각종 민영화와 반 노동정책은 약자들을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곳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평하기에는 무언가 정확하지 않고, 진보
정권이라 부르기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 다만 민주정권이라는 두 정권 시절 일정정도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도입한 것은 사실이고 이것의 확대 심화가 현 정권이라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뼈아프게 생각했던 것이 노동의 유연화를 인정한 것이라는 노대통령의 고백은
그래서 의미 심장하다. 이 사회에서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삶의 질을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유연화를 저지하기 위해 이른바 진보성향의 전문가
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아무도 그에 대한 해답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진보진영의 의제 설정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더불어 실질적 행정에 대한 능력은 더더욱 부족할 것이고.... 

진보의 가치를 구현하려면, 노무현 정권이 가진 딜레마부터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중도와 진보를 표방했던 참여정부와 중도와 실용을 표방하는 MB정부....
중도는 껍데기고 결국 그 속의 정책을 가지고 논해야 할 것인데 그 정책에 대한 싸움은
내년에 어느정도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진보에 대한 고민은 여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게 느끼고
경험했던 그 지점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좌표가 되지 않을까? 공과를 평가하고
공을 살리고 과를 극복하면서 조금씩 전진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공과를 떠나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탐구하는 대통령을 두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그 분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이 책 행간 행간이 그런 행복과
슬픔이 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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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2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읽으셨군요.
저도 읽어보려고 하는데 아휴..
조금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 읽고 싶다는 마음이예요.

머큐리 2009-12-23 11:29   좋아요 0 | URL
천천히 읽으세요...ㅎㅎ
내년 선거 전까지 읽으시면 될 듯 한데요

2009-12-23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09-12-23 11:30   좋아요 0 | URL
방가워요...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고 있다는거 아시려나요?

2009-12-23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3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3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3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름속의 산책 - [할인행사]
알폰소 아라우 감독, 키아누 리브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예전에 한 번 본 영화를 다시 본다.
가끔 난 영화를 보면, 주변적이고 지엽적인 문제에 나의 생각이 고착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쟁 후 미국 사회에 대한 생각, 가족과 명예, 물질과 사랑, 전통과 현대....
두루두루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들어있는 영화다.
그리고 우연 속에 사랑이 피어나는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에 집중하기보단 이러저러한 잡생각만 한다는 것이다.

난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보다 이 영화에서 나온 키아누 리브스가 더 좋다.
초인적인 능력자보다 인간의 따뜻한 감정을 갈구하는 나약한 보통사람으로서의 그가 더 정감
있고 끌린다는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오히려 소소한 인간의 감정이 살아있는 영화들이
좀더 마음에 끌린다고 해야 하나? 

전쟁 후 생계를 위해 초콜릿을 팔러 길을 떠난 폴은 혼전 임신한 빅토리아와 우연히 만나고
보수적인 아버지 때문에 고민하는 그녀을 위해 가짜 남편이 되어 그녀의 집에 방문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녀의 마을 이름은 '구름'.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그녀의 집안은 보수적
이고 끈끈한 대가족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주인공 폴은 고아원 출신의 고아다.
여기에 가족주의의 열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전쟁에 참여했다 귀향한 폴의 희망은 단란한
가족과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가족의 원형이 실재 존재했던 것이다.
'구름'마을에.... 

빅토리아를 돕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로 부터 무시당하는 폴... 결국 위기를 넘기위해 맺은
가짜부부 행세는 두 사람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시키고.... 그럼에도 이미 결혼한
폴은 그녀를 두고 다시 아내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아내는 다른 남자와 같은 침대를 쓰고
있고....기쁜 마음으로 빅토리아에게 돌아가는 폴.... 여기에 또한 낭만적 사랑에 대한 절대적
숭배가 깔려있다.  

위의 가족주의나 낭만적 사랑에 대한 나의 감상은  솔직하게 다 쓰레기 같은 얘기고....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의 한 장면 만큼 에로틱하고 기억에
두고두고 남는 장면을 다른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도를 수확한 후  커다란 통에 수확한 포도를 넣고 여인네들이 포도를 맨발로 으깨는
장면...아... 그 아름다운 다리들과 여인들의 모습이란.... 그 장면 하나만으로 난 영화를
보는 모든 행위를 보상받았다  --;;


이 한 장면을 위해 난 한 편의 영화를 다시 보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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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2-0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핑 제목만 보고 헐레벌떡 달려왔어요. 이 영화를 꼭 봐야겠어요! 제가 왜 아직까지도 이 영화를 못봤을까요? 윽, 도대체 뭘하고 산건지 orz

무해한모리군 2009-12-03 08:11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님이 안보셨다는건 뜻밖인데요!

다락방 2009-12-03 09:53   좋아요 0 | URL
이거 살려고 검색했더니 품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머큐리 2009-12-03 10:2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빌려드릴까용???

다락방 2009-12-03 10:34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이거 가지고 계세요? 빌리고 싶긴 한데 어떻게 빌리죠? 착불택배로 빌릴까요?

머큐리 2009-12-03 11:37   좋아요 0 | URL
주소랑 연락처 남겨 주시면 제가 택배로 보내드릴께요..^^

다락방 2009-12-04 08:40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제가 다른데도 좀 더 뒤져보고 정 없으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불끈!!

머큐리 2009-12-04 17:44   좋아요 0 | URL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ㅎㅎ

Arch 2009-12-0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헐레벌떡 달려옴. 저 영화의 그 장면, 나도 기억나요.
야한 것도 아니고, 건강하단 말로도 다 설명할 수 없고, 정말 딱 좋을만큼
에로틱했어요.

머큐리 2009-12-03 17:14   좋아요 0 | URL
아치님은 그 느낌...아는구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