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미술관 - 그림이 즐거워지는 이주헌의 미술 키워드 30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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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근대 리얼리즘전'을 가면서 골라든 책이다.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사실 미술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술에 대해 접근하도록
나를 이끌어 준 사람을 꼽으라하면 서경식선생과 진중권, 그리고 이주헌씨를 꼽을 수 있겠다.
이미 다른 여러 책으로 미술에 관한 흥미를 북돋아준 이주헌씨의 이 책 역시 일반 독자들이
미술에 관한 여러가지 흥미를 만족시킬만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신문지면에서 다 풀지못한
이야기를 첨부해 놓아 신문을 통해 이미 글을 접한 분들에게도 그리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도 다양하다.
그림을 읽는 방법이 문제, 그림의 창조와 감동의 문제, 그림이 가지는 시대적인 문제, 그리고
그림의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 미술활동이 단순하게 화폭에 담겨 있는 표현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이 사회와 자연과 총체적으로 맺어가는 여러가지 활동의 면면들이 조명되고 있다
고 해야 하나? 더구나 중간중간의 화려한 도판들로만 이 책이 가지는 가치를 충족하고 있다.  

인상 깊었던 대목은 역시 '남성 누드'와 '여성 누드'에 관한 대목.
누드하면 여자만 연상하던 나는 누드에서조차도 여성이 차별 받아서 누드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기나긴 세월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누드를 표현하는 완벽한 미에 도달하지 
못했던 여성에 대한 편견을 보며 가부장적 질서라는 부분은 가장 정신적인 부분까지 깨지
않고서는 여성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상자가 느끼는 감정의 격렬함을 드러낸 '스탕달 신드롬' 역시 흥미로웠고, 스탕달 신드롬에
덧붙여지는 각종 예술작품과 연결된 신드롬에서 인간의 감정적 부분과 예술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심리실험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한때 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져 버린 '빅토이라 페인팅' 부분에 가면, 비평가와 작품
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미술계의 흐름에 대한 일정한 패턴을 알 수 있다고 해야 하나?
그 몽환적이고 밝고 아름다운 빅토리안 페인팅이 대중의 눈에서 사라져 버리게 만든 비평가들
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미술을 잘 이해하거나 느끼기 위해서 저자는 강조한다.  
'일단 많이 봐야 한다'고 일단 작품들을 자꾸 보고 느끼다 보면 그에 따른는 심미안은 저절로
생긴다는 의미다. 물론 작품의 배경이나 여타의 지식이 필요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작품과 그 배경등의 지식적 사항은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다.
미술은 결국 느낌일 뿐이고 그 느낌에서 배경이 되는 지식은 중요하나 느끼는 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마도 나는 어느 작품의 제목과 예술가와 배경과 지식을 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 많은 도판을 해설하는 책을 읽고 있으면서, 정작 미술관에 가는 것은 1년에 한 번이나 되는
지... 책은 지식과 설명을 가져다 주는 유효한 도구이나 정작 미술을 느낌까지 이끌고 가기에는
부족하다. 그건 저자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예술 감상의 길이니까 그렇다는 얘기다
다만, 미술관으로 재촉하고 이끌고 선동하는 도구로서 이 책은 많은 지침과 도움이 된다.  

언제 그림앞에서 모든 걸 잊고 황홀경에 빠져 한 숨을 쉬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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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8-0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말 반가웠어요~ ^^

머큐리 2010-08-09 07:50   좋아요 0 | URL
잠깐이지만 뵐 수 있게되어서 다행이고..반가웠습니다..^^

자하(紫霞) 2010-08-08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머큐리님!!^^

머큐리 2010-08-09 07:50   좋아요 0 | URL
저도 베리님 뵈서 반가웠는걸요..ㅎㅎ

pjy 2010-08-0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어봐야 맛을 알듯이 그림도 자꾸 봐야 보이는데요~ 참 게을러서요^^;
 
솔트 - Sal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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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졸리언니 하나로 만족하련다...욕심부리면 벌 받을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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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8-0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졸리언니 ㅋㅋ

머큐리 2010-08-04 12:12   좋아요 0 | URL
졸리언니는 역시 짱!이었어요..ㅎㅎ

카스피 2010-08-0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예고편을 보면 쌈박하던데요^^

머큐리 2010-08-04 12:13   좋아요 0 | URL
쌈박한 면이 없지 않지요..ㅎㅎ 전체적인 구성이나 스토리는 별로라서요

Tomek 2010-08-0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고편에서 원했던 장면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확장판을 낼려는 얄팍한 속임수인지...
ㅠㅠ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정미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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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미경의 소설들은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근원적으로 고독하다고...
그 고독이 사회적 역사적 배경 속에서만 그런것인지, 아니면 실존적으로 그런것인지
아직 명확하게 파악되지는 않는다.
물론 자본주의적 소외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강하다고 하지만 (이 얼마나 남루한 표현
이란 말인가?) 글 속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어쩐지 존재적 고독감들이 물씬 풍겨서
단순하게 시대적이란 말을 하기가 꺼려진다.

그녀의 소설 속에서의 인물들은 무언가 갈망하면서도 그것을 결코 이루지 못한다.
설사 이룬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환상이며, 신기루이고 결국은 무자비한 일상과 자본에
갈리고 쓸려갈 일순간의 감정 같은 것이다.

소설들을 읽어가면서 차마 난 "아니야 삶은 이렇게 비루하지 않아" 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그런만큼 암울하다. 암울하면서 왜 정미경을 읽고 있는가? 

다락방님의 페이퍼에서 처음 본 그녀...
그녀의 글이 이렇게 어두울줄은 정말 몰랐다. 낚였다고 봐야 하는건지... 

그럼에도 그녀의 글에서 난 눈을 뗄 수 없다.
그건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 속 사람들의 고독과 단절과 절망과 희망과 일상이 너무
낱낱히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 속에 들어있는 자본주의적
속물성을 다시 한 번 아프게 찔러대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 속에서 나오는 인물들 속에서 나는 자신을 바라본다.
절망하고 비루한 삶에서 고통받으면서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미래에도
무언가 이루어질 것을 믿지않는 냉소 속에서... 내 다른 반쪽을 보는 것이다.  

언젠가 웃고있는 내 얼굴을 주름을 지적하던 사람에게 난 내 얼굴을 바라볼 수 없다고
더구나 지금 당신이 말하는 내 얼굴은 거을 통해서도 볼 수 없다고....말했다.
숨겨져 있는 나의 수많은 얼굴들.... 그 얼굴들의 한 조각을 그녀의 글에서 찾았다.
그래서 아프면서도 사랑스럽다. 고통스러우면서도 서늘하고 달콤하다.

이렇게 정미경이 이 더운 여름 나를 찾아왔다.
단순한 감상이 아닌 정말 철저하게 해부하고픈 이야기들을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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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8-2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정미경의 작품이 우울하시다면 강석경의 작품은 어떨까요? 전경린 작품은요? 시간이 되신다면 두 작가의 작품들도 읽어보시고 정미경의 작품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개인적으로 리뷰를 읽고 드는 느낌이..전경린 작품을 읽으면 색다른 후폭풍을 맞을 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감이 듭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구판절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가 살고 있는 방의 곰팡이 낀 더러운 벽에서 한 폭의 벽화를 읽어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 나릿빛 사진의 추억-10쪽

같이 여행 가서 찍은 필름을 맡길 돈도 없을 만큼 내가 어렵다는 걸 알고 여자는 처음엔 괜찮다고 말했고 좀 지나자 한숨을 쉬기 시작했으며 그 다음엔 이유 없이 울음을 터뜨리곤 했었다.
- 나릿빛 사진의 추억-11쪽

나는 누군가가 내 영혼의 자기장 깊숙이 들어오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랑 속에는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따스함, 열정, 몰입, 기쁨, 까닭 없이 터뜨리는 웃음소리 같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눈부심 속으로 들어가 보면 마치 빙산의 아랫부분처럼 거짓과 권태와 배신과 차가움과 환멸같은 것들이 수면 아래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다.
호텔 유로-55쪽

아아. 인생을 일천 번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이처럼 세상이 아름다우니까.
- 나의 피투성이 연인-94쪽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는 확실히 그런 순간이 있어. 사랑이란 어떤 것에 대해서는 너무 예민하게, 어떤 것에 대해서는 너무 둔감하게 만들어버리는 감정의 알러지 상태 같은 것이니까.
- 나의 피투성이 연인-109쪽

"필름, 내가 가지고 있을게요. 참, 제목이 뭐예요?"
두고 가면 버릴 것 같아서, 라는 말은 삼켜버렸다.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무슨 뜻이에요?"
"대부분의 우린, 별이 아니라, 스스로는 빛나지 못하는 차갑고 검은 덩어리에요. 존재란 스스로 빛날 수 없는 것.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만월도 되고 때론 그믐도 되고 그런 거 같아요."
-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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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 Incepti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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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한번 더 보기 전에 리뷰 쓸 엄두를 못내겠다. 이 핑계대면서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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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7-2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전 단순하게 이해했어요.. 더 알려고 안하는중.

머큐리 2010-07-27 00:26   좋아요 0 | URL
아..그 쿨함을 본받아야 하는데..ㅎㅎ

비로그인 2010-07-26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건 봐줘야 하는 것이군욥!!

머큐리 2010-07-27 00:26   좋아요 0 | URL
보시면 후회는 안하실 듯 합니다..^^

마노아 2010-07-27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두 번 봤고요, 어제는 급기야 꿈도 꿨어요.ㅎㅎㅎ

머큐리 2010-07-28 07:48   좋아요 0 | URL
오호~ 두 번 보면 꿈까지 꾸게 되는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