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 톨스토이와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인생
석영중 지음 / 예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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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인물이라고 컴플렉스 없진 않을 것이다. 더구나 세기의 성자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톨스토이 역시 컴플렉스가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위대한 사람은 위대한
사람이 가지는 아우라 때문에 그들의 실체( 뭐 이런게 있다면...)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톨스토이에 대한 책이다. 어떻게 보면 톨스토이의 전기라고 할 수도 있고 또 어뗳게
보면 테마 (여기서는 도덕)를 가지고 톨스토이를 분석한 책일 수도 있다.
이 책은 톨스토이의 책 '안나 카레리나'를 통하여 톨스토이의 삶과 사상을 조망하고 심심치
않게는 주요 작품까지 거론하며 톨스토이에 대한 입체적 분석을 한 책이다.
주요 키워드는 '도덕'... 도덕주의자로서의 톨스토이와 실제 육신의 정욕에 지배당한 톨스토이
의 격차가 그의 작품과 말년의 경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한다.  

1. 결혼을 증오했던 톨스토이 
 이 책을 통해 톨스토이는 결국 '결혼은 미친짓이다'라고 끊임없이 되뇌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결혼관을 가졌던 톨스토이는 평생 부인과 끊임없이 전쟁을 하듯 살아야
했고 말년에는 가출해서 객사한다. 그는 젊은 날 방탕했고 그로 인한 참회록도 썼지만, 가정에
대한 이상적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가정에서는 부인과의 극도의 불화로 몇번의
가출을 해야 했고, 결혼에 대해서는 그저 '합법적 매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오... 이 과격함이라니.... 

2. 육신을 증오한 톨스토이 
톨스토이는 참회록에서도 나왔듯이 극도로 정욕을 증오한다. 그럼에도 왕성한 생산력으로
많은 자녀를 두었으니 그것도 참 아이러니 하다. 그는 그러한 자기 분열에 대해 많은 고뇌를
한 것 같다. 끊임없이 정욕을 질타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누구보다 정력적이었던 이 남자는
그 충돌 속에서 수 많은 예술작품을 생산해 내었으니 정욕과 이상의 충돌이야 말로 예술적
영감은 아니었는지... 

3. 예술을 증오한 톨스토이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창착한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 마지않는 그의 작품들을 모조리 인류
에게 해악을 끼치는 쓰레기로 간주했다. '전쟁과 평화'가 쓰레기의 반열로 전락할때
우리는 도데체 어디서 고전을 찾아야 하는가? 그럼에도 그는 그렇게 평가한다. 더불어
클래식 음악과 프랑스 시... 한마디로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우수한 예술은 전부다
쓰레기로 매도하는 그를 보며, 말년의 톨스토이는 정말 제 정신이었는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4. 도시를 증오한 톨스토이 
그에게 도시는 타락의 장소다. 모든 악행이 벌어지는 장소이고, 선량한 사람이라도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장소다. 톨스토이 작품에서 나쁜 놈들은 전부 도시인이다. 그러나
농촌은 도시와 정반대로 상정된다. 거기에는 땀흘리는 노동이 있고, 선량한 사람들이
있다. 톨스토이는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살 것을 주장했다. 

5.육식을 증오한 톨스토이 
알라딘에 육식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질색을 하겠지만, 톨스토이는 육식을 죄악으로까지
보았다. 또한 육식을 통해 졍욕에 휩싸이고, 죄를 짓는다고 생각했다니, 현대인들을 보면
게거품을 물고 설교하지 않을까 한다. 더구나 채식주의자로 변신한 후 채식만 했다고 하니
그의 실천력에는 놀라울 따름이다. 이 밖에도 술, 담재, 마약류를 탐하는 것도 죄악시 했다
고 하니 일면 수긍이 가면서도 그럼 도데체 인간이 즐길 수 있는 건 무엇인지 답답해 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도덕'이 있었다. 죽음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했던
이 명민한 사상가는 결국 '도덕적인 삶'이 올바른 삶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평생에 걸쳐 그것을 실행하기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우리가 그저 단순하게
대문호로 생각했던 이 사상가는 평생을 아이러니와 모순 속에서 자신의 고집을 관철하며,
그것을 작품으로 형상화 시켰고, 말년에는 자신의 작품까지 부정해 버리면서, 올바른 삶에
대한 무지막지한 도덕적 설교을 퍼부었던 것이다.  

사실 난 톨스토이의 단편 밖에 보지 못했다. 그가 쓰레기로 치부한 그의 위대한 작품들은
너무나 긴 이름들과 방대한 스케일로 인해 읽다 좌절하기 일쑤였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어쩌면 그의 그 기나긴 책들을 다시 한 번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톨스토이가
평생을 추구한 이 '도덕'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작품을 읽는 다면 그에 대한 보다 심오한(?)
이해을 할 수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고전이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작가의 작품들의 작가와 생애와 작품과 사상까지
비벼주는 필자의 내공이 놀라운 책이다.
덧붙여 공산주의 혁명에 대한 톨스토이의 분석은 지금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니키스트적인 그의 사상이 혁명이 가진 폭력성과 강제성에 대한 회의를 지녔던 것은
엉뚱해 보여도 그만큼 그는 현실적인 사람이었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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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30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도스토 예프스키 돈에 미치다'를 읽었었는데...ㅎㅎ
요거 잼있겠네요^^

머큐리 2010-08-31 08:44   좋아요 0 | URL
고것도 읽고 있는 중이에요.. ^^

pjy 2010-08-3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그런?넘들이 더 칠색팔색하면서 뒤꿍꿍이가 있다는....응?! ( '')
특히 고기를 신봉하는 저로선~ 아직 배가 덜 고파봤다는ㅋㅋㅋ

머큐리 2010-08-31 08:45   좋아요 0 | URL
아..머..고기를 너무 과격하게 싫어해서 그렇지.. 그래도 나름 이유는 타당하고 새겨들을만한 이야기도 있어요..^^;

yamoo 2010-08-30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안 읽어 봤어도, 내용이 잘 요약돼 있어 무슨 책인지 바로 알겠는데요~^^ 좋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머큐리 2010-08-31 08:46   좋아요 0 | URL
책 속의 풍성함에 비하면 리뷰는 엄청 허술해요..--; 나중에 함 일독해 보시길..^^;

양철나무꾼 2010-08-3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상관없는 궁금증 하나~!!!
억만년 전부터 궁금했는데여.
'머큐리'란 닉이 무슨 뜻이예요?
서재 주소는 '한니발'이라고 뜨네요~

묘한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전 다른 책에서 톨스토이에 관한 비슷한 얘기를 읽고 매력 상실이었어요.
차라리,스탕딸이 좋아여.
암요,그렇고 말고여.

머큐리 2010-08-3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만년 전부터 지켜온 비밀이라... 알면 다치는데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08-31 22:33   좋아요 0 | URL
다쳐도 좋다,머큐리가 있으니까~~~^^

맞는 것에 동그라미치기...( )
1.Mercurochrome
2.수은(mercury)
3.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4.그리스 신화로 치면 Hermes.
로마신화로 치면 Mercury.
(근데 전령으로 치자면 Arch님 말마따나 cupid가 더 어울린다고 강력 주장~!!!)

비로그인 2010-08-31 22:45   좋아요 0 | URL
제가 5월인가 남긴 댓글에 머큘님 닉네임에 관한 물음을 살짝 덧붙였는데 그때도 답을 해주지 않으셨지욥.

흠. 화성인은 들어봤어도 수성인은.. 혹시 이 소개사진이 진짜 말 그대로의 소개사진은 아니시지요?

허나. 만일 그렇다해도 저는 담담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톨스토이와 도덕에 관한 페이퍼에 쓸데 없는 댓글이라니욥 ^^)

머큐리 2010-08-31 23:01   좋아요 0 | URL
이거 별 내용이 없어서...밝히기 머 하니까 그런거죠? 일부러 그런건 아니고..ㅎㅎ 정답은...알켜주면 재미없잖아요..^^

마녀고양이 2010-08-31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가 그랬다는 글을 저도 한번 읽었습니다.
정열에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결벽증이 있는 사람같아요.
머큐리님의 리뷰를 보니, 부쩍 호기심이 드는군요?
흥미로운 책 같아요...... 톨스토이가 너무나 인간적이라는. ^^

일단 장바구니로.......
 
아저씨 - The Man from Nowher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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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폭력에 대한 새로운 영상감각. 아저씨는 어디가고 멋진 오빠만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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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2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꽤 괜찮나봐여?
전 이거 관두고 인셉션 봤는뎅~

머큐리 2010-08-23 16:03   좋아요 0 | URL
인셉션도 봤어요...그 영화도 좋았구요...이 영화는 액션이 멧데이먼이 주연했던 'BOURNE' 시리즈와 비슷한 것, 그리고 스토리라인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다는 것...다만 좀 많이 잔인해요..ㅎㅎ

순오기 2010-08-23 17:21   좋아요 0 | URL
아저씨는 꼬마에게 아저씨일 뿐이고...우리에겐 그저 꽃미남 원빈만 보일뿐.ㅋㅋㅋ
하지만 아이들한테 정말 미안해요~ 이런 세상밖에 못 만든 어른들이 죄인이죠.ㅜㅜ

같은하늘 2010-08-25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씨는 어디가고 멋진 오빠...ㅎㅎㅎ
 
감성 지식의 탄생 - 지식채널e는 어떻게 태어나고 진화했나
김진혁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부제는 '지식채널 e는 어떻게 태어나고 진화했나'이다.

이 책은 지식채널e에 대한 책이다. 그리고 지식채널을 담당했던 PD 김진혁의 자기 고백같은
글이다. 지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감성적으로 풀어나가 시청자들에게 많은 격려와 응원을
받았던 지식채널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지식채널은 숱한 화제를 뿌리고 다녔다.
시적 자막과 아름다운 영상, 배경음악, 소개되는 지식의 진실성과 그 이면에 드리운 날카로운
혹은 따뜻한 마지막 멘트까지... 한 번 보게되면 계속 볼 수 밖에 없는 중독성있는 영상이었던
것이다. 혹은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난 제목을 알지 못하는 여러편의 영상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영상에 숨결을 불어 넣은 아름다운 음악들을 기억한다.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인지 지식채널팀 전체의 생각인지 몰라도... 지식채널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소외'를 다루고 그 '소외'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한다. 소외에 대한 천착에서 시작
하니 지식채널이 따뜻하면서도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표명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더불어 사실과 픽션이 섞인 허구의 '신화'를 벗겨내고 그 허구 속에 불편하나마 진실을 배치
하고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도 대단하다 느껴진다. 이런 것을 결국 영상을
제작하면서 또는 지식을 다루면서 저절로 진화해 나간 면이 크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영상들은 그냥 거저 생긴 것은 아니다.
두 명의 피디와 여러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관심분야에 대한 소재와 그것을 아이템화 시키는
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그것은 창의적인 사고 뿐만 아니라 고된 노동이며 
하나의 사실을 알리고 그 이면의 이야기를 짧게 압축하기 위한 그들의 피와 땀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결국 촛불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고,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
햇음에도 다시 돌아오진 못한 상태다.

교육방송이라는 제한된 방송에서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자 애썼던 그 기록들을 보면
그렇게 진실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방송을 장악하려는 권력에 의해 배제되어야 했던 그가
안타깝다. 언론은 권력에 비판자가 되어야 하며, 권력과 손잡고 스스로 권력이 되려고 하면
불행해 진다는 그의 말은 원론적인 말이자 그 폐해를 직접 겪은 이로서의 쓰라린 고백이다. 

지식의 문제도 그렇다.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 가슴을 건드리고, 단순하게
해법을 주는 것이 아닌 해법을 찾도록 유도해 나가는 그리하여 앎이 삶으로 변하게 만드는
도구로서의 '지식채널'을 위해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야 했는지 알게된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은 그 이유가 분명히 있는 법이고 지식채널의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일은 그저 우연처럼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 속에 노력하는 여러 성원들의 의지와 땀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더구나 수백편의 지식채널의 내용중에서 시초점이 되었던 작품, 전환점 내지 분기점이 되었
던 작품들과 그 배경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다시 한 번 그 영상들을 찾아 보게한다. 

사실 지식채널을 영상으로 만나기 전에 난 책으로 만났다. 책을 통해 영상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책으로 만난 지식채널도 파격이었지만, 영상도 그에 못지 않았고 그 전달 방식과
메시지의 간결하고 압축적은 힘은 새삼 감탄을 자아내게 했었다. 그리고 많은 학교에서 이
영상들로 아이들에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식은 중립적이지 않다. 지식채널의 성격을 순수한 보수적 관점에 가깝다고 말한 저자의
고백처럼 지식채널은 있는 사실을 중시한다. 물론 더 나아가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
되고 있다. 지식을 받아들임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프레임을 유지한다. 그 프레임에 맞으면
받아들이지만 맞지 않으면 배척하거나 외면해 버린다.
단순하게 사실 또는 진실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프레임에 대한 고민은 그래서 계속 진행 중인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것도 의심하라 말한다. 자신이 서술하고 이끌어온 이 책의 말미에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말한다. 지식은 그런 의심을 통과하고 검증해야 올바르게 구현될 수 있으
므로... 회의적 태도와 겸손이 좋기만 하다.  그리고 소외받는 이들의 비인간성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극복하려는 그의 도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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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비타 악티바 : 개념사 10
장귀연 지음 / 책세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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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에 대한 논의는 사실 그리 오래 된 것 같지 않다. 그야말로 어느날 아침에 눈을 뜨니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사회에 통용되기 시작하고, 이제는 익숙한 일상용어가 되어버렸다.
이 책은 일자리와 노동문제만 불거지면 항상 나오는 단어... 비정규직에 대한 개념사이다.  

사실 비정규직이란 말 자체가 엄밀하지 않다. 정규직이 아닌 노동자를 뭉뚱그려 표현한 말이
비정규직이다. 개념 자체를 보면 그저 정규직이 아닌 상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표현한 말이
고 결국 일자리의 문제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말이다.  

문제는 이 비정규직을 우리는 너무 친숙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에 있다. 이 사회는 이제 비정규
직이 불가피한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고, 사회적 의식이 이전과는 다르게
변했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의식의 변화는 급격하고 가파르다. 사실상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확산되기 전 부터 비정규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정규직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사회가 된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형태는 여러가지다. 흔히 계약직, 임시직, 파트타임, 파견직, 용역직...이라 불리는
일자리를 비정규직이라 한다. 이 비정규직의 확산은 IMF체제 이후 보편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혀왔고, 이 관계는 사실상 자본가와 노동자와의 힘의 역관계가 전체적으로 역전되어 나타난
현상을 온전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이 자본을 압도한 적도 없거니와 노동을
강조하면, 빨간색으로 덧칠하는 경우 자본의 공격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이전의 자본은 그래도 '평생직장'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을 사회적 이념으로 통용시켰고
경제발전과 더불어 중산층이라는 애매한 계층을 탄생시켰다. 이젠 그러한 이유도 원인도
찾지 못한다. 다만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외칠뿐이다.  

비정규직에게 안정이란 환상일 뿐이다. 언제 어느때 자신의 일자리에서 떠나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안정이란 말을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불안정을 예외적으로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기지 않고 정상적으로 항시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비정규직의 핵심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에 소속감 없는 노동자에게 생산성이란 말이 통용될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그러면
자본은 왜 생산성없는 이 체계를 유지하려 할까?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해고의 자유가
주는 자본사용의 유용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윤의 문제가 대두하자 생존과 인권의 문
제는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사실 어울릴 수 없는 대립관계이다.
다만, 자유주의적 외피 속에 발전한 자본은 그 자유를 이제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 쓰고
있는 것이다. 경쟁에서 이겨야 모두 살 수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한국에서의 자본의 발전은 지역적 내부의 경쟁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자본의 경쟁력은 노동을 희생으로 강화시킨다.
이것이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다. 이런 대자본의 파렴치한 행위는
중소자본을 직접적으로 착취하는 것과 더불어 골치아픈 노사 문제를 자신의 의지대로
처리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이제 사회에 발디디는 20대는 정규직 채용보다 비정규직 채용으
로 몰리고 있다. 비상상적인 고용관계가 양적으로는 정상적 고용관계를 압도하고 결국은
비정상이 정상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명확함에서 해결의 실마리는 쉽지않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이미 법적, 제도적 측면과
실질적 노동의 결집을 통한 해결의 문제가 겹쳐져 진행되고 있다. 동희오토 노조의 투쟁과
같이 실질적 투쟁은 거칠고 험하며, 제도적 변혁은 막강한 대자본의 로비와 지배층의 오도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같다. 다만 이대로 진행된다면 빈부의 격차는 계속 벌어질 것이고
사회의 분열과 이제 변두리로 몰려나갈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누가 이 흐름을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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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1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은 공감..하고 갑니닷!!

머큐리 2010-08-16 07:55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양철나무꾼 2010-08-1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노동이 자본을 압도한 적도 없거니와 노동을
강조하면, 빨간색으로 덧칠하는 경우 자본의 공격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전 이 구절이 빨갛게 돌출되어 동동 떠다니네요.
저도 깊은 공감~^^

머큐리 2010-08-16 07:56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빨간색으로 덧칠해주시는군요...ㅎㅎ

마녀고양이 2010-08-15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읽는 책에 조선은 모내기를 500년간 금지시켰다고 합니다.
모내기가 이모작 등의 효과로 엄청난 생산량을 낼 수 있지만,
대신 일손이 덜 필요해져서, 실업자 양산이 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양민 보호 차원으로
그랬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욕심많은 양반이나 지주들은 몰래 모내기를 했구요.

적어도 조선에서는 법제적이라도 <모내기> 금지를 했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법에서 더욱 앞서나가네요.... 꼬인 실타래 같습니다.

머큐리 2010-08-16 07:58   좋아요 0 | URL
제도와 법률이 정비되어 있어도 사람의 탐욕 앞에서는 종종 무력화되지요..그래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고, 견제와 감시를 위해서는 정말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이게 관건이자 문제이자 어려움이지요..

카스피 2010-08-15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생산지 노조원들 빼고 안정적인 직장인이 어디 있을까요.대기업의 경우도 알게 모르게 사람을 자르며 상황이 좀 어렵다 싶으면 부서 전체를 날리는 편이니까요.
대기업은 이익을 내겠다고 중소기업의 목을 조르고 중소기업을 살아남겠다고 비정규직만 양산하니....참으로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머큐리 2010-08-16 07:58   좋아요 0 | URL
살기 힘드니 바꿔야지요...방법을 찾지 않으면 더욱 더 살기 힘들어질텐데요..

Paparazzi 2014-05-1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성노조에 대한 비판 없이 자본가만 비판한다면 균형이 없겠지요?
 
[중고]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 MIT대 교수가 독한 마음 먹고 쓴 자기비판서
존 터먼 지음, 하워드 진 서문, 이종인 옮김 / 재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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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완료


100가지 훨씬 넘지만...이거라도 밝히는 그 양심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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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8-13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머큐리 2010-08-14 00:31   좋아요 0 | URL
타계하신 하워드 진선생이 쓰신 서문도 아주 좋아요..^^

마녀고양이 2010-08-1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이거 참... 제목이 당기네요. ㅋ

머큐리 2010-08-14 00:32   좋아요 0 | URL
제목이 당기신다고요? 그럼 마고님은...땡땡주의자??ㅎㅎ

같은하늘 2010-08-1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했더니 판매완료래요.
이게 뭐야? 다시는 팔지 않겠다는 얘기?!?

머큐리 2010-08-14 00:33   좋아요 0 | URL
아 그건 제가 중고책을 사서 그렇구요..ㅎㅎ
새 책은 팔고 있을겁니다..^^

순오기 2010-08-13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가지만 되겠습니까~ㅋㅋ
요네하라 마리 여사는, 세계를 다 미국 시민으로 만들면 전쟁이 없을 거라고...
발명매니아에 써 있던데요.ㅋㅋ

머큐리 2010-08-14 00:33   좋아요 0 | URL
그래도 미국시민은 싫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