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몇몇 신문기사들이 눈에 밟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고대생이 취업준비생을 기르는 학교를 거부하고 자퇴서를 냈더군요.
88만원 세대의 아픔이 요즘처럼 절절하게 느껴지는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20대의 문제지만, 결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고 교육의 문제이고 또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문제이기도 하지요
철학이 신학의 시녀로서 지내왔던 중세처럼, 교육은 이제 기업과 이윤의 시녀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내 아이들에게도 공부란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하기 무서운 시절입니다.
어제 후배와 식사하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형 애들이 형이 원하지 않고, 사회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고 한다면
형은 그걸 용납할 수 있나?"
물론 상황과 조건의 구체성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질문이지만, 일반 통념과 다르게
자신의 길을 걷겠다고 한다면, 왠지 몰라도 내 스스로가 불안해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반대할 확율도 많겠지요...통속적으로 아직 어리고
세상살이 경험이 부족하고...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일반적 통념이란, 정규교육과정을 마치고, 대학을 진학하고 원하는 자신의
일을 찾아 가는 거지요...여기서 정규교육 도중 이탈이나 대학의 포기 등은 아직
스스로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고, 아마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많이 당혹해 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대학교가 취업자격증 발급처로 전락해 버린 시절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학교을 졸업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뿌리 깊는 사고을 발견한 셈이지요.
나이만 먹다보니 어느새 기성세대가 되었고, 기성세대로서 무언가 이루어놓은 것이
없다보니, 후대들의 생활은 점점 팍팍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자괴감이지요.
관념적인 전진이 아닌 생활 속의 전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내 몸과
사고는 완강한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자퇴를 결심한 한 대학생의 문제제기가 타당하고 올바르다고 느끼면서도 그가
뼈저리게 느낀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축적된 것에는 이런 사고적 경직성과
현실과 타협한 기성세대의 안이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학을 거부한 학생의 글에서 참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됩니다.
주어진 현실을 걷어차고 자신의 의지를 선택한 그 학생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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