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의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모친상이다 보니 오랜만에 어렸을때 같이 자란 친구들을 볼 수 있었지요.
남들이야 고향친구니 동창들이니 여럿 만나고 다니지만, 저는 사실 고향대신 서울 이문동이란
한정된 동네와 그 동네에서 조금 커다란 교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죽마고우입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 만나면 아직까지도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사실 친구들 만나면 술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는 편이라,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친구들은 보기가 무척 힘듭니다. 주말이면 교회에서 봉사하느라 바쁘고, 주중이라도 술먹는
모임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편이지요. 다만, 부모님상 같이 좀 중대한 일이 터지면 함께
얼굴을 보는 수가 많습니다. 신자인 친구들 중 아직도 제가 회개하고 교회로 돌아오라고
기도해 주는 친구도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문제는 제가 원하지 않음에도 열심히 기도
하고 있다는게 문제구요...ㅎㅎ
3.1절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들고 나와 울며 기도하는 기독교인들을 보며, 이명박이
장로라는 이유로 지지하는 신자들을 보며, 무던히도 욕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아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만난 여자친구와 이야기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 친구는 순복음
계통의 교회 전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절이 시절이다 보니 이러저러한 정치얘기가
솔솔 흘러 나오고 사실 친구들 중 대부분은 무당파 야권이지만, 몇몇은 한나라당을 지지
하는 친구들도 있기에 이래저래 부딪치는 논쟁은 재미가 있지요. 하지만, 논쟁의 접점이
현실적이어야지 거기에 종교라는 거대한 편견이 끼어드는 순간 논쟁이 이어지지가 않더군요
그 전도사님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 이명박을 지지하는건 그가 하나님의 종이기 때문이다. 누가 머라고 해도 훌륭한 대통령이
될거다. 서울시장 때도 열심히 했고,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 비난을 받아도 나중에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다른 정치 얘기는 하기 싫다. 정치란 흙탕물에 발을 담그기 싫기 때
문이다. 다만,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그런 사람을 지지할 수
있을까? 김대중, 노무현이 집권 했던 기간에 간첩이 한 명도 잡히지 않았다. 그들은 북한과
똑같은 사람들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 친구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도 잘부르고, 사회에서 만나면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시민일 겁니다. 글쎄요, 그 친구가 보기에 이명박을 규탄하는 내가 괴물로 보일
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 그 친구가 괴물로 보이더군요. 그래서 깨끗하게 논쟁을 정리 했습니
다. 상가집에서 핏대올리고 정치얘기 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
내가 정신병자 취급을 했던 사람들 중에 나와 어린시절에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좀 충격적일 뿐....
아직도 의문인것이 도데체 신앙이 있으면 정치를 잘 할 것이라는 그 믿음은 어디서 연유되는
건지...그리고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지 ....
정말 종교에 대해 회의감이 들게 됩니다. 그들 눈에 보이는 예수는 천국으로 건너가는 징검
다리일 뿐... 낮은 곳에서 병자와 창녀와 고통받는 자들과 함께한 예수는 보이지 않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논리적이지도 않지만 어쨌든 종교라는 것은 없어지는것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전도사니 만큼 무신론자들의 책도 좀 읽어 보는게
어떠냐고 권했습니다만... 그저 권한 책만이라도 읽어 주면 고맙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