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어떤 선거고 내 스스로 만족하려면, 딴나라당이 전멸해야 하는 것이라 이번 선거도 그닥 맘에
드는 선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MB독주에 대한 일정한 심판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는 실패
한 선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과제는 다시 한 번 살피고 가야 한다.
민주당의 압승이라는 표현대로 민주당이 선방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내 생각에는.. 앞으로의 글로 내 주관적 판단이다) 사람들이 민주당을 좋아서 찍은 것이 아
니라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이 좋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 이상은 MB의 독주와 독선이
싫어서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거다. 이것은 안티테제로서의 정치는 성공했지만, 새로운 정치
문화를 기대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민주당이 여기서 자만한다면, 또 다시 딴나라당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우려되는 것은 민주당은 자만할 것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참여당은 신생정당치고 조기에 의미있는 성공을 했다. 다만,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야 한다. 유시민이라는 인기있는 정치인을 통한 성공이기에 공당으로 보이기보단 사당
의 형태로 형해화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물론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 참여정부 시절의 실천에 대한 투철한 성찰 (반성이라 하면 기분 나뻐하니까...)이 필요
하다. 중도는 무엇보다 유연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유연성이 한나라당스럽다면 그건 이미
민주당이 충분하게 하고 있다. 진보적 유연함을 갖추기 위해서 진보적 정당들과 바닥에서 부터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사실 서울과 경기도 선거 패배로 이미 진보신당과의 소통의 어려움이
초장부터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지 않으면 참여당은 '짝퉁 민주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민주노동당... 어쩌면 가장 이번 선거를 전술적으로 잘 이용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반MB
정서을 읽고 그것을 전면에 배치하며, 민주당을 포함한 제 정당과 유연하게 결합하여 자신이
유리한 지분을 획득했다는 점에서는 이전 보다 많이 성장한 느낌이 든다.
물론, 반MB연대에 대한 한계성과 기만성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비판이 제기 되었지만,
사실 명분과 실리를 두루 살폈다는 점에서 민노당은 이번 선거로 새로운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향후 연대에만 집착하다가는 그 자신이 가지는 고유한 진보성을 퇴색
시킬 수도 있다는 점만 경계한다면 향후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가장 논란이 되는 정당이 진보신당 같다. 그들의 진정성을 믿기에 얼치기 연대론자들이 주장
하는 '한나라당 이중대'라는 비난은 그야말로 화풀이용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난 진보정당의
꿋꿋한 모습이 좋다. 그렇게 결기있게 나아가는 정당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극복해야 할 대상에 대한 유연성을 좀 가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내가 경기도민이고 김문수를 싫어하는 사람이기에, 무효표의 다수가 진보신당 당원의 것이
라는 사실에 사실 많은 실망을 했다. (노회찬의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간 것과는 이건 분명하게
틀리다) 물론 무효표의 다수가 민주당에서 나온 것도 많다. 그냥 서운했던 것은 민주당이야
원래 지킬것이 많고 좀 패권적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성적이고 냉철한 진보
신당이 그렇게 하는 건 좀 모순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연대를 구할 때는 연대를, 혼자 갈 때는 혼자서 가야 하는 것이다. 물론 노회찬에게 계속
사퇴를 요구하는 다른 정파가 밉고 얄미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을 옹호하고 가는
후보는 후보고, 또 다른 측면에서 연대해야 할 것은 연대하는 것이 좌파가 가져야 할
유연함이 아닐런지.... 홀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대를 구할 땐 연대를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진보진영에서 바라보는 반MB전선(비판적 지지)와 새로운 미래정치에 대한 희망은 사실
동전의 양면이 아닌가 한다. 어느 한 쪽만 강조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처한 위치와 실천에 따라 각자 강조점을 두면서 다른 쪽은 애써 무시하거나
소흘했던 것은 아닌가 성찰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감정적으로야.... 서로 얼마든지 싫은 소리를 할 수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폭력적으로 노회찬 사퇴하라고 떠드는 사람도 참 꼴불견이지만, 유시민
떨어졌다고 축하주 마시러 가자는 (정말 덜 떨어진 일부) 진보신당 지지자들도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보통 진보진영에 대한 논란은 이런 부류들의 자기 고집때문에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맞나? 틀리면 미안하다) 이건 한 쪽은 소수를 탄압하는 행위가
딴나라스럽다는 자각이 없고, 다른 한 쪽은 진보역량이 또 다시 자유주의자들에게
먹힐까봐 미리 겁먹고 도망가는 패배적 모습에 다름 아니기에 둘 다 썩 마땅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정세에 맞춰 유연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색깔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전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 이런 글을 끄적이는 나도 사실 말만 많다. )
내가 원하는 선거는 딴나라당이 사라지고 보수의 자리에 민주당이 중도의 자리에 참여당이
진보의 자리에 (통합된)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자리하는 선거다. 그리고 지금처럼 승자가
몽땅 독식하는 선거가 아니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로 지지율만큼 의석을 차지하는 선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구꼴통들을 대표하는 딴나라당을 분쇄시켜야 하는데, 같이 협력할 건
협력하고 경쟁할 건 경쟁하는 무지개 연합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어둠을 몰아내는 빛은 흰색이지만, 그 속에는 서로서로 구별되는 빨,주,노,초,파,남.보 가
있다. 이들이 뭉쳐 빛이 되야 어둠은 물러간다. 그렇지만 그 빛 속에는 자신의 고유한
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선거에는 이런 아름다운 무지개 연합을 볼 수 있을까?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