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샵 보이스의 세계로 어서 오시라.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와 절로 흥이 나는 리듬감 속에서 역동성이 가미된 세련미가 넘실대는 신스팝의 정점을 이룩해낸 이 게이 아저씨들의 노래들은 어둠이 만들어내는 몽환성의 영역에서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그래서 이 앨범의 제목은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펫 샵 보이스 특유의 현악 성향이 짙은 전자음의 세례 속에서 여전한 앤디 벨의 보컬은 하이톤의 지점에서 언제나처럼 그 달콤한 기운을 듬뿍 담아서 유혹하듯 울려퍼진다. 이것은 저 어두운 쟈켓이 만들어내는 삭막한 무표정의 세계가 아닌 'New York City Boy'의 경외감 가득한 시선 속에서 펼쳐지는 때로는 차분하고 때로는 흥겨운 밤의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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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부의 '개, 럭키스타'를 샀던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인가로, 그것이 수능 스트레스에 의한 충동구매의 일환이었다는 식의 분석은 지양한다. 왜냐면 그때의 난 에반게리온에 빠져서 친구놈한테서 그것의 불법 복제 비디오를 빼내느라 모든 시간을 다 보내고 있을 시기였기 때문으로 수능스트레스라는 단어는 저멀리 텍사스 벌판에 울려퍼지는 늑대의 울음소리처럼 멀고도 공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난 내가 대학교를 간다는 것에 확신도 없었고, 그래야 한다고 느끼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어부를 구입하게 만들었느냐. 그것은 무려 더블테이프(!)라는 부피적 강도에 압도된 결과였던 것이다. 프린스의 별로 맘에 들지 않는 앨범인 'Emancipation'조차도 단지 두껍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당시로선 충격적인 3for1 앨범) 침을 질질 흘렸던 천박한 심성의 소유자인 나는 위성방송에서 보여줬던 어어부의 괴이했던 공연에 대한 기억(그때 부른 노래가 '밭가는 돼지'였는데, 악기는 빨래판이었다.)은 어디론가 쑤셔박아버리고 오직 그 압도적인 부피에 혹해서, 결국 나는 이 앨범을 손에 들고 만다.(그런데 나중에 보니 시디는 1장짜리였다. 그럼 테이프는 도대체 왜?)

그러나 이 앨범은 예상과는 달리 나중에 어어부 자신이 이너뷰에서 밝혔듯이 너무도 '팝'한 앨범이었다. 그는 그 이너뷰에서 9번 트랙인 '면도칼 계시록'이 왜 안 떳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토로하던데, 맞는 말이다. 그 노래는 놀랄만큼의 서정성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 혹은 해체되는 과정의 흐름을 꾸준히 따르고 그것을 형상화하는 소리들은 하나 같이 '재미있는' 소리들이다. 즉슨, 귀에 착착 감겨오는, 일상이면서 일상을 벗어난 그런 소리들. 마지막 트랙 '희박한 육면체'는 대미를 장식하는 걸죽함과 신랄함, 발랄함, 해체된 텍스트와 귀에 착 감기는 훅까지 겸비한 소위 노래다운 노래이다. 전체적으로 컨셉트 앨범의 양식을 띄는 이 앨범은 소리의 잡화상이라고 할만 한 어어부 작업의 한 정점에 위치하는 결과물이자 어어부의 앨범으로선 놀라울 정도로 '사탕처럼 달콤하게 재미있는' 앨범이다. 말하자면 이 앨범은 어어부의 대중친화성 야심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이후 몇년이 지나 '사각의 진혼곡'이 편집된 반칙왕의 필름과 함께 무려 뮤직비디오로까지 방영되는 나날이 도착할 때까지, 착실하게 묻혀버리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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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씨어터의 'awake'앨범을 그저 프로그래시브 메탈이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접하게 되었을 때, 그것은 잔뜩 부풀었던 기대에 비해 별로 신선하지도 않았고 독특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앨범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들은 속주와 멜로디의 미학을 추구하면서도 독일계 스피드-멜로딕 메탈들이 빠졌던 함정들, 감정과잉의 오버액션에 빠져들지 않았다. 그들은 악기가 기교적으로 낼 수 있는 한계까지 몰아부치는 것 같았다. 그것은 엄격한 법칙과 화성적 조화에 근거한 결과물들이었고 그제서야 난 그들의 음악이 거칠고 파괴적인 영역이 아니라 반대로 세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걸 늦게서야 깨달았다.

이후의 드림 씨어터는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다. 그러나 그 다양한 변주들을 끝까지 묶고 있는 것은 여전히 프로그래시브 메탈이라는 그네들 본연의 정체성이었다. 하지만 나로선 그 변주들이 썩 마음에 와닿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Train Of Thought'은 정말 맘에 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돌아온 옛 기억 같은 이 앨범은 나에게 있어서 'awake'에 가장 근접해 있는 앨범이다. 속주는 그 어느때보다 신경질적이고 보컬엔 스래쉬 창법이 더해져서 전체적으로 거칠은 인상을 주지만 그 틀을 부여잡고 있는 것은 역시 드림 씨어터의 프로그래시브 메탈이라는 틀과 그 함부로 말하기 힘든 징글맞을 정도의 연주 테크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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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런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이미 커트 코베인이 자살한 다음이었다. 아마, 뉴스에서 잠깐잠깐씩 본 기억이 남아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난 그 시점에서도 커트 코베인이 뭘 팔아먹고 다니는 사내인지 모르고 있었다. 난 그 때 건즈앤로지즈와 판테라, 세풀투라와 메탈리카에 빠져있었던 시기였고, 한마디로 시대에 뒤쳐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에게도 멀리서 들려오는 얼터너티브 어쩌구는 그럭저럭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대상이었고 음반 가게를 왔다갔다 할 때마다 본 그쪽 관련의 정보와 연계되는 앨범들은 적절한 정도의 흥미를 일으키는 대상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침내 최초로 사게 된 그런지 앨범이 바로 펄 잼의 'vitalogy'였다.

처음 들었을 때, 4500원이라는 돈을 이 밍숭맹숭한 앨범에 쏟아부었다는 것에, 나는 중학생의 신분으로 처절히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4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부클릿은 치워두고라도 그들의 음악이란 것이, 필립 안젤모와 막스 카발레라의 짐승 같은 목소리와 금속성 짙은 둔탁함에 익숙해있던 내 귀가 듣기엔 너무도 순했다. 장장자그장자그자그장장 앙증맞게 연주되는 기타와 깡통을 때려대는 듯한 드럼 소리, 웅얼대는 듯한 에디 베더의 보컬은 그런지라고 하는 단어에서 거칠음을, 얼터너티브란 단어에서 힘을 느끼며 스래쉬 메탈의 연장선을 기준으로 음악을 판단하던 나에게 너무도 빈약하게 들려왔다. 난 4500원이 아까워서라도 이 앨범에 익숙해지려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나는 이 앨범을 책상 깊숙이 봉인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나는 더이상 일렉 기타와 드럼, 샤우팅 창법의 속도와 낙폭을 음악의 가치 결정 조건으로 두지 않게 됐고 시끄러움의 정도는, 그저 시끄러울뿐이었다. 할 수 있는 한 과격하게 귀를 학대하는 음악은 세풀투라를 정점으로 지겨워졌고 내 음악적 취향은 다변화됐다. 그리고 그런 이후에도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머뭇거리며 이 앨범을 다시 꺼내게 되었다.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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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숙 재판관의 요지

<소수의견 개진>

나는 다수의견의 논지는 우리 헌법의 해석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1.
수도의 소재지가 어디이냐 하는 것은 그러한 헌법의 목적 실현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그러한 목적 실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항이라 보기 어렵다.그러므로 헌법상 수도의 위치가
반드시 헌법제정권자나 헌법개정권자가 직접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2.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오랫동안 우리 민족에게 자명하게 인식되어 온 관행에 속한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그것을 강제력 있는 법규범으로 확신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우리 국민들에게 수도의 위치가 성문헌법과 동등한 효력을 지니는, 즉 헌법개정절차에 의해서만
개정되어야할 정도의 법적 확신이 존재하여 왔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서울이 수도이다"라는 사실로부터 "서울이 수도여야 한다"는 헌법적 당위명제를
도출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있는 것이다.

3.
성문헌법을 지닌 법체제에서,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동일한" 혹은 "특정 성문헌법 조항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효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성문헌법이 존재하는 한,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으로부터
동떨어져 성립하거나 존속할 수 없고, 항상 성문헌법의 여러 원리와 조화를 이룸으로써만 성립하고
존속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헌법적 관행에 의해서 성문헌법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게 되고 성문헌법전보다
불문적인 헌법의 관행예가 우선하고 국가생활을 지배하는 결과가 된다.

4.
다수의견은 관습"법률"이 아닌 관습"헌법"은 "헌법"이므로 그 변경은 헌법개정절차를 통해야 한다고 하나,
이는 형식적 개념논리만 강조된 것이다. 헌법에 들어있지 않은 헌법사항 내지 불문헌법의 변경은 헌법의
개정에 속하지 않으며, 우리 헌법이 마련한 대의민주주의 절차인 법률의 제정, 개정을 통하여 다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5.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의 변경은 헌법개정에 의해야 한다면, 이는 관습헌법이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입법권을 변경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관습헌법에 대하여 국회의 입법권보다 우월적인 힘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6.  
결론적으로 서울을 수도로 한 관습헌법의 변경이 반드시 헌법개정을 요하는 문제라고 할 수 없고,
헌법해석상 국회의 입법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이 헌법 제130조 제2항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나야 뭐 충청도에 땅 한톨도 없고, 친척이든 지인이든 한마리도 없는데다 서울에서 태어나 계속 살아오다보니 이 괴물 같은 도시가 완전히 익숙해져서 수도가 옮겨지든 말든 별 상관도 않는 그런 사람인데.... 어제 벌어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한마디로 코미디였다. 세상에, 경국대전이라니.... 관습법을 성문법 위에 올려놓은 것도 어지간하게 신선했는데 그 근거라고 들이댄 것이 가히 점입가경이었다. 늙은이들이 무슨 개그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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