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섬고개 친구들
김중미 지음 / 검둥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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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6월달쯤 자정을 넘기며 늦게 온다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김중미의 "꽃섬고개 친구들"을 다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 선경이와 한길이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폭력"을 잔잔하게 풀어 놓고 있었다.

종교와 관련된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에 대한 나의 편견 때문인지

이 책을 사놓고 1년이 지나도록 읽지 않고 한쪽 구석에 오랫동안 꽂아 놓고만 있었다.

그런데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클럽"을 다 읽고 우연히 책을 잡게 되었는데

오랜 시간 묵혀 놓은 것에 비해 글이 참 잘 읽혔다.

 

여러 가지 것들을 많이 느꼈지만

그 중에서도

학교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부분

한길이의 친구 태욱이가 수학교사에게 "인권 유린"(성폭력)을 당하는데도

어느 누구도 나서서 말리지도 않으며

수치스러움을 당하는 태욱이 조차 '어차피 나서봤자 우리만 손해이니 조용히 살자.'고 하는 그 모습

마치 내 모습을 보는 양, 안타깝고 속상하고 창피하고 그랬다.

 

그러면서 나도 점점 아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가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꼭 때려야만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

윗 사람들에게는 작은 불만도 말하지 못한채 참고 살면서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는 작은 잘못도 못 넘어가는 이중적인 모습.

요즘 지각 몇 번 했다고 습관적으로 때리곤 했는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리지 않는 연습을 하도록 해야겠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내 친구가 절대로 아이들을 때리지도 벌을 주지도 않는다고 했는데

새삼 존경스럽다.

옳다고 믿는 일을 그대로 실천하는 친구.

 

나는 겉으로는 고고한 척, 깨끗한 척 했지만

실상은 너무나 이중적으로 살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열심히 책을 읽으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누구한테 손내밀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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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바람 2009-09-13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라는 구절이 생각나네요. 하지만 그 많은 학생들은 어떻게 다 사랑으로 할까요? 시간은 없고 열정도 점점 사그러지는데... 언제나 고민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보입니다.저도 체벌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소극적으로 수용합니다.떄리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죠. 하지만 효과는 가장 빠르고 가장 눈에 보이니 늘 3번 정도 생각하고 체벌을 한 답니다.
 
킬리만자로에서, 안녕 시공 청소년 문학 22
이옥수 지음 / 시공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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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했던 여자친구 수회가 죽기 전 마지막 부탁

자신을 킬리만자로에 데려다 달라는

 

이걸 지키기 위해 부르주아(!) 성민이는

수회의 유골을 들고

무작정 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타고

킬리만자로로 향한다.

 

당연지사

타국에서의 첫 발부터 순탄치 않다.

 

 

살아가다 보면 어쩌다 중요한 순간을 놓칠 때가 있다.

성민이도 수회가 자살하기 직전에 보낸 메세지 2개를 놓치고 만다.

수회는 성민이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성민이는 그 순간 마지막으로 시험 공부에 최선을 다 하고 싶었으니... 그 손을 잡아줄 수는 없었다. 아마도 수회의 운명인듯.

 

성민이는 수회의 자살로 인해

예상치 않은 여행을 떠나게 되고 이로 인해

평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고달픈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삶, 자유, 희망, 꿈...

모자른 것 없이 자란 대한민국 소년 윤성민이 보기에

희망이라곤 찾아볼길 없는 먼지가 희뿌연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로 죽어가는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란 한 무리의

청년들은 외국인 여행객의 가방을 훔친다.

 

또 다른 장면

소똥으로 만든 비좁은 집에서

아이들 4명과 바쁘게 꾸려갈 살림이 없기에 아무 할 일 없이 그저 평화롭게 미소만 짓고 있는 아내만으로도 자족하며 살아가는

마사이족 청년 마한가를 보며

성민이는 어떤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이경혜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가 문득 떠오른다.

청소년기에 가장 가까웠던 누군가의 '부재'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공부로 인해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야생동물들이 버려지자 삶을 놓아버린 수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오토바이 탄 남자 아이가 멋있다는 말 한 마디에 오토바이를 타다가 급작스런 사고로 죽어버린 재준이.

 

이들로 인해 예고하지 않은 깊은 슬픔을 느끼고

삶을 더욱 본질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성민이와 유미.

 

어른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은 길이었음을 여러 각도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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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싱 마이 라이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9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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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너무 괜찮았다.

물론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임신을 다루고 있다는 정보만을 알고,

그저 그런 소설 아니겠어?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한창 예민한 나이에,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어나가면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 욕구, 바라는 모든 것들을 저당잡힌 채,

너무나도 불쌍하게 살아가는 하연이의 인생이 애처러웠는지

계속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정말 안타까웠다. 왜 우리의 약하고 순한, 그래서 더욱 애처로운 아이들이 

이렇게 힘들게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들에게 좀더 따뜻하게 손 내밀어 줄 수는 없단 말인가?

 

작가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에 끌려 몇 시간만에 다 읽으면서

자꾸 슬픈 기분이 느껴져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내용이 무지 슬프다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왠지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 같기도 하고,

모든 즐거움과 행복이라는 감정은 나의 것이 아닌 양,

살아야했던 나의 그 여린, 그래서 더욱 날카롭고 상처받기 쉬웠던

십대 후반의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인도 모른다.

 

우리는 아이들을 왜 이리 힘들게 만들어야 하는가?

도대체 왜 우리 나라에서는 중딩과 고딩들은 행복해서는 안 된단 말일까?

이건 뭔가 한참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슬펐다.

하연이가 자신의 인생을 잘못된 인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다.

누군가 함부로 손가락질 하거나 비웃거나 "그렇고 그런 애"라고 수군대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다.

하지만 하연이가 뚫고 나가야는 현실은 너무나 냉정하고 비협조적이다.

그래서 슬펐을 지도...

 

예전에 나조차 하연이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했을 테니까...

'여자 애가 조신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말이야.'

하는 말 한마디로 나는 그저 그런 애들과 어울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쉬고 있었을 테니까...

 

이 책을 읽고 난 전체적인 느낌은

눈물이 주루룩 흐를 정도로 "슬프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아름다운 청소년들에게 닥친 현실들이...

그들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는, 안도할 수 있는, 쉬어갈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가슴 아프고, 

아직도 하연이와 같은 처지에 처한 수많은 청소년들이  

가슴 아파하고, 자신의 처지를 어찌해야 할지도 모른 채, 

이런 이야기조차 같이 이야기할 사람도 곁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 소설에 나오는 하연이와 채강이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얼마나 힘드니?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건 그렇게 힘이 드는 거란다.

 그런데 우린 어른이 되어 벌써 그 소중했던 순간들은 다 잊어 버리고  

 '그까짓 걸로 힘들어하지 말 고 공부나 하라'는

 너무나 쉬운 말로 너희들의 마음조차 아예 외면하고 있구나.

 힘들어하지 말렴.

 그리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렴.

 너무 슬퍼하지도, 자책하지도, 자신의 마음을 모른 척 하지만 말고...

 만약 너희들이 힘없이 자기 자신의 인생을 아무렇게나 내팽겨쳐버린다면

 너무 슬퍼질 거야.

 미약한 힘이나마 너희들이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자기 감정 앞에 떳떳할 수 있도록,

 그래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질 수 있도록 해 보자.

 나도 너희들 앞에서 떳떳한 어른이 되도록 

 지금까지 잘못한 것은 조금씩 바꾸도록 노력해볼게.

 우리 같이 해 보는 거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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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기는 읽지마세요, 선생님 우리문고 13
마가렛 피터슨 해딕스 지음, 정미영 옮김 / 우리교육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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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반 요한이와 진광이가 읽은 책은데 그 아이들이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적어도 나한테는 그야말로 가슴 아픈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주인공 티시의 말못할 사정들.
아무에게도 자신의 처지와 솔직한 생각들을 내보일 수 없는 상황들.
결국 폭력적인 아버지는 나가버리고, 
그런 아버지에게 길들여지고 무능력해진 어머니는 아버지를 찾아 가출을 하고.
하루 먹을 거리를 걱정하고, 전기가 나가지 않을까, 집에서 쫓겨나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티시의 상황들...
그러면서도 티시는 자신보다 더 어린 남동생을 굶기고, 아프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던프리 선생님은 "읽지 마세요"라고 쓴 티시의 요구를 정확히 들어주다보니,
그저 "오늘은 많이 썼구나." 이런 덧글만을 남겨주게 되는 상황이 가슴 아플 따름이었다.
(나였다면 궁금해서라도 일기장을 읽었을 것 같은데... 아직 자질이 많이 모자른 건가? ^^;;)


물론 아이들은 "결말 부분이 너무 맥 빠져요, 당연한 것 아니에요." 라고 반응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나라 어느 곳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면서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라는 점은 넘어갈 수 없다.

아니면 우리 반 아이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면서도
아무런 표현도 못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

그 동안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 중에서도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는 떨어져 아빠와 오빠의 뒷바라지까지 다 하고 살림을 도맡아하던 
여학생은 급기야 집을 나가버린 경우도 있었다. 결국 고입 원서 쓰는 날 유예를 했지만...
(그 날 기분이 어찌나 씁쓸하던지... )
그 아이도 나에게 한 번도 힘들다는 내색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 아이의 빼곡한 독서공책에 
그저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던 것 같다.
그 아이에게 그 글들이 어떻게 다가갔을까?


우리의 학교와 사회는 왜 이렇게 무능력하기만 한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 주변에도 '티시'와 같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나는 그 아이들의 상황을 어떻게 알아낼 것이며
알게 되었을 경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요즘 줄곧 생각하는 것들이다. 


"두 친구 이야기"와 같이 짝을 지어서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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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소녀 카르페디엠 8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박근 그림 / 양철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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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내용이 생소한 ‘과테말라 내전’에 관한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그 쪽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 꽤나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어가다보니 손에서 책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주인공인 15살 소녀 가브리엘라, ‘나무 소녀’에게 점점 빠져 들어갔다. 15살인 그녀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나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이야기들이, 그에 비해 너무나도 편안한 삶에 익숙해져버린 나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는 것만 같았다.  

  가브리엘라가 어른이 되는 의식인 ‘킨세아녜라’중에 나타난 군인이 호르헤 오빠를 잡아가는 대목을 읽을 때만 해도, 가브리엘라처럼 호르헤가 어딘가에서 살아서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랬고 그럴 수 있을 거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병으로 몸이 안 좋던 가브리엘라의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동생들을 자식처럼 잘 돌봐주라고 가브리엘라에게 부탁하는 부분을 읽을 때에는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마누엘 선생님과 같이 학교에서 공부를 배우던 아이들이 군인들에 의해 무참히 죽어가는 걸 눈 앞에서 지켜보게 되고, 가브리엘라의 삶의 터전이자 근원인 고향 마을이 무조리 불타버린 것을 온 몸으로 확인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일어날 수 있는지 멍해졌다.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이 무수한 총알에 죽고 무참히 마을이 불타는 순간, 막냇동생이 “엄마! 엄마! 엄마!”하고 가브리엘라를 애타게 찾았을 것을 생각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잠시 책을 덮어두고 마음을 가다듬어야만 했다. 한참 어리광을 부릴 알리시아 또래인 네 살바기 딸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어린 아이들이 누군가의 욕심에 의해 만들어진 전쟁에서 무참히 죽어가야만 했다니. 도대체 그들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그리도 무참히 죽어가야만 했던 것인지 씁쓸하기만 했다. 나 자신이 사회의 일정 부분을 이끌어가야 할 어른으로서 너무나도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읍내의 학살’에 나오는 그 생생한 죽음의 현장을 묘사한 부분을 읽을 때는 잔인하고 피에 굶주린 군인들의 모습이 너무나 치를 떨게 했다. 그 극악무도한 죽음의 현장을 15살 어린 나이에 나무 위에서 혼자 지켜봐야만 했을 가브리엘라가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그 현장에서 같이 죽지 못하고 혼자 살아 남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가브리엘라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 절대 비겁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어느 누구도 너를 ‘겁쟁이’라고 욕할 수 없을 거라고 따뜻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모든 것을 잃고, 삶의 희망이었던 알리시아마저 잃어버린 뒤 가브리엘라는 혼자 만의 세계에 빠져버리고 만다.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몸도 마음도 편안히 둘 수 없었던 그녀가 그 누구도 도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견뎌나가는 부분은 마음을 안타깝게만 했다. 하지만 자연에서 태어나 나무를 벗하며 살아온 가브리엘라는 지옥같은 수용소 생활에서도 스스로 삶의 희망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희망을 꿈을 잃어버리고 모든 것을 잃고 살아가는 다른 아이들에게 나누어준다. 간신히 다시 찾은 막내 동생인 알리시아는 전쟁으로 인해 하나뿐인 혈육인 언니에게조차 말문을 닫아버린다. 이런 알리시아에게 가브리엘라는 ‘무서운 것이 있다고 피해 달아나면 안되고 무서운 현실에 당당히 맞서야 나무소녀가 될 수 있다고. 그러려면 먼저 말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준다. 사실 이 말은 누구보다도 가브리엘라 자신에게도 해 주고픈 말이었을 것이다. 어느 곳으로 가야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도 않고 모든 것이 막막하기만 한 가브리엘라는 자연 속에서 다시금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다짐을 한다.

  언젠가는 과테말라로 돌아가, 어린 시절 그 곳에 남겨 두고 온 아름다움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 아름다움은 이미 내 마음 속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과 같을 것이다. 언젠가 과테말라로 돌아가 마리오라는 이름의 특별한 선생님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서 학살에 대해 알릴 것이고, 돌아가서 우리 민족의 노래를 찾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 준 노래, 한밤 내 영혼이 고요하게 가라앉을 때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그 노래를.


  이 책을 다 읽고, 전쟁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가브리엘라 또래의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소녀의 생생한 증언들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사람을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고 치욕적인 죽음을 당해야만 했는지 반드시 알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지금 이렇게 편안히 살아가는 남아있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 역시 한국 전쟁이라는 크나큰 전쟁의 소용돌이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나무소녀의 증언 못지 않은 죽음의 현장이 있었을 것이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학살’의 흔적 또한 남아 있다. 밝혀지지 않은 진실들을 후세에게 알릴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인류의 큰 재앙인 ‘전쟁’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져서 자연과 유리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자연과 동화되어 결국은 ‘나무’(자연)으로부터 해답을 찾아내는 나무소녀의 삶은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삶의 해법을 우리도 찾아가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재생용지를 사용했다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나의 제자들과도 이 책을 읽으며 나무소녀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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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처럼 2006-07-0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진샘님,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동을 님의 글을 통해 다시 느끼고 갑니다.

수진샘 2006-07-27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읽기에 그리 편하지 않은 이 긴 글을 읽어주신 그 자체가 고맙기만 합니다. 이 책 정말 많은 걸 생각하게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