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일과 육아를 책임지면서 사회적으로도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그들의 안간힘이 내 것 같아 짠함과 분노가 같이 차오른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려는 여성들의 분투는 겪어 본 사람만 안다. 옮긴이의 말처럼 ' 도려내기엔 치러야 할 값이 너무 커서 때로 모순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받아들이기엔 치러야 할 값이 너무 커서 때로 모순을 도려내는 쪽을 택'하게 된다.

 

여성임을 자각하는 순간 본인에게 쏟아지는 불평등은 견디기 힘들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당연한 듯 불평등을 감당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때문이든 딸에게도 고등교육을 받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한다. 가정에서의 불평등은 그래도 혈연내에서의 불평등이라 견딜 수 있었지만 결혼으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불평등과 부당함은 나를 깨어나게 했다.

 

현재도 많은 부분의 모순을 그냥 감당하고 있지만 내가 겪은 부당함과 불평등을 내 딸들이 물려받기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더욱 결혼이란 중요한 삶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내가 일관되게 주장한 탓도 있지만 부모의 결혼생활에서 그 어떤 주장이나 설명보다 선명한 실체를 경험한 딸들은 비혼을 선언했다.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것이 온전한 본인의 선택이었으면 하고, 그것을 확신한다면 나는 언제나 딸들의 선택을 지지할 것이다.

 

노동자의 억압과 여성의 억압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노동자는 자신을 억압하는 고용주와 함께 살지 않는다. 여성은 남성과 같이 살뿐더러, 남성을 사랑한다. 어떻게 자신을 억압하는 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맞설 수 있겠는가? -44쪽

샘은 내 강의를 들으러 왔다가 내가 여성도 자신의 커리어를 남성만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남성의 분야에 받아들여져야 하며, 남성과 똑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을 때 쏟아진 박수와 ‘맞장구‘에 섬뜩해했다. 나는 힘과 영향력을 손에 넣으려고 분투한다고 생각했는데, 샘은 내가 급진적이고 힘이 세다고 보았으며, 그렇게 보이는 나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258쪽

페미니즘 경제학은 결정적인 경제 공헌이 무급 노동, 특히 아동과 환자, 노인을 위한 돌봄 노동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며, 여성의 일이 그 사회적 공헌에 비해 훨씬 적은 보상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사실을 조명한다. -350쪽

내가 제안한 방법은 인적자본이론과 결혼의 동업관계이론에 기초한다. 두 배우자는 결혼에 서로 다른 경제적 투자를 했다. 남편이 소득을 올리는 동안 아내는 비시장성 노동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생활 내내 두 가지 다른 경제적 공헌의 과실을 똑같이 누렸다. 헤어지는 시점에 부부는 아내의 공헌을 전부 써버렸지만, 남편의 공헌은 상당부분이 자산 형태로 남았다. 부부가 동업관계였기에 아내는 그 자산 절반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 반대를 증명하는 법적 문서가 없다면, 50대 50 동업관계라고 가정하는게 정당하다. -354쪽

나는 누구와 결혼하느냐 혹은 동반자가 되느냐가 앞으로 내릴 가장 중요한 커리어 결정이며, 함께 사는 사람이 자신의 커리어를 지지하지 않으면 앞에는 아주 길고 어려운 길이 놓일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367쪽

젠더 혁명은 교착상태다. 남성 수입 대비 여성의 수입은 늘지 않는다. 어머니인 여성은 엄마 벌금을 문다. 여성이 가장인 가족은 어느 때보다 빈곤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이공계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매우 낮고, 대기업 내 여성리더나 기업이사회 내 여성 이사는 아직 당황스러우리만치 부족하다. -373쪽

하지만 성실함과 끈질긴 노력, 효과성으로 직업에서 형평성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환경은 무척 중요하다. 여성이 힘을 얻으려면 우호적인 법적 환경, 젠더 평등을 촉진하는 사회 이데올로기, 여성의 열망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제도, 여정 내내 손을 내밀어주는 남성과 여성동지에게도 의존해야 한다. -3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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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한/일 각본집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정미은 옮김 / 플레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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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받은 굿즈가 각본집인줄...... 책이 너무 작아서 살짝 실망했지만 읽어가면서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릴수 있어서 좋았다. 자식을 인식하는 부와 모의 차이와 감정을 잘 보여준 영화였다.북펀딩 참여는 처음이었는데 나름 괜찮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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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알겠어요. 사람이 훌륭한 용모를 잃으면 그것이 뭐든 간에 다른 모든 것도 잃는다는걸. 당신 그림은 내게 그걸 가르쳐줬어요. 헨리 워튼 경의 말은 완벽하게 옳아요. 젊음이야말로 간직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거에요. 내가 나이가 더 들어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면, 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을 거예요." -79쪽

 

젊지 않는 모든 삶을 단숨에 무가치한 것으로 만드는 도리언의 말.

이후 그의 행동을 보면 지속되는 젊음이 그저 좋기만 한 것일까 싶다.

그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았던 초상화가 그의 양심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뭔가 옳지 못한 일을 할 때마다 내 모습이 흉하게 변하는 것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도리언처럼 외면했다가 흉한 모습을 좋게 바꿔보려고 애쓰게 될까.

아마 그럴것이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좋은 것이나 나쁜 것이나 끝이 있기 때문에 즐기거나 견딜 수 있는 게 아니겠냐 생각한다.

변치 않은 젊음을 가졌는데도 결국은 자신을 파괴하고 만 도리언은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삶에 절망했기 때문일까.

 

괴로운 일이 3주째 계속되고 있다.

날마다 긍정과 부정의 시소를 타면서 나에게 주문을 건다.

벗어날 수 없으면 즐겨야한다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말들을 중얼거리면서.

2년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보다.

그 때 일기에 이렇게 적혀 있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견디면 괴로움은 지나가지만 결국 또 돌아오는구나.

다른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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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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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팍팍했을 시절을 지내왔는데도 작가의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다. 인간성을 잃지 않는 소설 속 인물들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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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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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본인에게는 유일한 사건으로 그 경중을 따질 수 없다. 모두 특별한 사람, 특별한 죽음인 것이다. 손에서 놓기 힘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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