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책 소개글을 읽고서 구입한 책이었을 것이다. 책장에서 읽히기를 기다리며 색이 바래가는 책들을 읽어보리라 작정하고 꺼내든 책인데 너무 늦은듯 싶다. 2011년 발행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라면 세월의 무게쯤은 감당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듯. 가끔씩 독재시절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예도 있다. ‘~만 빼면 본 받을 부분이 있다,~만 빼면 잘 했다‘라는 말은 역사를, 참혹한 사실을 너무 납작하게 만든다.

‘허‘를 채우고 싶어 하는 인간의 충동을 욕심(心, desire) 이라 부르고,
‘허‘를 유지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겸허( modesty) 라고 부르면, 거의 모든 사람은 욕심이 겸허에 비해 강하기 때문에 계속 승진을 원한다. - P183

그래서 사람들은 더 이상 큰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다 소진되었을 때, 즉
‘허‘가 없어졌을 때 승진을 멈추게 된다. 엔지니어가 자기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더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로 가거나,
대학 교수가 자기 학문을 더 높일 생각은 않고 높은 관직을 탐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 P184

목적함수는 외부로부터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의미 있는 목적함수는 부단한 자기수양과 미래 성찰을 통해 축적된 교양과 가치관의 결정이다. 목적함수가 정립되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의 방법으로 형성 및 축적해야한다. 이것이 삶의 정도이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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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튜드 혁명 - 인지장애, 치매 대상자를 위한 선진화 된 케어 방법
이브 지네스트 외 지음, 이인숙 외 옮김, 혼다 미와코 감수 / 대광의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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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받는다는 것이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 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휴머니튜드는 도움을 준다해서 강자가 아니고, 도움 받는다고 약자가 아니다. 인간의 자유로운 삶을 지탱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힘쓰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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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기 아깝지만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일종의 희생이고, 희생이란 그 본질이 코스트(cost, 비용)와 같은 것이다. 미국 회계학회(American Accounting Association)가 마련한 코스트의 개념 및 기준에 따르면, 코스트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발생하는 ‘희생(forgoing)‘을 의미한다. 따라서 목적함수의 정립은 그에 따르는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가치관을 전제로 한다고 말할 수 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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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과 연초에 '시선으로부터,'와 '우리가 쓴 것'을 연달아 읽었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저 두 권은 손에서 놓질 못하고 단숨에 읽었다.

여성작가가 쓴 여성에 대한 글들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다툼이나 의견충돌 같은 불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라 어지간하면 상대에 맞추며 살다보니 자신의 의견을 똑부러지게 표현하거나 거절의 말을 쉽게 하는 여자들이 부러웠다.

항상 상황종료후 '아~~~ 그 때 그렇게 말했어야 하는데~~~'하게 된다.

사람을 만나고 나면 내가 했던 말을 되새기며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 말은 꼭 할 걸' 하다보니 사람 만나는 일도 스트레스다.

그래서 두 소설이 더 재미있었나 보다.

여자니까, 엄마니까, 늙은이라서 참거나 입을 다물지 않고 자신의 욕망과 의견을 드러내는 그런 여자들이 부럽고 또 반갑다.

 또 나이 핑계대지 않고 촌스러운 이름을 개명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고, 오로라 보러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그녀들을 응원한다.

나도 그렇게 씩씩하게 늙어가야지.

 

"오래 살게 해 주세요! 인공호흡기니 뭐니 다 달아줘요. 죽을 때 고와 뭐해? 곱지 않더라도 오래 살거야. 이 좋은 세상에 오래오래 숨 붙이고 있을 거야!"
이번에는 내가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다. 어머니와 너무 어울리는 소원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며느리와 팔순을 바라보는 시어머니, 이제는 그냥 어쩌다 한집에 살게 된 두 여자의 왠지 부끄러운 소원이 오로라의 너울 속으로 빨려 올라가 회오리쳤다. -조남주, 우리가 쓴 것(오로라의 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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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성이 치매에 걸린 자신의 배우자를 지칭하면서 '떠났지만 사라지지 않은 gone but not gone 남편'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었다. 치매의 역설을 통렬하게 짚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부재를 절실히 느끼지만, 동시에 그와 비등한 정도로 강렬하고 뚜렷하게 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니 말이다. -33쪽

 

 

치매에 걸렸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사라져가는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을 담담히 바라볼 수 있을까.

치매인들을 가까이서 매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고민하게 된다.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스스로를 그냥 소멸시켜 버릴 것인가.

저자는 기꺼이 그 사라지는 마음을 붙잡겠다 한다. 힘을 다해서 찾겠다고.

모든 것을 잃어가는 그 삶이 지킬 가치가 있냐고 묻는다면, 모든 삶은 본인이 이어나갈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가치있는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마지막까지 남아있다는 그 감정이, 그것이 더 슬프다.

차라리 모르는게 낫지 않을까.

바란다고 되는일일까 싶지만 치매라는 것도 삶의 일부분이고, 치매인의 삶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겠다.

 

치매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삶을 그저 평범함과 특이함, 작은 조각과 전체, 현재와 소멸하는 것의 결합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까? - P34

이런 관점에서 늙은 몸은 부품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한 낡아빠진 기계일 뿐이다. 그들은 전성기를 지나 쇠락의 길로 접어들어 이제는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해간다...... 좋은 것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사람들, 즉 가치있는 재화를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버려질 위험에 처한다. - P84

미국 고령화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치매 노인의 절반 가까이는 어떤 형태로든 학대를 당한 적이 있다. 사회에 만연한 학대와 방치의 원인은 치매 노인이 ‘이미 가버린‘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 P108

몽유병의 영역은 명백한 이성의 명령보다는 감정, 어두운 형체와 실감나는 느낌, 흐릿한 논리가 지배한다. 내용과 줄거리는 차츰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의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몽유병 증세가 나타나면 나는 일시적으로 변화하고, 분열하고, 정신이 몽롱해 질 수도 있지만, 감정을 느끼거나 열망하거나 생각하는 것이 멈추지는 않는다. 굳이 비교하자면 치매인도 마찬가지 상태일 것이다. - P176

다른 질병과 다르게, 치매는 ‘안다는 것‘, 즉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한 사람의 인식능력은 보통 다른 사람의 이름과 역할을 제대로 알아보는 능력으로 규정된다. 인식능력의 저하는 치매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 P207

치매인은 병을 앓고 있어 한계가 있음에도 그 속에서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한다. 치매인을 대할 때 의사소통하면서 그들이 보이는 시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다양한 표현을 존중해야 한다. - P213

치매에 걸렸을 때 내 자아의 어떤 부분이 소실될지는 알 수 없다. 어떤 것은 기억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의 행방을 찾아줄 다른 사람들이 필요할 것이다. 램프에 불을 밝히고 빗자루질을 하면서, 작은 틈새와 어두운 구석도 빠짐없이 살펴보고, 잊고 있던 공간을 뒤지고, 온 집을 뒤집어 놓고, 나를 발견할 때까지 지칠 줄 모르고 찾아 헤맬 사람들 말이다. 내가 할 수 있을때 까지는 동전 찾는 여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내가 바로 그 동전이 될 것이다. - P258

그렇지만 치매에는 복합적인 특성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치매라는 떠남과 사라짐 사이, 출발과 도착 사이에 살면서 어떻게든 양쪽 상태 모두를 수용해야 하는 어려움 말이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치매를 바라보는 것이 치매에 대한 오명과 공포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면 죽음으로 가는 삶을 살아내는 과정에서, 사라짐도 삶의 일부임을 알게 될 것이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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