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어떤 식으로 사랑하고 친절을 베풀며 배려하는지 우리는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타인에 대해 탐구하는 대신 상대의 생각도나와 같을 거라고 지레짐작할 때가 많습니다. 나의 방식으로 마음을 전하고, 그 이상을 돌려받기 바라며, 결국 내 마음에 들지 않아실망하고 힘들어하죠. 우리 대부분이 상처받지 않아도 될 일로부터 그렇게 상처를 받습니다. - P258
책을 꼭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의무감으로 구입할 때가 있다. 이 책은 읽고 싶기도 하고 사야한다는 의무감도 작용한 경우인데 내 예감대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과거부터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부조리, 모순, 원한 등등이 얽힌 사연들.‘사람의 착함엔 한계가 있‘지만 ‘사람의 나쁨엔 한계가 없다‘는 말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라 더 괴롭고 아프다.‘보고싶지 않아도 보는 것이 나의 일‘이라는 자각을 하는 사람의 글은 일견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더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아프지만 좋은 책이다.
남의 모습, 남의 삶을 사진으로 담는 게 점점 어려운일이 되고 있다. 고통의 모습이건, 환희의 모습이건. 사람의 모습을 통해 세상의 빛과 그림자를 말하는 것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여전한 가치요 정신이겠지만, 사진을만드는 사람도 사진을 대하는 사람도 한결같을 수 없다는 걸 사진의 사회사는 말해준다. 사람 사진이 가장 쉽다. 사람 사진이 가장 어렵다. - P38
찍혀 있는 사진을 읽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사진이 보여주는걸 보되 그 사진이 감추고 있는 게 무엇인지 추리하는 것이다.사진은 필연적으로 보여준다. 필연적으로 감춘다.보여주는 동시에 감추는 사진의 이중성은, 사진을 보는 데 멈추지 말고 읽으라고 요구한다. 프레임 안에 갇히는 동시에 탈출도 모색하라고 속삭인다. - P23
사진은 의존적이다. 기계에 의존하며 무엇보다 대상에의존한다. 매번은 아니더라도 많은 경우 사진사가 하는일은 대상을 프레임 안에 넣고 의도한 시간만큼 셔터를열어두는 일뿐이다. 길에서 웃고 있는 아이를 찍으면 길에서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 나온다. 아이가 웃지 않는데 웃는 아이의 사진을 찍을 재간이란 없다. 이런 의존성은 사진사로 하여금 대상을 관찰하고 장면의 의미에 대해 사고할 것을 요구한다.특정 대상과 장면이 발산하는 시각적 힘을 알아채는일은 어떤 경우 쉽고, 어떤 경우 쉽지 않다. 둘은 뒤섞인다. 어떤 장면은 찍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한다. 어떤 장면은 찍을까 말까 망설이게 한다. 눈으로 느낀 힘이 사진으로도 이어질까? 늘 그렇지는 않다는 데 사진의 어려움과매력이 있다. 봤을 때 근사했으나 사진으로 담고 보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정반대도 부지기수다.연습은 예견을 가능케 한다. - P56
모욕적이다. 누군가 고통받는 장면에 사진기를 들이대는 행위는 아무리 좋게 보아주려고 해도 추악하다. 모욕은, 고통받는 사람만 치르는 것일까. 찰칵대는, 그리하여 그 고통을 ‘볼만한 것, 아니 볼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만들려는 사진사에게도 그 순간은 모욕적이다. 스스로비웃게 된다. 힐난하게 된다. 자책의 늪에 빠진다.누군가 ‘찍히는 모욕‘을 견딘다. 누군가 ‘찍는 모욕‘을견딘다. 비로소 누군가의 눈에 사진이 배달된다. 누군가는 (찍히기를/찍기를, 알려지기를/알리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모욕 따위 생각할 겨를마저 없었을지 모른다. 그 땅에 살기 위하여. 한데 그런 절박함이 모욕을 없던 일로 만들어주는가. 모욕은 즉각적인 것만은 아니다.더한 치욕은 시간차를 두고 찾아온다. 두고두고. - P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