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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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이 촉구하는 독자들의 문예운동이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힘이 있을까 싶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독서 목적 1위다. 책의 의미가 늘 그래왔듯이 이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다. 현재 내가 보는 전반적인 문학 소비 동향은 재미와 약간의 교양 함양이다. 한국 문학이 높아진 소비자의 욕구에 질적 만족을 주지 못하는 한 수많은 콘텐츠들과 타 분야 책에 비해 경쟁력은 계속 떨어질 거다. 수퍼급 작가가 샘솟듯 등장하지 않는 이상, 수요를 촉진하려는 출판사는 공모전과 열띤 홍보 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거 같다. 계급 투쟁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가 더 본질적인 문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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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문학과지성 시인선 508
유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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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결이 맞는 사람에겐 비오는 날 많은 이 여름 특히 더 와닿을 시집.
˝그래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 오른편에 둔 우산처럼 젖어가는 나는, 같은 생각만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아무도 떠올리지 않고 그러므로 아무도 그립지 않은 밤이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를 받아내고 있는 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나는 저것은 새가 아니기 때문에 생각에 잠겨 있고 난데없이 이건 또 어떤 지옥인가 싶었다˝(「지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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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좀 바빠서 [오늘의 음악] 소개를 못 했네요-,-)....아무도 안 기다리려나요ㅎ;

 

 

 

요즘은 한국 여성 보컬 맘에 드는 색깔이 많아 좋다. 어디고 그렇지만 음악 판도 참 부대낄 텐데 힘내라구~

잠 없는 꿈도 싫지만 꿈 없는 잠도 서운하다. 영감 없는 잠에서 깨어날 땐 꿈에서까지 막 살다 온 기분.

♪ Richard Parkers "삐에로"

motte "깊은 잠"

ALLS  "Quiet Place"

SOMA "Somablu"

 

 

Now, Now "Az" :상큼한 pop. 보컬 음색도 좋고 색깔 있어 좋다.

 

Lowrie "King" : 뭐야 뭐야 넘 멋지잖아! 관심 뮤지션 등록!

 

FirstAid "Holiday" : 한국에 이토록 고급진 일렉트로닉 뮤지션도 나오다니 기쁘다~ 스포츠 국위 선양보다 나는 음악신에서 이런 성과가 나오는 게 더 기쁘다!

 

veins "What Kills Me" : Adoy도 그렇고 잘 됐으면 좋겠는 인디 밴드♥ 2012년 헬로루키, 대한민국 라이브 페스티벌 금상도 받았다니 이미 잘 되고 있는 건가; 첫 정규앨범 나오면 대박 스멜이~ 라이브 보고 싶은 밴드!



 

● 비 오는 날 선곡

Tash Sultana [Salvation] (2018, indie, single, 여성 보컬)
이 가수 특히 이 곡의 보컬을 듣다 보면 어쩐지 조지 마이클이 생각난다. 상당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정규 음반이 없다니!

KAYTRANADA [Kaytra To Do] (2013, 랩/힙합, 정규)
이런 그루브한 힙합류 좋더라~

Silex [Midnight Symphony] (2018, indie, single)
드림팝 느낌을 이토록 멋지게 구현하는 한국 뮤지션이 있었던가. Byul 생각도 스쳐가지만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이 뮤지션의 빛나는 가치인지를 알리는 방증이지. 키치적이면서도 이런 스타일 음반을 일찍부터 선보였던 Sufjan Stevens 생각도 잠시 났다. 명반으로 꼽히는 [Illinois](2005)는 필청 음반 비 오는 날 들으니 뽀송뽀송하구만~ 최근 한국에서 입소문 인기였던 퀴어 영화 <Call Me By Your Name>에 그의 곡이 많이 들어갔다. 영화 음악 좋다는 평도 자자했는데 역시 이런 뮤지션의 곡을 넣을 정도면.

비도 오고, 차가 다 식었네....

 

 

 

 

 

 

 

 

 

 

 

● 바다 구경

 

지난번 통영 여행이 우중 고생이었기에 다시 한 번 도전~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으나 더웠다.
오랜만에 순방향 좌석의 기차를 탔다.

 

안녕, 반짝반짝, 바다, 사람... 모든 것이 다.
숙소에서 시원한 에어컨 속에 음악 가득 띵가띵가 휴식 후 밖으로....

 

 

 

 

 

허름한 밥 & 술집에 낙서가 명언!

 

 

 

 

 일찍 일어나 바다 구경하고 반신욕하며 시집 읽기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세상에서 내가 본 것은 아픈 사람들과 아프지 않은 사람들,
살아있는 것들의 끝없는 괴로움과
죽은 것들의 단단한 침묵들,
새벽하늘에 떠가는 회색의 찢긴 구름 몇 장,
공복과 쓰린 위,
어느 날 찾아오는 죽음뿐이다.

말하라 붕붕거리는 추억이여.
왜 어떤 여자는 웃고,
어떤 여자는 울고 있는가.
왜 햇빛은 그렇게도 쏟아져내리고
흰 길 위의 검은 개는 어슬렁거리고  있는가.
구두 뒷굽은 왜 빨리 닳는가.
아무 말도 않고 끊는 전화는 왜 자주 걸려오는가.
왜 늙은 사람들은 배드민턴을 치고
공원의 비둘기떼들은 한꺼번에 공중으로 날아오르는가.

 

장석주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1991)

 

 

 


 

「삼십 세 」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 우리 철판깔았네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1981)

 

 

책에 파묻혀 지내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여유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여행지에서도 돌아다니기보다 책을 읽는 중생이잖아ㅎㄱㅎ);;

일상도 인생에서는 여행이지만 짧은 인생, 반짝반짝할 여행 많이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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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3 0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3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7-03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저는 바닷가를 보면 뛰어드는 편이라, 위에서 바라보는 해변가가 아름다움을 미처 몰랐네요.ㅋ 그렇지만, 앞으로도 바닷가에서 놀듯 합니다. AglamA님의 음악을 기다리는 청취자로부터.

AgalmA 2018-07-03 08:04   좋아요 1 | URL
바닷가는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날씨 변화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듯^^
곧 휴가가실 거 아녜요. 바다 가시는 겁니까? 연의랑 바닷가 간 사진 많이 찍어 보여 주세요~ 연의 무슨 패션일라나 벌써부터 궁금!
ㅡ연의 팬클럽 1인으로부터ㅎ

겨울호랑이 2018-07-03 08:10   좋아요 1 | URL
이번 여름은 일 때문에 못갈 것 같고, 가을에 움직일 것 같네요. 그 전에는 워터파크나 가야겠어요... 아마도 연의 튜브 끌고 같이 바다 괴물을 사냥하러 갈 것 같네요..ㅋㅋ

AgalmA 2018-07-03 08:14   좋아요 1 | URL
바다 괴물ㅋ 두 사람 지쳐 자는 모습이 벌써부터 연상되는ㅎㅎ 애들 에너지는 정말이지bb

겨울호랑이 2018-07-03 08:23   좋아요 1 | URL
아내의 증언에 따르면 둘이 잠잘 때 소리도 작품이라고 하네요.ㅋ 아빠 고래와 아기 고래라나요. 저도 못 들어봐 뭐라 평하기는 어렵지만요.ㅋㅋ

AgalmA 2018-07-03 08:25   좋아요 1 | URL
괴물 부녀라 괴물을 잡으시겠다는 거군요ㅋ 얌전하게 생기신 분들이ㅋㅋ 안 그랬음 큰일이지....후후

2018-07-03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3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8-07-03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여행이셨네요, 부럽습니다~^^
Tash Sultana를 이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완전 반가운 걸요.
jungle이라는 곡도 재밌던데요.
그나저나 올여름은 락페 안 가시는 겁니까?
궁금했는데 관련 페이퍼가 없으셔서~.

AgalmA 2018-07-03 15:38   좋아요 1 | URL
tash 좋죠^^ 다른 곡도 다 특색있더군요~
요즘 락페 라인업이 영 안 땡겨서 막바지에 기분이 부흥하면 휙 갈지도요ㅎ;
 
[eBook] 미성년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08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상룡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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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세계적인 역사학자이자 국제 정치학자로 널리 알려진 E.H. 카는 초기에 러시아사 연구에 몰두했고 첫 저서로 도스또예프스끼 평전(1931)을 썼다. 그가 도스또예프스끼의 특색 중 하나로 꼽은 이런 말도 눈에 띈다

“똘스또이의 소설이 독자에게 주는 지배적인 인상은 <공간감>이라고 최근의 한 비평가는 말한 바 있다. 도스또예프스끼 소설의 효과는 거의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닫힌 느낌을 주는 데 있다. 자연의 넓은 시야에 결코 눈을 두지 않는 그의 관찰력은 무한한 인간의 기상caprice에로 더욱 응축되어 간다. 대부분의 위대한 작가에게는 일종의 사색적 거리감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생활에서도 작품에서도 대도시의 협소한 구속적인 긴장의 희생자였던 도스또예프스끼에게는 이러한 거리감이 전혀 없다.”

도스또예프스끼 소설을 조금 읽어본 사람이라면 카의 이 날카로운 분석에 이마 탁~ 탄복하리라. 도스또예프스끼 소설 특히 장편 소설을 읽을 때 특히 폐쇄적인 답답함을 내내 느끼게 되는데, 인물들은 도시 속에 갇힌 쥐 같이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도스또예프스끼에게 공간은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는 늘 사건이 초점이다. 소설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곳곳의 실제 사건들, 러시아 귀족계급의 괴리와 빈민들의 삶, 각 인물들이 추구하는 사상과 이념 그리고 내면이 그의 소설의 주요 뼈대다미성년경우 다른 소설에 비해 답답한 느낌이 더욱 심한데,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미성년인 아르까지 마까로비치 돌고루끼가 자신의 이념과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수기 형식으로 말하고 있어 더 그렇다. 귀족 아버지(베르실로프) 하녀 어머니(소피야) 사이에서 태어나 버림받다시피 자라온 아르까지는 로스차일드 같은 부유한 저명인사나 사교계의 삶을 꿈꾸면서도 모든 걸 버리고 은둔하는 삶을 꿈꾸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서사 구조가 인물의 내면처럼 요동치며 파편적으로 펼쳐지다 보니 서사 전개에 집중해서 읽는 독자나 도스또예프스끼 여타 소설에서 느꼈던 고도의 몰입감을 기대하고 읽는 독자라면 이 소설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해설을 보니 내 반응만 유독 그런 게 아니었다. 평론계에서도 논란이 많은 작품. 1권까지는 그럭저럭 읽었는데 2권부터는 중반까지 고역이었다.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무슨 결론을 도출하려 가고 있는지 후반까지 전혀 짐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몰락이 기다리려나 하며 총총 따라갈 뿐이었다.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나가게 만드는 힘은 스릴러와 탐정소설 같은 장치인 편지에 있다. 노공작 니꼴라이 이바노비치 소꼴스끼의 딸 까쨔를 부자(베르실로프와 아르까지) 동시에 흠모하고 있다. 상황은 묘하게 꼬여 있는데 노공작은 엄청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친구 베르실로프의 딸 안나와 결혼하려는 와중이다. 아르까지는 이복 누니인 안나에게도 연정을 품고 있다. 이쯤되면 막장 드라마-_- 재혼을 생각중인 까쨔가 아버지를 정신병자로 매도한 편지를 썼던 소문이 퍼지며 편지가 상황을 뒤바꿀 키워드가 된다. 이것을 누가 가지며 폭로하느냐 마느냐가 모든 소동의 핵심으로 작동한다. 유로지비 면모와 유럽 견문 등으로 스스로 확립한 이념으로 매력을 발산하던 베르실로프가 까쨔와 내연 관계였고 그녀를 죽일 생각까지 품게 되는 절정부까지 도달하니 그 역시도 정욕과 파토스 속에 양가적인 미성년 모습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한편 문제의 편지를 가지고 있던 아르까지는 이를 이용한 사교계 진출과 모종의 복수도 꿈꿔보고, 베르실로프가 어머니에게 돌아가길 바라는 복잡한 심경 속에 선의로 행동하려 하지만 그의 치기가 뒤통수를 치고 만다. 도스또예프스끼에게서 자주 느낄 수 있었던 셰익스피어적인 플롯인데, 일련의 헛소동은 평탄히 마무리된다. 도스또예프스끼 소설 중 가장 밝은 결말 아닌가 싶다. 그의 소설에서 드문 성장소설이자 그의 소설 변천과 집합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도스또예프스키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개 고독하면서도 자신의 공상과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 관 같은 방이나 빈곤 속에서 자신의 기개를 지키려 하는 고집, 거미 같은 이미지에 자신을 대입하는 것은 아르까지뿐 아니라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 『백치』의 이뽈리뜨 쩨렌찌예프, 『지하생활자의 수기』의 주인공 등등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 모습은 도스또예프스끼 자화상이기도 하다.

“외부와 내부라는 것은 균형을 유지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 외부로부터의 인상 없이는 내부가 우위를 점한다는 게 위태롭습니다. 그러므로 신경과 상상력이 한 사람의 구성 요소 안에서 매우 큰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도스또예프스키가 형에게 보낸 편지 중, E.H. 카,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저 말은 이 소설에서 베르실로프(안드레이 뻬뜨로비치) 아르까지에게 한 말, 세묘노비치가 아르까지에게 쓴 편지, 그리고 세묘노비치의 입을 빌려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고자한 시대 통찰과 상통한다
     

“저는 안드레이 뻬뜨로비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 같은 인간, 당신처럼 〈고독한〉 젊은이에 대해서는 솔직히 불안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당신과 같은 정신적 특성을 지닌 젊은이는 적지 않게 있습니다. 또 그들이 지니고 있는 잠재적 재능은 사실 언제나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갈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한 특성은 몰찰린 같은 아주 비굴한 성향으로가 아니면,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자 하는 감춰진 욕망 쪽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자 하는 욕망은, 어쩌면 무엇보다도 먼저, 조화로운 질서와 〈점잖은 기품〉(당신의 용어를 빌려 말합니다)을 지향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감춰진 갈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요? 젊음이란 이미 그것이 지니고 있는 열정만으로도 순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젊음의 열정이 뿜어내는 폭발적인 광기에는 어쩌면 바로 조화로운 질서에 대한 갈망과 진리를 향한 탐구 정신이 내포되어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많지 않은 수의 동시대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그런 것을 어떻게 믿게 되었는지도 모를 그런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사안들을 접하는 과정 속에서 이러한 조화와 진리를 겨우 발견하게 되는 것은 도대체 누구의 잘못이겠습니까! 한 가지 덧붙인다면 과거에는, 그렇다고 아주 오래전은 아니고 약 한 세대쯤 전에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이 그렇게 동정받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대에 그들은 거의 언제나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 계층과 아주 성공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고, 그것과 융합하여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그들이 자신들의 활동의 첫 무대에서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무질서한 점이나 불안함, 그리고 가정 환경에서도 좋은 바탕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 또 훌륭한 가문적 전통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교양의 배경이 없다는 점을 인식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전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그들 스스로가 직접 그것을 추구할 수 있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차차 그러한 것에 적응하고 그 가치를 존중할 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다릅니다. 그들이 나중에 융합할 수 있는 대상이 지금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세묘노비치)


 어쩐지 지금의 불평등한 혼란 시국, 흙수저의 어려움에 처한 젊은 세대와도 맥이 닿는 말이지 않은가. 이 소설이 똘스또이 3부작 유년 시대, 소년 시대, 청년 시대를 의식하며 구상한 것이라고도 하나 이 성장소설에는 도스또예프스끼의 개인적 트라우마, 딜레마도 담겨 있지 않은가 짐작한다. 도박병이나 여러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성년적인 모습이 그의 현실적 페르소나로 읽히는 여지가 많다. 그리고 또 다른 캐릭터가 있다. 유럽의 문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러시아 민족주의, 무신론자와 고행 수련자(유로지비) 면모가 결합된 베르실로프 캐릭터는 미성년』 이전 작품인  『백치, 악령』, 이후 작품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도 계속 등장하는 설정이다. 이 캐릭터는 도스또예프스끼가 인간 이상형의 좌절된 혹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내부 결함이 내재된 인간의 본모습으로 본 게 아닌가 싶다.
도스또예프스끼는 백치최종 원고 작업일 때 내 소설의 주요 생각은 지극히 완전한 사람을 그리는 데 있다 말했다. 백치 미쉬낀을 통해 예수적인 인간형을 이상적으로 제시했듯이미성년에서도 베르실로프를 통해 도스또예프스끼는 재차 실천적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내가 도덕주의적 헌신을 추구하는 이상, 내 자신의 사상에 충실히 매진한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의식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실제로 나로 인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평생 동안 단 한 사람이라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지.
…(중략)…
다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나름대로 가장 숭고한 차원의 교양을 얻었다는 사람이 자신의 심오한 사상을 추구하는 사이에, 때로 완전히 현실적 문제에서 멀어져서 아주 폐쇄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냉담한 인간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아주 어리석은 사람으로 되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이지. 그것도 처음에는 실생활에서만 그러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사상적 측면에서까지도 그런 어리석은 천치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생활에도 진지하게 임해 단 한 사람이라도 정말 행복하게 만들 만큼 노력을 기울여야 자신의 잘못을 시정하고 본인 자신도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게 되겠지. 물론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설득력이 약하겠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다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습관이 된다면 아마도 무언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게다. 그리고 나 자신이 그것을 직접 체험해 보았고. 물론 처음에는 농담조로 시작했던 일이지만, 이 새로운 계율에 대한 사상을 발전시켜 가면서 비로소 나는 가슴속에 깃들어 있던 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점차 견고해져 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어.”(베르실로프)

그런 대상으로 소피야를 떠올리고 데려오기까지 한 베르실로프는 우연히 만난 까쨔에게 숙명을 느끼고 정욕에 사로잡힌다. 이건 도스토예프스키의 내연 관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이상과 현실, 내면과 외면의 조화는 얼마나 어려운가. 사랑 하나로도 어려운데, 음모와 돈과 명예의 탐욕까지 끼어들면 문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해진다.   

“고독 속에 스스로를 닫아 두지 마시오. 자신을 자연 앞에 내세워요. 조금이라도 더 외부 세계로, 외적인 사물로 몸을 내세우세요.”(도스또예프스키가 다른 사람에게 보낸 편지 중, E.H. 카,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도스또예프스끼를 읽으면 우리는 죄인 아닌 자 없고 백치이고 미성년이라는 메시지를 늘 읽게 된다. 고독을 사랑하면서도 단 한 사람을 진정 사랑하기도 힘든 이 삶, 스스로의 부조화를 곱씹으며 이제 도스또예프스끼 5대 장편 소설의 마지막 관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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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7-03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완독을 응원하면서, 한편 부럽습니다. ^^

AgalmA 2018-07-03 02:03   좋아요 1 | URL
처음에 기세좋게 시작했다가 영 진도를 못 빼고 있었죠^^; 이북 덕을 좀 봤습니다ㅎ 목표하던 거 하나 끝낼 수 있어서 소확행이려나요^^
 
[eBook] 초공간 - 평행우주, 시간왜곡, 10차원 세계로 떠나는 과학 오디세이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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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계의 초끈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접점을 보여주며 아인슈타인이 완성하지 못한 ‘통일장이론‘이 완성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론부가 흥미롭다.
요즘 교양서 추세처럼 문학, 예술, 문화 전반을 접목해 물리학 & 우주과학을 쉽고 재밌게 풀어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제껏 읽었던 과학서와 겹치는 내용도 있지만 미치오 카쿠 식의 썰 풀기 맛이란 게 또 있어서~ 도스또예프스키, 레닌까지 언급하실 줄이야ㅎ 카쿠 선생님 공부 많이 하시나봐요😊!


“수학은 네 번째 차원을 비롯하여 존재 가능한 세계를 얼마든지 탐구할 수 있지만, 차르는 오직 3차원에서만 전복될 수 있다!”(레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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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7-03 0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나오는 책들은 여러 분야가 맞물리는 것이 유행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책 두께는 많이 두꺼워졌지만, 그 두께만큼 내용이 알찬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AgalmA 2018-07-03 08:11   좋아요 2 | URL
관련 책을 많이 본 사람들 경우 자주 접한 사례가 중복되다보니 그런 경향이 있죠.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이나 특이 사례를 엮지 않는 이상 돋보이기 어렵죠. 가쿠도 초반에는 여러 분야 접목하시더니 후반부에서는 힘드셨는지 관련 분야 얘기로만ㅎㅎ 대중과학교양서로 처음 내신 거니 이해해야죠ㅎㅎ 10년 뒤 <평행우주> 쓰기 전 끈이론 대중적 이해를 위해 애쓴 노고가 느껴져서 애틋하더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