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 복잡한 현대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사
사토 마사루 지음, 신정원 옮김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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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상황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특히 한국 교육에서는 세계사·역사를 암기 과목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방대한 사건들이 가득하기 때문인데 인간의 능력으로 외우는 데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그런 접근은 전혀 좋지 않다. 빠르고 쉬운 답을 도출하기 위해 상관 관계를 인과 관계로 연결 짓기도 쉽다. 맥락 찾기와 이해가 역사 공부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이 책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원저 제목 세계사의 진수世界史極意, 2015)에서 사토 마사루가 강조하는 것은 아날로지. 아날로지란 비슷한 사물을 연관해 사고하는 방식으로, “미지의 사건과 맞닥뜨렸을 때도 이 상황은 과거에 경험했던 그때 그 상황과 흡사하다라는 판단과 함께 대상을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중요하다. 저자는 아날로지적 사고력 향상이라는 실리적 목적외에도 전쟁 저지를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저자는 에릭 홉스봄과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진단한 것과 달리 전쟁의 시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비극적인 역사의 반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아날로지적으로 통찰하기를 전도하고 있다. 전도라는 말을 내가 괜히 쓴 게 아닌데, 아날로지가 신학적 사고 특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학 때 역사 신학을 공부하며 후지시로 다이조 선생에게 아날로지를 배웠다.

실증주의에 입각하는 사학에서는 사료를 다루는 것, 즉 사료 수집과 선택·비판·해석은 이성만으로 충분하겠으나 정신과학으로서의 역사학 연구는 이성만으로는 지극히 불충분하며 신체·이성·의지·감정·신앙을 가진 인간 주체로서 이 작업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작업은 딜타이가 말하는 체험·표현·추체험에 의한 해석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사료에 표현되어 있는 체험을 연구자 주체가 추체험해 이해해야 한다. …… 사학 방법론에서 중요한, 와 전체, 특수성과 보편성, 독자성과 동일성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여기에 있다. 해석학은 먼저 사료의 언어학적·역사적(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분석을 철저히 한 후, 그 사료를 해석하는 것이다.” 후지시로 다이조 기독교사

이 세상 안에서 생을 부여받은 사람을 한 명이라도 제외한다면 역사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헤겔이 말했듯 절대정신이 변증법으로 발전한다는 식의 단순한 흐름을 취하지 않아요. 역사는 훨씬 복잡한 현상입니다. 타인의 마음이 되어 생각하는 것, 타인을 추체험하는 것을 얼마나 거듭했느냐에 따라 역사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역사는 아날로지를 통해 이해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아직 젊으니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것입니다. 헤겔이나 마르크스처럼 강력한 세계관에 기초해서 역사를 역동적으로 독해하는 수법에 매력을 느끼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러한 철학이나 신학이 어딘가에서 구체적인 인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는 염려하고 있습니다.” 후지시로 다이조, 수업에서 

 

이 책은 세계사를 통사적으로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민족과 내셔널리즘’, ‘종교-기독교와 이슬람교라는 세 가지 주제를 핵심 문제로 보고 진행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제국주의 시대는 1870년대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를 이른다. 구미 열강이 군비를 확장하고 세계 각지를 식민지나 세력권으로 삼아 지배하던 때였다. 16세기 이후 자본주의는 중상주의(절대왕정이 실행한 경제정책)자유주의제국주의(독점자본주의)국가독점자본주의신자유주의형태로 변천해왔다. 마르크스 자본론이 고찰하는 것은 국가가 시장을 간섭하지 않는 순수한 세계이지만 레닌 제국주의론독점자본이 국가와 결합하는 지점에 제국주의의 특징이 있다. “자본주의는 계속해서 시장을 찾아 외국에 진출하지만 대외 활동은 제국주의를 지향하는 국가 사이의 대립을 야기한다.” 알다시피 이로 인해 제1차 세계대전의 귀결을 맞았다. “자유주의의 배후에는 언제나 패권국가가 존재하며, 패권국가가 약화하면 제국주의 시대가 찾아온다는 것이 핵심이다. 영국이 패권국가였던 시절은 자유무역 시대였다. 그러나 영국이 약해지자 독일과 미국이 대두했고, 군웅할거의 구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때와 비교해 지금은 어떤가. “2000년대 들어 브릭스BRICs 비롯한 신흥국가들의 경제가 급성장함에 따라 미국의 존재감이 낮아졌다. 2001911일에 일어난 동시다발 테러, 2008년 가을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군사와 경제 양방에서 미국의 약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개인적으로 이 2008년 즈음을 경계로 국제정세의 조류가 달라지면서저자는 신제국주의 시대로 돌입했다고 생각한다. 그 사례로 피너클 제도와 스프래틀리 제도, 파라셀 제도를 둘러싼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방공식별구역 설정, 우크라이나 위기,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EU 회원국과 미국 등이 그들의 종주국이었던 동남아 투자로 영향력 강화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식민지를 두지 않으며 전면전을 피하는 게 신제국주의 특징이지만, 착취와 수탈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는 제국주의의 본질과 행동양식은 변하지 않았다. 세계화로 글로벌 자본주의가 과도하게 강력해지면서 국가의 징수 기능이 약화되자(법인세율 씨름, 조세회피처 등등을 생각해보라) 국가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데 제국주의 시대와 비슷하다. 제국주의 시대에 보호주의가 대두했듯이 현재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과 같은 선진 자본주의국가는 겉으로 자유무역체제 옹호를 외치면서도 보호주의로의 전환을 교활하게 도모하고 있다. 현재의 세계는 유럽연합·슬라브연합·아메리카대륙연합·중동연합·아시아연합 형태로 분할되어 있는데, 세력 균형 상태를 조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민족과 내셔널리즘
저자는 민족 문제에 있어서는 민족의 원형이 서유럽이 아니라 중유럽과 동유럽에서 탄생했기에 지역의 역사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등 서유럽은 비교적 이른 단계에 주권국가로서의 조건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동유럽을 포함한 15세기 말의 신성로마제국(독일·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 동부·스위스·오스트리아·체코 등)은 서유럽과 달리 혼돈 상태였다. 베스트팔렌조약에서부터 프랑스혁명 시대까지 유럽의 국제정치사를 보면, 신성로마제국의 동쪽 지역에서는 극심한 영토 변경을 동반하는 전쟁이 잇따랐다. 나폴레옹에게 정복당한 국가들에서는 민족의식과 국민의식의 각성을 촉구하는 내셔널리즘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후 러시아제국을 리더로 하는 범슬라브주의와 독일·오스트리아제국을 중심으로 하는 범게르만주의 사이의 민족적인 대립이라는 구도를 띠었다. 프랑스혁명 이후에 확대된 내셔널리즘이 중·동유럽에서 복잡한 민족 문제를 생성해 제1차 세계대전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저자는 세계사 교과서나 참고서가 가르쳐주지 않은 내셔널리즘론의 지적 거인 삼인방 베네딕트 앤더슨·어니스트 겔너·앤서니 스미스의 이론도 가져와 자세히 비교 설명하고 있다.
내셔널리즘에는 원초주의와 도구주의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사고가 있다.
원초주의란, 일본 민족은 2,600년 동안 이어졌다든가 중국 민족의 역사는 5,000년이라든가 하는 식의, 민족에게는 근거가 되는 구체적인 원천이 있다는 실체주의적인 사고다. 이때 구체적인 근거로 거론되는 것은 언어·혈통·지역·경제생활·종교·문화적 공통성 같은 것들이다.”
도구주의는 민족이란 개념을 엘리트들이 만들었다고 보는 사고다. 다시 말해 국가 엘리트가 통치 목적을 위한 도구로 내셔널리즘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 도구주의의 대표적인 학자가 앤더슨이다. 앤더슨에 따르면, 국민이란 마음속에 이미지로 그려지는 상상의 정치적 공동체다. 즉 일본 국민이란 우리는 일본인이다라고 상상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공동체라는 이야기다. 이미지일 뿐 실체적인 근거는 없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는 이미지를 모두가 공유함으로써 국민의식이 성립한다는 것이 앤더슨의 생각이었다.”
 
앤더슨
나폴레옹이 침략한 후, 국민국가와 내셔널리즘이라는 이념이 유럽 국가로 퍼진 사실은 이미 설명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이념에 대항하고자 러시아는 정교회·전제專制·국민성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세 번째 원칙인 국민성이 이 시기에 새롭게 추가되었던 것이다. 나아가 19세기 말이 되면 알렉산드르 3Alexander 의 치세 아래, 발트 해 지방의 모든 학교에서 러시아어 사용이 의무화되었다. 이처럼 지배층과 지도층이 위에서부터 국민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 관주도 내셔널리즘인데, 이는 왕권의 정통성을 지탱하는 새로운 도구로 기능함과 더불어 새로운 위험을 동반했다 앤더슨은 지적했다.”
 
겔너
최초에 민족이 있은 후 내셔널리즘이 생겨난다는 원초주의적인 통념은 그릇되었으며 내셔널리즘이라는 운동에서 민족이 생겨난다는 것이 겔너의 사고다. 겔너도 앤더슨과 마찬가지로 민족이라는 감각이 근대와 함께 생겨났다고 보았다.”
산업화에 의해 유동화한 사람들 안에서 생겨나는 동질성이 내셔널리즘을 싹트는 기반이라는 것이 겔너의 내셔널리즘론이다. 앞서 자본주의사회의 본질은 노동력의 상품화라는 마르크스의 입장을 소개했는데, 내셔널리즘 형성에도 노동력의 상품화가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스미스
민족을 상상의 정치적 공동체라고 여긴 앤더슨과 달리, 스미스는 근대적인 네이션을 형성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보았다. 무언가를 나타내는 개념이 고대 그리스어인 에스노스ethnos 또는 현대 프랑스어인 에스니ethnie. 그렇다면 에스니란 무엇인가? 스미스는 에스니란 공통의 조상·역사·문화, 어떤 특정 영역과의 결합을 지니며 내부에서의 연대감을 소유한, 이름을 가진 인간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스미스에 따르면 근대적인 네이션은 반드시 에스니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에스니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인위적으로 민족을 창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스니를 가진 집단이 반드시 네이션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그 가운데 지극히 일부가 네이션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며, 네이션이 온전한 자기 국가를 가지는 경우는 더욱 제한된다. 이 에스니라는 개념이 역사와 결합함으로써 정치적인 힘이 탄생한다. 이 힘에 의해 에스니는 민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저자는 지식인들이 앤더슨이나 겔너의 도구주의를 더 선호하지만 원초주의에 가까운 스미스의 에스니 개념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민족을 만드는 것은 언제나 문화 엘리트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탈린이 이슬람원리주의혁명이 확대되는 것에 위기를 느껴 1920년부터 1930년대까지 투르키스탄을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 이렇게 다섯의 민족 공화국으로 분할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이것은 관주도 내셔널리즘의 전형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민족의식에 종교 문제까지 엮이니 문제 해결은 더 요원해 보인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세계화가 진행된 결과, 제국주의 시대가 찾아온다는 사실은 앞 장에서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제국주의 시대에는 국내에 커다란 격차가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이 공동화空洞化한다. 이 빈 곳을 메울 가장 강력한 사상이 내셔널리즘인 것이다. 신제국주의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내셔널리즘이 다시금 소생하고 있다. 합리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내셔널리즘은 근현대인의 종교라고도 할 수 있다.”
 


 
종교-기독교와 이슬람교 
기독교를 원천으로 삼은 EU와 이슬람을 원천으로 삼은 IS 사이에는 역사적으로 얽히고설킨 게 참 많다. 제국주의 시대부터 서양의 내정 간섭이 문제를 더 첨예하게 만들었다.
1차 세계대전 후 시리아는 프랑스의 위임통치령이 되었다. 프랑스는 시리아를 지배하기 위해 알라위파를 중용했고, 현지 행정과 경찰·비밀경찰에 알라위파를 임명했다. 식민지를 지배할 때 소수파를 우대하는 것은 상투적인 수단이다. 다수파 민족이나 종교집단을 우대하면 독립운동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소수파를 우대함으로써 종주국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1994년에 제노사이드genocide 벌어진 르완다에서도 종주국인 벨기에는 소수파인 투치족을 다수파인 후투족보다 더 우대한 바 있다. 이와 같은 특수한 사정을 떠안고 있었던 시리아에 아랍의 봄이 밀어닥쳤을 때,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아랍의 봄이 일어난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반체제세력이자 수니파인 무슬림동포단이 존재를 드러냈다.”
 
내셔널리즘의 대두로 절대자의 위치에 민족이 들어옴으로써 국가와 민족이라는 대의 앞에 국민이 목숨을 바쳐 헌신하는 구조가 완성되었고 인간은 세계대전을 치렀다.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한 대량의 살인과 파괴는 이성과 무신론으로 이루어진 계몽의 시대를 산산조각으로 박살냈다. 무신론의 시대, 즉 계몽의 시대는 1914년에 끝을 고했고, 그와 동시에 불가능의 가능성으로서의 신을 이야기하게 된 것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부터였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제2차 세계대전을 겪었어도 여전히 계몽정신이 왕성했으므로 비합리적인 정념(전근대적인 보이지 않는 세계’)이 인간을 움직인다는 감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계몽사상이나 합리적인 사고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통찰이 작동하지 않았으며, 문제를 나중으로 미루어두기만 했다. 그 영향은 21세기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 지식인들이 격투를 벌였던 계몽의 어둠이라는 문제를 외면하고 만 것이다. 그때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청구서가 되어 날아온 현재, 격차와 빈곤, 배외주의, 영토 문제, 민족 분쟁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EU 탄생 목적은 내셔널리즘 억제에 있었다. 세계대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그들로서는 전쟁만큼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가톨릭·프로테스탄트 문화권의 결합이었다. EU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로 뻗어가지 않은 것은 정교회 문화권을 포섭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종교적인 가치관을 중심으로 한 결합에는 민족이나 내셔널리즘을 초월하는 방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IS도 글로벌한 이슬람주의를 통해 국가나 민족이라는 틀을 극복하고자 하지만 문제는 국가나 민족이라는 틀을 초월해 인간을 살해하는 사상이 되었다 점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고민한 저자는 앤서니 스미스의 에스니론이 이슬람원리주의를 무력화할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한다. “이슬람계 여러 민족에 존재하는 에스니를 자극해 이슬람교에 대한 귀속의식보다도 민족의식을 강화해 이슬람원리주의의 침투를 막는다는 것인데, 이 맞불 작전이 제대로 먹힐지는 잘 모르겠다.
 

 

[정리]


이 책 속에서 전개된 역사 흐름은 다음 단락으로 요약된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자본주의가 세계화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빈곤과 격차 확대라는 현상이 나타난다. 부와 권력의 편재가 초래하는 사회불안과 정신의 공동화는 사회적인 유대를 해체하고, 모래알처럼 분리된 개인을 고립시킨다. 그러면 국가는 내셔널리즘을 통해 국민들의 통합을 꾀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제국 내의 소수민족은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민족 자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동향을 보아도 구제국주의와 신제국주의는 유사하다. 위에서부터의 관주도 내셔널리즘이나 배외주의적인 내셔널리즘으로 사람들이 동원당하는 한편 합스부르크제국에서 체코 민족이 각성했듯이, 현대에서는 스코틀랜드나 오키나와가 에스니 발견에 기초해 스스로 민족 정체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현재의 국민보다 더 하위의 네이션, 즉 더 작은 민족에게 주권을 가지게 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등장한다. 2장의 핵심을 이루었던 아날로지는 이상과 같다.
 
오키나와나 스코틀랜드와는 대조적으로, 국민국가의 위기를 지역과 영토를 초월한 이념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바로 종교적인 이념이다. 이번 장에서 보았던 것처럼 시대는 다르지만 기독교에서나 이슬람교에서도 사회 위기에 복고주의·원리주의적인 운동이 일어나 지역과 영토를 초월해 확산된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현대의 EU도 관점에 따라서는 서로마제국, 나아가 로마제국으로의 회귀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저자가 생각하는 대안은 이렇다

첫 번째는 다시 한 번 계몽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인권·존엄·사랑·신뢰 같은 손때 묻은 개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 즉 바르트가 말하는 불가능의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근대의 정신, 바꾸어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감각을 연마하는 것이다. 이 장에서 몇 번이고 서술한 대로, ‘보이는 세계를 중시하는 근대의 정신은 구제국주의 시대에 전쟁이라는 파국을 초래했다. 신제국주의 시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확실히 존재하는 그 무엇이 재부상하리라고 본다.”

 

잘 될까. 매우 공감하며 읽긴 했지만 이 밤 뒤에 아침이 오리라는 건 현재에서는 늘 예측과 희망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하루 더, 일생을 노력한다.
 
 

 

정리할 내용이 많아 아주 개괄적으로 이 리뷰를 썼다. 저자의 해석 깊이가 얕다고는 결코 생각되지 않았다. 지젝을 읽었을 때를 생각하면 헤겔의 변증법을 후시지로 다이조처럼 생각할 것만도 아니고, 아날로지 즉 유추적 사고의 맹점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고 공감하든 반박하든 당신의 아날로지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므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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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보르기니 가지기 대작전 - 엠제이 드마코 『부의 추월차선』 (8/3)

 

8월 독서계획은 경제경영 책을 집중해서 볼 생각인데 가볍게 이 책으로 시작.

출세자들이 쓴 이런 책이 으레 그렇듯 자기 자랑과 훈계조인 게 거슬리지만 쓸만한 통찰도 꽤 있다. 저자는 부의 상징 ‘람보르기니’ 차를 가지게 된 자신의 체험를 모티프로 부의 방정식에 따른 재정적 목적지를 인도(가난), 서행차선(평범한 삶), 추월차선(부)으로 나눈다. 그가 시간 관리와 자기 계발을 어떻게 이뤄 나갔는지 경험담을 읽는 가벼운 책. 사회 초년생, 자기 일이 왜 이렇게 안 풀리는지 답답한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 볼 만.

 

굴릴 차는 없고 나는 내일도 차나 많이 마셔야지~ twinings

 

 

● 하노 벡, 우르반 바허, 마르코 헤르반 『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8/4)

 

어제 읽은 엠제이 드마코 『부의 추월차선』과 아주 딴판. 드마코가 개인 집중형 과외였다면 하노 벡 외 이 책은 기초 교양 강의랄까. 금융 젬병(빚은 없다;) 나에게 흥미로운 정보가 많다! 정리할 생각하니 까마득하구만😥
곧 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 스완』도 읽을 예정😶
나는 왜 이렇게 지독히 파는 성격일까😟
흥흥, 안 무서워))))))))) 그러나 더워. 한여름 경제 공부 더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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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금융 정책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저금리 유지 정책에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금융 정책은 사실상 정부에 유리하도록 국민, 즉 예금자들의 재산을 국유화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이다....(중략)....국가는 예금자를 희생시켜 부채 탕감 의무에서 벗어난다. 이렇게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켜 은밀하게 국가의 부채 규모를 축소시키는 행위를 ‘금융억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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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난 수십 년간 금리는 급격히 떨어졌을까?

일반인들은 2007년이 되어서야 저금리 기조가 전 세계적 현상임을 본격적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훨씬 이전부터 이 현상을 다뤄왔다. 지난 20년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단기 대출뿐만 아니라 장기 대출 금리가 4~6퍼센트에 머물렀다. 일부 국가의 금리는 0퍼센트로 떨어졌고 심지어 마이너스대로 돌입했다. 지난 30년간 이례적으로 실질 금리가 감소하는 현상이 전 세계에서 관찰되었다. 실질 금리 예측에서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리라는 걸 간파하지 못했다.
(중략)
그 첫 번째 이유로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글로벌 저축 과잉 global savings glut’을 꼽았다. 버냉키는 세계 자본시장에서 중국이 자본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고, 인구 고령화로 인해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가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 모드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자본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금리는 떨어졌다는 것이다.
(중략)
전문가들은 저금리 현상이 발생한 두 번째 원인이 ‘구조적 장기침체 secular stagnation’에 있다고 보았다. 세계 경제의 생산성과 혁신력이 줄어들면서 세계 경제가 마비되어 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에 투자 자본 수요가 감소했고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는 것이다."

 

 

 

● 파울 페르하에허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 가는가 -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8/5)

 

체리, tea 내게 힘을 줘
얼음이 10분 내로 사라진다😭💦💦
경제학 책 읽다가 급선회. 난 원래 이런 사람~
진득하지 못하다=호기심 천국
"Je est un autre(나는 타자다)" ㅡ아르튀르 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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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homini lupus est"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


"과거에는 주로 지리적인 스테레오타입들을 이용해 '정체성'을 정의했다(벨기에 사람 대 네덜란드 사람, 영국 사람 대 스코틀랜드 사람 등). 하지만 요즘엔 세계화와 사회경제적 요인의 영향력 탓으로 자국인 대 외국인, 우리 기독교 문화 대 '후진' 이슬람 문화, 뼈 빠지게 일하는 중산층 대 놀고먹는 하층민 같은 식의 구분법이 더 많이 쓰인다.
이런 다양한 스테레오타입에는 공통되는 특징이 있다. 우리를 더 멋지게 내보이기 위해 타자를 희생시키는 것이다...(중략)... 우리가 이런 외적인 특성에 부여하는 의미는 동시에 우리네 불안의 정도를 말해주는 측정기에 해당한다. 외적인 것을 제거하면 갑자기 차이가 사라져버릴 테니까 말이다. 정체성은 분명 내적인 특성이다."

저자는 "정체성은 존재보다 성장과 더 밀접한 관련" 있으므로 "정체성은 외부 세계가 우리의 몸에 새겨 넣은 관념의 집합"이자 "하나의 구조"이며, "거울 뉴런이 없다면 정체성도 없지만 무엇이 거울에 비칠 것인가는 환경이 결정"하므로 정체성 자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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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의 기초는 타인의 시선에 있다'(프리드리히 헤겔)
"우리의 정체성은 항상 타인과 일치와 구분이라는 양 극단의 긴장 지대에서 형성된다."
*동일성과 차이
Philia(사랑) & Neikos(다툼):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가 본 끝없는 합일과 분리의 원인이 되는 자연력
Eros & Thanatos : 프로이트가 본 원초적 충동

 

정체성이 뇌(유전자, 신경, 호르몬의 기초)와 환경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낳은 결과라고 볼 때 기독교, 과학 등을 거치며 정체성 형성 과정이 크게 달라졌다는 고찰을 담은 책. 재독인데도 또 흥미진진.
추리소설보다 난 이런 책이 더 서늘...

 

 

 

 

 

 

● 한밤의 시 - 최승호 『그로테스크』(8/6) (1999년 6월 5일 1판 1쇄, 민음의 시 91)

 

 

📎

마을버스는
마을이 없는 곳으로 돌아간다.
마치 내가
나 없는 곳으로 돌아가듯이.

「기다림의 풍경」 중에서



📎
3
송장헤엄치개라는 벌레는
눈이 크고 입이 뾰족하다.
배를 위로 하고
누워서 송장헤엄을 치는데
송장이 되어서야 송장헤엄을 그친다.
절망도 송장이 되어서야
송장헤엄을 그칠 것이다.
절망에 절망해 버리는 절망까지도.

「송장헤엄」 중에서



📎
너는 단 한 벌의 육체였다.
벗고 나면 거울에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그리하여 어느 날 텅빈 거울에는
너만 빼면 천의무봉인 세계가
환히 비칠 것인가.

「발바닥 속의 거울」 중에서


📎
어떻게 긴 겨울을 넘겼는지 모른다.
견디려고만 했지
봄이 와도 봄에 내놓을
꽃 한 송이 준비하지 못하였다.

눈이 오면 공뺏기놀이를 하던
개와 나에게
봄은 당혹스럽게 왔다.
자목련나무는
언제 어디서
봄의 꽃들을 마련한 걸까.
럭비공만한 자목련꽃들이 햇살 속에 벌어져
향기를 토하는 것을
발걸음을 멈춘 채 개와 나는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개의 슬픔을 느꼈다.

「뿌리내린 곳에서의 슬픔」  전문


📎
부러진 갈대 끝이 물에 닿아서
떨며 오직 한 획만을 물 위에 긋는 것을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바라본다.
물 맑음 가을 수로(水路)
갈대 그림자 물 아래 서걱거리고
흐르는 물은 무엇보다도
자서전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물은 딱딱한 겉장 없이 흘러왔고
마지막 페이지도 없이 흘러갈 것이다.
보석으로 보석을 씻듯이
물무늬로 물무늬를 지우듯이
흘러가는 물을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바라본다.

「물의 자서전」 전문

 

 

예전 시집은 오래된 사진첩을 상기시키기도 하는데 찰나의 시간과 이미지를 잡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 해도 소설이 이야기의 고갱이를 잡고 있듯이.

최승호 시인 새 시집 나왔던데 요즘은 기성 시인 시집 사기 참 두렵다. 시가 아니라 적당한 감상 아니면 자기 상념의 파도 속에서 정처 없이 떠돌고 있는 것 같아서.

 

 

 

 

● 역사와 과학이 만난 재미와 흥취 - 이성규 『조선과학실록』 (8/7)

 

조선왕조실록 중심으로 재밌게 풀어낸 과학 이야기.

세종, 장영실, 거북선 등등 '카더라 식' 얘기가 아니라 역사 고증을 충실히 가져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전해줘 무척 재밌었다.
경복궁, 창경궁을 일본인들이 민족정기 말살을 위해 일부러 훼손했다는 통념을 사실 관계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쏠쏠한 정보가 많은 책이다.

 

 

📎
"일제 강점기에 훼손된 경복궁을 원형대로 정비하기 위해 경복궁 복원 정비 사업을 추진하던 문화재청은 1865년 조선 고종 때의 경복궁 중건 시의 광화문과 1910년 조선을 병탄한 조선총독부가 재정비한 광화문의 건물 방향이 약간 차이가 나는 것을 2006년에 발견한 바 있다. 즉, 조선총독부에서 건축한 광화문의 건물 방향은 경복궁 중심축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5.7도 벗어나 있었다.

이에 대해 일제가 조선의 민족정기를 말살하려고 일부러 경복궁 중심축과 약간 벗어난 방향으로 건축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진북과 자북의 차이를 주목한다면 이에 대한 좀 더 합리적인 해답이 나올 수 있다.

조선총독부에서 광화문을 재배치할 때는 진북을 기준으로 했지만, 고종 당시 경복궁을 중건할 때는 나침반을 이용한 자북을 기준으로 남북 방향을 정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광화문의 건물 방향이 바뀐 확실한 원인이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근대적인 서구식 측량법과 전통적인 측량법이 서로 다른 데서 빚어진 차이일 거라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현재 진북과 자북은 5도가량 차이가 난다."

📎
"순종은 즉위와 더불어 거처를 덕수궁에서 창덕궁으로 옮겼는데, 이렇게 되자 졸지에 하릴없는 ‘창덕궁 전하’로 전락한 신세가 되었다. 이에 일제는 순종을 위로한다는 구실 아래 식물원과 동물원을 창덕궁 바로 옆인 창경궁에 설치했다. 즉, 국사는 자기들한테 맡겨두고 진기한 동식물이나 구경하며 소일거리로 삼으라는 의미였다."

 

 

 

 

 

● 성격, 그리 단순하지 않아요 - 브라이언 리틀 『성격이란 무엇인가』 (8/8)

 

 

성격을 선천적/후천적, 외향성/내향성, MBTI로 단순화해서 보려는 환원주의의 오류와 위험성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생물발생적으로 우리는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안정성'이라는 특성을 각기 다르게 가지고 태어나지만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극복할 수도 있다.

 

 

📎
더 행복해지려 애쓰는 것은 키가 크려는 것만큼 헛되고 따라서 비생산적인 일일 것이다.
ㅡ 데이비드 리켄 & 오크 텔레겐 『행복은 확률현상이다』(1996)

📎
"신경과민인 사람들이 처벌 신호에 민감하듯이, 외향적인 사람들은 보상 신호와 보상 기회에 대단히 민감하다. 이들은 주변 환경을 둘러보면서 긍정적 가능성을 찾아낸다."

📎
"외향성/내향성이 성격 특성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성격 전문가들이 밝힌 다섯 가지 주요 특성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점이다. 외향적인 사람이 둘 있는데, 성격의 나머지 네 요소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해보자. 개방적이고 친화력 있고 성격이 안정된 외향적인 사람과, 폐쇄적이고 반친화적인 데다 신경과민인 외향적인 사람은 무척 다르다. 한마디로, 성격을 둘러싼 정책을 이야기할 때는 외향성 외에 다른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
"우리는 가끔 성격을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해서, 사람들이 우리에게 실제와 다른 어떤 ‘고정된’ 특성이 있다고 잘못된 추측을 하게 만든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행동을 전문 용어로 ‘반기질적’ 행동이라 말한다. "

📎
"성격에는 내적 현실과 외적 현실이 공존한다. 내적 현실은 우리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특정 시기에 우리가 추구하는 개인 목표가 무엇인지로 이루어진다. 외적 현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로 이루어진다. 바로 이 두 현실이 만나는 지점에서 성격이 만들어지고, 도전받고, 재구성된다. "

 

 

● 다르지만 반복되는 역사 아날로지적으로 보기  : 사토 마사루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8/9)

 

(*아날로지 - 유비類比 or 유추類推)

우리는 자주 '신자유-자본주의' 키워드로 현 세계정세를 말하지만 저자가 내세우는 건 '신제국주의'다. 제국주의의 귀환이란 소리다. 저자는 '자본주의, 내셔널리즘, 종교'가 얽히고설키면서 신제국주의가 가동하고 있다고 본다. 이건 나도 생각하고 있던 바였다. 르몽드에서 낸『하나일 수 없는 역사』를 읽고 나도 비슷한 생각을 종합해 본 적 있다.
("19세기 말 첫 번째 세계화는 구 제국과 신흥 경쟁국들 사이의 첨예한 경쟁 및 민족 분열 속 경제 상황이었다. 지금도 그 상황과 비슷하다", 내 리뷰에서:http://blog.aladin.co.kr/durepos/9173430 )
마르크스의 말처럼 역사는 한 번은 비극, 두 번은 희극이 아니라 이 반복은 무한히 비극적인. 세계사를 공부하면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기 특히 어렵다😥

뚜렷하고 깔끔한 논지 전개와 성찰이 돋보이는 세계사 책
최소 BC부터 시작하는 지루하고 복잡한 세계사 따라잡기 골치 아프고 현재 진행 상황을 빠르게 알고 싶은 사람에서 추천도서
책 제목 그대로 흐름을 꿰뚫는!
최소 별 ★★★★ 이상.

 

 

📎
레닌의 논의를 읽으면 자본주의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개인 소유의 회사가 주식회사로 발전하고, 이윽고 금융자본이 중심이 되어 제국주의를 탄생시킨다. 그 결과 상품이 아닌 자본수출이 주류를 차지하게 된다. 자본주의는 계속해서 시장을 찾아 외국에 진출하지만 대외 활동은 제국주의를 지향하는 국가 사이의 대립을 야기한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되는 결과를 낳는다.


📎
일부 독자들은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개념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결과를 놓고 보자면, 사회주의는 자본주의가 스스로 개혁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 또한 담당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하면서 동서 냉전이 종결된 1991년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이때부터 미국의 패권이 완전히 확립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인력과 자원이 국경을 초월해 자유로이 이동하는 세계화가 점차 속도를 높여갔다. 구체적으로 보면 복지국가 노선이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신자유주의가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란, 정부에 의한 사회보장과 재분배는 극도로 배제하고 기업과 개인의 자유경쟁을 추진함으로써 최대한의 성장과 부의 효율적인 분배가 달성된다고 보는 경제학적인 입장을 가리킨다. 1980년을 전후로 영국의 대처 정권, 미국의 레이건 정권, 일본의 나카소네 정권 등 신자유주의적인 정권이 차례로 탄생했고, 1980년대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는 세계화와 결합해 사회주의와 격차를 계속해서 벌리게 되었다.


📎
근대적인 네이션은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 탄생했다. 남성 보통선거를 포함하는 헌법을 제정하고, 징병제를 실시하는 등 영토 내에 거주하는 주민이 국가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며 동시에 주민 스스로가 병사가 되어 국가를 지키는 것이다. 프랑스혁명에서는 국가의 주권이 국토가 아닌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이 수립되었다. 이처럼 국민과 국가가 하나가 된 국가를 ‘국민국가 nation state’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탄생한 국민국가와 자유에 대한 이념은 나폴레옹전쟁에 의해 유럽 전역으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이 책 저 책 오가기도 쉽고, 아무도 모르게 일하면서 듣기도 하고, 형광등이나 냉장고 열기까지 참을 수 없는 한여름엔 ebook이 대세~잠자리에서는 모든 불을 끄고 보든가 듣든가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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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8-11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플레이션 _부의 탄생> 읽어보고 싶지만 AgalmaA님 설명만 들어도 어질어질 @@ 이 더위가 지나면 가능할까요? 그나저나 저희집으로도 필립로스 매거진이 오고 있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AgalmA 2018-08-11 13:35   좋아요 1 | URL
ㅎㅎ 단발머리님 필립 로스 사랑 잘 아니까 당연히 사실 줄 알았어요ㅎ/ 추카추카요^0^/
글로 전달하려니 내용이 많아서 짜증스러워 그렇지ㅎ;; 읽는데는 <인플레이션> 보기보다 그리 어렵지 않아요.

단발머리 2018-08-11 13:40   좋아요 2 | URL
축하는 넘 감사합니다 ^^/
근데 검정이라 그런가요, 신상이라 그런가요, 책들이 수준이 있어 그런가요? AgamlA님 크레마는 왜 이렇게 고급져 보입니까? 네엥?!?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AgalmA 2018-08-11 14:01   좋아요 2 | URL
그건 역시 애플의 힘이죠-_-... 저거 아이패드.
크레마 사운드 이후로 나오는 모델들이 다 가격대비 그리 맘에 들지 않아서(리모콘 같은 거 딸려서 구찮게 만들고!) 휴대폰과 아이패드로 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걍 크레마 사운드로 하나 사야 할 듯. 요즘 제가 ebook 수요를 워낙 많이 하는 터라ㅎ;;

단발머리 2018-08-11 13:59   좋아요 2 | URL
으흠... 역시나.. ㅋㅋㅋㅋㅋ
전 이북 사서 아이패드랑 핸폰으로 읽었는데요. 그래서 크레마 첨 읽는데 넘 느리다.. 이런 생각 뿐 ㅠㅠ
나폴리 시리즈랑 요즘에는 잭 리처 시리즈로 크레마에도 정을 붙였습니다.
이상 단발머리 크레마 스토리였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8-11 2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에는 AgalmA님께서 경제 관련 서적을 많이 읽으시는군요. 예술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제가 어떻게 보일런지 궁금해집니다^^:)

AgalmA 2018-08-15 15:39   좋아요 2 | URL
예술가ㅋㅋ 저는 그 소리만 들으면 어찌나 손발이 오그라드는지. 요즘 1일 1그림도 내팽겨쳐두고 경제 공부나 하고 있으니 예술가 하기 참 힘드네요ㅜㅜ

Bunbuns 2018-08-19 0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책소개 잘 읽었습니다. AgalmA님께선 ebook 어플 어떤거쓰시나요? 제가 외국에 살아서 한국에서 처럼 책을 사기가 힘든데 검색해봐도 마땅한 이북어플을 못찾겠더라고요ㅠㅠ 쓰시는 어플이 책종류가 다양하고 갯수도 많을것같아서 질문드립니다

AgalmA 2018-08-19 02:5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아...따로 어플쓰는 건 없고 제 관심 따라 책을 사서 좋은 조언을 해드릴 수 없는 게 안타깝네요ㅜㅜ...
저보다 ebook을 더많이 잘 활용하시는 분에게 물어보셔야 할 사항 같습니다.

ebook 관련은 리디북스가 젤 강점이 있는 거 같은데요. 거긴 크레마 기기로 알라딘/yes24/반디앤루디스 연동되는 것과 달리 단독 이북리더기를 쓰는 게 좀 흠인데 이북 많이 보는 분들은 보통 두 기기를 다 이용하시긴 하더만요-,-);
좀 성가시긴 하지만 사이트마다 특가/이벤트가 매달 다양하기 때문에 전자책 카테고리를 두루 살펴 보셔야해요. 다른 서점은 잘 모르겠는데 알라딘은 관심책 전자책이 나올 때 알림 받을 수 있게도 해놓긴 했죠.

과학/경제, 이름있는 작가책은 요즘 종이책과 이북을 동시에 내긴 하는데 출판사마다 차이가 좀 나긴 하죠. 열린책들이 분야 가리지 않고 이북을 가장 활발하게 내는 것 같더군요.
님의 관심 가지는 분야가 어떤지 모르겠는데 북플을 좀 활발하게 이용하셔도 도움이 될 겁니다. 읽은 책, 읽고 싶은 책 체크를 많이 하면 추천마법사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내가 관심가질 법한 신간 소식을 잘 알려주니까요. 이건 타 사이트보다 알라딘이 확실히 더 좋아요.

어떤 방식을 쓰든 독서는 발품/손품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거 같아요^^;

종이달 2022-09-0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너무 덥다.
모든 불을 끄고 알라딘 북램프만.
침침해서 시를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크릴 북램프도 살 걸 그랬나.

"쥐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쥐 살림에, 희망밖에 무엇이 있었겠는가"
ㅡ「덫」중에서
이영광  『끝없는 사람』(문학과 지성 시인선)

 


점점 굿즈 구매에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
오늘 참지 못하고 지른 알라딘 굿즈 값만 16000원ㅜㅜ
알라딘 때문에 못 살아;;;


어쨌거나 지금은
한여름 얼음베개 베고 시 읽기
그렇다고 꿈이 시원하진 않더라
매미도 더운지 울컥 밤맴맴...

 

 

 

▒ 2018년 8월 내가 산 책  

 

 

 

 

내가 책을 산 건지 컵들을 산 건지;;;
퇴근해서 한 시간 넘게 이것들을 정리... 첨부터 끝까지 일이다;;

○ 에세이
필립 로스 산문집 『사실들 - 한 소설가의 자서전』
ㅡ 사은품 : 필립 로스 매거진. 이런 특별 매거진 좋음
ㅡ 화제의 신간 사은품 : 스테인리스 컵(밤비)

첫 대목부터 대박 스멜!

 

주커먼*에게
(*주커먼: 필립 로스의 작가적 분신으로 1974년 작 『남자로서의 나의 삶』부터 2007년 작 『유령 퇴장』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주커먼 시리즈'로 불리는 아홉 편의 작품들에서 화자로 등장한다.)

자네도 알다시피 과거에는 사실들이 늘 노트의 메모로 존재했고 그것이 내가 소설을 시작하는 방법이었지. 대부분의 소설가들이 그러하듯 내 경우에도 진짜 상상적 사건은 바로 거기서, 사실들에서, 철학적이거나 이상적이거나 추상적인 것이 아닌 특정한 것들에서 시작된다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 나는 완전히 거꾸로, 그러니까, 내가 이미 상상했던 걸 건조해 나의 체험에 본래의 소설화되기 이전의 사실성을 되찾아주는 방식의 책 쓰기를 시작한 듯하네. 왜?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전적 작가로서의 나와 실제 자전적 작가로서의 나 사이에 중대한 간극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내가 내 삶에서 끌어낸 정보는 소설 속에서 불완전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만일 그게 전부라면 굳이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았겠지. 사려 깊은 독자라면, 그리고 그런 것에 신경쓸 정도의 관심만 있다면, 그쯤은 스스로 헤아릴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에 대한 요청도 없었지. 아무도 이 책을 주문하지 않았고, 로스에게 자서전을 부탁하기 위해 파견된 사람도 없었네. 주문이 있었다면, 30년 전 어떤 유대인 어른들이 이런 글을 쓰는 이 아이가 누군지 알아야겠다고 요구했던 게 전부지.


 

ㅡ 필립 로스 산문집 『사실들 - 한 소설가의 자서전』에서

필립 로스가 말하는 '내 인생의 소설 15편' 중 3분의 1밖에 못 읽었네 ^ㅁ^;;

 

01 하워드 패스트(14세) : 『시민 톰 페인』

02 필립 와일리(16세)  : 『핀리 렌』

03 토마스 울프(21세) : 『천사여, 고향을 보라』

04 J.D. 샐린저(20세) : 『호밀밭의 파수꾼』

05 솔 벨로(21세) : 『오기 마치의 모험』

06 어니스트 헤밍웨이(23세) : 『무기여 잘 있거라』

07 버나드 맬러머드(24세) : 『점원』

08 귀스타브 플로베르(25세) : 『마담 보바리』

09 윌리엄 포크너(25세) : 『소리와 분노』

10 프란츠 카프카(27세) : 『소송』

11 알베르 카뮈(30세) : 『전락』

12 표도르 도스토옙스키(35세) : 『죄와 벌』

13 레프 톨스토이(37세) : 『안나 카레리나』

14 콜레트(40세) : 『셰리』

15 브루노 슐츠(41세): 『계피색 가게들』

 

 

 

 

 

 

 

 

 

 

 

 

 

 

 

 

 

 

 

 

 

 

 

 

 

 

 W G. 제발트 『캄포 산토』
ㅡ 사은품 : <제발트를 따라, 읽기> 소책자. 선물하고 다시 샀는데 처음 샀을 땐 없던 사은품이! 역시 신간 너무 빨리 사면 손해

김연수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
ㅡ 사은품 : 맥주컵
표지 실제로 보면 더 절망;;; 황현산 신간 『사소한 부탁』보다 더 심하잖아ㅜㅜ 두 책이 배틀 떠도....;;

 

"언젠가 아마도 나는 다시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다시 낯선 사람이 될 테지. 그리고 그 낯선 사람은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겠지.
언젠가, 아마도. 누군가를 만나리라는 것. 그게 나의 여행이라는 것.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ㅡ 김연수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작가의 말」중에서

 
제목이 이런 뜻이었구나. 확실히 여행작가들보다 문장 깊이가 다르다.


 

 

○ 시집
김중식 『울지도 못했다』
ㅡ 사은품 : 문학과 지성 시인선 맥주잔(유희경)
정말 기대했는데 10페이지 넘어가기도 전에 무참히 깨진 내 맘.

 

 

차례에 있는 시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장욱(1968년생)처럼 그럴싸한 모던함도 심보선(1970년생)처럼 매끈한 센티멘털도 아닐 거라는 거. 당신은 1967년에 태어나 살아내야 했던 환멸이 있었지. 정서란 참 질기고 유전적이어서 누군가는 참 공감하며 알겠지만 그러나...

 "평화는 생사가 갈린 이후 잠시 반짝이는 적막이다."
ㅡ 「도요새에 관한 명상」중에서


돌아보지 않으면 길이 아니다 지구 반 바퀴를 뜬눈으로 날아야 하는 철새는 긴 목을 가슴에 비빈다, 얼마나 가야 할지를 따지는 것은 몸 밖으로 나간 정신처럼 얼마나 되돌아올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산, 올라갈 땐 괜찮았는데 왼쪽 무릎뼈가 쑤셔 주저앉았다가 한쪽 발로 하산할 때, 나는 내가 지난 세월에 얼마나 날뛰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울지도 못했다

*"나는 네가 한 일을 잘 알고 있다"(요한묵시록 3:1).
ㅡ 「늦은 귀가」 시 전문


자신은 근본주의자였다 말하며 여전한 분노와 앙금의 발화들... 삶을 천국과 지옥으로 나눌 때 종교에 기대 가둘 때 정작 지상의 우리에게는 갈 곳이 없는데 그는 매여 있고 그의 진술들은 평일의 태극기 같아서... 나도 울지도 못하겠다.
13년 만에 시집을 냈던 박상순 『슬픈 감자 200그램』(2017) 읽었을 때와 같은 서글픔. 육체처럼 감성도 어쩔 수 없어지는 걸 볼 때... 특히 시인이 그럴 때...

 

 

○ 소설

애거사 크리스티 『오리엔트 특급 살인』
ㅡ 사은품 : 너무 앙증맞은 유리 찻잔 세트~ 소꿉놀이하고 싶엉

 

 

 

 

 

 

 



8월 알라딘 굿즈 - 무민 메모꽂이(포옹)은 이번 구매에서 그냥 덤이랄까ㅎ
에세이 구매 시 주는 굿즈들이 너무 좋아서 에세이 왕창 질러 버림; 무척 맘에 든다♥
* 요시오카 노보루 <사라질 것 같은 세계> 피크닉 컵 세트 : 난 집에서 마실꼬!
* <식물 산책> 고급 양장 노트 : 여기에도 그림 그려야징!


알라딘 원두(한여름-> 현재 '연두'로 이름 바뀜) - 5만 원 이상 살 때 주는 2천 마일리지 받는데 유용하다. 알라딘 원두는 중 이상 되는 품질이라 믿고 산다. 시즌 상품은 스탬프도 2개 받을 수 있어 어서 모아서 5천 원 쿠폰도 받아야! 굿즈 살 돈이 늘 모자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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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08-03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컵을 구매하신 거다에 한표!! ㅋㅋ
김연수작가님 신작 표지 저도 별로에요. 광고에 실린 작가님 사진도 거슬렸는데.. 출판사에서 신경 좀 써주시지..--;;
주말에는 저 컵에다가 시원한 음료 마시며 즐거운 독서 하시기를요. ^^

AgalmA 2018-08-11 10:01   좋아요 0 | URL
ㅎㅎ 애쓴 일러스트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김연수 작가에 대한 애정 생각하니 많이 아쉽더라고요^^;;
매일 이 컵 저 컵 난리도 아닙니다ㅋ 컵 하나 깨져서 슬퍼해야 할지 올레~ 새 컵 쓸 기회다! 해야 할 지 잠시 갈등도ㅎㅎ;;;
덥지만 설해목님도 유쾌하고 뜻 깊은 독서 시간 이어지시길.

겨울호랑이 2018-08-03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굿즈 덕을 보고 있습니다. 책을 좀 과하게 샀다 싶을 때 도라에몽, 무민 캐릭터가 들어간 굿즈를 덤으로 산 후 아내와 연의에게 ‘이거 사려고 책을 샀어.‘라고 조공을 바치면서 면피용으로 잘 활용하고 있지요.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알라딘 굿즈는 어쨌든 인기가 좋습니다.ㅋㅋ

AgalmA 2018-08-11 10:02   좋아요 1 | URL
뭐 상대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만 뭐라도 주니 웃고 넘어가는 거겠죠ㅋ 책을 알라딘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서 가계 부담이 참ㅜㅜ;;; 모든 온라인 서점이 내 지갑을 노리고ㅜ0ㅜ;;;!

포스트잇 2018-08-03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간 바로 구입하면, 맨몸으로 오는군요;;;
꾹 참았다가 뭐 하나 델꼬 올 수 있을 때 들여놔야겠습니다.
굿즈나 사은품에 무심한 편인데, ‘제발트를 따라, 읽기‘ 뭐 이런 건 좋잖아요^^

AgalmA 2018-08-11 10:07   좋아요 0 | URL
굿즈나 사은품에 쿨하시다니 럴수럴수 포스트잇님 그런 성격 좀 부럽네요! 전 굿즈만 보면 맘이 동동;_;))
하루키 같은 거물 작가들이야 예약 판매부터 사은품이 빠빵 준비되어서 나오는데, 그 외에는 매출 상황 보면서 굿즈를 끼워 구매 촉진을 유도하는 거 같더군요. 그래서 최소 보름에서 한 달 정도는 기다린 뒤 사는 게... 그러나 월마다 나오는 서점 메인 굿즈에 혹해 급하게 사는 저는 그래서 매번 후회를 반복ㅜㅜ
필립로스 매거진에 비해 제발트 소책자 폼나게 나오긴 했어요. 제발트 마니아들을 혹하게 할 만하게^^

syo 2018-08-03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사소한 부탁 표지 좋아하고 있었는데.... 어....

AgalmA 2018-08-11 10:09   좋아요 0 | URL
황현산 선생님ㅜㅜ.... 번역 작품까지 해서 최근 책 왕성히 내신다 했더니 이제사 생각하면 정리를 하고 계셨던 건가 싶기도 하고...
결국 <사소한 부탁>이 마지막 책이...색깔이 칙칙하고 탁해서 별로였는데 포즈 생각하면 황현산 선생님 마지막 뒷모습을 생각하게 되네요.

cyrus 2018-08-03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램프에 뿜어 나오는 열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새벽에 스탠드 조명 불빛에 의존해서 책을 읽었는데, 요즘 너무 더워서 스탠드 조명을 켜지 않아요. 에어컨과 스탠드 조명을 동시에 켜놓고 새벽에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전기세가 많이 나올 거예요.. ^^;;

AgalmA 2018-08-11 10:12   좋아요 0 | URL
겨울엔 별로 못 느꼈는데 led 전자판이라고는 해도 폭염에 이것도 열이라고 느껴지긴 하네요ㅎㅎ;
그런데 이건 워낙 예전 모델이라 그리 밝지 않아요. 휴대폰보다 약하고 좀 넓게 퍼지는 적열구 느낌이랄까요. 요즘 알라딘이 내는 북램프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요^^;
대구 시민 cyrus님 고생 많으시죠ㅎ;;; 입추 지나니 약간 선선해진 거 같다 싶습니다만^^?

꼬마요정 2018-08-03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참고 있었는데, 결국 오리엔트 특급살인 담았습니다 ㅎㅎ 컵 너무 예뻐요^^ 굿즈 땜에 책을 더 많이 사고 있습니다. 이 생에 다 읽을 수 있을까요ㅜㅜ

AgalmA 2018-08-11 10:14   좋아요 0 | URL
아아...결국... 이거 보니 나머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컵 세트도 심히 갈등되네요ㅡ.ㅜ)
아무튼 이쁜 거 같이 갖게 되어 축하요ㅋㅋ!!

종이책을 이리 사대고 있으면서 바쁘고 더워서 정작 ebook만 줄창 읽는 건 또 무슨 코미디인지ㅋㅜ);;;
 

 

◆ 오늘의 책

◎ 리처드 화이트 『자연 기계 : 인간과 자연, 환경과 과학기술에 대한 거대한 질문』 (7/27)

 

강을 통해 인류 역사를 조망하는 접근이 생소하진 않다. 다뉴브 강을 통해 중부 유럽의 역사, 문화, 예술을 현란하게 꿰던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다뉴브』 (문학동네)도 있었으니까.
리처드 화이트는 미국 컬럼비아 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데, 마그리스에 비해 좀 더 사회학적이고 실증적인 접근이며 참 빼어나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로 두 번이나 오를만한 지성과 통찰! 얄팍한 앎으로 감상적인 것만 건드리고 끄적이는, 탐구는 부족하고 술회만 가득한 요즘의 에세이와 얼마나 다른가!

「 "나이가 들고 중년이 되니, 역사는 사물이나 관념 혹은 개인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관계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지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현대 환경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일을 통해 자연을 알아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일군의 환경주의자는 자연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연에서 인간을 떨어뜨려놓는 경향이 있다. 환경주의자는 자연을 만지는 손보다 관조하는 눈을, 활동적이기보다 사색적이기를, 자연과 인간의 연관보다는 누구도 손대지 않았다는 소위 자연 그 자체를 강조한다. 그들은 인간이 자연과 좀 더 근본적인 교감을 이룰 것을 촉구하지만, 오히려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며, 일과 노동을 통해 자연의 진정한 모습을 깨닫고 그 가치를 인정해온 사람들을 폄하한다.

"연어와 댐, 이 둘에 매료되어, 그리고 각각이 지닌 미덕에 대해 감탄하며, 나는 상당히 의식적으로 근대적 환원주의자들에 반대하면서 이 책을 쓰고자 했다. 자연 세계를 소유물로, 행동을 담론으로, 삶을 시장으로, 변화무쌍한 지구를 안정적이고 조화를 이루는 자연으로 환원하는 그런 환원주의들 말이다. 이 책은 경계를 흐리고, 불순을 강조하며, 역설적으로 그렇게 흐려지고 더렵혀진 경계들을 따라 더 나은 삶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 우리의 딜레마와 함께 말이다. 이 책이 제안하는 것은, 만약 우리가 자연에 무엇을 해왔고 또 자연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왔는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과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에 숙고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반면 헨리 데이비드 소로나 존 뮤어에 대해서는 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댐 안에서 자연적인 것을, 연어에게서 비자연적인 것을 찾아낼 것이다. 강에서 인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은 서로의 경계를 가로지르기 때문이다."」

ㅡ 집중해 읽고 있는데 그래픽 심리 설문 중이라며 누군가 다가왔다. 스타벅스에도 이런 분이 등장하는 줄 몰랐네;
A4 네모 상자 안에 가장 좋아하는 도형 순으로 배치하라고 했다.
S, △, ○, □
혹시 신종 "도를 아십니까" 냐고 물었다. 상대는 매우 웃으며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어쨌든 어딘가로 날 데려가고 싶어 했다.
조상신이 아니어도 심리상담가 앞에라도.
신중히 들어보고 의심 많은 사람답게 최종적으로는 정중히 사양했다. 나머지가 좀 궁금하긴 했다.

 

 

 

나카마사 마사키 & 마이클 셔머(7/28)

도서관 반납이 임박해 손 못 댔던 책들을 부랴부랴 읽기 시작;; 살 것이냐 계속 빌려 읽을 것이냐 체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나카마사 마사키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
ㅡ 책의 포스에 비해 읽기 쉬워서 조금 놀랐다. 통상 이런 입문서, 개론서들이 일반 독자를 배려하지 않고 철학자의 주저, 개념들을 '내가 이렇게나 많이 알아! 놀랍지!' 하며 자기도취적이고 안드로메다식으로 떠드는 게 많은데 이 책은 시대적 관계, 여러 철학자들과의 전후 상관성까지 찬찬히 설명해주고 있어 색다른 친절함을 느끼게 된다. 짧게 요약칸들도 있고 이거 뭐야. 일본 특유의 친절함인가 편집자의 노고인가ㅎ; 읽을수록 저자에게 호감과 고마움이!



마이클 셔머 『도덕의 궤적:과학과 이성은 어떻게 인류를 진리, 정의, 자유로 이끌었는가』

「 "내가 도덕의 세계를 이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궤적은 길고 내 눈이 닿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는 내가 본 경험을 바탕으로 그 궤적이 어디로 향할지 계산하여 그 모양을 완성할 수 있다. 다만 양심에 비추어 그것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내가 본 바 그 궤적은 정의를 향해 구부러지는 것이 확실하다."
(19세기 노예제도 폐지론자 시어도어 파커 Theodore Parker)

"도덕의 세계의 궤적은 길지만 결국 정의를 향해 구부러집니다."
(마틴 루서 킹, 1965년 연설)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비심보다는 이기심이 훨씬 강한데 이 순서를 뒤집는 것이 도덕의 기능이다"
(아일랜드 역사가 윌리엄 에드워드 하트폴 레키 William Edward Hartpole Lecky) 」

 

 ㅡ 이 책도 의외다. 엄청난 시니컬을 보여줄 줄 알았더니 도덕의 긍정성을 말할 줄이야!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셔머도 밝히고 있다. '이성'이란 무엇인가, '합리성'이란 무엇인가 등등 개념을 꼼꼼히 짚어가며 도덕의 진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먼저 보고 읽으면 더 좋을 듯.
어쨌든 셔머의 이 책도 e book 나오면 좋겠다. 이 달에 호프스태터 『괴델, 에셔, 바흐』도 e book 나왔던데! 벽돌 책을 이미 사서 노려만 보고 있는데 담 달에 살지도 몰라! 벽돌 책 독파를 위하여~~~

 

 

 

◎ 찰스 퍼니휴 『내 머릿속에 누군가 있다 : 우리 마음속 친구, 뮤즈, 신, 폭군에 관한 심리학 보고서』  (7/29)

인간관계 문제를 해소할 색다른 심리학 책인가 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딴판이다! 예상을 깨 더 흥미롭고 재밌다.
특히 내적 발화가 작가들 창작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대목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해석이다. 이 과학적 추론은 정말 신빙성 있다!

「 "생각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울러 인간은 다른 사람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덕택에 우리들 각각은 자기 자신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1930년대)
ㅡ 미겔 데 우나무노

"철학자의 안락의자에서 내성을 끌어내 실험실에 집어넣은 것은 바로 독일 심리학자 빌헬름 분트의 연구였다. 1879년 라이프치히에 최초의 심리학 교과서 저자로도 명성을 떨쳤다. 내적 경험에 대한 사고를 통해 그는 두 종류의 내성을 구분했다. 첫째, 자기관찰'이라 지칭한 것으로,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정신 과정에 대한 인과적 고찰이다. 데카르트가 아니더라도 벽난로 옆에 앉아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학문적으로 긍정적 기여를 하느냐는 것이다. 분트가 보기에 좀 더 형식적인 범주인 '내적 지각'은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가능하면 과학적 방법은 관찰자가 관찰 과정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분트가 마음에 두었던 두 번째 접근 방법인데, 이 방식에는 관찰자를 관찰 대상으로부터 분리해내는 고단한 작업이 포함된다. 내적 지각 기법에서 연구자는 실제로 본인의 생각에 대해 임상적으로 분리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분트는 내적 지각 기법이 그 자체로는 괜찮은 과학적 방법이 아니나, 실험 참가자들을 철저히 훈련시킴으로써 보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윌리엄 제임스는 자기 생각을 반추해보려 애쓰는 것은 마치 "암흑이 어떤 모습인지 보기 위해 재빨리 가스불을 켜는 것"과도 같다는 인상적인 표현을 썼다."

"우리기 깨어 있는 시간 가운데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4분의 1 내지 5분의 1은 수많은 혼잣말로 가득 차 있다." 」


비고츠키는 "아이들이 혼잣말을 자기 행동 조절을 위한 '심리적 도구'로 사용해 자기조절적 발화들로부터 내적 발화가 발달해가는 것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혼잣말ㅡ소리 내어 하는 내적 발화ㅡ에는 자기조절 이외에도 제2언어 연습, 자서전적 기억의 직조, 환상의 세계 창조 등 여러 부차적인 기능이 있는 것"으로 본다.

 

 

마이클 셔머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7/30)

 

오늘은 정말 너무 더워서 진도를 못 뺐다. 알레르기 약에 졸음 약이 있어서 졸다가 일도 제대로 못 하고ㅜㅜ

마이클 셔머의 <스켑틱(skeptic)> 과학잡지 원고 모음인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를 읽으며 그가 최근 낸 책 『도덕의 궤적 :
과학과 이성은 어떻게 인류를 진리, 정의, 자유로 이끌었는가』 에서 말한 '도덕과학', '진보'의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었다.

 「 "과학은 누적과 진보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 ‘누적’과 ‘진보’라는 말은 사사로운 판단을 벗어난 엄밀한 의미로 사용된다. 과학의 진보는 시간에 따른 지식 체계의 누적적인 증가이며, 그 과정을 거치면서 검증 가능한 지식을 반박하거나 확증하는 방법을 통해 쓸모 있는 특징들은 보존하고 쓸모없는 특징들은 버린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과학(그 의미를 넓히면 기술까지)은 진보의 성격을 가진 유일한 문화적 전통이다. 여기서 진보적이라는 것은 도덕적 발달이나 단계적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의미이다. 추앙을 받든 저항을 받든, 과학은 이렇게 누적된다는 의미에서 진보적이다. 이 점이 바로 다른 문화적 전통들, 특히 사이비 과학으로부터 과학을 다르게 해 주는 것이다."

"과학이 진보적인 까닭은 과학적 패러다임이 실험, 확증, 반증을 통한 지식의 누적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사이비 과학, 비과학, 미신, 신화, 종교, 예술이 진보적이지 않은 까닭은 과거를 토대로 지식의 축적을 허용하는 목표나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패러다임들은 전환되지도 않고, 다른 패러다임들과 공존하지도 않는다. 누적의 의미를 가진 진보는 그것들의 목적이 아니다. 이런 말이 비판은 아니다. 그냥 관찰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 예술가들은 선배들의 양식을 개선하지 않고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 낸다. 사제, 랍비, 목사 역시 스승들의 말씀을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스승들의 말씀을 되풀이하고, 해석하고, 가르친다. 사이비 과학자들은 선배들의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 그냥 그 잘못을 계속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내가 말한 누적적 변화라는 것은,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 과학자들이 전체 과학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기존 패러다임에서 유용한 것으로 남은 것은 새로운 특징들이 첨가되고 새로운 해석들이 주어지면서 그대로 보존된다." 」

 

ㅡ 바로 위의 말은 깊이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다른 문화가 과연 그럴까. 전환까지는 그래도 공존의 여지는 많지 않나. 그게 난삽하게 연결되다가 공고해져서 문제지... 서양의 예술-철학-종교의 연결처럼.

 

 

 

 

◆ 읽은 책

 

 

 

 

 

 

 

 

 

 

 

 

 

일을 하는 이상 한 달 완독 20권 넘기 진짜 어렵다ㅜㅜ 난도 높고 분량 많으면 10권도 어려운데 앞으로 점점 어려울 듯. 리뷰 정리라도 안 하면 더 낫겠지만 제대로 생각 정리를 안 하면 독서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에... 참 어려운 문제.
✔사진 밑줄, 펜 밑줄보다 더 기억에 남으려면 전체 정리를 하는 리뷰가 더 중요하다!
✔편하게 남길수록 쉽게 사라진다.

아무튼 이 달엔
도선생 5대 장편 소설을 완독하는 유종의 미!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플로베르 『감정 교육』(1, 2) 읽은 것만도 어디야.
과학 도서, 경제, 심리학, 국내 문학도 골고루 읽으려 노력했네 노력했어.
리뷰도 열심히 썼잖아.

 

 

읽고 있는 책 (7월에 시작해 현재 읽기 20% 이상인 상태만)



 

 

 

 

 

 

&

이 와중에도 데이트...후후

 

알라딘에서 2014년에 첨 알아 이제야 첫 대면한 그 분. 귀차니스트들이 만나기란 이렇게 어렵다 ㅋㅋㅋ

한적한 동묘에서 언제나 그리운 인도 음식 난, 탈리 같이 먹어서 넘 좋았고,

커피한약방 모셔 갈 수 있어서 넘 좋았고,

해질 때까지 을지로에서 생맥-낮술 거하게 같이 먹으며 책 얘기, 습작 얘기 해서 좋았고, (※ 내 생애 가장 노가리 많이 뜯은 날ㅋㅋ)

가려던 곳이 다 문 닫아서 어쩌면 더 좋았고,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서울 중심가 풍경을 둘이 나란히 바람맞으며 봐서 좋았고,

우리가 헤맸던 길이 의도치 않게 추억이 되어 좋았고,

휘황한 익선동 골목보다 더 보기 좋았던 고양이 모자? 모녀?를 처음엔 안타깝게(고아가 됐을까 봐) 나중엔 흐뭇하게(가족이 있어서) 같이 봐서 좋았고,

초콜릿 맛이 전혀 안 나는 흑맥주와 케이크를 무너뜨리며 생크림 가득 커피 같이 먹어서 좋았고,

이 날의 많은 빛 속에 함께 해서 좋았어요.

 

같이 좋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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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7-31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에 더 남기기 위해 정리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 차이가 무지 크더라구요. ^^

AgalmA 2018-07-31 16:51   좋아요 1 | URL
북다이제스터님 기록 정말 치열하신 거 인정^^

2018-07-31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8-07-3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북다님, 호랑이님......
전 대체 뭘까요....하아😔

AgalmA 2018-08-03 11:05   좋아요 0 | URL
아무리 그래도 1년 독서량은 제가 syo님보다 적을텐데-,-);?

syo 2018-08-03 12:34   좋아요 0 | URL
그래봐야 권수만 채우는 독서, 독서량을 위한 독서일뿐인 것을요......
깊이에의 열망이 있는데 안 된다...

AgalmA 2018-08-11 09:54   좋아요 0 | URL
에이, 뭘 그리 약한 말씀. syo님 글 읽어본 사람이라면 단순히 독서량만 채우려는 사람 아니라는 거 알텐데요^^ 그리고 제가 syo님 격려할 처지가 아니 되옵니다ㅠㅠ

레삭매냐 2018-07-3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제나 도끼 선생의 책들을 읽게 될까요.

결국 새로 나왔다길래 사서 첫 장도 못 넘기고야
말았네요. 날이 선선해 지면 다시 만나게 될까요
ㅋㅋ

AgalmA 2018-08-03 11:08   좋아요 0 | URL
ㅎㅎ 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열린책들과 민음사 두 버전이나 있어서 문학동네 버전은 패스했어요^^; 읽을 책이 많아 모든 판본 비교할 정도까진 가고 싶지 않고ㅎ;
1권만 지나면 2권부터는 스피드하게 지나가는데 초반 적응만 잘 하시면^^;;

무해한모리군 2018-07-31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를 읽을지 말지 고심중이예요. 우울해질까봐 겁먹었어요

AgalmA 2018-08-03 11:10   좋아요 1 | URL
좋은 책입니다. 비유나 묘사, 문장력 모두 예사롭지 않지요. 사건들이나 인물들이 우울에서 뗄 수 없지만 원래 문학이 그런 과정을 통해 (작가 자신에게든 독자에게든) 치유와 카타르시스를 주는 게 아니겠나요^^;
작가가 극복을 위해 쓴 만큼 이 책의 전 과정도 그런 의미로 보면 우울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

목나무 2018-08-01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하게 남길수록 쉽게 사라진다! 이 말이 가슴에 콕 박힙니다!
읽는 만큼 잘 정리하여 내 것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로~

AgalmA 2018-08-03 11:12   좋아요 0 | URL
제 경험이기도 하지만 책 읽는 많은 분들도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요. 밑줄 열심히 그어놨지만 다시 보면 아, 내가 여기 밑줄을....하고 생소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
 

 

 

 

 

 

 

 

 

 

 

● 오늘의 책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작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버지니아 울프 『등대로』를 많이 참조했다 해서 읽기 시작. 아닌 게 아니라 자전성, 인물, 의식의 흐름 기법 유사한 게 많이 느껴져서 1권 『괜찮아』에 대한 내 평가가 낮아지게 됨; 3권이 또 나왔더군.
그나저나 날이 더워서 내 의식도 챙기기 어려운 판에 가뜩이나 샛길 많은 버지니아 울프 문체에 더 집중 안 됨.

 

컴버배치가 양복 차림으로 욕조에 들어가 있는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표지 사진은 책을 읽으면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다.
고상한 척하는 중산 계급에 대한 경멸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에드워드는 "당시 새로 온 유모가 목욕할 준비를 하라고 하자, 제 방으로 가서 정장에 넥타이, 양말, 구두 차림으로 욕실로 돌아와 그대로 욕조 물에 몸을 담근 일이 있다." 유년기를 다룬 1권에 이 장면이 없어서 아쉽다! 2권부터는 청년기가 펼쳐지는데 이 회상 나오는 데가 있으려나.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문체는 건조함과 유머의 기묘한 조합이 매력이라 생각하는데 이 소설은 특히 그런 면에서 여름용 킬링타임 소설~ 킬링타임 할 시간이 어딨다고;;; 여름을 죽이긴 어려우니까;;

 



● 오늘의 메뉴 - 비빔면 & 바나나 셰이크

"빨대로 마시는 것은 아주 나쁜 생각이다.  전비강으로 들어오는 냄새 정보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찰스 스펜스 『왜 맛있을까』 조언에 따라 전비강으로 들어오는 음식의 향미를 살리기 위해 빨대 생략. 씹는 맛을 첨가하면 더 좋다 그래서 바닥에 체리 깔아 놓음. 다 마시면 건져 먹을 생각ㅎㅎ
손으로 먹는 것도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이라 하나 비빔면을 그러긴 쉽지 않아;; 젓가락을 가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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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7-26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테이블 보가 심플하고 예뻐요. ^^

AgalmA 2018-07-26 21:07   좋아요 1 | URL
동심파괴 죄송요. 얼룩 묻을 거 같은 음식은 사진만 찍고 얼릉 치웁니다ㅜㅋㅜ; 깔끔한 생활의 지속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ㅜㅜ;;

북다이제스터 2018-07-26 22:16   좋아요 1 | URL
언제나 현실이 무섭죠. ㅎㅎ

akardo 2018-07-26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컴버배치 크게 나온 표지 일러스트를 보니 사서 읽고 싶어지네요. 근데 버지니아 울프풍이라 하셔서 주저하고 있습니다. 자기만의 방 강연록은 잘 읽었는데 소설은 처음에 오래된 번역으로 읽었던 탓인가 별 재미를 못 느꼈거든요. 이야기 진행 빠른 걸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AgalmA 2018-07-26 22:25   좋아요 0 | URL
초판만 저 표지라고 하는데 사신다면 빨리 사시는 게 좋을 듯;; 1권에서는 가부장제 아버지, 거기에 얽매인 어머니 등 이야기가 <등대로> 인물들과 많이 닮아서 작가 에드워드가 공감을 많이 했던가봐요.
의식의 흐름에 대해선... <등대로>보다는 심플한 편이에요ㅎ. 게다가 200페이지 조금 넘는 짧은 분량의 책들이라 버겁지도 않고요. 1권에서는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와 소년의 일화가 <등대로>와 겹쳐 좀 지루한 감이 있지만 청년기 때를 다루는 2권은 약물과 방탕 생활이 나오기 때문에 더 덜 지루하다고도ㅎㅎ;;
1권에서 아버지가 패트릭 강간하는 장면은 정말 충격요!

akardo 2018-07-27 00:44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사봐도 되겠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권 아버지에게 성학대 당한 내용은 충격이지만 그 고통을 어느 정도 이겨냈기에 책이 나올 수 있었을 테니 봐도 될 것 같고요. 약물과 방탕이라니 윌리엄 버로스가 떠오르네요. 부디 이 작가분은 잘 이겨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