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 일지

 

도서관에 희망 신청했던 제임스 R. 핸슨 『퍼스트맨』이 도착해 부리나케 갔다.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는 암스트롱의 명언과 비견 되게 나는 무서운 치과에 들어섰다;;

핸슨 박사가 이 책의 발문으로 인용한 조지프 캠벨(Noseph Campbell) 문장도 더없이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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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자신으로 사는 게 여러분이 평생 누려야 할 특권이다."
ㅡ『삶의 기술에 관한 고찰』

핸슨 박사가 닐 암스트롱을 3년 동안 설득한 끝에 암스트롱이 인정하는 유일한 전기 작가가 된 데에는 깊은 의미가 있었다. 제임스 미치너 등 유명 작가들의 요청을 거절한 암스트롱이 핸슨 박사를 선택한 까닭은 항공우주공학과 NASA 역사를 연구해온 그가 암스트롱을 영웅으로 과장하지 않고 가장 객관적이고 학구적으로 글을 쓸 것이라 신뢰했을 거라고 옮긴이는 말한다. 암스트롱의 여러 면모를 보면 그럴 거 같다. 핸슨 박사가 이 책이 나오자 기념 사인을 부탁했을 때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자신의 책이 아니니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한 것만 봐도ㅎ;
영화에도 나왔던 헌신적인 아내 재닛과는 슬프게 헤어지고(일에만 몰두하던 암스트롱을 참지 못하고 가출...) 노년에 재혼한 여성 캐럴과 여행을 다니며 행복하게 살게 된 걸 보니 어쩐지 씁쓸하다. 인연이란 참...
퍼스트맨이 된 암스트롱에게 평생 열등감을 가졌던 아폴로 11호 조종사 올드린이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진 얘기도 참.... 암스트롱은 뛰어난 만큼 여러 사람을 본의 아니게 힘들게 한 듯^^;


※ 폰트가 작지 않았다면 700페이지 이상이 되었을 듯ㅎㄷㄷ
이 깨알 같은 역사들아! 어휴)))

 

 

 


 

● 대여 책 잊지 말기

매일 모은 적립금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90일 대여 100원인 한국 단편 소설을 샀는데 힉)))) 어느새 대여 종료가 가까워;;
부랴부랴 읽기 시작~~~

노골적인 제목이 재밌기도 하고 그리 먼 옛날도 아닌데 표현이 예스러우면서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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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같이 지글지글 타 내리는 여름 태양"
"어느 결엔지 가는 비가 보실보실 뿌리기 시작하였다."
"가제나 덕실덕실 끓는 식구 틈에 끼여서 하룻밤의 폐를 끼쳤다."
ㅡ 이효석 <도시와 유령>


의성어, 의태어 많이 쓰는 묘사는 한국 문학 특징 같기도...

나도향 <뽕>은 지금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면 철저한 여성 착취와 폭력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록.
이상 작품은 한자 표현 때문에 늘 골치. <봉별기>는 기생 금홍과의 관계를 담은 에세이 소설이라 할 수 있고, <종생기>는 지식인의 스노비즘을 비판하는 역시나 에세이적인 단편. 그러나 외래어와 한문 가득한 이상 글 역시 엘리트의식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내가 읽은 단편 중에서는 채만식 「얼어 죽은 모나리자」가 가장 좋았다. 흡사 너대니얼 호손이나 헨리 제임스 같은 심리 소설 같다. 채만식 작가의 의외의 면모를 알게 됐다.

 

 

 

 

 

 

 

 

 

● 내가 산 책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는 책을 사는구나ㅋㅋ
오늘은 올겨울 첫눈 오는 날~ 어김없이 책이 도착했다ㅎㅎ;;
 

 

알라딘 콜드브루 한 달 동안 벌써 3병째ㅋㅋ 아니, 이거 무슨 마약 커피인가ㅋㅋ 이번엔 사은품으로 받은 게 아니라 상품으로 구매. 피너츠 일력을 챙겨야 했으므로ㅎ; 내년엔 달력이 몇 개나 될까나 벌써부터 걱정이;
최근에 알라딘 몰별 적립금과 할인 쿠폰 시스템이 약간 바뀌었다. ebook 구매 시에는 월별 쿠폰을 쓸 수 없었는데 이번 조정으로 종이책과 함께 사면 할인 적용 받을 수 있었다.

 

 

 

연말이라 책 고르기에 더 신중을 기하고 있다. 최근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총 5권) 완독을 위해 한 권 한 권 읽다 보니 스티븐 핑커 생각도 난 김에 묵은 숙제 같은 『빈 서판』완독을 결심했다. 핑커 책 대부분이 벽돌책인데ㅜㅜ 『빈 서판』도 900페이지 분량이라 완독이 쉽지 않았다. 올해 ebook 읽기를 가열차게 진행해온 바 대미를 장식해줄 책이 아닐까 기대ㅎㅎ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수전 팔루디 『백래시』, 도스토옙스키 5대 장편 소설 완독도 ebook 도움이 컸다. 『빈 서판』책값이 3만 원이 넘는데 종이책과 ebook 가격 차가 4천 원밖에 안 나는 건 좀... 격한 적립금 행사에 쿠폰 먹여 사야 함!

 

📎
"버트런드 러셀은 이렇게 썼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편안하게 해 주는 확신의 구름에 둘러싸인 채 살아간다. 그 구름은 여름날의 파리 떼처럼 그를 따라 이동한다.” 오늘날 지식인들의 경우 그 확신의 많은 부분이 심리학 그리고 사회적 관계와 관련되어 있다. 나는 그 확신들을 ‘빈 서판’이라 지칭하고자 한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은 어떤 고유한 구조와도 무관하며, 사회나 그 자신이 그 위에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새겨 넣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 『빈 서판』 중에서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책 중 인용이 잘 되는 책인데 버거 책 중 가장 자주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 휴대 편한 ebook으로 장만~

 

소스타인 베블런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읽어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될. 『유한계급론』도 언젠간 읽어야...아, 끝도 없다 진짜😩

기욤 니끌루 『잭 몽골리』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에서 알게 된 후 이 책이 읽고 싶었다. 동네 도서관에 없고 책값도 싸길래 구매.
시작은 어째 『모비 딕』 흉내 낸 듯한;
어떤 작품의 특징이 아무리 좋아도 되도록 가져다 쓰지 않는 게 좋다. 문장과 문체는 더욱. 습작기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첫인상이 아류로 박히면 걷어내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작가들의 독서는 대차 대조로 비슷한 걸 골라내는 작업이기도 하지. 때론 동질성에서 기쁨을 느끼고 빙의하고 싶어 하기도 하고.
 

 

 

 

 

 

 

 

 

 

올해 읽은 최고의 책은 벌써 정해진 상태.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를 능가할 책을 찾긴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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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8-11-24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퍼스트맨 영화 재미없다고 툴툴거리시는 분들을 봤는데 책소개를 먼저받으니, 다르게 느껴지는걸요

AgalmA 2018-11-26 14:17   좋아요 1 | URL
저는 영화를 엄청 좋게 봤는데요. 우주 탐사 얘기니까 스펙타클한 걸 기대하신 분이라면 좀 지루하셨을 수도 있죠. <그래비티>도 그래서 호불호가 심했죠.
핸슨 박사 책이 단순한 평전이 아니라서 훨씬 맘에 들더군요.

겨울호랑이 2018-11-25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 선정 올해의 책 선정에 2018년 남은 기간은 별 의미가 없겠군요. 그러다 반전이 생긴다면 재밌을 것 같네요^^:)

AgalmA 2018-11-26 14:19   좋아요 2 | URL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가 5권이나 되는데 많은 분야를 아우르는 이 범위를 이기기 불가능할 텐데요ㅎㅎ;
스티븐 핑커 <빈 서판>이 좀 유력할까 싶어도 어벤져스급 베스트 오브 엣지의 범위권이라는 한계가^^;
 
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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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출간된 리처드 플래너건 소설도 그렇고 맨부커상은 역사와 독창적인 특히 환상성이 가미된 형식의 결합을 좋아하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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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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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의 링컨은 중의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열한 살에 사망한 소년 윌리 링컨의 영혼과 많은 사람들을 남북전쟁의 죽음으로 인도하는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소년의 장례식 하룻밤에 머문 묘지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에 바르도의 윌리 링컨’, ‘두 바르도에 있는 두 링컨등 여러 가지 해석거리들이 나온다.
티베트 불교 용어인 바르도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죽음과 연옥의 상황을 다룬다는 걸 대번에 짐작할 수 있다. 티벳 사자의 서에서 바르도는 핵심 용어인데, 바르도는 티베트에서 사람이 죽은 후 다시 환생하기까지 머물게 되는 중간상태를 일컫는다. 이 책은 사후세계에서 환생하기까지 49일간 머무르는 영혼을 인도하는 절차와 영혼이 취해야 할 방법을 담고 있다. 그래서 죽은 자들 옆에서 그들이 좋은 길로 갈 수 있게 이 책의 게송을 계속 들려준다.
(참고로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채 사장이 이 책을 아주 좋아했죠ㅎㅎ;)
 
이 책에 대한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단테적인 미국판 유령 발라드평가에 동감이다. ‘바르도란 단어가 강력하지만 이 소설은 전혀 불교적이지 않다. 형식과 내용에 있어 바르도의 링컨에 대한 영향력은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과 기독교적 세계관이 더 강하다. 아마 바르도의 링컨에 대한 호불호도 그런 유사성에 기인할 것이다. 고전 서사시의 운문 형식으로 인해 낯설고 불편한 가독성, 환상 소설 양식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가 공감하기 어려운 전개 방식, 에이브러햄 링컨에 대한 르포적인 글이 아닌 영혼들의 카니발리즘이 더 조명되는 데서 오는 실망 등등. 신곡은 보르헤스가 책 얘기만 하면 꺼낼 정도로 평생 극찬했는데, 인간이 죽음과 미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는 한 이 책의 입지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거 같다. 내가 신곡바르도의 링컨에서 느낀 유사점은 다음과 같다.
신곡은 단테가 42세이던 1307년경 쓰기 시작해 사망 직전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열린책들 신곡해설에 따르면, 단테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을 테지만 자기 작품을 대비되는 <코메디아comedia(희극)>라고 불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분석하는 <비극>이 고상한 주제와 인물, 문체를 다루는 것과 대비되게 그는 저승 여행이라는 세속적인 주제를 다뤘고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냈기에 그렇다. 또 단테는 중세 유럽 문인들이 쓰던 고상한 라틴어 문체가 아니라 피렌체의 민중의 언어인 <속어(俗語)>로 작품을 썼다. 바르도의 링컨에 나오는 영혼들이 쓰는 많은 속어, 비속어들은 현장감을 살리면서 작품의 리듬을 한껏 살리고 있다. 신곡이 기하학적 치밀함을 보여주는 것처럼 조지 손더스도 바르도의 링컨에서 영혼들의 어지럽게 토해내는 지껄임(서사시의 코러스와 유사)과 쌍을 맞춰 현실 속에서도 그런 대비 쌍(신문 기사, 인터뷰 글, 에세이, 편지 등등)을 가져와 배치했다. 소설을 서사 구조로 읽는데 길들여진 독자는 이런 불협화음 같은 형식이 매우 불편할 것이다. 유령처럼 불쑥불쑥 나타나는 이 낯선 형식을 즐긴다면 이 소설 읽기가 더욱 풍부해질 텐데…….
1290년 스물네 살에 사망한 첫사랑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단테는 신곡에서 그녀를 천국으로의 안내자로 그린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가장 사랑한 아들인 윌리 링컨은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총명한 아이였다. 영혼이 된 윌리는 묘지에서 비루하게 머물고 있는 영혼들에게 우리는 모두 죽은 자들이며 죽음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가야 할 곳으로 가야 한다고 이끄는데 신곡에서 천국의 안내자였던 베아트리체 역할과 비슷하다. 윌리의 죽음은 아버지 링컨이 내전에 동원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심정을 제대로 통감하며 남북 전쟁의 대의를 재점검하는 계기로도 작동한다.
14세기 단테의 여러 상황이 19세기 초의 윌리 링컨과 에이브러햄 링컨과 오버랩되는 게 있어 흥미롭다. 윌리 링컨은 장티푸스로 추정되는 열병으로 사망했는데 단테는 말라리아로 추정되는 열병으로 사망했다. 정치 생활에서도 단테와 에이브러햄은 어려운 처지였다. 단테는 피렌체 당파 싸움에 휘말려 정치적 망명을 해야 했고 평생 망명생활을 하면서 신곡을 썼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외모 폄하, 정치적 암투, 이해받지 못하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여러 상황에 대해 이 소설은 빠르게 전달한다. 윌리 링컨이 병에 걸렸을 때 공식 만찬을 열었던 것도 심한 조롱거리가 되었다. 가장 심한 것은 워싱턴의 갭 앤드 주스트라는 쓰레기 신문에 만화가 실렸는데, 링컨 부부는 샴페인 잔을 들이켜고 소년(눈 대신 작은 X자가 그려져 있었다)은 열린 무덤 안으로 들어가며 아버지, 나를 보내며 한 잔?”하고 묻는 내용이었다.”(p345) 어린 윌리가 사망한 즈음 북군의 사상자가 최대였던 도널슨 전투 사상자 명단이 발표되면서 여론은 매우 좋지 않았다. 작가는 당시 링컨의 심경이 어떠했을지 그린다.
 

이 아이도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야.
그런데도 그 무게 때문에 내가 곧 죽을 것 같아.
이런 슬픔을 밖으로 밀어냈어. 한 삼천 번쯤. 지금까지. 오늘까지. 산더미. 같은 아이들. 누군가의 아이들. 그걸 계속해야 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지도 몰라.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라면 레버를 당길 수도 있지. 하지만 여기 내가 만들어낸 것의 한 소중한 예가 있잖아, 내 명령으로……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지도 몰라.
어떻게 하나. 중지시켜? 그 삼천 명을 손실 구덩이로 던져 넣어? 그러고서 평화를 간청해? 항로를 거슬러올라가는 위대한 바보, 우유부단한 왕, 영원한 웃음거리, 엉거주춤한 시골뜨기, 교활한 변절자가 돼?
이건 통제 불능이야. 누가 이걸 하고 있는 거야. 누가 그 원인이야. 누가 나타나서 이게 시작된 거야.
나는 뭘 하고 있지.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지.”(p221)

죽음 이후의 모습을 다루는 신곡바르도의 링컨은 죽은 자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어떤 식으로 지상을 마무리하며 떠나는지를 상상력으로 채워야 했기에 그 묘사에서 대단한 독창성을 발휘한다. 단테와 조지 손더스의 차이는 인물들에서 극명하다. 단테 신곡이 여행자가 관찰하는 영혼으로 소극적으로 묘사했다면, 조지 손더스 소설의 영혼들은 이 소설의 첫 시작부터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소설을 가득 채울 만큼 능동적이다바르도의 영혼들은 가톨릭이 연옥에 머무는 이유를 가리키는 일곱 가지 대죄인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방탕이라는 고전적 이유를 초과한다. 대부분 자신의 죽음과 죄를 인정하지 못하는 미련과 혼란 상태다. 흑인이라서 숱한 강간을 당했던 소녀에게 어떤 죄를 물을 수 있을까. 죽어서까지 흑인과 백인으로 나뉘어 차별하는 상황이라면 죽음과 현실이 뭐가 다를까.
바르도는 종교적이지만 조지 손더스는 영혼들을 죄인으로 그리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동등한 인간이었다. 그 중 로저 베빈스 3세와 한스 볼먼의 캐릭터 설정이 특히 맘에 들었다. 그들의 독특한 외양, 윌리 링컨이 이곳에서 고통받지 않게 도우려는 행동, 선행 뒤의 변화 등이 영화 장면처럼 그려지는데 이 소설에서 재밌는 장면들은 대개 이들에게서 나온다. 청렴하게 살았을 애벌리 토머스 목사가 왜 연옥에 머물러야 했는지 그 비밀을 추측해보는 것도 재밌는 설정이다. 영혼들이 그들에게는 불길하게 나타나는 빛, 그들에게는 악마인지 천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존재들의 영향으로 바르도를 떠나는 상황, 이곳에 머물며 파괴되어가는 모습 등은 현실 속 삶의 모습만큼 다양하고 절절하다.
 

"사실, 우리는 지루했죠, 아주 지루했죠, 계속 지루했죠." - 로저 베빈스 3세
"매일 밤이 참담하게도 똑같이 지나갔습니다." - 한스 볼먼
"우리는 그때까지 모든 나무의 모든 가지에 앉아봤어요. 모든 묘석을 읽고 또 읽었어요. 모든 길, 소로, 잡초가 우거진 길을 걸어봤고(달려봤고, 기어봤고, 거기 누워봤고), 모든 내를 건너봤어요 이곳의 네 가지 독특한 유형의 토양의 결이나 맛에 대한 포괄적 지식을 갖추게 되었어요. 우리 동포의 모든 머리 모양, 복장, 머리핀, 시곗줄, 양말, 멜빵, 허리띠의 철저한 물품 명세를 만들었어요. 나는 볼먼 씨 이야기를 수천 번은 들었고, 안됐지만, 나 자신의 이야기도 적어도 그만큼은 했어요." - 로저 베빈스 3세
(p178)

 

이 소설의 출발은 한 장면에서 비롯되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죽은 아들의 납골당에 자주 찾아가 그 주검을 안아주었다는 기사를 지인이 조지 손더스에게 전하는 순간 그는 링컨 기념관의 링컨 좌상과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이 합쳐진 이미지를 떠올렸다. 아닌 게 아니라 두 이미지는 구도 상으로 매우 흡사하다. 링컨 부자의 숭고한 모습은 소설 속에서 유령들을 깨우고 그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유령들이 몰려드는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다. 그러나 윌리와 에이브러햄 링컨은 서로를 결코 느끼지 못한 채 이야기는 끝난다. 두 사람을 통해 많은 유령들이 죽고 살 의지를 가졌던 것과 달리. 삶과 바르도는 구조만큼 복잡하고 이상한 겹침의 미로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눈먼 길을 선택하면서도 어떤 존재로 있든 삶을 갈망하고 사랑하게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향하는 방향이 죽음인지 삶인지 제3의 길인지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4세기에 단테가 그랬고 21세기 조지 손더스가 그렇듯 우리는 끝없이 이것을 이야기한다. 이 모든 건 우리가 너무도 인간적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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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토 칸타빌레 문지 스펙트럼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정희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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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절판되어 저도 구판을 도서관에서 빌려 봤던 기억이. 짙은 꽃나무 그늘 같은 뒤라스 특유의 여운이 이 소설에도 강렬하죠.
뒤라스 소설에서 계속 나타나는 끝없이 걸어가는 그녀들... 그것은 꺼지기 직전의 불꽃 같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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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투리드 장편양말 - (L) 양말과 6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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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 디자인이 다른데 공통이었으면 좋겠고요. 프린팅이 더 선명하고 재질이 더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보다 전반적으로 떨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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