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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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의 수상작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라고 해도 될 글을 이미상 「하긴」의 해설을 쓴 김녕 평론가(「내/네 뜻대로 되어라」)에게서 발견했다.

 

“무언가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사실 그것은 모든 갈등의 기본적인 뼈대이다.”(p353)

“분명한 건, 다른 모든 것에 앞서 ‘최우선시된 나’라는 괴물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이미 집어삼켜서 자기애로 치환시켰으며 이후로도 얼마든지 더 그럴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86세대라는 익숙한 비난의 대상에 집약시켜 각자 자신으로부터 추방하더라도, 그것은 죽지 않을 것이다.”(p357)

 

 

그렇다. 각각의 소설은 인물들의 실패, 차갑든 뜨겁든 관조하든 세밀하든 자기애와 자기비판이 혼연일체를 이룬다.

 

 

이미상 「하긴」은 하긴 하는데 온통 부조리로 가득한 86 세대 한 아버지가 딸을 대학생으로 만들려다가 한강 공원 공중화장실의 임신 테스트기 천사로 만든 풍자 풍속극이다. ‘새로운 폐단을 배태·답습하는 모순적이고 퇴행적인 기득권층……진보에 대한 유토피아적 꿈……엘리트의 선민의식……왜곡된 우월감과 의무감, 그리고 은근한 멸시를 중핵으로 하는 통제와 특권 행사의 욕망’(p354, 김녕)의 문제가 “대의명분이 대입명분으로 수렴”(p334)되는 한국 사회에서 그 세대만 해당되지 않을 거란 걸 시사한다.

 

한국이라는 공간을 벗어나도 우리의 생각은 속지주의(屬地主義) 자장에 있다. 백수린 「시간의 궤적」은 새로운 삶을 모색하기 위해 파리로 온 두 한국 여성의 녹록지 않은 타국의 삶과 그들이 평생 감내해야 할 상실을 말한다. ‘나’가 선택한 새로운 삶은 기대와 다르다. 프랑스인과의 결혼으로 새 삶이 펼쳐졌지만 '나'는 태어날 아이가 “언젠가 나의 모국어조차 아닌 언어로 나를 증오한다고 말하고 떠날”(p179) 것을 예감하며 타국에서 영원히 이방인으로서 느낄 공포를 떨칠 수 없다. 결혼 전 '나'와 파리 주재원이었던 언니의 폭우 속 우정은 기억 속에서는 빛나지만 현실의 빗속에서는 고독을 마주 보게 하는 거울로 남는다. 비가 그쳐도 다시금 올 것이기에 슬픔도 그러할 것이다.

 

 

박상영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에서 88년생 게이 소설가 ‘영’은 보수주의·가족주의·기독교에 갇혀 있는 엄마, 학생운동·민족주의·이데올로기(흔히 NL)에 갇혀 있는 12살 연상의 동성 연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열망을 결코 충족할 수 없다. 영은 “영영 용서할 수 없을 것”(p89) 같아 하면서도 “그저 나로 존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똑같은 인간에 불과하다”(p88)고 우주적 자장 속에 모두를 모은다. 이것은 단순히 ‘긍정’이나 ‘열린 결말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나를 분석하고 치유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모두가 필요하다. 모두가 어디까지인지는 각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정영수 「우리들」에서 정은과 현수가 자신들의 외도의 목격자이자 동조자이자 죄책감을 함께 나눌 동조자로 ‘나’를 필요로 했듯이 ‘나’도 연경과의 관계 설명을 위해 그들을 필요로 했다. 우리는 사랑과 희망을 쉽게 동치(同値)하지만 그것이 어긋났을 때의 결과와 감정은 우리를 성장시키기보다 백치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같은 실수와 실패를 거듭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과가 명확히 해석되지 않는 이 세계에서, 존재하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설명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는 것을 설명하는 변주를 우리는 계속 겪어야 한다.

 

 

김봉곤 「데이 포 나이트」 도 그런 고심이 역력하다. “어째서 나는 지금 이곳에 있고, 그곳에 없을까? 그건 공간과 시간을 치환하거나 섞어 생각해버리는 내게 자주 찾아오는 질문이었는데, 결국 시간이 흘-렀-다, 는 단순한 답이 정말 답이기도 해서 음, 그렇긴 하지, 그러니까 지금도 좋아, 같은 준비된 대답을 매번 처음인 듯 내게 말해주었다. 물론 그것은 결론에 가까운 것이었지 답은 아니었고, 답 없는 것,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나는 질리지도 않고 반복했다.”(p279)

영화에서 낮을 밤으로 바꾸는 필터 ‘데이 포 나이트’는 현실에서는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나’가 H 선생과 묘한 메일을 나누지만 아직 사랑이 아니고 될 가능성도 묘연하다. 종인 선배와의 잠자리는 폭력이지 사랑이 아니었다. 그들의 근접과 교환과 시간들은 사랑으로 변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필요한 걸까. “나는 내가 아는 만큼만 보이는 걸까? 내 수준에 맞는 만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몰라서 불행해지는 걸까? 알고 싶었다. 도대체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싶었다. 내가 그만두지 않으면 언젠가는 가능한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무언가를 계속하는 것뿐이었다.”(p303) ‘나’는 “종인 선배의 무언가를 더 알기 위해, 기억해 캐내기 위해, 혹여라도 이해하기 위해, 애써 또 하나의 필터를 만들어 내게 덧씌우고 싶지 않았다. 그를 더는 알고 싶지 않았다.”(p305) 이 말은 우리의 앎이 열망, 기억, 필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설명된다. 눈을 가리는 것들,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것들을 가려내고 발견하려면 정말 많은 것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것을 발견하고 물러난 정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의지ㅡ“나는 …… 그동안 …… 나는 이제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p219) ㅡ만큼은 가장 강경한 소설이 이주란 「넌 쉽게 말했지만」이다. “생계를 위한 일을 하거나 우는 시간을 빼고 나면 내게 남는 시간이 별로”(p224) 없는 서울을 떠나 ‘나’는 엄마-고향으로 왔고, “누나, 그렇게 살지 마세요”(p206), “너 진짜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p225)라고 말하는 공격적인 언어의 세계가 아니라 공기나 휘파람 소리 같은 몽골 음악 ‘흐미’, 동네 아이들의 무용한 잡담, 시시하지만 서로를 살피는 엄마와의 대화가 마음을 채우는 세계다. 죽어도 알 수 없는 타인의 마음을 신경쓰면서 없는 시간에도 ‘죽느냐 사느냐’로 고민하던 공간을 벗어나 ‘붕어빵이냐 옥수수냐’ 하는 것만 결정하면 되는 공간으로의 이동이 회복의 유예 시간일지 바틀비적 방랑으로 계속될지 현재로서는 모호하다. 이주란의 다른 단편에서도 이 전환의 얘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작가가 극단적으로 감행한 이 휴식과 거부의 방법론은 비슷한 고민에 있는 독자들에게 대리 체험의 공감과 위안을 제공하리라 생각한다. 이주란의 소설은 리얼 버라이어티 방송의 소설 버전 같아 신선함을 주기도 하는데, 조용조용 자기 챙김의 과정이 독자를 매료시킨다.

 

 

김희선 「공의 기원」은 영국인 수병으로부터 축구공을 얻은 조선 소년이 고된 삶 속에서 축구선수가 되지 못한 실패부터 축구공의 기계 생산 시스템 도입으로 현대인이 노동에서도 축출되는 미래의 삶도 조망한다.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서사의 중첩으로 “문명이 만들어낸 나쁜 것과 좋은 것들이 온통 한데 뒤섞여 있는”(p123) 시대의 반복도 재현한다. ‘나쁜 것과 좋은 것들이 온통 한데 뒤섞여 있는’ 것은 시대나 이야기만도 아니고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 조선 소년이 자신의 증조부였다고 말하는 박흥수가 축구공의 시초인 토마스 굿맨사를 사들여 증조부가 만들고 싶어 한 완벽한 축구공을 만들 기계를 도입한 것이 ‘멋진 신세계’로 완결되지 않듯이.

 

타인이 “내 삶을 지연시키는 존재”(박상영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p88)로 생각되기 쉽고 “외로운 마음의 온도”(같은 소설, p24)가 우주의 밀도만큼 느껴지는 요즘이다. 우리는 ‘늘 하던 걱정… 그 걱정들을 정말 그만하고’(이주란 「넌 쉽게 말했지만」, p221) 싶다. “(나의 무의식이 조심스럽게 기억의 지뢰밭을 헤쳐 선별해낸) 가장 안전한 추억”(정영수 「우리들」, p246)만 떠올리며 그리움과 외로움에 허우적대며 평생 살 수는 없어 하면서 그리 살고 있다. 우리는 ‘나’만으로 치유될 수도 살 수도 없다. 김녕 평론가의 말처럼 “나의 소중함이 무사유적 자기애로 치달았을 때의 내적 파탄의 풍경. 그것은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황무지다.”(p358) 우리는 서로에게 미지의 존재이지만 서로를 보듬는 우주라는 것을 더 자주 자각해야 한다. 외계 생명체도 살기 싫은 지구가 되는 건 비극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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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 비교 :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소장하고 있는 종이책 까치 출판사(제3판 개역본), e book 펭귄클래식 두 책을 비교해 보았다.

 

📎

「제18장 군주는 어디까지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

"군주는 짐승의 방법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여우와 사자를 모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늑대를 물리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까치 출판사)

"군주는 짐승처럼 행동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여우와 사자에게서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에 속수무책이고 여우는 늑대에게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펭귄클래식)

 

 

 

『군주론』은 여러 출판사에서 나와 있으나 가격, 번역의 질, 챕터 요약, 충실한 부록(인명과 용어 해설 등)을 고려하면 까치 출판사가 제일 나을 듯.

 

 

 

 

 

 

 

 

 

 

 

 

 

 

 

 

 

● 현대미술 - 규모의 전쟁

마이클 윌슨 『한 권으로 읽는 현대미술』(마로니에북스)

ㅡ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보고 나니 미술, 현대미술 책이 읽고 싶어져 다시 펼쳐들기 시작~ 지금의 예술작업을 파악할 컨템포러리 미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을 알게 되어서 좋긴 한데 모든 아티스트 설명이 2페이지로 끝나니 감질남! 그러나 재밌다. 확실히 요즘 현대미술은 아이디어보다 규모의 전쟁. 규모있는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미 아이디어다. 3층 이상 크기의 무언가를 만들어보라. 그것은 반드시 이슈가 된다. 강물 위의 거대 병아리처럼.

 

 

 

 

 

 

● 당신의 책 - 어떤 말이 당신에게 가닿았을까를 생각했다

그장소,

언젠가 당신이 같이 읽자 했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걸 말하는 책이 아닐 거라 짐작해서 다른 책 읽느라 바쁘다고 헤헤헤 하며 사양했었지.

내 예상은 맞았지만 가볍게 읽기엔 재밌었다. 나와 당신과 다른 듯 닮은 사람이 많단 걸 또 느끼며.... 지금에서야 당신을 잃고 생각하며 읽는다.

진심은 우리 생각과 달리 반만 보일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도 우리는 닮았고 언제나 늦다.

 

📎

「어른이 되려다 보니」

 

현명한 사람이 된다는 게 정확히 어떤 사람이 되는 건지는 몰라도 무엇이 ‘현명하지 않은 행동’인지는 알고 있다.

그걸 지워나가면 되겠지.

 

때론, 기쁨은 나누면 반이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배가 된다.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 위로를 듣고 고마워해야 한다는 건 힘든 마음 자체보다 더 소모적이다.

 

요청한 적도 없는 배려와 선의를 베풀고 나서

넌 왜 제대로 보답을 하지 않느냐고 호통치는 사람들.

 

해맑고 순수한 사람들은

때로 그 선의로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왜, 보통 내가 누구한테 상처를 줬을 땐 나도 모르게 그러는 경우가 많잖아. 물론 작심하고 할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사람들이 언제나 타인을 찢어발길 준비를 하고 산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그렇다고 해도 내가 부지불식간에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 게 무죄가 되진 않아. 상처를 받은 사람이 과민한 게 아니라, 거기까지 미처 배려하지 못한 내가 무심했던 거라고 생각하는 게 현대 지성인의 자세 아닐까?

그러니까 모르는 건 죄야.

늘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

 

감사는 내게 넘치는 걸 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는 걸 주는 것.

위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는 것.

 

사람들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는 것과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책임감이고

‘그러니 난 아무 약속도 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함이다.

어디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고 있어.

 

김나연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문학테라피), p63~65

 

 

 

 

 

● 명확히 나뉘는가

브라이언 어거스틴 외『배트맨 - 가스등 아래의 고담(A Tale of the Batman)』

어떤 생각은 경험에서만 나온다. 어떤 경험은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

자신의 어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나 영웅 배트맨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린 일상에서도 이미 양면적 아니 다면적이다. 이 책에 브루스 웨인이 1889년 빈에서 프로이트와 상담하는 장면도 잠깐 나오는데, 최근 읽은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을 보면 프로이트는 인간 심리의 이원론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이른바 생 충동과 죽음 충동의 이원성은 진화론에서 유전자와 자연 선택의 결합처럼 간단명료한 정리 같기도 하지만 더 나은 종합은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리처드 도킨스는 사회 문화적인 힘인 '밈'까지 추가한 거겠지만.

 

 

 

 

 

 

 

 ● 또 절판?

2017년에 나왔는데 벌써 품절이다. 상황으로 봐선 이 버전으로는 다시 나올 거 같지 않다.

폴 발레리 『테스트 씨』는 테스트 씨를 캐릭터로 세우고 사유에 대해 치열히 고찰하는 소설이다.

폴 발레리가 이렇게 소설을 잘 쓰다니! 더 놀라운 것은 현상학, 철학에 꿀리지 않는 통찰!

기회가 된다면 읽어 보시길.

 

 

 

 

 

 

 

 

● 詩 - 까욱, 까아욱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 Wheat Field with Crows](1890)이 연상되는 시

 

 

 

 

 

 

 

● 1일 1그림 - 게으르지만 틈틈이...

 

 

갑자기 내리던 빗속에 인상적이었던 이미지를 이제야 남긴다.

우산을 챙기지 못해 짜증 날 상황이었을 텐데도 웃으며 아가와 쌩쌩 달려가던.

두 사람은 오랫동안 외롭지 않을 거 같아 나는 그 모습을 눈 속에 오래 담았다.

단지 한순간의 긍정일 뿐이더라도 이렇듯 향기롭게 퍼질 때도 있다.

행복하세요. 이름 모를 당신들.

(BGM : 신해철 & NXET "아가에게")

 

 

 

 

 

 

내가 생각하는 창작의 첫 번째 관건은 대상에 압도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뇌리에 인상 깊게 다가오면 어찌 되든 표현해 본다. 대상에 압도되기만 했을 때는 도취에 빠진다. 종교화가 대표적인 예. 상상적 실재를 좋아하는 인간인 우리는 그 분위기에 쉽게 빠진다.

글도 마찬가지인데 도취에 빠진 글은 무미건조하다. 그런 글이 숱하게 많다는 걸 모르거나 무시한다. 감상적인 글이란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마르케스의 마술적 사실주의나 카프카의 변신과 알레고리는 압도되지 않은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과를 무시하고 자신이 구축한 내재적 구조로 밀어붙인다. 쉽게 말하면 객관화의 성공 예라 하겠으나 아시다시피 객관과 주관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그것의 수용은 확률적 운이지만 인정받게 되면 '개성'이라 불린다.

내가 예술을 좋아하는 건 인과를 더 쉽게 부술 수 있기 때문. 생각하고 그리는 내 사고가 갇히지 않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1시간 정도 지나면 그리기 싫어진다. 일이 아니니까 멈춘다. 화가 되긴 그른 건가😓

신나게 그렸고

밖은 다시 어두워지고

여전히 내 옆엔 라벤더

이런 하루도 괜찮아.

무언가 남아 있는 느낌을 곰곰이 느낀다.

아냐, 남아 있다는 건 틀렸어. 이 세계는 항상 무언가로 넘친다. 나는 그 흐름을 느끼는 거고 늘 헷갈리지. 내가 도대체 어디 있는지. 그래서 꽃이든 사랑이든 대상이 필요한 걸 거야. 라벤더는 벌이 필요 없지. 날 그리고 싶어 하지도 않아. 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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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드 어톤먼트 - 1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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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예가체프가 많이 배합돼 향기롭더군요. 신맛, 단맛의 조합으로 가볍게 마시기 좋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먹어도 상큼합니다. 저는 단맛이 더 났으면 해서 케냐 AA를 첨가해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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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 가쁘게 달려온 4월 내가 산 책

 

 

 

 

 

 

 

 

[인문학]

1. 모리스 블랑쇼 『지극히 높은 자』

ㅡ 모리스 블랑쇼 『지극히 높은 자』 정말 폼 난다😍 이 달 산 책 중 가장 멋지다😎

블랑쇼의 초기작으로 난해한 그의 책 중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텍스트.

 

   

 1장의 인상은 릴케 『말테의 수기』!

가난한 사람들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 된다. 어쩌면 그들에게 무언가 떠오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러나 거리가 너무나 텅 비어 있었다. 거리의 공허는 심심하던 차에 내 발밑의 걸음걸이를 낚아채더니 이리저리 다니며, 나막신을 신었을 때처럼 또각또각 소리를 냈다. 그 여인은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손에서 떼어 냈는데, 그 동작이 얼마나 빠르고 급했던지, 그녀의 얼굴이 두 손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움푹한 형태를. 시선을 그 두 손에만 두고, 거기서 떨어져 나간 것은 보지 않으려니, 너무나 힘들었다. 나는 한 얼굴의 속을 보기가 무서웠다. 그러나 그보다 얼굴이 없는 상처 난 맨머리를 볼까 봐 훨씬 더 무서웠다.

ㅡ 릴케 『말테의 수기』(열린책들)

 

 

"그렇지만 당신은 그 걸인에게 돈을 주었지요?"

"네, 그래서요? 나는 나 하고 싶은 대로 했습니다. 나는 두려웠고, 바로 그게 진실입니다. 난 그 상황이 거북스러웠죠. 구구절절 변명 늘어놓는 걸 입막음하려고 그에게 그 적은 액수를 건넨 겁니다. 개인적 반응이라는 사항 역시 고려에 포함해야 할 테죠."

"당신은 신경질적인 사람이로군요. 그렇죠?"

"만약 내가 거절을 했다면, 그 경우 나는 그에게 특정 부서를 방문하도록 권유하거나 그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 이유들에 대해 자세히 물었어야 했겠지요. 그를 설득하려고 애써야 했을 거란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무엇을 설득한다는 겁니까? 터무니없는 일이에요. 나는 그의 말에 복종함으로써 사안을 최소한의 경비로 매듭지었습니다."

ㅡ 모리스 블랑쇼 『지극히 높은 자』, 1장

 

 

 

2. 미셸 앙리 『물질 현상학』

3. 루스 베네딕트 『문화의 패턴』

4. 유디트 살란스키 『머나먼 섬들의 지도』

ㅡ 이런 독특한 접근의 인류학 책 좋아한다.

5. E. E. 커밍스 『이것은 시를 위한 강의가 아니다』

 

 

 

 

 

 

 

[과학]

6. 마빈 민스키 『마음의 사회』

ㅡ 말 많은 인공지능에 대해 대표 주자로 꼽을 수 있는 마빈 민스키 책을 안 읽을 수 없겠기에.

7. 대니얼 샤모비츠 『은밀하고 위대한 식물의 감각법』

ㅡ 식물을 좋아해서 식물 연구 책은 특히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안 살 수 없징!

8. 이종관  『포스트휴먼이 온다』

ㅡ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인공지능 책 읽을 때 참고할 게 있을 거 같아 소장용으로 구입. 이 책 좋다고 추천했었는데 58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수상하셨더군요^^

9. 김동규 / 김응빈 『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ㅡ 김상욱 교수 등 최근 한국 과학자들 책이 맘에 들어서 관심을 가지고 읽기로 했다. 이 책은 주제도 흥미롭기도 해서.

 

 

 

 

 

 

 

 

 

[시]

10. 아틸라 요제프 『일곱 번째 사람』

ㅡ 아틸라 요제프 시집 이제야 영접.

11.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12. 알렉산드르 블로끄 외 『삶은 시작도 끝도 없다』

13. 세사르 바예호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ㅡ 내가 가진 구판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문학과 지성사)와 비교하기 위해 구매.

14. 기형도 시전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ㅡ 결국 삼ㅎㅎ;

15. 이영주 『차가운 사탕들』

ㅡ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고 여러 책을 리스트에 넣어뒀는데 다와다 요코 『영혼 없는 작가』와 이 시집도 꼭 소장하고팠던 목록.

16. 김상혁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어쩌다 보니 그의 시집을 다 가지게 되었다.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민음사),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문학동네 시인선) 두 시집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기록을 남겼는데 이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도 좋았다.

거기서 뽑은 오늘의 시

 

「고치지 않는 마음이 있고」

 

엄마가 필요한 때가 있고

아빠가 필요한 때가 있다

어제는 책 몇 권이 필요해 서점에 갔다

서점에서 책에 빠진 친구가 빛나는 때가 있고

다 읽지도 못할 책을 욕심껏 담아 온 내가 더 빛나는 때가 있다

그렇게 쌓아둔 물건이 필요한 때가 있다

그렇게 방치된 집이 부모와 물건보다 더 필요한 때가 있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대문 앞에서 인사하고 돌아섰는데

내 속에 너무 사랑이 없어서 놀라는 때가 있고

그럴 때 필요한 좋은 음식점이 중심가에 있다

막히는 길 뚫고 차로 몇 시간을 달려서

먹어요, 그럼 먹을게요, 퇴근길 식탁은 가끔 이렇게 다정한데

엄마, 아빠, 친구 모르게 두꺼워지는 어둠이 있다

두꺼워지는 침묵이 있다 하지만 두꺼운 침묵이라니? 에이, 그게 뭐야

섭섭해진 친구가 뾰족하게 내민 입술처럼

어색한 시간을 뚫고 다가오는 그 뾰족함처럼

제때 아닌 도착이 있다 그럼에도 이어지는

부모가 모르는 키스가 있고

책에서 배운 적 없는 포옹이 있다 하지만 너무 시간이 없어서

너무 바빠서 고치지 않는 마음이 있고

내가 더 무너지게 되는 때가 있다

 

(♪ 오늘의 음악 / BGM : 김상혁 시와 잘 어울리는, 룸 402 "FIN")

 

 

 

 

 

 

 

 

 

 

 

 

 

 

 

 

 

 

 

 

 

 

 

 

 

 

 

 

 

[소설]

17. 파스칼 키냐르 『눈물들』

ㅡ 키냐르 책은 안 살 수 없다. 없는 돈도 만들어서 사고픈 작가!

18. W. G. 제발트 『토성의 고리』

ㅡ 드로잉노트를 주길래 냉큼ㅎ

19~20. 민음 북클럽 에디션 : 안톤 체호프 『베로치카』 , 어니스트 헤밍웨이 『빗속의 고양이』

21. 베르코르 『바다의 침묵』

22. 앤절라 카터 『피로 물든 방』

23. 오노레 드 발자크 『루이 랑베르』

ㅡ 『나귀 가죽』과 함께 꼭 읽고 싶었던 발자크의 소설. 그의 유년 시절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라 더 기대.

24~25. 귀스타브 플로베르 『부바르와 페퀴셰』 1, 2

ㅡ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에서 귀스타브 플로베르 『부바르와 페퀴셰』 얘기가 나와 가지고ㅜㅜ... 이 책 잊고 있었는데 상기시켰어! 이것이 바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읽기.

『보바리 부인』이랑 『감정교육』(1, 2권)도 다 읽었으니 얘도 이젠 읽을 때가 되었다. 다행히 책값이 싸다! 권당 정가 6900원! 요즘 나오는 시집보다 싸잖음! 그런데 너희들은 새 책인데 왜 헌책 느낌이냐; 얼마나 사람들이 안 찾았으면... 오구오구, 불쌍한 것들. 아무튼 다음 달 문학 분야 독서 1순위.

 

 

26~27. 조지프 헬러 『캐치-22』 1,2

28.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폭력적인 삶』

29.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ㅡ 예전 책으로 1~2부만 읽고 끝을 못 봤다.

30. 로베르트 무질  『생전 유고/어리석음에 대하여』

ㅡ 그의 문체가 맞는 사람은 그의 책을 계속 사보게 된다.

32. 정지돈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ㅡ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단편 정지돈 <무한의 섬> 재밌게 읽어서(그의 소설답지 않게 꽤 서사적) 워크룸 프레스에서 나온 그의 단편 모음집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구매. 언제 읽어도 이렇게도 소설이라 말할 수 있는 거군 싶은ㅎ 에세이 스타일 제프 다이어 소설과 비슷한 구석도 있고.

33. 『2019년 제 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ㅡ 매년 읽다 보니 건너뛸 수 없는 소설집. 한국인, 한국 소설가들의 시대 정서를 읽는 바로미터이기도.

34. 너새니얼 호손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

ㅡ 호손을 읽으면 에드가 앨런 포처럼 독특한 분위기에 빠져든다.

 

[에세이]

35. 김영하 『여행의 이유』

ㅡ 알쓸신잡에서 다 못 보여줬을 김영하 작가의 여행하는 맛과 매력을 제대로 보고 싶어서.

김영하 작가 그림도 잘 그리시네요^^♡

 

 

 

 

[그림책]

36. 죠앤 슈워츠(글) / 시드니 스미스(그림) 『바닷가 탄광 마을』

ㅡ  바다 보고 싶을 때 급처방용. 바닷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내가 본 풍경을 한 장 한 장 정말 잘 표현했다.

 

 [E BOOK]

37. 줌파 라히리 『축복받은 집』

ㅡ 밀리의 서재랑 어떻게 대적하실라옹? 했더니 오디오북이랑 교양 팩 e book으로 대적하시는 알라딘ㅎㅎ 환영할 일입니다🎉 계속해주세요~🐝

38. 승현준 『커넥톰, 뇌의 지도』

ㅡ 종이책 완독 못 한 상황에서 반갑게 e book 등장. 김영사 참 내 취향ㅎ

 

말일에 e book 몇 권 더 구입할 생각이라 이 달 책 구입은 40권을 넘을 듯.

마구 뽑아서 아무 페이지나 보는 사치를 누리기 위하여~

 📎

"인생이란 쓰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려고 있는 것이니까.

내 목표는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네.

삶의 순간순간에서 그 순간의 정서를 음미하면서 말야."

ㅡ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에서』

그럼요. 그럼요.

 

 

★ 도서관 일지

앤드류 솔로몬의 우울증 치료 자전적 어드벤처 이야기 『한낮의 우울』 을 유익하게 읽었기에 이번에 나온 『경험수집가의 여행』도 꼭 읽어 보고 싶었다. 이 작가는 왜 늘 벽돌 책이냐😭

읽다가 진도 안 나가면 알라딘 e book 특가 30일 2900원 교양팩 2에 이 책이 있으므로 그걸 살 예정.

리처드 파워스 『오버스토리』

ㅡ 처음 나왔을 때 좀 궁금했는데 최근에 2019년 퓰리처상 받았다니 안 읽어 볼 수 없겠음.

에드윈 A. 애벗 『주석 달린 플랫랜드』

ㅡ 소장하고 있는 『플랫랜드』와 비교하기 위해 대출. 확실히 좀 더 촘촘한 해설로 이해를 돕는다.

 

 

 

 

 

 

 

 

 

 

 

🌵 2019 민음 북클럽 9기 🌵

올해는 어디에도 안 얽매이고 자유롭게 책을 읽고 싶었으나 민음 북클럽 굿즈를 보자마자 와장창 무너짐oTL

가입선물로 받을 책 고르는데 내가 찜한 책은 전부! 선택할 수 없어서 화가 났다. 참 신기한 일.

다른 출판사 세계문학전집에서 없는 책이라 더욱 민음사에서 사야 하는 책인데 내부 방침상 팔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휴, 고르는데 정말 애먹었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조지프 헬러 『캐치 22』1, 2권

• 민음 세계 시인선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짧고 강렬한 울림!

<국에 관한 노래>

1

네가 국 한 그릇조차 먹을 수 없다면

너는 어떻게 싸워야 하겠는가?

너는 나라 전부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전복시켜야 한다

네가 국을 가질 때까지.

그러면 너는 너 자신의 손님이 된다.

2

네가 일자리 하나조차 찾을 수 없다면

그때 너는 정말 싸워야 한다!

그때 너는 나라 전부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전복시켜야 한다

네가 자기의 고용주가 될 때까지.

그다음 네 일자리가 존재하게 된다.

3

사람들이 너의 약점에 대해 비웃어도

너는 시간을 잃어서는 안 된다.

네가 관심 둬야 할 것은

약한 사람들 모두가 행진하는 일이다.

그러면 그대들의 권력은 크다.

그다음 누구도 비웃지 않게 된다.

(1931년)

... 국을 가지고 이렇게 비장미 넘쳐도 촌스럽지가 않네.

역시 브레히트!

개인적으로 브레히트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 시집이 더 좋습니다. 그건 이미 갖고 있으므로. 헤헤

• 북클럽 에디션

어니스트 헤밍웨이 『빗속의 고양이』

안톤 체호프 『베로치카』

• 세계문학전집 북 커버

시집도 쏙 들어가서 좋네요^^

but 책이 두꺼우면 북 커버 씌워 에코백 앞주머니에 넣기 어려움ㅜ

• 독서기록 노트

스티커 없어서 시무룩. 모아야 되는 거구나... 흑흑

• 포켓 에코백

가장 기대했던 북클럽 에코백!

예쁘긴 한데 짐 많은 제가 평소에 들고 다니기는 작아요. 텀블러 넣을 데가 없어 그냥 나옴ㅜㅜ;;

보조 가방으로 매일 들고 다닐까.

짐이 별로 없을 땐 딱 좋은 크기! 끈도 도톰해서 어깨 결리지도 않고^^

주머니 크기가 왜 다르지 했더니

오른쪽은 쏜살 문고

왼쪽은 민음 시인선 & 세계문학전집

😆😆

제 옷, 소품과 잘 어울려서 좋아요😊

회색 마니아 이번에도 성공ㅋ👍

 

 

 

 

 

책쟁이들을 위한 수납 Tip

 

 

이 달 책을 또 왕창 산 여파로 어떻게 하면 공간을 잘 활용해 책을 더 수납할 수 있을까 골몰하다가 문걸이 선반을 보고 바로 이거다💡 했다.

원래는 굿즈 정리대로 쓰려고 했는데 책을 하나둘 담다 보니 어어, 이거 괜찮은데... 하다가 책 선반 됐어요😁 여기다 책 가득 담은 사람 아직 나 밖에 못 봤어요ㅋ 눈물겹다 진짜😂

폭과 길이를 맞춘 문걸이 책 선반으로 아예 만들어줬으면 싶다! 금손들이여, 도전!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효자ㅎ 좁은 가로폭이라 딱 맞음! 깊은 선반이 2개밖에 없는 게 아쉬울 정도~

작은 선반은 쏜살 문고 쏙~ 쏜살 문고 사면 이제 다 여기다 꽂아야지. 케헤헤.

문지 시집도 잘 담긴다. 문지 시집은 따로 두는 데가 있어서 새로 산 시집만 꽂아두는 걸로.

양장은 넣고 꺼내기가 힘들므로 반양장 책들 꽂는 게 좋다.

예쁨 포기. 책 수납이 관건📚

책장에 이중으로 꽂다 보니 안쪽 책은 눈에 잘 안 띄는 상황이 가장 골칫거리.

현재 약 70권 수납.

오오, 방문마다 이걸 다 달까. 방문 살려~🚪💦

이러다 현관문에도 달게 생겼음ㅋ

문 열 때마다 역기를 드는 기분으로💪

요즘은 책 많다는 사람이 부럽기보다 안쓰럽다. 책 건사가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수납도 한계가 있으니 역시 e book이 🤔

 

 

 

★ 데이비드 호크니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3층, 2019년 3월 22일~8월 4일

바다 가고 싶었으나 비 와서 전시 관람.

 

※ 관람 참고 사항

1. 금요일 낮이면 사람 없겠지? 천만의 말씀. 혹여 문화가 있는 마지막 수요일 50% 할인 관람 생각하신다면 사람 지옥을 볼 거라 예상됩니다. 언제 한산할까요. 곧 더워지면 시원하다고 또 전시장으로 사람 몰릴 텐데^^;

2. 데이비드 호크니 관련 책을 읽고 가는 게 아니라면 2~3 전시실 사이에 있는 비디오 상영관 두 곳(각각 50분)을 보고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는 게 감동과 이해가 증폭됩니다. 이 동선으로 충분히 즐기려면 혼자 가야겠죠. 저는 비디오 상영 두 개 다 보고 전시실 재입장이 안 되므로 여유롭게 감상하니 4시간 30분 걸렸어요. 춥고 배고파서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돌아갑니다ㅋㅜ

3. 유명한 <더 큰 첨벙>(1967, 캔버스에 아크릴릭)보다 <더 큰 그랜드 캐니언>(1998, 60개의 캔버스 유채)이 단연 압도적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전시 안내 소책자에도 없고 기념 굿즈로도 없어 아쉬웠습니다! 하긴 이 작품은 직접 봐야 실감.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2007, 50개의 캔버스에 유채)가 벽면 가득 채운 걸 보면 다들 감격스러울 겁니다. 이 작품에 대해 데미언 허스트가 시니컬하게 얘기한 게 일견 이해도 되고요ㅎ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는 말년의 호크니가 초심으로 돌아가 작업한 것이지요. 화법상으로 특별하지 않다는 허스트의 평에 저도 동의하거든요. 허스트는 457.5 X 1220cm 작품을 집에 걸기 좋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디스를 많이 넣은 칭찬을ㅎ;;

여하튼 기대할 만한 전시입니다👍

전시에 대한 정식 리뷰는 미술 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10여 년간 데이비드 호크니와 대화한 내용을 담은 『다시, 그림이다』 읽은 후 정리할 생각입니다.

 

 

 

 

 

 

 

 

 

 

덕수궁 참새는 붙임성도 좋고 넘 귀여웡💘

사람 보고 피하기는커녕 먹이 달라고 종종종...😻

우중충한 날씨에 호크니 그림 보니 뽀송~

호크니 굿즈 잔뜩 사 들고 집에 돌아갑니다~ㅎ

 

곧 떠날 봄날, 즐거운 계획으로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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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9-04-27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1일 1책 이상 구입하셨네요~^^
저도 처음으로 국내 오디오북 굿즈 때문에 구입했는데, 영어 오디오북 듣는거랑 좀 다른 느낌이예요.

일부러 빨리 들으려고 대여식 구입했어요. 안그러면 언제 들을지 몰라서 ㅎㅎㅎㅎ

AgalmA 2019-04-28 17:48   좋아요 2 | URL
저도 대여로^^ 소설은 재독을 잘 안 하게 돼 읽고 싶을 때 바로 읽을 수 있고 저렴한 ebook 대여가 더 좋더군요. 재독도 ebook이 더 편하고요. 줌파 라히리 <축복받은 집> 오디오 북은 알라딘굿즈 받기도 쉬워서 더 좋았죠^^

보슬비 2019-04-28 09:33   좋아요 1 | URL
책 팔고 사고 좋은 순환이라 생각되요 ㅎㅎㅎㅎ 요즘 저는 집에 있은책 뿌셔먹기하고 있어요. 이사 계획이 있는데, 다행이도 책이 별로 없더라구욬 ㅋㅋㅋㅋㅋ

AgalmA 2019-04-28 11:08   좋아요 1 | URL
한달 열심히 팔아서 그 권수 만큼 다시 책장이 채워지니 이거야 원^^;; 봄 되니 이사 or 집꾸미기에 바쁜 분들 많으시네요. 대거 처리를 하자면 이사가 제일이긴 한데 이사하면서 처분하고 아차, 한 일도 많아서ㅜㅜ... 없다 하셔도 보슬비님 댁 어련하시겠어요ㅎ;; 책 많으신 분들 이사하신다 그러면 제가 다 안쓰러울 지경.

보슬비 2019-04-28 13:55   좋아요 1 | URL
ㅋㅋ 그런데 오히려 저희집에는 큰 책장이 없어서 책이 많지 않더라구요. 읽을책들만 책장에 꽂아둔 상태이고, 소장하고 싶은 책들은 동생과 친정에 둬서 ㅋㅋㅋㅋㅋ

초딩 2019-04-27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사십권~~~ 끝없이 스크롤하다 탄복합니다

AgalmA 2019-04-27 23:36   좋아요 0 | URL
어쩌다 책구매 폭주하는 달이 있는데 이 달이 좀 그랬어요ㅜㅜ)...중고책 많이 팔아서 더 신나게 샀는지도요;;;

겨울호랑이 2019-04-27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걸이 선반이라... 잘못하면 문이 어긋날 듯해서 선뜻 도전하기 어려울 듯 해요^^:)

AgalmA 2019-04-28 17:47   좋아요 1 | URL
양쪽을 지지하는 문고리가 철제고 바구니가 가벼운 선반이라 하중을 분산시키는 거 같아요. 그래도 무거운 책은 안 넣는 게 좋겠죠ㅎ; 저도 혹시나 해서 가벼운 책 위주로 담았어요ㅎ;

겨울호랑이 2019-04-28 00:12   좋아요 1 | URL
호크니전 관람 포인트를 잘 정리해 주셔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겠네요. 다만, 관람 시간 등을 보니 연의를 데려가는 것은 훗날로 미뤄야겠습니다 ㅋ

AgalmA 2019-04-28 00:15   좋아요 1 | URL
색감이 화려하고 규모가 커서 연의도 보면 분명 좋아할 텐데 겨울호랑이님이 생각을 잘 하셔야 할 듯ㅎ;; 사람도 많고 집중해서 보자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동성애 작품도 꽤 있어서 15세 미만 감상은 자제를 요하는 구역도 있고ㅎㅎ;;

겨울호랑이 2019-04-28 00:16   좋아요 1 | URL
^^:) 연의와는 뽀로로 대모험 극장판 관람으로 결정했습니다 ㅋㅋ

AgalmA 2019-04-28 00:17   좋아요 1 | URL
ㅋㅋ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cyrus 2019-04-28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이 <자치통감> 1~10권입니다. 출판사 말로는 30권 출간을 목표로 한다네요... ㅎㄷㄷ <자치통감> 30권을 꽂아둘 공간이 없는데다가 다 산다고 해도 다 안 읽을 것 같아서 책 사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ㅎㅎㅎ

AgalmA 2019-04-28 17:3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봤어요ㅎ 10권이면 생각 좀 해보겠는데 30권...저렴한 가격이라 탐나긴 해도 분명 다 읽지도 못할 거 같아 저도 아예 포기를. 정 읽고 싶다면 올재 클래식도 ebook을 차차 병행해서 내니까 ebook으로 읽는 게^^;
 
카메라 루시다 - 열화당미술선서 56
롤랑 바르트 지음, 조광희 외 옮김 / 열화당 / 1998년 6월
평점 :
절판


 

 

롤랑 바르트는 그의 기호 이론으로 자주 언급되지만 나는 그를 ‘어머니’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특히 그가 ‘사랑과 죽음’을 논할 때 ‘어머니’는 바다의 요정 세이렌처럼 그의 글 여기저기에 떠돈다. 그의 후기 저작에 해당하는 『애도 일기』는 1977년 10월 25일 어머니가 사망한 이후 10월 26일부터 1979년 9월 15일까지 쓴 일기다. 1980년 처음 출간된 『밝은 방 La Chambre Claire(=camera lucida)』도 같은 시기에 쓴 사진에 관한 에세이다. 이 책에서도 어머니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온실 사진>은 2부 전체를 할애할 만큼 중요한 오브제이자 푼크툼이다.

 

예전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어머니’에 집중해 읽었는데 이번 재독에서는 좀 다르게 살펴볼 수 있었다.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 명제인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을 사진 비평에 도입한다면 바로 이렇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나는 구경꾼으로서, ‘감정’에 의해서만 사진에 흥미를 느꼈다. 사진에 질문(주제) 하는 자가 아니라, 하나의 상처로서 깊이 파고들고 싶었다. 나는 눈으로 보고 느낀다. 그러므로 구별하고, 바라보고, 그리고 생각한다.”(『카메라 루시다』, p27, ※별도 표기 없으면 모두 이 책에서 인용)

 

 

그는 "나 자신이 사진에 관한 ‘앎’의 척도”(p16)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사진은 분류할 수 없다.

 

 

“사실상 사진을 분류하는 방식은 경험적이거나(전문가/아마추어), 수사적이거나(풍경/정물/인물/누드), 미학적이지만(사실주의/회화주의), 어떻게 하건 간에 이러한 분류는 대상과는 무관하며, 대상의 본질과도 관계가 없다. 본질이란(만일 그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의 근원이 되는 ‘새로움’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분류는 오래된 다른 표현 형태들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진이란 분류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무질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자문해 보았다. …(중략)…사진은 철학적으로 변형될 수(말해질 수) 없으며, 완전한 우연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p12~13)

 

 

바르트는 사진이 거대한 무질서 속에서 어느 특정한 사건을 표지(標識) 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음으로 ‘유동하는 기호들’이라고 했다. 사진의 세 가지 실천(만들기, 받아들이기, 바라보기)에서 그는 ‘바라보는 사람’의 역할밖에 할 수 없으므로 사진의 특성(보편성)을 자신의 개인적인 방식에 의거해 살펴보기로 했다. 여기서 그 유명한 ‘스투디움-푼크툼’이 나온다. 스투디움이 촬영자의 의도와 정보(욕망, 흥미, 취향)가 담긴 넓은 영역을 아우르는 문화적인 요소ㅡ약호화, 개념화ㅡ라면, 상처나 뾰족한 도구에 의한 낙인을 가리키는 라틴어인 푼크툼은 촬영자가 제어할 수 없는 우연성, 세부성, 비개념성을 나타낸다.

 

 

 

 

 

바르트는 사진에서 ‘푼크툼’적인 것을 집요하게 찾는다. 그의 방법론에 따라 ‘푼크툼’은 지극히 개인적인 특성도 있다.

 

“(나는 <온실 사진>을 보여줄 수 없다. 그 사진은 나만을 위해서 존재한다. 독자들에게는 흥미 없는 한 장의 사진, ‘보잘것없는 것’에 대한 수많은 표현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은 어떤 학문의 명백한 대상이 될 수 없고, 객관성ㅡ이 용어의 실증적인 의미에서ㅡ의 근거를 줄 수 없다. 기껏해야 시대·의상·촬영효과 등 독자의 스투디움에 흥미를 주겠지만, 독자는 거기에서 자신과 관련되는 어떤 대상도 찾지 못할 것이다.)”(p76)

 

바르트의 푼크툼은 발터 벤야민이 사진에 대해 서술할 때 이미 예견한 바 있다.

 

“사진사가 인위적인 조작을 하고 또 모델의 태도도 계획적으로 조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사진을 보는 사람은 그러한 사진에서, 미미한 한 줄기의 불꽃 즉 현실이 그것에 의해 사진의 영상을 골고루 태워냈던 우연과 현재적 순간을 찾고 싶어 하고, 또 그 속에서 이미 흘러가 버린 순간의 평범한 삶 속에 미래적인 것이 오늘날까지도 얘기를 하면서 숨어 있기 때문에 우리들이 과거를 뒤돌아보면서도 미래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눈에 띄지도 않는 미미한 부분을 찾고 싶어 하는 제어할 수 없는 충동을 느낀다. 카메라에 비치는 자연은 눈에 비치는 자연과는 다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카메라에는 인간에 의해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공간 대신에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들어선 점에서 그러하다.”

 

(발터 벤야민, 「사진의 작은 역사」 중)

 

 

벤야민과 바르트의 차이는 흥미롭다. 두 사람 다 인간의 지각 작용에 의문을 던지는 사진의 재현·폭로적 기능에 주목하지만, 벤야민이 사진의 정치적 가능성(혁명적 사용 가치)에 집중했다면 바르트는 사진에서 미래 지향성을 부인하며(“사진은 부동성으로 말미암아 현전화(現前化)로부터 과거의 정체성을 향해 역류한다”(p91)) 사진의 기호적 특성(대상물과 공존하는 사진)에 집중한 게 변별된다.

 

“우선 나는 사진의 대상물이 어떤 점에서 다른 표상 체계의 그것과 같지 않은가를 잘 생각해야 했고, 가능하다면 말로 잘 표현할 수 있어야만(비록 간단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했다. 내가 사진적 대상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하나의 영상이나 기호가 참조하는, 임의적으로 현실적인 사물이 아니라, 렌즈 앞에 놓인, 그리고 그것이 없다면 사진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을, 필연적으로 현실적인 사물이다. 그림은 현실을 보지 않고서도 현실을 가장할 수 있다. 담론(discours)은 분명히 대상물을 가진 기호들을 결합하지만, 그러나 이 대상물은 '공상'일 수 있으며 또 실제로 대개는 공상이다. 이러한 모방과는 달리, 사진에서 나는 그 사물이 거기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진에는 현실 및 과거라는 두 위치가 결합되어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강제는 사진을 위해서만 존재하므로,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그것을 사진의 본질 자체, 그 노에마(noème, 현상학에서 사유 작용의 대상을 가리키는 말-역주)로 간주해야 한다. 한 장의 사진에서(아직 영화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고) 내가 의도하는 것은 '예술'이나 '전달 체계'가 아니라, '대상물'이며, 그것이 바로 사진의 기반을 이루는 질서이다.”(p79)

 

 

롤랑 바르트의 기호학자적인 면모는 여러 분석에서 볼 수 있는데, 그의 문장은 언어유희, 모순적인 역설이 많아서 전면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사진은 과거를 회상시키지 않는다. (사진에는 프루스트적인 것이 없다.) 사진이 나에게 일으키는 효과는 사라진 것(시간에 의해, 거리에 의해)을 되돌려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참으로 존재했음을 증언하는 데에 있다.”(p84)

“나 자신이 모든 사진의 지표이며, 바로 그 점에서 사진은 나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나를 놀라게 만든다. 그것은 왜 나는 여기에,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분명히 그 어떤 예술보다도 사진은 세계를 향해 하나의 즉각적인 현전(現前)을ㅡ하나의 공존을ㅡ제시한다. 그러나 이 현전은 정치적 차원일뿐 아니라(‘영상을 통해 현대의 사건들에 참여하는 것’), 형이상학적인 차원이기도 하다.”(p85)

 

사진은 찍은 뒤에야 확인할 수 있고 그것을 보는 행위는 소급하는 사유를 거칠 수밖에 없기에 사진이 과거를 회상시키지 않는다는 그의 표현은 모순이다. 또한 사진은 기술적 특성상 무수한 감상자를 낳으므로 지표의 준거점이 없고 현전의 진위를 논할 수도 없게 된다. 바르트는 “자신의 확실성을 증명할 수 없음은 언어의 불행”(p87)이라고 말했지만 사진도 예외가 아니다. 발터 벤야민이 파악했듯이 예술작품의 일회적 현존성은 기술 복제로 인해 교란 받는다. 바르트의 비평적 태도도 영화관의 관객이 그렇듯 그런 복제 기술에 의해 도출되는 자세다. 감상자가 발견하는 푼크툼이 촬영자의 의도를 다 빗겨 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내가 바르트의 사진 비평을 데카르트 ‘코기토 에르고 숨’에 비유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체를 나로 상정했을 때 빚어지는 혼란이 바르트의 분석에서도 이렇게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가 제시한 푼크툼은 다른 특성도 있다. 형태는 없지만 강도를 지닌 ‘시간’이 그것이며, “노에마(‘그것은-존재-했음’)의 애절한 강조법”(p95)이자 순순한 표상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그는 1865년 미국의 국무장관 시워드의 암살을 기도한 청년 루이스 패인의 초상 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죽음을 기다리는 아름다운 청년(스투디움)ㅡ그가 곧 죽으리라는 사실(푼크툼)ㅡ그의 죽음은 실현될 것이고, 실현되었다는 사실(전미래全未來, ‘시간’을 담은 푼크툼)의 등가 관계를 설명했다. 바르트는 사진의 미래 지향성을 부정했지만, 위에 내가 가져온 발터 벤야민 「사진의 작은 역사」 인용문처럼 “과거를 뒤돌아보면서도 미래적인 것을 발견”하는 푼크툼은 우리가 사진을 볼 때의 보편적 특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은 푼크툼을 보려고 하는 ‘나’가 있어야 된다는 점이다. 이쯤 되니 나도 순환논증에 빠진 기분이다.

광기를 가두고 진부하게 만드는 사진 예술은 허위적인 사회가 요구하는 이미지다. 스투디움에 안주할 것인가, 푼크툼으로 뻗어갈 것인가의 선택은 감상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며 바르트는 글을 마친다.

 

“그 광경을 완전한 환상의 문명화된 약호에 종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통해 완강한 현실성의 깨어남과 맞설 것인가는 나 자신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 1979년 4월 15일 ㅡ 6월 3일”(p118)

 

롤랑 바르트는 1980년 3월 26일 사망했다. 이 책은 그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고심했던 주제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는 저작이다. 사랑, 죽음, 언어, 시간, 의식과 육체, 대상과 의미 등등. 기호학자로서 언어의 불투명성, 대상의 불투명성 앞에서 그러했듯 그는 “사진의 깊이를 파고들어갈 수도, 그것을 꿰뚫어볼 수도 없다”(p106)고 인정했다. 어둠의 통로(camera obscura)를 통해야 대상이 드러나는 사진은 육체와 그림자의 관계처럼, 너와 나의 무한한 평행선처럼, 있음과 없음의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공존과 다르지 않다.

 

 

 

※ 현재 이 책은 절판이라 동문선에서 나온 『밝은 방』으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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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4-27 2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르트의 사상에 대해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galmA님 덕분에 많이 배워 갑니다^^:)

AgalmA 2019-04-27 23:34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님 최근에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읽으셨으니 더 이해가 잘 되실 듯^^ 저도 겨울호랑이님 리뷰 도움 받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