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거짓의 이면 - 『인간 본성의 법칙』 & 《립반윙클의 신부》

 

"이런 지식은 다소 유행이 지났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너무나 수준이 높고, 기술적으로 발전했고, 진보적이며, 계몽된 상태니까 말이다. 원시적 뿌리를 벗어난 지 한참이고, 심지어 인간 본성을 다시 쓰는 중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우리가 지금처럼 인간 본성의 노예가 되었던 적도 없다. 인간 본성의 잠재적 파괴력이 지금보다 더 컸던 때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사실을 무시하며 위험한 불장난에 빠져 있다.

소셜 미디어만 봐도 그렇다. 감정이 서로에게 전염될 일은 오히려 늘었다.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바이럴 효과(viral effect, 소문 등이 바이러스처럼 급속히 확산되는 현상. - 옮긴이)를 따라 새로운 이슈가 끊임없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조작에 능한 지도자들이 우리를 이용해먹고 뜻대로 휘두르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가상 세계에서는 공격성을 대놓고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뒷일을 생각지 않고 우리의 어두운 이면을 펼쳐놓기가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과 순식간에 소통하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남들과 나를 비교하고, 시기심을 느끼고, 주목을 받아 신분을 상승시키려는 성향 역시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 마지막으로 우리 부족 본능을 보면 이제는 그 성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완벽한 도구가 생긴 셈이다. 나와 동일시할 집단을 찾아내고, 서로의 메아리만 주고받는 공간에서 내 부족의 의견만 계속 증폭시키고, 누가 되었든 외부인은 철저하게 악마로 몰아서 떼로 몰려가 겁을 준다. 인간 본성의 원시적 측면 때문에 아수라장이 벌어질 가능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어느 개인이나 기관, 기술적 발명보다 인간 본성이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들은 결국에 가면 인간 본성과 그 원시적 뿌리를 반영하게 되어 있다. 인간의 본성은 장기판 위의 말처럼 우리를 가지고 논다. 인간 본성의 법칙을 무시한다면 그 사람의 손해일 뿐이다. 인간 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패턴 속에 빠져 계속해서 혼란과 무력감을 느끼겠다고 작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ㅡ 로버트 그린 『인간 본성의 법칙』

 

 

나나미가 살아남았다고 해도 이와지 슌지 《립반윙클의 신부》 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나나미는 내내 타인에게 휘둘렸다. sns로 인터넷 쇼핑을 하듯 남자친구를 고르고 적당한 결혼 상대를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거짓의 문고리에 손을 댄 순간부터 순식간에 무너진다. 그녀의 성격 문제도 크다. 학생들이 자신을 놀리는 걸 파악하지도 막지도 능청스레 넘기지도 못했다. 그녀의 소극성 때문에 교사 직업에서 결국 퇴출당한다. 그리고 결혼으로 도피한다. 자신이 정의롭다 생각하는 자들은 나나미 같은 사람에게도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고 말하겠지.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극 속의 나나미는 스스로를 지킬 정도로 이성적이지도 적극적이지도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르치는 함수가 사회에서 어떤 쓰임이 되는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녀가 필요하다는 과외 학생에게서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는 데 안도할 정도의 미약한 자존감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립반윙클도 죽음을 코 앞에 두고도 타인의 성욕을 채워주는 AV 배우 역할로 자존감을 채웠다. 행복에 돈을 지불하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던 립반윙클은 자신의 충동과 비이성에 휘둘린 채 삶을 마감했다. 세상에 행복이 가득하다는 말을 바꿔, 없다고 생각하면 세상에 행복은 없다. 세상은 우리 심리의 반영인 셈이다. 나나미와 립반윙클은 자신의 삶을 제대로 세울 생각도 용기도 없이 타인의 틀에서 적당히 살아왔다. 아무로는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알았고 그들은 손쉽게 그의 먹잇감이 된다. 그는 나나미에게 은근히 경고도 했다.

 

"제가 마음만 먹으면 당신은 1시간 만에 빠져들걸요. 자신감 같은 게 아니라 당신이 저한테 빠진다면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 빠져드는 거니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거나 마음이 안 채워진다거나 그런 느낌을 조심해야 합니다."

 

집안에서 낯선 귀걸이를 발견한 나나미는 자신의 의심을 더 신뢰했다(확신 & 확증 편향). 나나미는 남편에게 사실 확인을 하기보다 어떤 사람인지 더 모를 아무로를 더 신뢰해 남편의 외도 조사를 의뢰했다(겉모습 편향). 그는 나나미를 유혹할 수도 있었고 죽일 수도 있었다(실제로 죽이려고도 했고). 적당하게 이용했고 그에게 그녀는 아직 이용 가치가 있다. 나나미에게 급여를 정확히 전해주고 그녀의 새 집에 가구를 선물한 걸로 그가 한편으로는 착한 사람일 거라 생각한다면 우린 스스로의 순진함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나나미는 아무로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지만 그녀는 끝까지 어떤 진실도 몰랐다. 립반윙클과 나눈 투명 결혼반지를 생각하며 자신의 손가락을 쓰다듬는 나나미의 모습은 불안스럽고 안타깝기만 하다. 나나미는 아무로의 제안에 어디론가 또 보내질 수 있다. 많은 관객이 립반윙클의 생의 마지막 친구가 되어준 나나미의 순수와 낭만성에 취했을 테지만 이와이 슌지는 잘 속는 나나미의 답답할 정도의 수동성, 나약함, 무능력을 끝끝내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녀는 실수와 교훈에 대해 성찰하지 않았다. 아무로가 알려주는 정보만 믿고 남편과 남편의 집안 탓만 하며 자기 연민만 했다. 이혼 후에도 타인이 원하는 역할을 반복하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헤매며 그저 주어진 시간을 살아간다. 그녀 결혼식에 온 가짜 하객들에 끼어 그녀도 가짜 하객 행세를 했듯 제목처럼 그녀는 죽은 자의 신부로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이 영화는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우리에겐 디폴트 값이 많은데 죽음과 비이성도 그에 해당한다. 순수는?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듯이 순수와 그 대립쌍도 가지고 있다. 세상에서 그게 적절히 발휘되고 있는 걸까. 니체가 지적한 우월한 입장에서 가지는 '연민과 동정'처럼 우리는 '순수'도 그렇게 치장하고 있진 않은지 고찰해 볼 일이다. 살아남고 싶다면.

 

 

"우리는 교훈을 배워 같은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가 저지른 잘못을 그다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의 자기 성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럴 때 자연스러운 반응은 다른 사람이나 환경, 혹은 순간적 오판을 탓하는 것이다. 탓하기 편향이 생기는 이유는 내가 저지른 실수를 들여다보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수를 저지르면 내가 느끼는 이 우월감이 정당한가라는 의심이 생기고, 자존심에 금이 간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한 일을 반추하는 척 시늉만 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쾌락 원칙이 다시 부상하고 실수 중에서 내 탓이라고 생각했던 작은 부분마저 잊어버린다. 그러면 또다시 욕망과 감정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우리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그리고 똑같은 수박 겉핥기식 반성 과정을 거쳐, 잊어버리고, 죽는 날까지 같은 패턴을 반복할 것이다. 사람들이 정말로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면 세상에 실수는 거의 없을 테고, 누구나 승승장구할 것이다."

ㅡ 로버트 그린 『인간 본성의 법칙』














자신과 문학 중에 택한 샐린저 - 《호밀밭의 반항아》 & 『호밀밭의 파수꾼』


J. D. Salinger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 유명세 때문에 내게 더 별점을 깎인다. 이 정도가 영미문학의 대표작? 사람들이 호들갑 떨며 순위권에 넣는 책은 내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하지만 왜 그런지 이유를 알아야겠기에 읽기도 한다. 때론 수긍되고 때론 그냥 그렇다. 이 소설의 인기는 사춘기라는 공감대, 전후 비트 세대를 알리는 선두, 잭 케루악, 찰스 부코스키, 커트 보니것 등의 소설이 그랬듯 주인공의 삐딱함과 거침없음 그런 다양한 것들이 인기에 일조했으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나왔을 때 유명세는 완성된다.

번역 문제보다 문장 자체가 정말 내 취향 아니다. 사춘기 소년의 심리를 재현했다고 해도 읽는 내내 쳐내야 할 문장들이 계속 보여서 정말 데뷔작 답군, 나는 툴툴대며 읽고 있다.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2017)를 보며 샐린저에 대해 좀 더 알게 됐다. 작가 사생활에 관심을 안 두는 내 습관이 작품 파악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뭐 살다 보니 이래저래 알게 된다.

 

작가가 되고 싶으나 잘 안 풀리던 샐린저는 홀든 콜필드처럼 여러 학교를 쫓겨나다 컬럼비아 대로 가서 글쓰기 공부를 본격적으로 한다. 문학잡지 편집자이기도 한 위트 버넷 교수는 그에게 창작의 포인트를 잡아주며 격려와 채찍을 아끼지 않는다. 작가 목소리가 앞에 나오기보다 스토리에 녹아들게 하라는 조언은 백 번 지당하셨지. 버넷 교수는 샐린저에게 묻는다. 아무 대가 없이 혹은 모든 걸 버리더라도 평생 글쓰기에 매달릴 자신 있는가. 그럴 수 없다면 넌 작가가 될 운명은 아니라고. 그때 샐린저는 도망쳤었다. 작가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었던 버넷은 샐린저의 글 속 목소리를 칭찬하며 '홀든 콜필드' 캐릭터로 장편 쓰기를 권한다.

버넷이 칭찬한 샐린저의 글 속 목소리는 '분노' 였을 것이다.

 

"오랫동안 강력한 설득력을 지니는 예술작품들을 한번 보라. 그 이면에 절제된 분노를 느끼거나 읽어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모두가 너무나 조심스럽고 옳은 말만 하기 때문에 영화나 책이나 혹은 어딘가에서 주도면밀하게 방향을 잡은 분노가 느껴지면 신선한 한 줄기 바람을 쐰 것 같다. 우리의 모든 좌절과 원망을 끌어 모아 펼쳐놓은 것 같다. 우리는 그게 진실이고 진정성이 있음을 알아본다."

ㅡ 로버트 그린 『인간 본성의 법칙』

 

단편 몇 편으로 작가계에 들어선 샐린저는 유명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 유나 오닐과 사귀는 기회도 잡게 된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샐린저가 참전한 사이 허영심 많은 유나 오닐은 늙은 찰리 채플린과 결혼한다. 18세 여성과의 결혼이라니 잘 알려진 찰리 채플린의 성적 취향을 여기서 또 확인. 샐린저의 이후 삶을 보면 유나 오닐이 그와 결혼을 안 한 건 그녀에겐 다행이었다. 샐린저는 여러 차례 결혼하고 이혼하게 되는데 그게 다 그의 글쓰기 종신 결혼 때문.

 

전쟁 중에도 샐린저는 내내 홀든 콜필드의 이야기를 진행한다. 펜이 없는 상황에서도 머릿속으로. 전쟁이 끝났어도 샐린저는 외상 후 장애가 심해 방황하게 되고 명상을 접하면서 글쓰기가 풀리기 시작한다. 단편소설로 인지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샐린저가 어렵사리 쓴 첫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출판사마다 출판하길 꺼린다. 독특한 캐릭터인 홀든 콜필드에게 공감이 잘 안된다는 게 큰 이유였다. 얘, 혹시 미친 건가요? 소리를 들으며;; 샐린저는 홀든 콜필드가 전쟁에서 살아갈 힘이 되어 주었다고 말하며 어떤 수정도, 타협도 거부한다. 책이 출판되자마자 대중의 폭발적 인기를 얻은 샐린저는 광적인 팬과 유명세에서 멀어지고자 은둔자의 삶을 선택한다. 출판에 목매는 상업 작가가 아니라 글쓰기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창작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인다. 그즈음 약물, 알코올 중독과 기행으로 자살이나 요절한 작가가 많았는데, 뉴에이지, 명상 문화를 받아들인 샐린저는 구도와 글쓰기의 조합으로 건실히 살아남았다고 해야 할까. 모르긴 몰라도 『호밀밭의 파수꾼』만 읽은 사람이라면 샐린저가 요절했을 거라 많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63년 이후부터 91세로 사망하기까지 어떤 책도 출판하지 않았다.

 


샐린저의 은둔적 삶 때문에 더 세간의 관심을 받았겠지만, 이런 삶을 살게 된 사람의 첫 장편이 『호밀밭의 파수꾼』인 건 참 의외다. 전쟁을 겪은 뒤에 30대에 쓴 소설이 이렇다는 것도.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학교를 쫓겨난 사춘기 소년의 도시 방황.

이후 작품을 더 읽어봐야 할까. 이 책의 어떤 점이 어떤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추측하고 발견하는 재미가 있긴 했지만 샐린저는 내게 매력을 주는 작가가 아니란 걸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시 읽으며 알게 됐는데-_-)...






 





● 진실과 기만 사이에서 - 《체르노빌》

《체르노빌》은 NBO에서 제작한 역사 드라마다.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경위와 수습 과정을 에피소드 5편에 촘촘히 담았다.

"우리의 기밀과 거짓말이 그 원인이에요. 사실상 그 두 가지가 우리를 정의하죠. 진실이 맘에 안 들면 우린 거짓말을 하고 또 합니다. 그러다 진실이 존재한단 사실조차 잊어버리죠. 하지만 진실은 여전히 있습니다. 우리가 거짓을 말할 때마다 진실에 대한 빚이 쌓입니다. 머잖아 그 빚을 청산해야 하죠. RBMK 노심이 폭발한 게 그 대가였습니다."


ㅡ 핵물리학자이자 진상조사 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발레리 레가소프의 대사, <에피소드 5>

결함을 은폐한 채 가동한 RBMK 원자로의 작동 과정과 폭발 원인에 대해 저 문장이 모든 걸 함축한다. 드라마처럼 그가 재판에서 저 말을 한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럼에도 저 문장은 매우 진실되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모르면서 아는 척하고, 알면서도 거짓을 일삼는 인간들이 만든 인재였다. 그리고 그 모든 잘못을 대신 겪고 바로잡으려 했던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이 드라마에서는 돋보인다. 피폭 상태였던 발레리 레가소프는 진실 규명과 사고 수습을 위해 노력하다 사건 발생 2년 뒤 자살한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부소장이자 수석 엔지니어였던 아나톨리 다틀료프는 사고 발생의 가장 큰 책임이 있었는데 재판에서 겨우 10년 형을 받았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와 이후 대처를 보면 인간에겐 치러야 할 대가가 아직도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대가는 모두가 치러야 할 문제다.

 








프리피야트 생존자 증언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체르노빌의 목소리』가 많이 참고되었다고 한다.





● 사진으로만 가능한 것 - 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선택받은 사람, 뛰어난 사람은 자신을 초월한, 자기보다 우월한 어떤 기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은 내적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그 기준의 도움을 만끽한다… 보통 사람과 뛰어난 사람을 구별할 때 우리는 전자가 자신을 닦달하고 후자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며 지금 상태와 자기 자신에 크게 만족한다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뛰어난 사람은… 사실상 노예 상태로 산다. 무언가 초월적인 것에 인생을 바치지 않는 이상, 삶이 무미건조해진다. 그래서 그는 인생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탄압이라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어쩌다 그런 필요성이 사라질 경우 그는 안절부절못하고 스스로를 강제할 수 있는 더 어렵고 시급한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원칙을 따르는 삶, 고귀한 삶이다."(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ㅡ 로버트 그린 『인간 본성의 법칙』

 

 

한 사람이 평생 다 전하지 못할 이야기를 사진에 담은 비비안 마이어. 그래서 그녀에겐 인화하지 못한 필름이 그렇게나 많았는지도 모른다. 미처 따라잡기도 전에 또 다른 이미지와 이야기들이 들이닥친다. 창작을 해본 사람은 이 진퇴양난의 상황을 잘 알 것이다. 그 예술 행위에 알맹이가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무언가를 건져 올리고 자기 시선과 색깔을 담는 자에게 우리는 예술가라는 호칭을 붙인다. 그러나 마이어는 평생 자신의 작업을 숨겼다. 그녀는 자신의 사진 작업을 그저 취미생활이라 했다. 요즘의 '예술', '예술가'의 의미는 참 남루해졌다. 대중의 눈에 띄어 유명해지길 바라고 명예와 부까지 얻는 '직업' 같이 여겨질 때가 많다. '예술'이 '구도'와 비슷했다는 건 잊히고 있다. 타인의 인정을 거부하는 것은 이중의 고통이다. 자신의 작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파악할 척도가 오직 자신뿐이라면 내가 흔들릴 때 그것들은 다 무가 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진짜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업을 의심하지 않았다. 작업에 관해서는 어떤 타협도 하지 않는 고집스러움.

사진에는 그 고집이 시선에서 느껴진다. 상처, 비밀, 위험, 경멸, 모욕 등 피사체가 드러내는 부정적 감정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셔터를 누른 순간이 사진에 각인되어 있다. 사진은 여러 상황을 감당하면서 순식간에 잡아내야 해서 고도의 소양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감수 없이 편안히 찍은 자신의 사진을 예술적이라고 흡족해하는 이들은 예술가가 아니다. 마이어의 사진에는 열정적인 탐구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많이 알려진 사진보다 사진집에는 더 좋은 사진이 많았다. 비비안 마이어 다큐를 봤을 때와 다른 생각의 시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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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9-08-25 21:42   좋아요 1 | URL
샐린저도 처음엔 출판 한 번 해보겠다고 그렇게 기를 썼지만ㅎ; 정작 작가가 되니 이게 아니라는 갈등에 휩싸이죠. 부나 명예, 외부와의 타협없이 자기만의 길을 가는 것. 작가든 예술가든 그게 제일 난관인 거 같아요. 요즘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요구도 많잖아요. 먹고 살려니 원고 청탁, 마감에 휘둘리기 일쑤고. 예술도 돈 있는 자가 할 수 있단 소리까지 나오고.
《호밀밭의 반항아》 에서도 아무 대가 없이 혹은 모든 걸 버리더라도 작가가 될 수 있겠는가란 질문에 샐린저는 처음에 도망쳤었죠^^;

겨울호랑이 2019-08-25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취미로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직업으로 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낼 수 있으니, 좋을 것도 같지만 동시에 직업이 되면 무슨 일이든 부담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가장 좋은 것은 생계걱정없이 마음껏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와 비슷한 문제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하는지 아니면 연애를 해야하는 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정답은... 상상하시는 그것이 될 듯 합니다.ㅋ

AgalmA 2019-08-25 23:07   좋아요 1 | URL
또 다른 딜레마가 있지요.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먹고사니즘 일을 하는데 정작 일 하느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에 매진을 못 하는 아이러니ㅎ;; 그래서 직장 때려치고 자기 꿈을 찾자는 자기계발서 넘쳐 나잖아요ㅎ; 생계 걱정없이 자기 꿈을 실현해줄 일을 찾자니 일확천금을 노리게 되고 <부의 추월차선> 같은 책들이 거듭 하는 소리죠.

제 경험상 사람은 죽고 못사는 꿈 없어도 살긴 살아진다는 건데, 그게 없음 사는 의미를 못 느끼겠다니 사람의 인생이란 참 복잡하지요-,-);;
사랑인든 일이든 자신, 재능, 라이프 스타일과 맞는 걸 찾아야지 꿈은 이뤄진다!로만 덤벼든다면 삶이 공허해질 수도 있겠다 생각합니다. 타인의 욕망을 투사하는 것도 있으니깐요. 그런 의미에서 ‘롤모델‘ 같은 것도 그리 자랑스럽게 말할 건 아닌 거 같습니다. 그러다 삶의 페이스를 잃어버리는 경우 많이 보잖습니까.

겨울호랑이 2019-08-25 22:36   좋아요 1 | URL
아직 인생에 대해 뭐라 말하기는 부족함이 많습니다만, 자신의 계획과 꿈대로 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 생각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는 분명히 알아야하겠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을 보며 힘들어하기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해봅니다.그러다 보면 또 누가 알겠습니까, 잘 될지 ㅋ ^^:)
 
정리하는 뇌 -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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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 두 마리뿐인가. 다섯 마리, 열 마리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건강, 학업, 경력, 인간관계, 취미생활, 경제력, 성공, 안정된 노후 등등. 대체로 돈이 많은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자본주의가 이토록 심화된 것이겠고 최상의 방법을 찾겠다고 난리다. 우리에겐 이미 훌륭한 시스템이 있다. 바로 뇌다.

“대략 5,000년 전 문자를 고안해낸 인류는 뇌의 기억 시스템 중 일부인 해마의 용량을 늘리기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그러한 능력은 “자신의 생활을 정리함으로써 따분하고 일상적인 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영감이 넘치고 위안을 주고 보람찬 일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창의력과 효율을 극대화” 했다. 생활 영역이 넓어지고 정보가 과부하 되면서 우리 뇌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최근 신경과학의 발견에 따르면 “우리 뇌에서 판단을 담당하는 신경 네트워크는 어느 판단이 더 우선적인지 따지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하루에 특정 개수만큼의 판단만 내릴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 한계에 도달하면 중요도에 상관없이 더 이상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이 우리가 때로 중요한 판단을 놓치는 이유 중 하나다.

 

"신경과학자들은 정신 작용이 늘 특정 뇌 영역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며, 서로 연관된 뉴런 집단의 회로와 네트워크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누군가가 “냉장고를 작동하게 만들어주는 전기는 어디에 저장돼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디를 가리키겠는가? 콘센트? 가전제품의 코드를 콘센트에 꼽지 않는 한 사실상 콘센트에는 전류의 흐름이 없다. 코드를 콘센트에 꼽으면 전기의 위치는 의미 없어진다. 전기는 모든 가전제품의 회로에, 어찌 보면 집 안 전체에 존재하게 된다. 사실 전기가 존재하는 어느 한 장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기는 분산된 네트워크다.

 

인지신경과학자들도 정신적 기능이 넓게 퍼져 있다는 것을 점차 인정하고 있다. 언어 능력은 뇌의 한 특정 영역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 안에 존재하는 전선처럼 분산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뇌 이곳저곳의 영역들에 의지하고, 또 그 영역들을 끌어들인다. 초기 연구자들이 언어 기능이 어느 한 부위에 국한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뇌의 특정 영역이 파괴되면 어김없이 언어 기능의 상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집에 있는 전기회로를 생각해보자. 고칠 것이 있어서 사람을 불렀는데 그 사람이 실수로 전선을 잘라버린다면 집 안 전체의 전기가 나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기가 전선이 잘린 바로 그 부위에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것은 그저 전기를 전송하는 데 필요한 선이 파괴됐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사실 전선을 자르면 집 안 전체의 전기가 나갈 곳은 전원인 차단기를 비롯해서 거의 무한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당신이 먹통이 된 믹서와 함께 서 있는 부엌에서 보면 어디를 자르든 그 효과는 똑같다. 전기를 고치러 나선 뒤에야 무언가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는 신경과학자들도 뇌를 이런 식으로 바라본다. 뇌는 복잡하게 겹쳐 있는 네트워크의 집합이다.

 

몽상 모드는 중앙관리자 모드와 정반대로 작용한다. 어느 한 모드가 작동 중이면, 다른 모드는 작동하지 않는다. 중앙관리자 네트워크가 하는 일은 한 가지 과제를 수행할 때 정신이 산만해지지 않게 막는 것이다. 중앙관리자 모드는 다른 것이 우리의 의식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제한해서 우리가 방해받지 않고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우리가 몽상 모드에 있든 중앙관리자 모드에 있든 간에 주의 필터는 무의식 속에서 조용히 한 발 비켜서서 거의 항상 작동하고 있다.

 

우리 선조에게 과제에 집중한다는 것은 대형 포유류를 사냥한다든가, 포식자를 피해 도망간다든가, 포식자와 싸우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활동을 하다가 잠깐이라도 부주의해지면 엄청난 재앙을 겪을 수도 있었다. 오늘날에는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사람이나 컴퓨터와 상호작용하거나, 차를 운전하거나, 길을 찾거나, 머릿속으로 문제를 풀거나, 그림이나 음악 같은 예술 활동을 할 때 중앙관리자 모드를 가동한다. 이런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잠깐 부주의해지더라도 삶과 죽음이 갈리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달성하려 노력할 때는 이런 부주의가 그 성과를 방해할 수 있다.

 

몽상 모드에서 우리의 생각은 대부분 내면으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목표, 욕망, 느낌, 계획,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으로 향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때도 몽상 모드가 활성화된다. 중앙관리자 모드에서는 생각이 내부와 외부로 동시에 향한다.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에는 분명한 진화적 이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비가역적인 과도한 집중 상태로 들어가서 포식자나 적이 덤불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여기가 바로 주의 네트워크attentional network가 무대에 등장하는 시점이다. 주의 필터는 혹시나 중요할지도 모를 것을 찾아 환경을 끊임없이 감시한다.

 

몽상 모드, 중앙관리자 모드, 주의 필터와 아울러 주의 시스템에는 네 번째 요소가 존재한다. 이 요소는 몽상 모드와 중앙관리자 모드 사이를 스위치를 켜고 끄듯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스위치는 한 가지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옮겨갈 수 있게 해준다. 예컨대, 파티에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부엌의 가스레인지 불에 대한 다른 대화로 관심이 갑자기 옮겨가게 하는 것, 이마에 달라붙은 모기에게 주의를 돌렸다가 점심식사 후의 몽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이 신경 스위치다."

 

 

뇌의 ‘주의 시스템’과 ‘기억 시스템’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면 우리가 깜빡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잃어버리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의 종류를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의 작동방식에 대해, 그리고 일이 틀어지는 이유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노벨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전략(만족하기)”을 기본 생활전략으로 쓰고 있다.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나 투자 전략에 그저 이만하면 됐다 싶을 정도로 하지 않는다. ‘변화’와 ‘주의도’를 따지는 ‘주의 필터’는 지나가는 풍경을 깊게 인식되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급하게 메모를 해야 될 상황이 되면 우리의 뇌는 볼펜, 연필, 크레용, 립스틱까지 하나의 범주로 즉각 인지하게 만든다. 이렇듯 우리의 뇌는 ‘풍부한 기억’과 ‘연상 접근’의 작동방식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활용이 관건이다. “우리가 일을 깜빡하거나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리’의 부담을 뇌가 아닌 외부 세계로 넘기는 것이다. 정리 과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뇌에서 물질세계로 떠넘길 수 있다면 그만큼 실수를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지금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언어에서부터 메모, 컴퓨터, 휴대폰 등의 각종 전자기기의 활용은 이런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거듭 강조하는 것은 ‘최소의 인지적 노력으로 최대의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다.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지정된 장소의 원칙’만 제대로 수행해도 훨씬 편리해진다. “지금 막 꺼낸 것을 어디에 다시 꽂아두어야 하는지 기억하고 싶다면 방금 꺼낸 것 바로 왼쪽에 있는 것을 2cm 정도만 앞으로 빼어두자. 물건을 다시 되돌려놓도록 해주는 간단하고 훌륭한 행동유도장치가 될 수 있다.” 작업 기억과 주의력이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4의 시스템’, “상황 대처 능력이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에 가장 불쾌한 일들은 아침에 처리” 등 이 책은 정신적 부담을 덜어줄 습관 만들기를 여럿 제안한다.

우리의 심리는 외따로 있지 않다. 그때 그때 상황 판단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의 뇌와 심리가 작동되는 메커니즘 이해가 필요하다.

1)

“대부분의 연인이 각자 상대방은 잘 모르는 자기만의 전문 영역을 가지고 있고, 그 사실을 둘 다 잘 안다.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전문성이 있는 쪽이 그 정보에 대한 책임을 맡고, 상대방은 자기 파트너가 그렇게 하도록 놔둔다. 만약 양쪽 모두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영역의 정보가 들어오면 둘 중 누가 그것을 담당할 것인지 짧은 협상이 이루어진다. 이런 분산기억 전략들이 결합되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언제나 둘 중 적어도 한 명에 의해서는 확실하게 포착될 수 있다. 아주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나머지 파트너가 일상생활의 큰 영역이 뻥 뚫려버린 듯 어찌할 바 모르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의 데이터 저장소 중 상당 부분은 자신과 개인적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작은 집단 안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세계를 성공적으로 정리하려면 자기가 거기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원시적 유산 중에는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고, 집단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어느 한 집단에 소속되어 혼자 남겨지지 않을 수만 있다면 자기가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 차이는 있지만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있다 보면 신경화학적 변화가 찾아와 환각, 우울, 자살 충동, 폭력적 행동, 심지어 정신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고립은 흡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심장마비와 사망의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혼자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나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실험에서 통근자들에게 이상적인 통근에 대해 물어보았다. 통근할 때 옆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쪽을 선호하는가, 아니면 혼자 조용히 앉아 있는 쪽을 선호하는가? 그러자 압도적 다수가 차라리 혼자 앉아 있는 쪽이 좋다고 했다.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런 다음 통근자들을 혼자 앉아서 고독을 즐기거나, 아니면 옆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도록 배정해서 그 결과를 살펴보았다.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던 통근자들은 통근시간이 훨씬 더 즐거웠다고 보고했다. 이것은 성격 차이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외향적이든 내성적이든, 개방적이든 무뚝뚝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결과가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 종이 등장한 초기에는 포식자와 다른 부족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제한된 식량 자원을 공유하고, 아이를 키우고, 부상당했을 때 보살핌을 받으려면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사회적 네트워크를 갖는 것은 깊은 생물학적 필요를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관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앞쪽 전전두엽피질anterior prefrontal cortex의 뇌 영역들을 활성화시킨다. 이것은 또한 편도체를 비롯해서 뇌의 변연계에 있는 감정 중추들을 활성화시키고,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도와준다. 쉽게 말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으면 위안이 된다.”

 

2)

“우리의 뇌는 귀인 오류를 범하는 선천적 기질이 있고, 험담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외부인에 대한 선천적인 의심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외부인에는 우리와 다른 모든 사람이 해당된다. ‘우리와 다르다’라는 것은 종교, 피부색, 고향, 출신 학교, 수입 수준, 소속 정당, 즐겨듣는 음악의 종류, 응원하는 스포츠 팀 등 여러 가지 차원과 특성으로 설명된다.”

 

3)

“다른 사람 일에 끼어들지 않으려는 이런 경향은 서로 연관돼 있는 세 가지 강력한 심리적 원리에 근거한다. 첫 번째 힘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순응하려는 강력한 욕구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사회집단 안에 받아들여지고, 상냥하고 협조적으로 보이리라는 희망 때문에 생기는 욕구다. 두 번째 힘은 사회적 비교다. 우리는 타인을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을 살펴보는 경향이 있다. 세 번째 힘은 책임감 분산이다. 이것은 우리 마음에 천부적으로 새겨져 있는 공정함에 대한 욕구, 무임승차를 벌하려는 마음에 기반을 둔다. ‘다른 사람들도 가만히 있는데 뭐 하러 괜히 위험을 자초한담? 나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

 

4)

"주차금지구역에 다른 사람의 차가 주차된 것을 보면 덩달아 그곳에 주차하는 사람이 많다. 개 배설물을 치워야 하는 법을 무시해버리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도 역시 무시하기 십상이다. 이런 현상은 부분적으로는 진화의 산물로 볼 수 있는데, 우리 뇌에 선천적으로 새겨져 있는 형평성과 공정성의 감각 때문이다(심지어 세 살배기도 불평등에 반응을 보인다)."

 

 

우리의 고질적 문제인 ‘미루기’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모든 미루기는 자기조절, 계획, 충동조절 중 어느 하나나, 이 세 가지 모두에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전반적인 자신감의 결여든, 이 특정 프로젝트 때문에 탄로 날 자신감 결여든 간에 우리가 일을 미루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평판이 위험에 내몰리는 것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심리학 용어로는 자존심 보호 술책)” “도전이 크면 불안으로 이어지고, 도전이 낮으면 지겨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루기’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 중간인 몰입 상태를 잘 이용해야 한다.

장수 사회가 되어가는 만큼 나이 탓만 할 수도 없다. 서른을 넘기면 반응 시간, 인지처리 속도, 대사 속도가 느려진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느려진 생각의 속도 때문에 세상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종합 비타민보다 정신적 활력을 유지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노화를 늦추는 방법이다.

 

다시 한 번 더 정리하면,

 

“정리는 우리 모두를 삶의 다음 단계로 이끌어준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낡은 습관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삶에서 청소가 필요한 영역들을 의식적으로 자세히 살펴 확인한 후에 체계적이고 주도적으로 청소를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가끔은 우주가 우리를 대신해서 이런 일을 해주기도 한다. 우리는 뜻하지 않게 친구, 사랑하는 애완동물, 사업상의 거래를 잃기도 하고, 세계 경제가 붕괴되기도 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뇌를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상황에 기분 좋게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내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보통은 그보다 더 좋은 무언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주었다. 낡은 것을 없애면 무언가 훨씬 멋진 것이 그 자리를 채워준다는 신념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관건이다.”

(p552)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하고, 사람들과 잘 지내면 되겠지 막연히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우리 인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의 ‘정리된 마음’ 그것이 우리를 변화로 이끌고 살아갈 힘이 된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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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08-19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왓 ~ 뇌를 잘 알아야 탓하지도 않고 또 왜 이렇지에 대해서도 알게되는 것 같아 관심이 많은데 꼭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AgalmA 2019-08-19 00:24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책이에요. 머릿속 원리 이해도 되고 생활 교정 방법도 알려줘서 유용했습니다.
‘나 자신을 알자‘에 참 부합하는 책이죠.
 
 전출처 : syo > 190814Wed - 190816Fri

 

칸트 에코백을 뿌듯하게 들고 다닐 때도 있지만 가방 욕심은 끝이 없다. 명품 가방(브랜드 가치)이 아니라 가방에 담는 나만의 의미 때문이다.

 

 

독일그래픽 디자인 브랜드 LOQI는 시즌마다 아트 프린트 에코백을 내놓는다. 뭉크 <절규>도 있던데 하나 있으면 고딕스럽고 좋을 듯. 고흐 <별이 빛나는 밤> 프린트는 워낙 유명해서 사는 순간에도 이미 질려 있었지만 가방으로 들고 다니는 건 다른 느낌일 테니^^; 집에 있는 고흐 굿즈랑 콜라보 해보고 싶은 마음에 샀다😁

민음사에서 낸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표지가 고흐 <별이 빛나는 밤>인데 난 책세상 버전을 갖고 있어서 매치 못해 아쉽ㅎ

 

 

 

 

 

 

 

 

 

 

 

 

 

 

산드로 보티첼리 <프리마베라(봄)>

 

 

 

가볍고 실용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온라인 서점 에코백 연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피트 몬드리안 『몬드리안의 방』(2008 초판, 열화당, 절판)

"예술은 주관적 감각과는 완전히 대립하는 비개인적인 것의 조형적 표현"이어야 하며, "우리 내부에 있는 보편적인 것의 직접적 표현이자 우리 외부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것의 정확한 외면적 형태"라는 그의 예술관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자신의 예술관 없는 예술가보다는 낫다.

내용 없는 형식 없고 형식 없는 내용 없듯이 의식과 무의식이 맞물리는 것에 대해 고민 없는 예술은 화려한 기술에 지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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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8-18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현란한데??? ㅎㅎㅎㅎㅎ 칸트 에코백이랑은 컨셉 자체가 다르네요. 밤을 통째로 들고 다니는 느낌이겠어요*-*

AgalmA 2019-08-19 00:26   좋아요 0 | URL
고흐는 특히 모으게 돼요. 고흐 그림의 어떤 특징이 이토록 신경자극을 하는지 모르겠어요ㅎㅎ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추울 때나 더울 때나 그대는 책을 사랑해 사시겠습니까?

주례 알라딘을 보며 네(속으로는 '그래!' 반말)라고 울먹이며 말한다.

 

 

 

 

• 파리 리뷰 인터뷰집 『작가란 무엇인가』(1~3권)를 인상 깊게 봤고 필사도 많이 했기 때문에(별 ★★★★★ 줌) 60년 결산 파리 리뷰 인터뷰집 『작가라서 -303명의 거장, 34개의 질문, 그리고 919개의 아이디어』는 도서관 이용이 아니라 직접 구매.

이 책도 읽자마자 밑줄 퍼레이드! ㅋㄷㅋㄷ은 덤~

 

"역시 몇 년 전 일인데, 한번은 프란츠 클라인이 (다른 친구로부터 적의는 없었고 그저 강렬하게) 질문 세례를 받다가 마침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글쎄. 자, 내가 만일 '자네'가 아는 것을 그린다면 자네는 마냥 지루할 걸세. 내가 자네에게 한 말을 또 할 때처럼 말이지. 내가 만일 '내'가 아는 것을 그린다면, 지루함은 내 몫일테고. 그러니 나는 내가 모르는 것을 그린다네." 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모르는 것을 씁니다. '소통'은 시간을 많이 들여 정의해야 하는 단어입니다. 예를 들어, 과연 저는 맹인이 앞을 보게 할 수 있을까요? 그게 제 머릿속에 늘 있었던 질문입니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독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읽는 행위입니다. 사람들이 제 시를 절절히 공감하며 읽을 때, 그들은 저와 '함께' 읽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소통'이란 정보를 가르치듯이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서로 주고받는 느낌입니다."

ㅡ 로버트 크릴리, 파리 리뷰 『작가라서』

 

 

 

 

 

 

 

 

 

 

• 허먼 멜빌 『그래픽 노블 모비 딕』(문학동네)

어후, 귀퉁이가 찌그러져 오면 어뜩해T^T 비닐도 안 뜯은 걸 중고 만드시네. 으흑.

8월은 모비 딕 굿즈 모으기의 달~

작가정신에서 나온 김석희 번역『모비 딕』을 e book으로 가지고 있다. 종이책은 범우사 『백경』으로 읽어서 이번에『일러스트 모비 딕』을 구매했다. 그림책이 아니라 소설 전체가 다 있다보니 벽돌 책. 록웰 켄트 일러스트 삽화랑 같이 보니 운치가 배가된다😍 다시 읽어도 명작이다!

 

 

 

 

 

 

 

 

 

 

 

 

 

 

김혜순 : "죽음을 잊어버린 시인은 죽은 시인입니다. 시인의 감수성이란 말은 ‘죽음을 잊어버리지 않은’ 자의 감응력일 겁니다. 시인, 작가가 된다는 것은 죽음이 자신을 맴도는 것을 목격하는 일입니다."

정용준 : “시란 너무나 분명한 현실의 사물들을 불분명한 시의 이미지란 곳에 갖다놓음으로써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측면이 있다.” “제 시의 죽음이란 물리적인 죽음이라기보다는 우리를 죽게 하는 죽음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으세요. “우리를 죽게 하는 죽음”이란 문장을 오래, 많이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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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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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 "시는 자신의 질병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질병을 보러 가는 일인지도 모르지요. 혹은 신에게 드릴 것이 없어 자신의 질병을 바치는지도 모르지요. 무당도 그리하지 않습니까? 아픈 자가 아픈 자를 보러 갑니다. 시의 독자들이 시는 위로를 하고, 치유를 하고 그런 것이라 하지만, 성경에 보면 예수도 나는 “검을 주러 왔노라” 하지 않습니까? 시를 쓴 시인에게 시는 검이자, 질병입니다. 그 질병이 기괴한 우리의 사랑이지요."

김혜순 × 정용준 인터뷰 <어느 시간의 맥박들> 중, 《Axt》 

 

 

 

 

2019. 7.8 《Axt》에서 김혜순 시인의 인터뷰는 역대 《Axt》 인터뷰 중 최고였다.

 

 

• 김혜순 『죽음의 자서전』

그래서 오랜만에 산 김혜순 시인의 시집.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 수상시집'

 

지하철 출근길에 쓰러진 적도 있었다는 김혜순 시인은 안산 서울예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니 세월호 관련해 죽음 주제에 더 천착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얘기는 김혜순 시인만큼 잘 할 수 있는 분도 없을 거 같고.

 

「나비 - 열하루」

네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방법은 이와 같다

유리창에 대고 입김을 불어본다

왼쪽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

탄생이란 항상 추락이고

죽음이란 항상 비상이라 하니

절벽에서 몸을 날려본다

매일매일 너는 지면紙面을 향한 추락인가? 비상인가?

한쪽 발로 선 나비가 다른 쪽 발에 빨간 잉크를 찍어 종이에 편지를 써본다

엄마 : 설마 너 태어나자마자 웃는 거야?

너 : 아니 웃을 수 있는가 보는 거야!

추락이 시작되면 비명의 비상도 시작한다

심연의 가장자리가 무한히 떠오른다

네 날개가 물 위에 퍼지는 파문처럼 일시에 지펴지고

너는 이제 너에게서 해방인가!

네 발에는 발자국이 없구나

네 기쁨에는 호흡이 없구나

네 편지에는 이름이 없구나

너는 눈물 속의 소금처럼만 하얗게

너는 바람 속의 하품처럼만 아 아 아 아

너는 사생활조차 없는 현기증인가?

너는 이제 너무 가벼워서 절대로 추락할 수 없는

오직 저 심연 맨 꼭대기 층의 파문에 이은 파문!

 

 

 

• 중고도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시처럼 낭독되는 철학

 

 

 

 

 

 

 

 

 

 

 

  

☆ 알라딘 굿즈 / 8월 알라딘 굿즈

• 본투리드 북 커버(PU 지퍼형. 오디세이아, 4500원)

기존의 북 커버들보다 커서 600페이지가 넘는 『작가라서』 양장본도 거뜬히 들어가 맘에 든다.

무겁지 않고 PU라 천 커버보다 관리가 더 쉬울 거 같다.

 

 

• 본투리드 400 머그 - 맨스필드 파크 퍼플(2,000원)

알라딘 때문에 집에 컵이! 컵이! 컵이!

 

 

 

 

• <데미안> 미니 러그(3,000원)

현관에 깔려고 했더니 미니가 아니잖아-ㅁ-)"

 

 

 

 

• 썸머 블랭킷(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3000원)

인견 스타일에 부드럽고 거의 이불 크기라 무척 마음에 든다♡ 그라데이션 유리컵 안 하고 이걸 사길 잘한 듯! 색상도 차분한 파스텔 보라빛이라 더 맘에 들고. 선택 화면에는 왜 회색으로 나왔지-,-)?

 

• <모비 딕> 변색 유리컵(3,000원)

찬물만 담아서는 변색이 안 되네. 빨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해서 이 컵에~

우리 집 완전 고래 판🐳🐳🐳🐳🐳

 

 

 

 

 

📎

다른 실험에서는 사소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연구 대상이었다. 실험 결과 ‘교수’, ‘지적인’ 같은 단어를 미리 접했던 사람들은 ‘축구장 난동꾼’, ‘어리석은’같이 덜 고상한 표현들을 접했던 사람들보다 지적인 과제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이렇게 볼 때 농구선수들이 상대팀에게 퍼붓는 온갖 험담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효과를 발휘할지도 모른다. (중략) 예비 효과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심대하다. 예컨대 문화적 편견이 특히 두드러진 상황에서 소수집단의 행동은 예비효과 때문에 더 악화될지 모른다.

 

개리 마커스 『클루지』(2019, 갤리온)

 

• 『정리하는 뇌』 & 『클루지』

대니얼 J. 레비틴 『정리하는 뇌』(2015, 와이즈베리)와 개리 마커스 『클루지』(2019, 갤리온)를 번갈아 읽으니 비교 거리가 많다. 두 책 다 여기저기서 많이 본 이론의 종합인데 , 두 책 다 대니얼 카너먼 영향이 많이 느껴진다.

비트겐슈타인은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계의 한계"(『논리 철학 논고』)라고 했다. 두 책을 읽으며 더욱 동의하게 되는 말이다.

 

 

 

 

 

 

 

 

 

 

 

 •  최재천, 장대익 서문부터 감동이 밀려오는 다윈 포럼 기획 『종의 기원』

 

한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에 금빛으로 번쩍번쩍⭐

들고 다니면 폼 좀 납니다😁 패션의 완성은 손에 든 책~이라고 생각하는 1인/ but 스크래치가 잘 생기는 게 속상합니다. 

 

사무실에 기독교인이신 분이 이런 책 읽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해서 잔잔한 충격)  이런 현실이 아주 없는 날이 오긴 할까.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사랑하게 된다.

 

 

 

 

 

지난 달에 크레마 사운드 업 샀는데 답답해서 미칠 거 같다. 『모비딕』E book을 한 번 열어본 뒤로는 당최 열리지 않는다ㅜㅜ 이러니 새로 나온 크레마 카르타 G에 대한 호감이 전혀 안 생긴다.

 

 

 

 

 

 

 

 

 

 

 

주말마다 알라딘이 동네 알라딘 중고서점 2만 원 이상 3천 원 할인쿠폰을 줘서 계속 가게 된다ㅠㅠ

제발, 그만해...흑흑 하면서도 절판, 우리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 위주로 구매.

어디를 가도 뚜렷한 내 취향ㅎㅎ;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비트겐슈타인의 수학의 기초에 관한 강의』(올(사피엔스21), 2010)

- 비트겐슈타인의 말발, 논리에 늘 탄복ㅎ

 

•  콜린 윌슨 『아웃사이더』(범우사, 1974년 초판 나옴, 2009년 3판 6쇄)

- 얼마전 어느 유저가 이 책 얘기를 해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나온 지 오래된 책이고 거론되는 문학작품이 다 고전이라 새로운 아웃사이더론 책이 나와야하지 않나 싶다. 혹시 내가 모르는 건가ㅎ

 

•  쿠르초 말라파르테 『망가진 세계』(문학동네, 2013, 인문서가에 꽂힌 작가들)

 

동네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건 눈물을 머금고 포기😢

 

2만 원 이상 구매 시 살 수 있는 본투리드 휴지통... 은 사지 않았다. 비싸고 거추장스러운 짐덩이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지난번 산 걸로 만족.

알라딘굿즈 아웃사이더가 되어 보라고! 그건 어려울거야😔💦 안 사는 때는 있어도 한 번만 산 사람은 없는 알라딘굿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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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8-18 0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라서> 도서관에 신청해놓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 아갈마님 평, 특히 ㅋㄷㅋㄷ 읽으니 그냥 구입해버릴까, 너무너무 고민되네요. ㅠ
전 북커버 천으로 하려고 하는데 PU가 관리가 편하나요? 그럼 저도 아갈마님 따라 PU 구매할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종의 기원> 폼납니다.

AgalmA 2019-08-19 00:29   좋아요 0 | URL
『작가라서』 1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여기까지 밑줄이 30개 정도 됩니다-,-a 읽어 보시면 사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드실 걸요ㅎ 『작가란 무엇인가』 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번엔 바로 사버렸죠^^ 필사하기 귀찮은 것도 있고ㅋㅋ 300명 넘는 작가의 말,말,말이라 확실히 다채로와요.

패브릭 북커버 이미 많기도 하고 이것저것 써보니 물기에 약한 게 흠이에요. 커피 얼룩 생긴 것도 있고ㅜㅜ 비올 땐 책이랑 커버랑 다 걱정이 되고ㅠㅠ 이번 PU 커버는 지퍼로 전체 커버가 되니 가장자리 걱정도 덜하게 되어서 저는 무척 만족스럽니다👌

<종의 기원> 세부적인 부연 설명을 장대익 교수가 꼼꼼히 해줘서 좋아요😊 블랙에 금빛이라 밖에서 들고 다니면 성경처럼 보여요ㅋㅋ

단발머리 2019-08-18 18:15   좋아요 0 | URL
아하..... 일단 <작가라서> 구매 결정하기로 하구요.
얼룩과 가장자리 걱정하시는 마음이 저랑 꼭 같아서 북커버도 아갈마님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크레마 사운드 업 어느 점이 답답하신지 궁금합니다. 전 크레마 사운드 사용자이구요.
왠지 댓글이 알라딘 1:1 고객 상담 분위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galmA 2019-08-19 00:31   좋아요 0 | URL
제가 뭔가 특별한 걸 원하는 것도 작동한 것도 아니거든요.
있는 책 열어 보려는데 『모비딕』만 안 열리지 뭡니까.
yes 24 구매와 알라딘 구매 차별하는 건지 뭔지;; 뭔가 이상한 충돌이 생긴 것 같아요. 껐다 켰다 아무리 해도 안 되고 포멧했다가 다시 해보려고요ㅜㅜ

겨울호랑이 2019-08-18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트겐슈타인의 수학 세계에 먼저 입문하셨군요!^^:) AgalmA님께서 등반로를 개척하시면 편하게 뒤따라 가보렵니다.ㅋ 지난 주말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아내와 연의와 함께 갔더니, 두 분은 바로 굿즈의 세계로 입문하는 것을 보고.... 굿즈 바이러스의 놀라운 전염성에 새삼 탄복합니다.ㅋ

AgalmA 2019-08-18 10:59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수식은 많지 않아서 샀어요. 레너드 서스킨드 <물리의 정석> 책 2권은 하나 가득한 수식보고 기가 질려서 사질 못했거든요ㅎ; 이런 책 등반은 겨울호랑이 님이 제격이죠ㅋ 끌리는대로 쫑알대는 저는 정식 리뷰 강사 능력이 없는걸요😅

가족과 알라딘 중고서점 나들이... 위험한 짓을 하셨군요ㅎㅎ; 갈 때마다 ˝이건 사야 돼!˝ 탄성과 요구로 가득한 채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동의를 구하는 분들 보거든요ㅎ;
 
권력의 법칙 - 개정완역판 로버트 그린의 권력술 시리즈 2
로버트 그린 외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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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그린은 첫 책인 이 책으로 ‘부활한 마키아벨리’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다. 도덕과 윤리를 내세우기보다 감정을 배제한 권력 게임의 법칙에 집중하는 점에서 정말 그렇다. 지위나 힘의 영향력을 모른 척하거나 평등과 정직성을 강조하는 것은 순진하거나 순진한 척하고 있을 뿐이라는 게 그린의 생각이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외양을 의식하며 하는 한, 권력은 단순히 부의 축적이 아니라 생존 전략의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가정에서부터 사회 전반에 권력관계는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린은 3천 년 사이의 역사 속 여러 나라와 역사적 인물을 통해 권력 강화(법칙 준수)와 권력 약화(법칙 위반) 사례들을 살펴보고,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고 행사할 때 고려할 48가지 법칙을 정리했다. 관건은 통제력을 잃지 않고 이성적으로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까이다. 우리는 한 번뿐인 자기 삶의 군주라 이 문제는 늘 난관이다.

“항상 선하려고 애쓰는 자는 선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 틈에서 반드시 파멸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군주는 선하지 않게 되는 법을 배워야 하며, 그렇게 배운 바를 필요에 따라서 이용하거나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ㅡ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 『군주론』

 

“권력은 외양을 가지고 게임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 당신은 많은 가면을 활용하고 기만 전략이 가득한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한다. 기만과 가장을 추하고 비윤리적인 것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모든 인간관계에는 다양한 차원에서 기만이 필요하고, 어떤 면에서 보면 인간과 동물을 구별해주는 것은 거짓말하고 속이는 능력이다. 그리스 신화, 고대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 고대 중동의 길가메시 서사시를 보면 기만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신들의 특권이다. 예를 들어, 영웅 오디세우스는 신들의 교활함에 맞서고 신들의 지혜와 기만술에 필적하는 능력, 그들의 권력 일부를 훔치는 능력으로 인해 평가받았다. 기만은 문명세계에서 사용되는 고도의 기술이며 권력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수단이다.”

ㅡ 로버트 그린 『권력의 법칙』, 서문 

 

그린은 권력 게임의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말하며, 중요한 기술을 갈고닦고 세련된 행동규칙을 익힐 것을 강조한다. 여러 가면으로 자신을 재창조하더라도 상황을 냉철히 보지 못하면 허사다. 먼저 상대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해야 한다. 위험하고 다루기 힘든 다섯 가지 유형(거만하고 자존심 강한 유형, 자신감이 없는 유형, 의심이 많은 유형, 뱀처럼 교활하면서 기억력이 뛰어난 유형, 솔직하고 겸손하며 대체로 지능이 뛰어나지 않은 유형) 파악과 그에 대한 대처는 특히 중요하다. 나폴레옹은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외무장관 탈레랑을 모욕함으로써 자신의 종말을 자초한다. 탈레랑이 음모를 꾸미게 되었고 나폴레옹은 이성을 잃은 모습으로 서서히 통제력을 상실했다. 엘바 섬에 유배 중이었던 나폴레옹이 탈출한 것도 나폴레옹의 영원한 몰락을 꾀하려는 탈레랑의 작전이었다. 시각적 이미지와 상징을 연출할 줄 알았던 루이 14세는 ‘태양왕’이라는 상징으로 왕권의 위엄을 공고히 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촌스럽고 소박한 이미지로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 선거에서 유리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나:really?). 테슬라에 대한 너무 지나친 공격으로 에디슨의 평판은 심하게 손상되었다. 노벨물리학 상을 테슬라와 공동으로 받을 바에야 아예 받지 않겠다고 한 에디슨의 라이벌 의식은 대단했다. 평판이 훼손되더라도 감행할 때는 적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자신을 매력적인 악당으로 부각시킬 줄 알아야 한다. 즉 “때론 상대보다 멍청하게 보이고, 때론 마치 왕이 된 것처럼 행동할 줄 아는 유연함을 갖춰야 한다.” 재무 장관 니콜라스 푸케는 항상 관심의 중심에 있고 싶어 하는 루이 14세의 심기를 건드려 파멸을 맞았다. 갈릴레오는 메디치가의 지적 권위에 도전하지 않고 후원을 받는 데 성공해 개인적 성취를 얻었다. 루머와 신비화 전략을 이용해 자신을 눈에 띄게 할 줄도 알고, 덫을 놓아 상대방을 타격할 줄도 알며, 논쟁이 아니라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내 주장을 받아들이게끔 행동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니키타 흐루시초프가 스탈린의 죄상을 밝히는 연설을 하는데 한 야유꾼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당신은 스탈린의 동지였소.” 그가 외쳤다. “그렇다면 왜 그때 그를 저지하지 못했소?” 흐루시초프는 야유꾼을 보지 못했는지 이렇게 고함을 쳤다. “방금 누가 말했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긴장된 가운데 몇 초간 침묵이 흐르자 마침내 흐루시초프가 조용히 말했다. “자, 이제 여러분도 내가 왜 그를 저지하지 못했는지 알았을 거요.” 스탈린의 면전에서는 누구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고 말로 설득하기보다 스탈린을 마주 대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를 사람들에게 직접 느끼게 했던 것이다. 실연은 직관적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논쟁이 필요 없다.」(p116~117)

 

인간은 기만적인 성향을 공공연하게 드러냄으로써 진짜 속셈을 감추기도 하고, 부정직함을 정직하게 드러낸 것 때문에 존경을 받기도 한다. 나는 도덕과 윤리가 부동의 가치가 아니라 사회 유지를 위한 전략적 합의라고 생각한다. 자비나 의리가 아니라 그들이 느낄 우월감과 이익이 보장될 때 이 사회는 더 잘 돌아간다. 전략적 관대함의 부족으로 사회 전제가 안 풀리는 것도 본다.

 

쇼펜하우어는 “지능은 집중의 정도이지 확산의 정도가 아니”라고 했지만, 능력은 확산의 정도로도 평가된다. 인플루언서, 아이돌의 영향력이 막강한 요즘, 로버트 그린이 말하는 <숭배와 같은 추종을 창출하는 5단계 전략>은 그러한 권력의 메커니즘을 잘 설명한다.

1단계: 애매모호하고 단순하게 표현하라 ㅡ 2단계: 지적인 요소 대신 시각적이고 감정적인 요소를 강조하라 ㅡ 3단계: 조직된 종교의 형태를 빌려와 체계를 갖춰라 ㅡ 4단계: 수입의 원천을 감추어라 ㅡ 5단계: ‘우리 vs 저들’의 대립구도를 만들어라

이것을 유지, 방어하는 그린의 조언도 설득력 있다.

「추종 세력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개인보다 집단을 속이는 일이 더 쉽고 집단이 당신에게 더 큰 힘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위험은 있다. 어느 순간 집단이 당신의 정체를 간파하면, 당신은 한 사람이 아니라 분노하는 군중을 마주해야 한다. 성난 군중은 과거 당신을 따르던 때에 보이던 열정만큼이나 격렬하게 당신을 짓밟을 것이다. 약장수는 언제든 이런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그래서 만병통치약이 엉터리이고 자신의 말이 속임수라는 것이 드러나기 전에 종적을 감춰야 했다. 너무 굼뜨게 움직이면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었다. 군중을 다루는 것은 불을 다루는 일과 흡사하다. 따라서 혹여 의심의 불꽃이 튀지 않는지, 군중을 선동해 당신에게 대항하려는 적이 숨어 있지 않은지 늘 촉수를 세워 살펴야 한다. 군중의 감정을 상대하려면 적응력을 키워야 하고, 그들의 분위기나 욕구에 맞춰 그때그때 민첩하고 적절하게 움직여야 한다. 첩자를 이용하라. 모든 것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으면서 언제든 튈 수 있게 짐을 싸두어라.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한 사람씩 개별적으로 상대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사람을 정상적인 환경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은 집단에 집어넣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고립되어 있으면 특정한 암시나 협박에 굴복하기가 더 쉽다. 적절한 상대를 고르라. 그래야 당신의 정체가 탄로 났을 때 군중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보다 더 쉬울 것이다.」(p204~205)

 

권력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의지하면 할수록 당신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된다”는 역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감옥에 갔다가 금방 풀려나는 한국 재벌 사례를 생각하면 바로 이해된다. 미켈란젤로의 힘은 화가로서의 재능에 의존하는 집중적 권력이었다면, 닉슨 재임 시절 외교관이었던 헨리 키신저의 힘은 상호의존적인 정치계에서 확장적인 권력이었다. 그린은 특정한 권력자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집중적인 형태의 힘이 확장적인 힘보다 더 많은 자유를 준다고 말했다. 재능과 전략이 뛰어나야 하는 만큼 집중적인 힘의 권력자는 드물다고 볼 수 있다.

기원적 4세기의 사상가 손자가 쓴 『손자병법』의 핵심적인 전략적 기조는 적을 완전히 박살 내는 것이다. 항우는 유방을 그렇게 처리하지 못해 불운을 자초했고, 마오쩌둥은 장제스를 그렇게 처리해 한고조 같은 통치자가 되었다. 아량을 베풀어 좋게 된 사례보다 그 반대 경우가 더 많다. 한국의 친일파 청산 문제도 마찬가지 아닌가.

「동물들은 정해진 유형에 따라 행동한다. 인간이 동물을 사냥하고 죽이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오로지 인간만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고, 임기응변하며, 규칙과 습관의 무게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와 같은 자신의 능력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정해진 일과, 즉 동물적 본성에 굴복했을 때의 편안함을 선호하여 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 그 이유는 그것이 아무런 노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며, 어리석게도 그들이 다른 사람을 동요시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동요시키는 방법으로 두려움을 주입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주도권을 쥐게 된다. 때때로 우리는 상대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 타격을 가함으로써 그를 흔들어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자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방법이다.」(p318)

 

자기만의 세계에서 고립되어 있으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힘들어진다. 때문에 사람 속에서 동맹을 구하고 어울려 군중을 방패막이로 삼아야 한다. 소셜 커뮤니티도 그런 속성이 있고, 요즘 페미니즘 운동에 힘이 실리는 것도 그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잊지 말자. 내적 독립성을 잃지 말되 폐쇄성은 몰락의 제 1조건이다.

 

그린은 궁정의 정치를 지배했던 법칙들이 권력의 법칙만큼이나 시대를 초월한다고 말한다.

①과시하지 마라, ②태연한 자세를 생활화하라, ③아첨을 아껴라, ④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 ?상대에 따라 말과 행동을 달리하라, ?나쁜 소식은 다른 사람이 전달하게 하라, ?주인에게 우정이나 친밀감을 보이지 말라, ?윗사람을 절대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말라, ?상사의 호의를 바라지 말라, ?외모나 취향을 조롱하지 말라, ⑪냉소주의자가 되지 말라, ⑫자신을 관찰하라, ⑬자기 감정의 주인이 되어라, ⑭시대정신에 보조를 맞춰라, ⑮즐거움의 원천이 되어라

위 법칙뿐 아니라 이 책에 제시되는 많은 법칙들은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선별된 선택들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무조건 수긍하기에는 파렴치하고 비굴한 조건도 상당히 보인다. 그러나 오랜 진화 속에서도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은 변함없다는 점에서 늘 염두 해야 할 사항이다. 이를테면 ‘본심을 감추고 남과 같이 행동하라’는 그린의 law 30은 안정 지향적이지만 사회 문제에 있어서는 나쁜 악습으로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통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경멸하고 모욕적인 발언으로 환영받았던 오스카 와일드가 그렇지 않았기에 파멸했다는 걸 생각할 때 생존전략으로서는 똑똑한 처세술이다.

 

그린은 이 책을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읽거나, 당장 어떤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 읽어도 무방하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이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안다고 고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 권력은 경멸하거나 삐딱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숙고해야 할 주제이다. 외교 전쟁으로 국가 간 권력 싸움에 서민들 일상이 출렁이는 지금 시점에서도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타협은 일체 없이 확실한 방법론만 알리는 그린의 책들을 읽으며 자꾸 하게 되는 생각은 이 방법을 나쁜 마음으로 이용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거다. 알다시피 마키아벨리나 니체 사상이 나쁘게 이용된 선례도 있다. 권력을 재미 삼아 휘두르는 자에게 벌이 내리길 바랄 수만도 없고, 인간 사회가 현명한 선택과 결정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으니 만감이 교차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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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8-12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약, 자신에게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런 능력을 갖춘 이들과 함께 해야할 듯 합니다.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AgalmA 2019-08-14 11:10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 님 다방면 공부는 그래서ㅎㅎ?? 서양에선 수사학 공부가 필수였다면서요. 요즘은 학식만으로는 어렵죠^^; 꼰대 소리 듣기 쉬운ㅎ;;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게 태생적인 것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는 요즘은 후천적인 노력이 필수겠지요. 유혹에서나 협상에서나 부드러운 전략이 제일 강력한 거 같아요ㅎㅎ

겨울호랑이 2019-08-13 09:41   좋아요 1 | URL
다방면 공부가 아니라 진득함이 없는 근본없는 호기심입니다..ㅋㅋ 부드러운 전략이 제일 강하다는 AgalmA님의 말씀을 들으니, ‘상선약수 上善若水‘를 말한 <도덕경>이 떠오릅니다.^^:)

AgalmA 2019-08-14 03:43   좋아요 1 | URL
호기심 천국. 겨울호랑이 님이랑 저랑 공통점. 케헤헤☺️ 제가 배우는 게 더 많으니 더 이익. 친하게 지내요🤭

겨울호랑이 2019-08-14 06:45   좋아요 1 | URL
이런 이미 친한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요 ㅋㅋ 각자 자신의 틀에서 세상을 보니 다르겠지만, 전 🐕이득입니다 ㅋㅋ

AgalmA 2019-08-14 11:10   좋아요 1 | URL
농담도 진담스럽게 말하고 듣는 것도 비슷한 점 아닌가 싶어요ㅋ 이거 세대적 공통점일까요ㅎㅎ; 그린의 3번째 책 <전쟁의 기술>도 읽고 있는 중인데요. 부드러운 전략만으로는 안 된다! 치고 나갈 땐 쳐야 된다! 전략과 전술 구분하며 살아라! 호통 중이십니다ㅎ; 제가 부족한 점이기도 해서 뉘에뉘에 듣고 있지요. 이것도 우리 비슷한 점 아닌가요. 난 아녀! 하시면 제가 안심이 되겠고요ㅎㅎ(또또 진담스런 농담)

겨울호랑이 2019-08-14 23:31   좋아요 1 | URL
제가 좀 많이 썰렁하긴 하지요 ㅋ 어정쩡하게 말을 던져 놓기^^:)

2019-08-12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13 0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9-08-1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①과시하지 마라, ②태연한 자세를 생활화하라,...˝

그럼, 과시하지 말고 태연한 자세를 갖추되, 주목 받을 수 있도록 준비는 해 놓는 거군요.
저는 준비는 하나도 해 놓지 않고 과시하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ㅋ
그래서 이 말을 명심하기로...

AgalmA 2019-08-17 16:49   좋아요 1 | URL
상대를 휘어잡기 전에 상대가 수를 알아채면 유혹이든 권력이든 힘을 잃죠ㅎ; 그걸 상쇄할 다른 파워가 막강하다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