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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ㅣ 카를로 로벨리의 우주 3부작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물리학 책을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중력 이론과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 이론이 서로 상충되는 게 많아 통합된 ‘양자중력 이론‘이 향후 물리학의 키 포인트가 되리라는 얘기를 자주 접한다. 카를로 로벨리는 양자중력 이론 중 루프 양자중력 이론가이다. 이 책만으로는 그 이론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려우나 아주 흥미로운 설명이 이 책에 가득하다. 예전에 로벨리의 전작 『모든 순간의 물리학』(★★★), 『보이는 것은 실재가 아니다』(★★★★)도 읽었는데, 나는 이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가 제일 좋았다.
‘시작‘과 ‘끝‘을 설명하기에 가장 중요한 관건 ‘시간‘이 주제여서 더 재밌었고, 양자이론을 양자역학이라고도 하는 걸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기존의 물리학 책과 차별된다. ‘사물‘이 아닌 ‘사건‘ 중심, ‘선형적 흐름‘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내포한 동적 변화‘, ‘에너지‘가 아니라 ‘엔트로피‘를 강조하는 등이 그렇다. 특히 ‘엔트로피‘ 설명이 매력적이다.
우리의 시간관념 형성과 오류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시간의 역사학‘ 책이라고 할만한데, ‘시간‘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다행히 두껍지도 않아 땡큐ㅎ
시간의 특징적인 양상들 하나하나가 우리의 시각이 만든 오류와 근사치들의 결과물이다. 앞서 언급한 지구가 평평해 보이는 것이나 태양의 회전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인간의 지식이 성장하면서 시간에 대한 개념은 서서히 베일을 벗게 되었다.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구조들, 즉 층들이 복잡하게 모인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을 구성하는 조각들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 조각들은 실재하는 구조물이 아니며 어설프고 서투른, 그리고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인간이 관점이나 양상에 따라 근사近思적으로 만든 것들이다. 왜냐면 결국, 시간의 미스터리는 우주보다는 우리와 더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볼츠만은 ‘엔트로피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희미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엔트로피는 우리가 희미한 시각으로 구별하지 못하는 다양한 구성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산출하는 양이라는 점을 정확히 증명했다. 열과 엔트로피, 과거의 낮은 엔트로피 등은 자연을 대략 통계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이 희미함과 깊이 연결돼 있다.
살아 있는 모든 세포 내부는 복잡한 화학 공정들의 네트워크로서 낮은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문을 여닫는 구조물이다. 분자들은 촉매처럼 공정들의 얽힘을 촉진하거나, 반대로 억제하기도 한다. 각각의 모든 공정에서 엔트로피의 증가는 모든 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생명은 서로 촉매작용을 하는,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과정들의 네트워크다.
세상의 엔트로피는 ‘우리와 관련돼’ 있고, 우리의 열적 시간과 함께 증가한다. 우리는 이 열적 시간을 간단히 ‘시간’이라 부르는데, 이 변수 안에서 사물들이 순서에 따라 발생하기 때문이다. 엔트로피의 증가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고 우주의 전개를 이끈다. 또한 과거에 대한 흔적과 잔존물 그리고 기억이 존재하도록 한다.(11장) 인간은 과거의 흔적들에 대한 기억으로 뭉쳐져 있는, 엔트로피 증가는 대역사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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