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피너츠 일력이 한해 같이 해줘서 정말 좋았어요. 안 찢으려고 노력했는데ㅎ 2021년 일력은 작아서 안 찢으면서 쓸 수 있을지 😟💦 알라딘 굿즈들은 실사용보다 감상용이 압도적입니다😂
2021년 피너츠 일력 일찌감치 확보해두길 잘했어요!
내년에도 피너츠 달력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아요☺
서재의 달인 선물로 온 2021 피너츠 탁상 달력도 넘나 예뻐요🥰
감사합니다.

부탁이 있는데, 내년에 만들 일력은 넘길 수 있는 링 제본으로 해주시면 좋겠다는🙏 (감사 인사를 하며, 이 때닷! 주문도 남기고😂)))

thanks to 해주신 많은 분께도 감사드려요.
커피 thanks to가 압도적으로 많은 거 같아요ㅎㅎ 저도 커피 thanks to를 가장 많이 하고요🤭
2021년 새해 모두 건강하시고 운이 가득하시길/
노력보다 계획보다 운이 더 센 거 같거든요🤔


2020년 마지막 날, 카버의 시집을 가장 읽고 싶지만 현재 번역된 책이 없는 관계로ㅡ 이 얘길 굳이 하는 이유는 빨리 번역 해달라는 요청ㅎㅡ 뭘 읽을까 하다가 유르스나르에 폭 빠져 보기로.


˝우리의 지난 삶에는, 설명할 수도 없고 두렵기까지 하지만, 훗날의 우리 모습과 꼭같은 순간이 있다오.˝
ㅡ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알렉시·은총의 일격』, <알렉시 혹은 공허한 투쟁에 관하여>

유르스나르 문장은 일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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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2-31 0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a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는 다른해보다 더 빠르게 지나온 것 같아요. 아쉬움 남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새해엔 좋은 일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엔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AgalmA 2020-12-31 17:32   좋아요 1 | URL
코로나 터지기 전에도 집-사무실 셔틀이었는데 이젠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더 그런 거 같아요.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도 오늘같은 나날이 계속^^;
새해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말 세상 일은 다양하게 펼쳐지는구나 놀라울 따름입니다.
서니데이 님도 새해 계획 건강하고 즐겁게 펼쳐 가세요^^♡

파이버 2020-12-31 0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누피가 모두 모여있네요~! agalma님 말씀대로 일력은 매일 찢어서 버리기 넘 아까운 것 같아요ㅠ
agalma님께서도 다가오는 새해 늘 대박 운과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AgalmA 2020-12-31 17:39   좋아요 1 | URL
그쵸. 한장 한장 찢어서 스크랩북 다이어리로 쓸까 머리를 마구 굴려 보는데 이 형태로도 간직하고 싶단 말이죠ㅜㅜ
초창기 일력부터 점점 발전해 왔으니 링 방식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굿즈값 고공상승이고 소비자 부담인데 우리 니즈에 맞춰달라능ㅎㅎ!
마지막 날과 새해 첫 날이 다를 것도 없지만, 마음을 경건히 하고 새출발을 해봐야겠죠^^ 파이버 님도 Ⓗⓐⓟⓟⓨ 2021 되세요🧧

scott 2020-12-31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여기 스누피 친구들이 전부 있었네요
아갈마님 2021년 신축년 새해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 Happy *
* New Year~ *
★☆*★☆*★☆

AgalmA 2020-12-31 17:42   좋아요 1 | URL
알라딘살이 하다보니 온갖 굿즈와 친구가 되었지요(๑•́ ₃ •̀๑) 
scott 님의 2021년도 밝고 건강하길 빕니다
(•̀ᴗ•́) و ̑̑ 

하나 2020-12-31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앗 스누피 부자! ✏️ 노란 연필도 넘 이쁘네요.

우리의 지난 삶에 훗날의 우리 모습과 꼭같은 순간이 있다면, 다르게 반응할 수도 있을 걸까요. 어쩔 수 없이 똑같이 반응하게 될까요. 뒷 문장이 궁금해지네요 ^^

새해에는 아갈마님의 행복에 두 가지가 더 추가될 수 있게, 레이먼드 카버 시 번역해주세요 🙏 알라딘은 일력 링제본 해주고 🙏 (중고상품 관리도 잘해죠요...)

AgalmA 2020-12-31 17:52   좋아요 1 | URL
흰색 연필도 예쁜데, 걔도 언젠가 사야지 하고 있어요ㅎㅎ

평행우주와 비슷하겠죠.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건 같지 않을까요? 고통과 가난이 가득해도 삶을 열심히 꾸려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진 게 많고 기회가 많아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인생은 고통 자체니까.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겠죠. <알렉시...> 꼭 읽어보세요. 밑줄을 너무 많이 그어서 스토리 진행이 안 됐던 책입니다ㅎㅎ;;; 하나 님도 정말 좋아하실 소설일 거예요.

하나 님은 참 다정한 사람이에요. 하나 님 같이 부탁하면 다 들어줄 거 같아요
(*ૂ❛ัᴗ❛ั*ૂ) 
마지막 날, 같이 소원비는 거 따뜻하네요☺

겨울호랑이 2020-12-31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AgalmA님께서 티셔츠 제안을 해주시고 나서 알라딘 굿즈가 활성화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202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활동 기대해봅니다!^^:)

AgalmA 2020-12-31 18:13   좋아요 1 | URL
으흐흐, 그랬던 게 벌써 해가 여러 번 바뀌었네요😚
알라딘에 건의도 하고 불만도 제기하고 늘 다사다난 했던 거 같아요.
최후까지 사람 곁에 남는 건 사람이고, 그 최후도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좋은 친구이자 책 동료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겨울호랑이 님,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1-01-0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은 일기장이네요 아실지도 모를 이야기지만, 《피너츠》를 그린 찰스 M. 슐츠한테 편집자인지 누군가 스누피를 빼면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빼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저도 제목을 스누피라 하려고 했어요 예전에도 스누피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저처럼 많은 사람이 《피너츠》보다는 스누피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만화를 별로 못 봐서 잘 모르지만...

AgalmA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 만나고 싶은 책 많이 만나시고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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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은 짜게 주지만 하루키에 대한 내 사랑은 변함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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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과 e book을 병행해 읽는데, 재독, 삼독, 사독까지 하는 책은 대부분 e book이다. e book으로 읽으면 머릿속에 오래 기억되지 않아서 더 재독한다. 뇌과학자들이여, 이거 왜 이런 거요? 정재승 교수는 종이책과 e book 읽기의 물리적 차이는 증명된 바 없다고 했지만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리뷰로 남겨도 몇 달 지나면 내가 이렇게 썼@@? 신기해하며 읽을 때가 많다.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처럼 기억과 망각에서도 망각의 힘이 더 센 걸 절대적으로 실감한다. 나는 무너지는 기억 광산에서 어떻게든 기록을 캐서 남기려는 광부. 우리의 육신은 필멸의 선고를 이미 받았으므로.

올해 너무 소설과 에세이에 치중해 읽은 게 아닐까 걱정했다. 이 원인에는 하루키의 공이 매우 큰데, 하루키의 장편소설과 단편소설, 에세이, 그에 관한 많은 에세이들, 그가 좋아한 작가들의 소설들을 고구마 줄기 끌어내듯 읽느라 앨리스의 즐겁고 끝을 알 수 없는 굴속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이런 굴이 열릴까 봐 하루키 소설은 단단히 작정하고 읽기 시작한다. 그렇게 신나게 읽고 나니 2020년이 끝나가고 있다'ㅁ')"

정리를 해보니 소설과 에세이를 읽은 분량과 인문학·사회학·과학·경제경영·예술 분야를 읽은 분량과 비교하면 엇비슷(하게 보이려고 노력)해서 조금 안도했다. 곧바로 왜?라고 자문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도 없고 소설 나부랭이나 읽는다는 눈총과 편견을 자격지심으로 가져서 일까. 문학을 많이 읽으면 공감 능력이 발달한다는 둥의 점잖은 항변은 식상한 변명 같다. 되는 거 없는 세상! 읽고 싶은 대로 읽는 게 뭐 어때서!라고 반박할 배짱도 나는 없나. 책 자체를 가까이하지 않는 세상이잖아. 일기처럼 혼자만 읽고 음미한다면 일 년 내내 소설만 읽어도 무슨 상관이랴. 리뷰를 쓰고 웹에 올리면서 자기 검열과 틀이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어떠한 손가락질이라도 맞받아치기 위해 더 열심히 읽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진짜 읽고 싶은 것과 읽어야 될 것들을 양편에 두고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든다는 소릴 듣고 싶지 않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읽었다. 다행히 나는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 생소한 지식이면 뭐든 흥미가 생겼다. 모름지기 책쟁이라면 호기심과 노력은 반반이어야 한다. 호기심이 일지 않는다면 노력 엔진에 발동이 걸리지 않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엔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읽는지 의기소침해진다. 어니스트 베커는 『죽음의 부정』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유기체의 모든 기능을 작동케 하는 원동력이며, 이러한 실존적 역설과 삶 자체의 부조화가 사람을 괴롭게 한다고 말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읽고 쓰는 쾌감은 비슷한 고통을 동반한다. 전쟁과 평화가 왜 쌍이겠나. 그것들은 반대의 쌍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쌍이다. 이런 관계를 인과의 부등식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천재 시인이었던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어린 나이에 쓴 시는 보잘 것 없으며 시는 감정이 아니라 경험이기 때문에 한평생을 기다려 맨 마지막에 좋은 시 열 줄을 겨우 쓸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시와 소설을 즐겨 썼고 작가들의 작가로 칭송되는 레이먼드 카버나 보르헤스가 말년에 남긴 짧은 시들은 우리가 인생을 바라보는 명암을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조각 글」 - 레이먼드 카버

그럼에도 너는

이 생에서 네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는가?

 

그렇다.

 

무엇을 원했는가?

 

나 자신을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

이 지상에서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

「후회」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나는 인간이 범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죄를 저질렀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망각의 빙하가

내 몸뚱이를 끌고 가 무참하게 내동댕이쳤으면.

부모님은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삶의

유희를 위해, 땅과, 물과, 공기와, 불을 위해

나를 낳으셨다.

나는 그분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그분들의 푸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하찮은 것들을 교직하는 예술에

매달려 온통 정신을 쏟았다.

그분들은 내게 용기를 물려주셨지만 나는 용감하지 못했다.

불행한 사람의 그림자는 나를

떠나지 않고 언제나 내 곁에 머물러 있다.

어렵지 않은 시이지만 마냥 동의하기도 부정하기도 힘든 아포리즘이 담긴 시다. 인간이 모든 걸 경험하는 건 불가능하고, 경험하지 않은 걸 상상과 지식을 총동원해 알려 하고 표현하지 않는다면 누가 이 세상을 티끌만큼이라도 이해할 수 있으며 바꿀 수 있을까. 우리는 결론을 알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은 없으며, 한 사람의 힘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1인분의 삶을 짊어진 인간. 어떤 능력자라도 자아를 벗어난 삶을 살 수 없다.

“중심이 여러 개 있으면서 둘레를 갖지 않는 원”(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크림」 중에서)은 아마 독서에도 해당될 것이다. 한해 많은 책을 읽고 또 읽었지만, 내가 다 읽지 못한 책과 맥락은 더 많다. 내가 중심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나는 유동하는 주체다. 말테 라우리츠 브리게처럼 아무것도 아닌 나는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쓰고 또 쓴다. 나의 시간은 고양이나 겨울나무의 시간과 다르지 않고 우리는 각자 최선이다. 나는 사람이라서 부끄러움과 반성을 더 품고 가지만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끊임없이.

 

"나는 지금 무슨 일이든지 시작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보는 법을 배우는 이때에. 내 나이 벌써 스물여덟이지만, 아직까지 거의 아무것도 해놓은 일이 없다. 다시 말해 보자. 나는 카르파초에 대해 글을 한 편 썼지만 형편없었다. 어떤 오류를 모호한 수단으로 증명해 보이려는 내용으로 된 「결혼」이라는 희곡을 한 편 썼고, 시도 썼다. 아아, 어린 나이에 쓴 시는 별로 보잘 것이 없다. 시는 기다려야 한다. 한평생을,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오래 살아서 의미와 단맛을 모아야 한다. 그러고 나면, 맨 마지막에 좋은 시 겨우 열 줄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시는,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감정이 아니다(감정은 이른 나이에도 충분히 갖는다). 그것은 경험이다. 시 한 줄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도시와 사람과 사물을 봐야 한다. 동물들을 알아야 한다. 새들이 어떻게 나는지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작은 꽃들이 아침에 피어날 때의 몸짓도 알아야 한다. 잘 모르는 지역의 길들, 예기치 못했던 만남, 그리고 오래전부터 다가오는 것이 보이던 이별들을 회상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미궁에 빠져 있는 어린 시절의 날들, 기쁘게 해주어도 (다른 아이라면 기뻐했을 텐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 마음 상하게 해드렸던 부모를, 그리도 이상하게 시작하여 그토록 깊고 힘들게 변해 갔던 소아 질병들을, 조용하고 외진 방에서의 대낮과 바닷가의 아침을, 아니 바다 자체를, 바다들을, 높이 솨솨 소리를 내며 별들과 함께 날아가 버렸던 여행의 밤들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어느 것 하나 똑같지 않은 수많은 사랑의 밤들에 대한 기억과, 진통 중인 산모의 외마디 비명과 상처가 아물어 가벼워진 몸으로 해쓱하게 잠든 산모에 대한 기억이 있어야 한다. 죽어 가는 사람 곁에도 있어 봐야 하고, 창문이 열려 이따금 덜컹거리는 방에서 죽은 사람 곁에 앉아 있어 봐야 한다. 그러나 추억이 있는 것만으로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추억들이 많아지면 그것들을 잊을 수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추억들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큰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추억들 자체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우리들 안에서 피가 될 때, 시선과 몸짓이 되고, 이름이 없어져 우리 자신과 구별할 수 없게 될 때, 그때 비로소 매우 드문 시간에 시의 첫 낱말이 그 한가운데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모든 시들은 이와 다르게 생겨났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시가 아니다. 그리고 희곡을 썼을 때도, 나는 얼마나 잘못했던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두 사람의 운명을 이야기하기 위해 제삼자를 필요로 했으니, 나는 모방꾼이요, 바보가 아니었던가? 나는 얼마나 쉽게 함정에 빠졌던가. 나는 알았어야만 했다. 모든 사람의 인생과 문학에 등장하는 이 제삼자, 결코 존재한 일이 없는 이 제삼자의 유령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를 무시해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 제삼자는 자신의 가장 심오한 비밀로부터 인간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애쓰는 자연이 내놓은 구실 가운데 하나다. 그것은 병풍에 불과하고, 드라마는 그 뒤에서 진행된다. 그것은 실제 갈등의 소리 없는 적막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나는 소음이다. 지금까지 모든 작가들에게는 문제가 되는 두 인물에 관해서만 말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다. 제삼자는 바로 그렇게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다루기 쉬운 것이고, 누구나 제삼자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쓴 희곡 첫머리부터 제삼자를 등장시키고자 하는 초조감이 느껴진다. 그들은 제삼자를 기다리지 못한다. 그가 등장하자마자 모든 것이 풀린다. 하지만 그가 늦으면 얼마나 지루한가. 제삼자 없인 거의 아무 일도 일어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정지하고 정체해 하염없이 기다린다. 정말 이렇게 정체와 정지 상태가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극작가 양반, 그리고 너, 인생을 아는 관객이여, 이 제삼자가 실종되기라도 한다면, 이 인기 있는 방탕아 또는 복제 열쇠처럼 모든 혼인 생활에 잘 들어맞는 건방진 젊은이가 사라져 버린다면 어쩌겠는가? 예컨대 악마가 그를 데리고 갔다면 어찌하겠는가? 그렇게 가정해 보자. 사람들은 극장 안에서 갑자기 인공적인 공허를 느낄 것이고, 마치 위험한 구멍이라도 되는 듯이 그 공허를 벽으로 둘러막을 것이다. 오직 위층 특별석 가장자리에서 날아오른 좀나방들만 의지할 곳 없는 텅 빈 공간을 어지럽게 날아다닐 것이다. 극작가들은 더 이상 그들의 별장에서 즐기지 못할 것이고, 모든 공공 감시인들이 극작가들을 위하여 극중 사건 자체였던,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그 제삼자를 찾으러 세상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이 〈제삼자들〉이 아니라, 그 부부 두 사람이다. 그들에 대해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할 말이 많을 텐데도, 아직까지 무엇 하나 이야기된 것이 없다. 비록 그 두 사람은 괴로워하고, 행동하며,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건만.

우스운 일이다. 나는 여기 작은 방에 앉아 있다. 나, 브리게는 스물여덟 살이 되었고, 아무도 나를 모른다. 나는 여기 앉아 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생각을 시작했다. 파리의 흐린 오후 6층 방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아직껏 어떤 실제적인 것과 중요한 것을 보지 못했고, 인식도 못했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능할까? 하고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생각한다. 수천 년 동안이나 잘 보고, 깊이 생각하고, 기록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사람들이 그 수천 년을, 마치 버터 빵과 사과 한 개를 먹는 학교 휴식 시간처럼 헛되이 흘려보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렇다, 그럴 수 있다.

수많은 발명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문화와 종교와 철학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삶의 표면에만 머물 수 있었을까? 그렇더라도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닌 이 표면조차 믿을 수 없을 만큼 따분한 천으로 덮어씌워 그것이 마치 여름 휴가철의 거실 가구처럼 보이게 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 그럴 수 있다.

세계사 전체가 오해되었다는 것이 가능한가? 마치 어떤 낯선 사람이 죽어서 사람들이 그 주위에 둘러서 있을 때, 그 한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한곳으로 몰려간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언제나 군중에 대해서만 말했기 때문에 과거가 잘못되었을 수 있는가?

그렇다, 그럴 수 있다.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을 만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할까? 누구나 모든 조상들로부터 태어났고,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 다르게 알고 있는 사람들의 말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상기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렇다, 그럴 수 있다.

이 모든 사람들이 이제까지 결코 없었던 과거의 일을 아주 정확하게 아는 게 가능할까? 모든 현실들이 그들에게는 의미가 없어 그들의 삶이, 그 어느 것과도 연관되지 않고, 텅 빈 방 안의 시계처럼 흘러갈 수 있을까?

그렇다, 그럴 수 있다.

살아 있는 소녀들에 대해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를 수 있을까? 사람들이 〈여인들〉, 〈아이들〉, 〈소년들〉이라고 말하면서, 이 낱말들이 오래전부터 더 이상 복수(複數)가 아닌 무수한 단수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아무리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모를 수 있을까?

그렇다, 그럴 수 있다.

〈신〉이라고 말하면서 자기들이 말하는 것이 서로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을까? 초등학생 둘을 보기만 해도 된다. 한 명이 칼 한 자루를 사고, 같은 날 다른 친구가 완전히 똑같이 생긴 칼을 산다. 일주일 후에 그들이 그 두 개의 칼을 서로 내보인다면, 그것들은 비슷한 데가 거의 없어진 상태일 것이다. 그렇게 칼들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손에서 다르게 변해 버린 것이다, (물론, 한 학생의 어머니는 그걸 보고 말할 것이다, 너희들은 뭐든지 언제나 그렇게 금방 다 못쓰게 만들어야 하니, 라고.) 아, 그렇지. 사람이 신을 이용하지 않으면서도 그 신을 지니고 있을 수 있을까?

그렇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그런 가능성의 빛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없어도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한다. 누구든지 이와 같이 불안한 생각을 해본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놓친 것 가운데 무엇인가를 시작해야 한다. 그가 그저 평범한 사람, 전혀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말이다. 지금 아무도 없지 않은가. 이 젊고 하잘것없는 외국인, 브리게는 6층에 앉아서 글을 써야 할 것이다. 밤이나, 낮이나. 그렇다, 그는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그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

 

 

 

 

 

 

 

 

 

 

♣ 완독한 책에 대해서

리뷰를 쓴 책도 많고 매달 독서기록으로 간단평과 밑줄 긋기를 남겨서 올해는 간단히 정리만 했다.

(1, 2, 3번까지만 순위. 나머지는 같은 저자인 책으로 묶거나 별점에 따른 분류)

 

 

[인문학 & 사회학]

1.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

2.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

3. 에리히 프롬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재독) ★★★★★

버트런드 러셀 『러셀 서양철학사』 ★★★★★

신영복 『강의』 ★★★★★

미셸 푸코 『비판이란 무엇인가? 자기 수양』(재독)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재독) ★★★★

채사장 『지대넓얕 0』 ★★★★☆

채사장 『지대넓얕 1』 ★★★☆

채사장 『지대넓얕 2』 ★★★

김승섭 『우리 몸이 세계라면』 ★★★★

로버트 그린 『인간 본성의 법칙』(재독) ★★★★

말콤 글래드웰 『타인의 해석』(재독) ★★★★

다미 샤르프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수전 팔루디 『다크룸』 ★★★★

안희경 외 『오늘부터의 세계』(재독) ★★★★

슬라보예 지젝 『용기의 정치학』 (재독) ★★★★

윌 스토 『이야기의 탄생』(사독) ★★★★

김지은 『김지은입니다』 ★★★★

존 맥피 『네 번째 원고』★★★★

고영범 『레이먼드 카버』(클래식 클라우드 13) ★★★★

조대호 『아리스토텔레스』(클래식 클라우드 9) ★★★☆

최은창 『가짜뉴스의 고고학』 ★★★☆

한병철 『폭력의 위상학』 ★★★☆

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폴 김, 김길홍, 나성섭, 함돈균 『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

고성배  『한국 요괴 도감』 ★★★☆

윌 듀런트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

레나 모제 『인간증발』 ★★★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

스탠리 피시 『문장의 일』 ★★★

메이슨 커리 『예술하는 습관』 ★★★

 

 

 

 

 

 

 

 

 

 


 

 

 


 

 

 

 

 

 

 

 

 

 

 

 

 

 

 

 

 

 

 

 

 

 

 

 

 

[경제경영 & 자기계발]

1.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 ★★★★★

2.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1』 ★★★★☆

3.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행운에 속지 마라』 ★★★★☆

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

김난도 『김난도의 트렌드 로드』 ★★★★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재독) ★★★☆

노성열 『AI 시대, 내 일의 내일』 ★★★☆

유발 하라리 외 『초예측』(재독) ★★★

유발 하라리 외 『초예측, 부의 미래』(재독) ★★★

토마스 C. 콜리 『습관이 답이다』 ★★★

댄 애리얼리 『루틴의 힘』 ★★★

이서윤, 홍주연 『더 해빙』 ★★

코르넬리아 토프 『침묵이라는 무기』 ★★

 

 

 

 

 

 

 

 

 

 

 

 

 

 

 

 

 

 

 

 

 

[과학]

 

1. 엘리에저 J. 스턴버그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재독) ★★★★★

2.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재독) ★★★★★

3. 스티븐 호킹,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

스티븐 핑커 외 『마음의 과학』 ★★★★★

짐 홀트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리처드 파인만 『물리법칙의 특성』 ★★★★

안드레스 곰베로프 『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

수 프렌치 『딥스카이 원더스』 ★★★★

토마스 헤이거 『공기의 연금술』 ★★★★

랜들 먼로 『위험한 과학책』 ★★★★

엘든 테일러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

 

 

 

 

 

 

 

 

 

 

 

 

 

 

 

 

 

[소설]

1. 팀 오브라이언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재독) ★★★★★

2.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재독) ★★★★★

3. 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다니엘 페나크 『몸의 일기』 ★★★★☆

켄 리우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재독)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달걀과 닭』★★★★☆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삼독) ★★★★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합본』(재독) ★★★★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1~2) ★★★★

무라카미 하루키 『1Q84』(1~3. 재독) ★★★☆

무라카미 하루키 『반딧불이』(재독) ★★★★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

엠마뉘엘 카레르 『러시아 소설』 ★★★★

필립 k. 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재독) ★★★★

오스틴 라이트 『토니와 수잔』 ★★★★

리처드 브라우티건 『미국의 송어낚시』 ★★★★

한유주 『숨』 ★★★★

니콜 크라우스 『어두운 숲』 ★★★★

루시아 벌린 『내 인생은 열린 책』 ★★★★

이창래 『척하는 삶』 ★★★★

미야베 미유키 『눈물점』 ★★★★, 『흑백』 ★★★☆, 『피리술사』 ★★★, 『안주』 ★★★

애거사 크리스티 『오리엔트 특급 살인』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 ★★★★

미셸 우엘벡 『세로토닌』 ★★★★

미셸 우엘벡 『투쟁 영역의 확장』 (재독) ★★★☆

레이먼드 챈들러 『안녕 내 사랑』 ★★★☆

레이먼드 챈들러 『빅 슬립』 ★★★☆

윌리엄 트레버 『윌리엄 트레버』 ★★★☆

장 콕토 『앙팡 테리블』 ★★★☆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

윤이형 『붕대감기』 ★★★☆

은희경 『빛의 과거』 ★★★☆

김혜진 『9번의 일』 ★★★☆

안토니오 타부키 『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재독) ★★★

오라시오 키로가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

『2020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

요시모토 바나나 『N.P』 ★★★

《Axt 2020.3.4. 최은미》 ★★★

《Axt 2020.5.6 김미월》 ★★★

《Axt 2020.7.8. 정영목》 ★★★☆

《Axt 2020. 9.10 김숨》 ★★★☆

《Axt 2020.11.12 임솔아》 ★★★

(단편) 어슐러 K. 르 귄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 ★★★

(단편) 정영문 「하품」(재독) ★★★★☆

(단편) 배수아 「철수」(재독) ★★★★☆

 

 


 

 

 

 

 

 

 

 


 

 























 

 

 

 

 

 

 

 

 


 


 

 

 

 

 

 

 

 

 

 

 

 

 

 

 

 

 

 

[시]

1. 안태운 『산책하는 사람에게』 ★★★★☆

2. 권박 『이해할 차례이다』 ★★★★

3. 조연호 『유고』★★★★

나희덕 『어두워진다는 것』 ★★★★

기혁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 ★★★☆

임승유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

조정권 『얼음들의 거주지』 (재독) ★★★☆

김이듬 『명랑하라 팜 파탈』 (재독) ★★★☆

이장욱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재독) ★★★☆

류시화 엮음 『마음챙김의 시』 ★★★☆

김중 『거미는 이제 영영 돼지를 만나지 못한다』 (재독) ★★★

하재연 『라디오 데이즈』 (삼독) ★★★

허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

성동혁 『아네모네』 ★★★

베르톨트 브레히트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 ★★★

 

 

 

 

 

 

 

 

 

 

 

 

 

 

 

 

 

 

 

 

[에세이]

1.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

2. 허수경 『가기 전에 쓰는 글들』 ★★★★☆

3.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끈이론』 ★★★★

움베르토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올리버 색스 『모든 것은 그 자리에』 ★★★☆

이성복 『불화하는 말들』 ★★★☆

양자오 『추리소설 읽는 법』 ★★★☆

찰스 부코스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

레이먼드 챈들러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

장 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재독) ★★★☆

설동주 『을지로 수집』 ★★★☆

김영하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금정연 『담배와 영화』 ★★★☆

정지돈 『영화와 시』 ★★★☆

유희경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

무라카미 하루키 『고양이를 버리다』(재독)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유카와 유타카, 고야마 데쓰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 ★★★☆

오쓰카 에이지 『이야기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 ★★★☆

이다혜 『아무튼, 스릴러』 ★★★☆

이지수 『아무튼, 하루키』 ★★★

나카무라 구니오 『하루키의 언어』 ★★★

박상영 『오늘밤은 굶고 자야지』 ★★

 

 

 

 

 

 

 

 

 

 

 


 

 

 

 

 

 

 

 

 

 

 

 

 

 

 

 

 

 

 

 

 

 

[예술]

1.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꿈의 포로 아크파크』(1~5권) ★★★★★

2. 김은성 『내 어머니 이야기』(1~4권. 재독) ★★★★

3. 앙토냉 아르토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 』 ★★★★

유성혜 『뭉크-노르웨이에서 만난 절규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8) ★★★★

이정진 『이정진』 ★★★★

제프 다이어 『그러나 아름다운』 ★★★★

제프 다이어 『지속의 순간들』 ★★★★

마틴 게이퍼드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재독) ★★★☆

제임스 모트람 『TENET』 ★★★☆

슈테판 볼만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 완독하지 못한  체크리스트

 


 

 

 

 

 

 

 

 


 

 

 

 

 

 

 

 

 

 



 

 

 

 

 


 

 

 

 

 

 

 

 

 

 

 

 

 

 

 

 

※  올해 최고의 북커버는 망설임 없이 롤랑 바르트 『바르트의 편지들』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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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12-30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독을 엄청하셨습니다. ㅎ 전 같은 책 다시 읽은 경험이 전혀 없어서요. ^^
각 분야 1, 2, 3 위는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AgalmA 2020-12-30 22:19   좋아요 1 | URL
읽어야 할 책이 워낙 많으니까 다시 읽는 게 부담스럽긴 하죠. 리뷰쓰려고 다시 읽을 때가 많은데, 읽기만 하고 리뷰를 못 쓰고 지나가는 불상사도 많아 슬픕니다ㅠㅠ 리뷰 쓰는 게 점점 더 부담스러워서요.
북다이제스터 님은 자기만의 확실한 리스트가 있으실 거 같은데 참고가 되려나요ㅎ?
아무튼 1,2,3 순위에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ㅎㅎ
북다이제스터 님도 내년 건강히 순항해 나가시길/

겨울호랑이 2020-12-30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AgalmA 2020-12-30 21:28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 님이 읽으신 책보다 고양이 구출 작전이 저는 강렬히 기억에 남네요ㅋ^); 사람은 참 감정적인 것에 더 끌리는 듯ㅎㅎ;
새해 건강히 좋은 일 가득하시길 빕니다. 기력이 예전 같지 않아요. 그렇지 않습니까ㅜㅜ?

겨울호랑이 2020-12-30 21:27   좋아요 2 | URL
^^:) 저도 고양이 구출작전 전후로 거의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네요... 결말은 행복하게 끝났습니다만, 당시는 참 막막했던 것이 한치 앞을 모르는 우리의 삶과 비슷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씩 기력이.... ㅋㅋ

하나 2020-12-30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거 인쇄해가지고 한 부씩 끼워줘라 알라딘... 매달 그렇긴 했지만 이번 호는 진짜 유료로 팔아야 됩니다! 좋은 구경했으니까 나중에 따듯한 음료라도 대접하겠어요!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토니와 수잔 반갑네요! 저는 아갈마님 덕분에 팀 오브라이언, 안태운, 임승유를 2021년에 만나 볼 예정입니다. 어딘가에서 이런 책들을 읽어주시는게 저에게는 정말 큰 위안이 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

AgalmA 2020-12-30 21:48   좋아요 1 | URL
매번 부끄럽고 아쉬운 게 많지만, 올해는 정말정말 귀찮았어요ㅠㅠ
하나 님의 적극적인 기대 때문에 노력했으니 이 페이퍼의 영광은 하나 님께 돌릴게요ㅎㅎ;
<토니와 수잔> 기대 안하고 읽었다가 너무 재밌어서 정신없이 읽었지 뭐예요@@!
오, 팀 오브라이언, 안태운, 임승유... 좋은 목록으로 뽑으셔서 안심입니다ㅎ 이게 뭐라고 책임 부담이 많이 느껴집니다ㅠㅠ; 귀한 돈 주고 살 사람한테 이게 뭐냐! 소릴 들을 순 없는 거 아니겠어요!
아무튼 올해 하나 님이 제게 많은 힘이 되어주셨답니다. 고마워요♡

북프리쿠키 2020-12-30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덕분에 눈호강하고 갑니다.
내년에도 호강 좀 시켜주세요^^;

AgalmA 2020-12-31 04:06   좋아요 0 | URL
북프리쿠키 님 서재 가서 저도 눈호강 자주 하는 걸요.
내년 독서 기록은 어떻게 하면 더 초간단이 될지 궁리를 해볼 일입니다😆

페넬로페 2020-12-30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환상적인 책의 세계에 온 것 같아요^^
감동입니다**

AgalmA 2020-12-31 04:07   좋아요 1 | URL
정리가 귀찮아서 그렇지 한눈에 모아보면 다들 책 트리 하나씩은 만드실 걸요^^

비연 2020-12-30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AgalmA 2020-12-31 04:08   좋아요 0 | URL
정리의 보람이 느껴지는 호응 감사합니다ㅎ/

베텔게우스 2020-12-3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정적으로 읽는 모습이 멋지십니다. AgalmA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AgalmA 2020-12-31 18:06   좋아요 1 | URL
알라디너들은 다 열심히 읽는 분들이라 저도 늘 다른 분들께 그런 맘이 들어요.
베텔게우스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챙겨서 인사 건네주셔서 감사합니다. 🙏

맥거핀 2021-01-08 1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ebook에 대해서 하신 말씀에 대해 공감합니다. 리더기로 보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책을 펴들기는 눈치 보여서 대신 짬이 생기면 PC로 보기도 하는데요. 이상하게도 영 눈에 들어오지를 않아요. 우리 인간이 어떤 ‘행위‘를 하고 그걸 어떤 의미로 만든다는 게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는 합니다. 마찬가지로 영화를 봐도 있잖아요. 집에서 보는 영화는 이상하게 머리 속에 무엇인가를 ‘아주 많이‘ 덜 남겨요. 같은 영화인데도 영화관에 가서 불편한 자리를 감내하며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 그 ‘행위‘가 결국 의미로 돌아온다는 거죠. 집에서는 어떠한 애를 쓰고, 어떠한 장치의 도움을 받아도 그게 잘 되지를 않습니다. 이상해요.

AgalmA 2021-01-12 20:33   좋아요 0 | URL
공감해요^^
특히 영화 경우, 영화관에서 집중해서 보고 돌아오는 내내 그것을 복기하는 과정이 첨가되어 기억에 더 오래 남는 거 같아요.

보물찾기 2021-09-01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인간에게 기억력이 없어서 돌같은 사물을 세워놓고 기억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손에 잡히는 사물이 있을 때 더 잘 기억하나 봅니다

우끼 2022-04-1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아갈마님, 지나가다가 우연히 페이퍼를 읽고 많이 공감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아갈마님이 인용해주신 글도 그와 더불어 남겨주신 감상도 물흐르듯이 읽히네요 읽은 바를 서재 한켠에 남겨주시어 감사합니다 남겨주신 릴케의 글 일부가 정말 좋아요. 책읽고 쓰는 즐거움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아갈마님의 꾸준히 읽고 쓰는 삶 응원합니다 오래오래 다독하는 독자이자 작가가 되어주세요!!

종이달 2022-05-2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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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은 역사의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은 반복된다고 말했고, 마르크스는 역사가 한 번은 비극,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거대담론의 정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이 아니어도 인생에서는 많은 것이 반복되고, 삶은 비극과 희극으로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순간의 지리멸렬한 반복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루키 단편집 『일인칭 단수』의 표제작이자 마지막 단편이었던 「일인칭 단수」를 읽은 뒤에도 그랬다. 하루키는 연례 행사처럼 평소 입지 않는 슈트를 입고 산책을 즐겼고 낯선 바에 가서 책을 읽었다.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다가 문득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의 에세이 「고양이를 버리다」에서도 말했듯이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면 거울에 비친 자신은 이곳에 없을 것이었다. 그러는 중에 모르는 여자가 다가와 삼 년 전에 여자의 친구에게 그가 몹쓸 짓을 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터무니없는 오해와 불쾌한 행동이었지만 그는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왔다. 기분 좋고 평화로웠던 저녁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부끄러운 줄 알아요”라는 여자의 마지막 말을 나도 들은 적 있다. 내가 누군지 확인도 없이 대뜸 긴 장문의 비난을 쏟아낸 이가 있었다. 사연에 대해 물으니 답은 돌아오지 않아서 혼자 억울하기만 했다. 이 외에도 시시때때로 불쾌한 일을 당하는데 살면서 이런 일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왜 하필 이렇게 께름칙한 뒷맛의 단편을 마지막에 배치했을까 한참 생각했다. 이 단편집에는 달콤하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우리가 사는 삶은 달콤하지만 날카롭게 찌르는 맛의 보드카 김렛 같은 맛이 더 많다는 걸 시사하려던 걸까. 모종의 악의는 「크림」에서도 등장하는데, 열여덟 살의 하루키는 친하지 않던 소녀의 초대장을 받고 찾아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그때 우연히 만난 노인이 선문답 같은 인생 지침을 선물했다. “시간을 쏟고 공을 들여 그 간단치 않은 일을 이루어내고 나면, 그것이 고스란히 인생의 크림이 되거든.” “중심이 여러 개 있으면서 둘레를 갖지 않는 원”처럼 설명도 안 되고 이치에도 맞지 않으면서 ‘마음만은 지독히 흐트러지는 사건’을 겪을 때 눈을 감고 지나가게 두는 것이 쉽지 않아서 우리는 다른 것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어떤 것인지 대충 알겠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더 깊이 생각하다 보면 다시 알 수 없어졌다. 그러기를 되풀이한다. 아마 그것은 구체적인 도형으로서의 원이 아니라, 사람의 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원일 것이다. (중략) 이를테면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무언가에 깊은 연민을 느끼거나, 이 세상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거나, 신앙(혹은 신앙 비슷한 것)을 발견하거나 할 때, 우리는 지극히 당연하게 그 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게 아닐까.” 하루키의 ‘크림’은 글쓰기 작업으로 되었고 우리는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 세계의 일들과 하루키라는 작가와 독자로서의 우리가 만들어내는 서클은 정말 ‘중심이 여러 개 있으면서 둘레를 갖지 않는 원’ 같다.

 

하루키 단편집이 대체로 그렇지만 이 단편집도 편안했다. 책상에 각 잡고 앉아 읽는 게 아니라 소파에 파묻혀서 앨범을 넘겨보듯이 그렇게 읽었다. 내가 잊고 있었던 추억과 감각들, 그리고 나를 간간이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잊고 지낼 사람들도 떠올렸다. 자기만의 짝사랑 속에서 살며 자비출판으로 단카短歌 가집을 출간한 「돌베개에」의 그녀도 꼭 내가 아는 사람 같았다. 좋아하는 재즈 뮤지션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를 읽을 때 나는 찰리 파커의 음악을 틀었다. 비틀스 열풍이던 시절엔 비틀스 음악이 벽지壁紙처럼 둘러싸이게 놔두고 앨범으로 듣게 되는 건 한참 나중 일이었던 일화나 기억 속에 강렬한 이미지로 남은 소녀, 첫 여자 친구와의 이별과 나중에 황망히 듣게 되는 죽음, 누군가의 기묘한 병 등등 「위드 더 비틀스 With the Beatles」에 나오는 이야기도 내게 오버랩 되는 게 많았다. 사람 삶의 패턴과 확률은 비슷해 이런 우연의 일치가 놀라울 것도 없지만 하루키의 단편은 이해가 바로 되어서 거리 두기가 어렵다. 비틀스 음악에 대해서라면 故 신해철의 표현을 가장 인상적으로 생각한다. 라디오를 틀면 언제나 만나게 되는 비틀스 음악을 구닥다리 선곡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 누군가에겐 처음 듣는 명곡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하자고. 연예인 중 내가 유일하게 덕질 했던 신해철처럼 어느 때의 우리는 누군가의 팬이다. 하루키가 좋아하는 진구 구장에서 야구를 보다가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듯이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은 하루키가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팬으로 남기는 글이다. 자비출판으로 정말 이런 시집을 냈던 걸까. 가상의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음반이 있었다는 단편을 읽고 난 뒤라서 이걸 믿어야 하는지 의심스러웠다. 어쨌거나 약체 팀이었던 야쿠르트 스왈로스가 구단 창설 이십구 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달성하고 일본시리즈도 제패한 1978년은 하루키가 스물아홉 살에 처음으로 소설을 완성하고 소설가가 된 해이기도 했다. 이런 우연들이 겹치면 깊은 인연으로 발전한다. 야쿠르트 스왈로스는 여전히 건재하고 하루키의 소설 쓰기도 그의 인기도 건재하다. 「사육제」는 하루키 소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묘한 매력을 지닌 인물을 만나 그 가면과 민낯에 대해 고찰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단편에서는 인물보다 음악 이야기에 더 교감했는데, “우리는 피아노곡을 좋아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물론 오페라도 듣고, 교향곡도 듣고, 실내악도 듣는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피아노 독주곡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특히 애호하는 작품이, 신기할 만큼 정확히 겹쳤다. 우리 둘 다 쇼팽의 음악에는 그다지 항구적인 열의를 품지 못했다. 적어도 아침에 눈뜨자마자 듣고 싶어지는 음악은 아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소나타는 아름답고 차밍하지만, 솔직히 말해 너무 많이 들어서 질렸다. 바흐의 평균율은 근사한 작품이지만 집중해서 듣기에는 너무 길다. 컨디션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는 가끔 너무 빤한 대목이 거슬린다. 해석도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브람스의 피아노곡은 가끔 들으면 멋지지만, 매일 듣다가는 피곤해진다. 가끔은 따분하기도 하다. 드뷔시와 라벨의 피아노곡은 감상하는 시간과 상황을 잘못 고르면 영 와닿지 않는다. 우리가 이의를 제기할 바 없이 훌륭한, 이른바 궁극의 피아노곡으로 선택한 것은 슈베르트의 피아노소나타 몇 곡과 슈만의 피아노 작품이었다. 그중에서도 한 곡만 남긴다면 뭐가 좋을까?” 대목에서 내 마음도 맞장구 물개 손뼉을 쳤다. 슈만의 '사육제'를 들으며 이 단편을 읽으니 더욱 좋았다. 못생긴 여자와 훌륭한 취향의 간극처럼 그녀의 드러난 삶과 드러내지 않았던 삶의 위태한 균형은 슈만의 ‘종잡을 수 없는 몽상적인’ 색채와 잘 어울렸다. 하루키 소설에서 인간 외 생물이 등장하지 않으면 섭섭하다.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은 일본 민간 설화의 현대판 구성이다. 온천마을에 들러 어렵게 숙박하게 된 온천 료칸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원숭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 원숭이는 연모하는 인간 여자들의 이름을 훔치고 다녔다고 고백한다. 흔히 잃어버린 것을 한참 못 찾다가 다시 발견하게 되는 건 정령들의 장난이라는 괴담도 있듯이,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까지 잊어버리는 건망증을 하루키는 이렇게 소설로 풀어놓았다. 「위드 더 비틀스 With the Beatles」에서도 사요코의 오빠가 단기기억 상실증이라는 설정이 있었는데, 이런 소재를 자주 쓰는 건 하루키가 나이가 들어가니 기억 퇴화에 관심이 많아져서 일까. 이 단편집이 60~70년 대 청춘에 대한 회고성 단편이 많은 것도 그렇고 하루키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정리하고픈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그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도 덩달아 정리를 하게 되고.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이 소설을 읽는 중에 맥주도 많이 마셨고 스파게티도 해먹었다. 하루키 소설을 읽을 때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습관인지 우연인지 나도 이젠 모르겠다. 읽는 내내 달콤 씁쓸했고, 한참 지난 뒤 하루키 수제 크림이 토핑 된 도넛과 커피처럼 이 책을 또 읽으리란 건 안다. 이 반복은 언제나 독자로서의 기쁨이다. 하루키 소설을 접할 때 늘 드는 마음인데, 엄청난 작품이 아니어도 된다. 하루키 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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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2-30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엄청난 작품이 아니어도 된다. 하루키면 된다. ^^ 동감입니당! 생각해보니까 저도 이 소설집 읽고 파스타랑 맥주 자주 먹었네여... 저도 신해철 라디오부터 라디오 듣기 시작해서 좋아합니다. (거의 끝물이었지만) 오늘 차를 오래 탈 일이 있어서 민물장어의 꿈 들었는데 되게 좋았어요. 사육제 물개 손뼉넘 귀여워... 아갈마님 리뷰에서 은근히 귀여움이 묻어나와... (죄송)

AgalmA 2020-12-30 21:54   좋아요 1 | URL
하루키 책을 펼치면 늘 정겨워요☺
신해철도 늘 그렇게 좋았죠. 나중엔 멀리서 잘 살겠지 하며 공연도 잘 안 가고 그랬는데 결국 그렇게 허망하게 보낼 줄이야... 있을 때 잘해야!
글의 귀여움 뿜뿜은 하나 님 글이 더 하시기 때문에 저는 순위권 밖에서 흐뭇해 하겠어요🤭🤭🤭
 

배송이 늦는 거야 조금 기다리면 되니까 상관없어요. 문제는 책 상태죠.

* 책 상태 판정에 대한 이의제기
제가 싫어하는 중고책 상태가 있는데요.
책날개를 읽는 표시로 이용하는 사람의 책이에요. 이렇게 책 읽는 분들, 제발 그러지 마세요ㅜㅜ 급할 때 한두 번이야 그럴 수 있지만 읽는 내내 그렇게 읽었으니 이렇게 됐겠죠. 뭐 그런 책도 중고로 팔 수 있는 거니까 그렇다치고, 서점측의 책 상태 판정이 문제죠. 이런 책은 책날개도 변형되고 가장자리도 흉하게 휘어요. 단지 낙서나 얼룩이 없다고 해서 [상]급이 아니라 이런 책도 [중]급이라고 해야 해요. 이렇게 한 번 변형되면 위에 책을 눌러 놓는다고 펴지지 않아요. 서점이 이걸 모릅니까.

* 책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처리
코팅이 안 된 책은 조심히 다뤄야 해요. 보풀도 잘 생기고 금방 때가 묻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매장은 이런 책을 비닐 래핑하고 가격 스티커를 붙이죠.
신촌점에서 온 책은 가격 스티커 떼다가 표지도 같이 찢어져서 안그래도 상한 기분에 급폭발했어요. 최상 상태였던 책이 한순간에.... 이렇게 훼손된 거 반품도 안될 거잖아요.
래핑이 번거롭다면 스티커의 접착력을 책에 맞춰 제작했어야죠. 책을 보호하는 온갖 굿즈 만들면서 서점 현장에서는 이게 뭡니까.

우주점 이용 많이 했지만 이번 신촌점 중고도서엔 정말 화가 많이 났어요. 책을 다루는 서점이 이렇게 미숙하면 어찌합니까.
책을 신격으로 받들자는 게 아니라 쉽게 손상되는 물건이니 조심히 다루고 섬세하게 살피자는 거죠.

알라딘 중고 서점 많이 이용하지만, 읽고 싶은 맘이 싹 달아나는 구매였습니다.
신촌점에서는 다시 구매 안 합니다!









고객생애가치란 한 고객이 생애에 걸쳐, 즉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간 동안 기업에 가져다주는 가치의 총 합계를 뜻하며 보통 수익의 합계로 나타낸다. 고객생애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은 소비자가 서비스에 접속해 있는 동안 어떠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3년에는 제품 판매 기업 중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스트리밍 라이프의 핵심 키워드는 결국 ‘개인의 취향을 얼마나 만족시켰는가’라는 소비자 맞춤형 경험이 될 것이다. 『스트리밍 이후의 플랫폼』의 저자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구독형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이용자의 피드백은 무시할 수 없는 핵심 자원이며, 미디어 생태계를 이용자가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설정하는 전략도 기존 렌탈 시장의 잔존가치 계산법이나, 제품 가격에 배달 금액을 더한 배송산업처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소비자가 기꺼이 내고자 하는 금액, 소비자가 이 서비스의 가치라고 판단하는 금액이 되어야 한다. 저성장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취향의 수준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는 낮은 가격만을 우선시하지 않는다. 구매 후 얻을 수 있는 혜택과 만족감이 크다면 가격은 첫 번째 고려 요소가 아니다. 소유하지 않으면(빌리면) 가격이 싸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관점이다.
스트리밍 라이프에서 소비자는 스쳐 지나가는 뜨내기손님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 동반자에 가깝다. 끊임없이 고객을 파악하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변신하고, 고객이 마음에 들 만한 신제품을 찾아 나서야 한다. 구매가 아닌 구독의 시대, 고객과의 접속은 더 쉽고 빨라졌지만 관계를 맺고 소통을 이어가기는 더 어려워졌다.

피보팅은 계획보다는 실험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앞서 설명한 연속적·불연속적 혁신과 다르다. 피보팅은 미리 철저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는 혁신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고자 ‘가설 설정-실행(테스트)-수정-실행’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전략 방향을 수시로 수정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디커플링』의 저자 탈레스 테이셰이라Thales S. Teixeira 교수에 따르면 기업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혁신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은 혁신 기술을 보유한 경쟁사 때문에 자신들이 흔들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이들이 뒤처지는 이유는 소비자의 바뀌는 행동 양식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 파괴의 주범은 ‘기술 혁신’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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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2-19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흙 넘 속상한 상황 2연타... 책 상태 판정은 정말 신경써줬으면 좋겠어요. 일부러 돈 더 주고 상태 좋은 책 산 건데.. 전체적인 컨디션도 고려해줬으면. 그리고 진짜 코팅 안 된 책에 스티커 바로 붙이지 말자... 아껴주자!!

AgalmA 2020-12-19 22:07   좋아요 2 | URL
알라딘은 개인 판매자보다 대개 가격이 더 높잖아요. 관리 기타 등등 비용 생각해서 그러려니 하며 사는 건데, 이런 식이면...휴ㅠㅠ

scott 2020-12-19 22: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런,
저는 최상으로 믿고 구입했는데 첫장부터 형광펜으로 밑줄 쫘악쫘악,,,,
우주점 온라인으로 구입 가능한건 구매자 입장에서 편한데 매장도 그다지 책상태 고려 안하고 때려넣고 보내는것 같아요.
몇번 구입해보니,,,,,
중 부터는 구입을 가능한 안하고 너무 너무 초라한 상태에 책들을 보내줘서

중고 구입은 정말 정말 필요한 책 아니면 가능한 안하고 타서점에서 포인트 쿠폰 쓰면 알라딘에서 파는 중고 최상 보다 싸게 구입할수 있거든요.

알라딘은 새책도 중고상태가 되도록 포장을 허술하게 보내줘서 흠,
항의를 해도 고쳐지질 않아요

AgalmA 2020-12-19 22:27   좋아요 4 | URL
커버가 없는 걸 상이라고 보낸 것도 화가 났고, 구판을 개정판 표지로 팔았던 건 바로 반품해버렸죠.
개정판 나온 뒤 구판 중고 판매자가 없으면 구판 정보를 싹 지워버리던데 그러니 이런 이상한
경우가 생기죠.
인쇄가 중간에 없는 책도 상이라고 팔고😂
알라딘 중고책 구입에 관한 책이라도 쓸 분량의 얘기 많습니다😔;;

소장을 염두에 두니까 어지간하면 매장에서 직접 보고 사는데 배송비 아끼려고 여러 책을 함께 샀더니 이 사달이 나고야 말았어요.

scott 2020-12-19 22:41   좋아요 5 | URL
알라딘이 중고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서 승승장구 잘나갈때 미국 엘에이 지점부터 지방 소도시곳곳에 문열고 서울은 번화가 중심으로 알라딘 매장이 들어서면서 관리(품질-배송)가 전보다 더 허술해졌어요

제가 일본 원서를 자주 구입하는데 알라딘이 거래하는 곳이 여러곳이라서 희귀본을 잘도 구해줘요.
일본 거래처에서 품절일때 알라딘 외서팀이 주문한 책 출간한 출판사까지 오더를 넣어서 구해줄떄가 있는데 일본 원서 배송은 항상, 한결 같이 깔끔하게 비닐 소포장(책크기에 맞춰서) 와서 장마철이나 눈이 많이 내릴떄도 책상태가 온전하게 오는데 알라딘은 이런 절차에 전혀 관리 안하고 일본쪽에서 보내주는데로 보내줘요 ㅋㅋ


*중고로 알라딘 인터넷 서점중에 급속도로 매출 올리고 매장 확장하니 구입자 입장에서 불만 상황 대무짝 만하게 포스팅해야 합니다.
저는 예전에 매장 판매 할때 문제 있었던거 낱낱이 기록하고 포스팅하고 계속 항의 넣어서 고쳐진적 있었어요

AgalmA 2020-12-19 23:04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저도 오늘 미워하등가 말등가! 하고 불만제기를! 아, 평화롭고 아늑한 연말을 바랐건만ㅜㅜ

2020-12-20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20-12-29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본의아니게 뜨끔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책을 사면 자기 책이다 생각하고 읽으니까 밑줄도 긋고 책 귀퉁이도 접고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죠. 다만 그런 책을 팔 땐 그만큼의 손해 감수도 해야겠죠. 이런저런 거 따지면서 중고책을 왜 사냐, 차라리 새 책을 사라! 할 수도 있지만, 서점의 상태 책정과 분류를 믿고 다소 저렴하게 책을 사려는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신뢰를 잃으면 장기적으로는 서점이 손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자주 사는 사람들은 신간, 중고 두 방향 모두 많이 사는 사람들이니까요.
알라딘 영업의 문제점에 대해 성토하는 글을 종종 봐요. 요즘 같이 빠르게 전파되는 시대에 알라딘은 더 나은 변화를 해야 할 겁니다. 굿즈로 유혹하는 판매는 단타성일 뿐이니까요.

2020-12-29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9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