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받든 말든 내 흥미를 끌지 않음 안 사요~ 안 사~
《파리 리뷰》에서 이시구로 인터뷰가 매력적이지 않아서 이 작가에게 관심이 참 안 갔는데 이시구로가 음악하려다가 문학했다는 데서 솔깃! 《녹턴》 주문 들어가고, 11월에 인공지능 책을 좀 읽을 거라 연계할 거리가 있을 거 같아 《나를 보내지 마》도 주문.  나머지는 더 읽어보고 사야 될 거 같아 이시구로 지름은 여기서 중단. 세계문학 클래식 캘린더 받으려고ㅎ 카뮈《페스트》리커버 특별판 주문~ 민음사가 이시구로 불길의 여세를 몰아 굿즈 총공세 중ㅎ? 가즈오 이시구로 머그가 11월 되자 등장ㅎㅎ 하긴 하루키 스텐컵 주는 게 좀 어색하긴 했다... 노벨 문학상 만년 후보인 하루키 더 불쌍하게;;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thanks to를 고루 드리고 싶어서 각각 한 분씩께 했어요. 제 이웃 친구가 아니더라도 좋은 리뷰 남겨주신 분께도 함. 그 사이 멋진 중고책 하나가 장바구니에서 사라짐ㅜㅜ...
지금 딱 읽을 책만 사려고 5만 원 안 채웠는데 알라딘 굿즈가 ㅎㄷㄷ
오늘 다들 한 지름 하셨지 않나 싶군요-_-) 저 정도면 매우 알뜰(?)한 구매 아닌지(_-_)...

굿즈 지름 인증샷은 낼 추가/

 

 

 

 

 

 

 

알라딘 굿즈에..."이제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취해라! 술이든, 시든, 덕이든 무엇이든, 당신 마음대로."
ㅡ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2018 세계문학 클래식 캘린더 중에서
... '시간' 대신 다른 노예가 된...

알라딘 굿즈 선택의 잘못이 있다면..."불행의 순간에야 비로소 사람들은 진실에, 즉 침묵에 익숙해진다. 기다려 보자."
ㅡ알베르 카뮈  《페스트》, 2018 세계문학 클래식 캘린더 중에서
... moomin 회색 텀블러가 없더라고ㅜ.... 핑크는 내 의도와 멀어.

알라딘 굿즈..."고통보다 큰 수수께끼는 없어."
ㅡ오스카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 2018 세계문학 클래식 캘린더 중에서
... 갖고 싶은 알라딘 굿즈는 내가 죽는 날까지 나오겠지!

민음사 세계문학 캘린더 옐로 버전도 갖고 싶긴 하네... 좀 더 가벼웠으면 좋겠다.
지난달 생긴 이병률 머그를 깨먹고;_; 이 달엔 가즈오 이시구로 머그가 생겼다. 작가별 머그가 다 있다면 재밌겠어~

《페스트》 리커버 생각보다 칙칙하다; 흠집, 찌그러짐도 잘 생길 거 같아 외출용으로는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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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김경주 시인은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라 말했지만 내 계절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뀐다. 누가 더 힘겨운 지구살이인지...내 그로테스크한 기분을 잘 말해주는 시인이 있다. 

 



1.
생일

탯줄이 가위에 잘린 날
먹는 미역국,
탯줄 먹듯 먹는 미역국.

그렇게 살면 못 살 것 같은데
그렇게 살았다
붉은 털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톱니들이 맞물려 돌아가고
수난절도 정부미도
돌아갔다 떡국도 붙박이별도 돌아가고
판박이 삶 속에 생일이 돌아와도
그럭저럭 헛 살고 늙어간다는 느낌뿐.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은데
별수없이 이렇게 산다.
자궁 속의 강낭콩만한 태아가
부풀어오른 엄청난 육체,
그리고 전진하는 나의 갱년기,
나의 종언, 나의 재,
나 없는 나의 무덤,

無는 대체
나이를 몇 살이나 먹었을까,
내가 다시 0의 나이로
어려져서 충실하게 들어앉을 無는.

詩 최승호 (《대설주의보》, 민음사)

 

 

툭툭 일갈하는 최승호 시인의 문체에서 시적 재능이 뛰어나 너무 쉽게 쓰는 게 아닐까 하는 인상을 받곤 한다. 한국 시인 중 상당한 다작을 보여준 것만 해도 그렇고. 《대설주의보》 시집 해설을 맡은 김우창 선생의  정공법적인 시선과 비평이 대비를 이루며 돋보인다. 현학적인 수사와 철학(자)를 동원하지 않으면서도 깊다. 이건 최승호 시인과 비슷하다.

 

"실감은 무엇이며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가? 손쉽게는 그것은 어떤 일을 겪는 사람의 생생한 체험을 재생하려고 노력하는 데에서 생겨난다고 여겨진다. 또 이것은, 단적으로 작가가 그리고 있는 대상과 작가와의 일치, 특히 심정상의 일치로 인하여 가능해진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달리 말한다면, 사회 의식을 중요시하는 작품의 경우, 실감의 결여는 흔히 억압적 체제에 의해 희생되는 민중과의 보다 긴밀한 심정적 일치에 의하여서만 극복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형상화의 관점에서 볼 때 심정적 일치의 기능은 이와 같이 긍정적인 것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형상화는 알아볼 수 있는 모양을 만든다는 것이고 이것은 객관화 작용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주체적 일치는 이 객관화 작용에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픈 사람과 심정적으로 일치한다고 할 때, 아픈 사람의 아픔이 크면 클수록, 또 그 사람의 커가는 아픔에 일치하면 할수록 언어로써 말할 수 있는 것은 신음과 외침에 한정될 것이고, 그런 경우 아픔의 내용 특히 그 객관적 정황에 대해서 전달하거나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아픔의 내용과 정황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ㅡ그것을 전달하고 진단하며 또는 형상화한다는 것은 아픔으로부터 거리감을 유지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아픈 사람과의 일치를 전제로 하지 않고는 그것의 객관화는 있을 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학에서 기대하는 바의 직접적인 전달 또는 형상적 직관을 유발하는 것일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가가 이러한 일치 상태에 머무는 한, 그는 인식이나 형상화에 나아갈 수 없다. 예술은 대상과 일치하며 동시에 이것으로부터 멀리 있는 역설을 그 조건으로 한다. 예술가가 반드시 관찰자, 제3자여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대상과 그 대상을 예술적으로 인식하는 자가 같은 사람일 경우도 우리는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그가 단순한 수난자로 수난의 와중에 있는 한, 그는 예술적 표현을 얻어낼 수 없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민중이라면, 민중은 예술가가 아니다. 민중적 예술가는 민중이면서 민중을 객관화할 수 있는 자, 그런 의미에서 민중을 넘어선 사람이다(이것은 민중과 예술가를 갈라놓는 이야기가 아니다. 민중이 스스로의 상태를 깨닫고 스스로의 힘을 안다는 것도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과한다는 것을 말한다)."(p138~140)

 

"사람이 진실에 의하여 움직여질 수 있는가? 여기서 진실이라 함은 어떤 특정한 진실, 즉 직접적인 이해 관계에 의하여 나에게 결부되어 있는 진실이 아니라 인간 일반의 보편적인 진실을 의미하는 것이겠는데, 문학은 우리의 현실이 어떤 것이든지 간에 사람 모두가 인간 존재의 진리에 직관적으로나, 또는 반성과 교육을 통하여 참여할 수 있다고 믿고자 한다. 이것은 문학이, 직접적 명령이나 교훈을 통한 전달이든, 어떤 객관화된 심상의 제시를 통한 전달이든 그것도 물리적 강제력이 없는 마당에서의, 전달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은 데에서 드러난다. 물론 사람의 참다운 모습 또는 그것에 비친 바 비뚤어진 모습이 일거에 제시될 수 있고, 또는 그것이 제시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대로 설득력을 가지고 실천적 활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우리가 순진하게 믿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근본 바탕에 그러한 순진한 믿음을 갖지 않고는 문학이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p142)   

 

 

 

2.
모래인간은 일찍이 없었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모래가 된 인간은 많지만 모래로 된 인간은 없다. 모래는 잘 뭉쳐지지 않는다. 모래는 흩어진다. 모래는 흘러다닌다. 모래들이 물어뜯은 것 같은 움푹한 미라는 있지만 모래로 빚은 태아는 없다. 사막에 사는 모래쥐도 그렇다. 모래가 되는 모래쥐는 많지만 모래로 빚은 모래쥐는 없다.

ㅡ 최승호 詩 「모래인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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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1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7-11-01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우창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까!?

AgalmA 2017-11-01 22:04   좋아요 1 | URL
앗 죄송^^; 잠깐 박이문 선생님 생각하다가 실수를ㅜㅜ....잘 지적해 주셨어요!

AgalmA 2017-11-01 22:09   좋아요 0 | URL
평소의 감사를 담아 가즈오 이시구로 책 한 권 thanks to를 syo님께ㅎ;
이거 때문이 아니라 아까 주문ㅎ))

syo 2017-11-01 22:12   좋아요 1 | URL
도대체 syo가 무슨 평소의 감사를 받을 일을 하였을까요 ㅎㅎㅎㅎ 어찌됐건 땡스 투 땡스투입니다.

AgalmA 2017-11-01 22:13   좋아요 1 | URL
삶의 소소한 재미 제공ㅎ?

syo 2017-11-01 22:15   좋아요 1 | URL
보람차다 히히
 

 

 

 

 

*

가을은 어느 때보다 다양한 붉은색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황색. 더 다음은 진갈색.
겨울로 넘어가며 회색.... 검정... 흰색. 죽음은 검정이 아니라 내겐 희다. 별의 마지막이 백색왜성이듯.
프리즈마 색연필 150색이 수중에 들어오면 저 색감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윈저 뉴턴과 펠리칸 잉크 등등이 오늘 도착한다. 말 대신 색에 더 골몰하고픈 계절이다.

 

 

 

가을에 말을 배웠다



망각되기에 좋은 계절이다
이별을 준비중인 나무들과 구름에 갇힌 그림자, 한참 동안을
잠언에 빠져 있던 그가 뒤틀린 소리를 밟으며 계단을 내려간다
그는 오랫동안 말들의 반대편에서 살았다
눅눅한 혀를 피하여 곧고 딱딱한 침묵 속에서 지냈다
좀처럼 껍질을 벗지 않는 말, 금속들의 표면 밖에서 이슬처럼
낮게 웅크렸고 때론 잠도 오지 않았다
어떤 햇살도 구름을 통과하면서 무광택한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일광욕에 필요한 웃음들은 모두 다 날아가 버렸다
창에서 바라보이는 것들은 쓸쓸히 뒷걸음질치는 것들과
어리석은 외출들뿐
아이의 늙은 조카들과 늙은이들의 젊은 조상이
서로의 손을 잡고서 배회하는 듯한 풍경, 말을 걸지 않는 건
자신 속 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 흐린 오후
이름 모를 페이지에서 빠져나온 낙엽 한 장처럼 그의 입 근처에서
단풍 든 활자들이 쏟아졌다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
공원 벤치 쪽으로 구르는 자신의 말을 좇아 그가 빠르게 걷고 있,
었다



박경원 《시멘트 정원》(민음사, 2001)
 

**

이 시집에 낙엽 대신 세 잎 클로버가 끼워져 있었다. 이 시집이 12월 25일 나온 걸로 보면 봄에 읽었기 때문이리라. 많은 시간이 흘러도 말에 대한 고민, 계절에 대한 말은 변함없어라. 내가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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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10-31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받으신 상금으로 프리즈마 색연필 150색을 구입하고, 크레마 그랑데를 마저 산 후에 남는 돈으로 전자책을 구입하시면 훌륭하겠네요 ㅋㅋ

AgalmA 2017-10-31 16:05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돈없음 미술 못 한다는 게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고요ㅎ 프리즈마 색연필 150색 사고나면 남은 돈으로 소설책 두어 권 살까 말까요ㅎㅎ 카렌다쉬 색연필은 더 비싸서 80색도 그 돈으로는 사지 못합죠;
크레마 그랑데는 상금에서 돈을 더 보태야 살 수 있어요ㅋㅋ
잔돈 남겨오라는 농담이시겠으나ㅜㅋㅜ;

겨울호랑이 2017-10-31 16:06   좋아요 1 | URL
ㅜㅜ 색연필 가격이 장난이 아니네요.. 예술분야에서도 개천에서 용나기는 힘들겠군요...

양철나무꾼 2017-10-31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72색을 유성, 수성으로 갖고 뿌듯해 했었는데,
150색이라니요~OTL.
72색도 색이 너무 많아서 버거운데, 150가지 색은 또 어떨까요?
엄청 뿌듯하긴 할 것 같아요.
구입하시게 되면 (꼽사리 껴) 대리만족을 위해 인증샷이라도 올려주세요~^^

AgalmA 2017-11-01 21:42   좋아요 0 | URL
최저가를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ㅎ; 저도 150색이면 어떤 효과가 나올 지 기대되는 중이요^^
 

1. 어제 <그것이 알고 싶다> 1098악마를 보았다-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두 얼굴”을 보면서 콜럼바인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에서 읽었던 내용을 되짚어보았다. 사건 보도를 듣는 순간 누구나 그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도를 넘는 행각을 보였다. 학창시절 자신의 범행을 퇴학당할 정도로 과시하기도 했다. 콜럼바인의 에릭만큼 치밀하진 못했지만 대담성은 범죄자의 전형이었다. 자라면서 범죄에 치밀함이 더 붙기 시작한 것 같았다. 교묘하게 사람들 속이기, 후원을 받기 위한 온갖 사기, 아내 죽음을 둘러싼 의혹. 많은 전과를 저질렀지만 이번 사건이 성폭력 살인사건으로 처음 적발된 사례인데 과연 이번이 처음이었을까.

 

2. 10월 두 번째 큰 목표였던 로런스 블록 빛 혹은 그림자 표지 그림 케이프코드의 아침으로 단편 쓰기를 완료하지 못했다. 하지만 혼자 프로젝트로 완성할 것이다. 소설책도 내 프로젝트도 만족스럽지 않아 아쉬운 책으로 기억되리라.

  

 

 

 

 

 

3. 레이 브래드버리 멜랑콜리의 묘약을 읽고 서정적 과학소설의 개척자란 수식에 동감했는데, 스티븐 밀하우저 밤에 들린 목소리들 단편집을 미리보기로 읽다가 이 두 사람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영향받은 작가 목록에 브래드버리가 있더만. 그가 영향받은 작가라 고백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토마스 만과 더불어 에드거 앨런 포, 너새니얼 호손, 이탈로 칼비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레이 브래드버리보니 이 작가 주목해야겠다 싶어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4. E. H. 역사란 무엇인가읽고 한 사회의 이념은 그 사회의 지배계급의 이념이다.”를 그의 명언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르크스 · 엥겔스 공산당 선언을 읽으니 그들이 먼저 말했더군^^; 20152월에 사놓고 2년 만에 완독^^;;; 마르크스 《경제학 철학 수고는 언제 다 읽을까;; 다른 공산당 선언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펭귄클래식 버전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레스 스테드먼 존스의 서설이 도움이 많이 됐다. 다른 버전으로 또 읽고 싶다.

 

 

 

5.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꿈의 포로 아크파크 1:기원》 은 독특한 그래픽노블이다. "아크파크"가 주인공의 성이기도 하면서 카프카(Kafka)를 거꾸로 한 단어라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돋울텐데, 시공간 구멍을 설명하는 웜홀(wormhole)이 물리적으로 구현되는 것에서 쾌감이^^!

 

 

 

6. 이번 달 읽은 시집은 3권이다. 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 김이듬 표류하는 흑발, 최지인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이병률 시집은 모두가 맘에 드는 시를 발견할 좋은 시집이다. 최지인 시인은 분명 발전을 기대할 신인의 참신함이 엿보인다. 김이듬 시인의 시집은 각자 문제적인 부분을 발견할 텐데 그럼에도 좋은 시가 보석처럼 있다. 이 시집에 대해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하나 고민인 채 10월이 다 갈 모양이다. 한 가지 당부할 것은 이 시집을 페미니즘프레임에 가둘 때 시 읽기가 얼마나 협소해지는지 경계하시라. 페미니즘 패러다임에서 문제가 여성들의 희생사 or 투쟁사로 좁혀지는 걸 자주 목도하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그 사람으로 보는 인식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뷰를 꽤 쓰다 보니 내 인생 고민도 많은데 작가들 고심도 대신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책에 손도 안 대고 잠만 잔다. 요며칠 계속 그렇다.

 

마카롱

 

한창 차를 몰아 달리고 있었다

더 밟아, 눈과 입술이 새빨갛게 부은 언니가 말했다

어디 가는데? 대체 왜 이러냐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미끄러운 도로에 백합 같은 짐승이 죽어 있었다

 

유턴하지 않은 시간의 빙판 너머 가는 수가 있다

최소한은 천천히 멈추거나

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다

새는 울지 않고 날아갔다

우리는 큰 하수구가 있는 갓길에 앉아

나는 하늘을 보고 바닥은 언니가 보았다

 

저기 시체가 있어, 언니가 하수구 아래를 가리켰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서 비춰 보았다

놀란 눈으로 검은 웅덩이를 보았다

우리는 반 토막 시신도 목격할 수 없었고

진흙 더미에 고인 페수도 달빛처럼 마를 것을 알았다

 

나는 차를 몰고 오며 이천만 원을 고민했고

라디오 주파수를 못 잡는 언니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백단향 파는 데를 아니?

그게 뭔데? 뭐에 쓰려고?

사소한 얘기로 시작했지만 사회 문제로 흘렀고

별생각 없이 펼쳤는데 모든 페이지가 끔찍한 스토리였다

 

나는 기억하지 않는다

급하게 멈출 거면서 발끝까지 뿌려지던 눈발과

미세먼지처럼 스며들던 기분 나쁜 음악이나 말하지 않는 공포

그러나 울고 난 이후의 표정이 좋았다

 

새하얀 코트 자락으로 얼굴을 감싸고 그녀가 잠들었다

깃털 속에 부리를 처박은 닭처럼

내 우정이 날개처럼 퇴화하여서 날아오르게 할 수는 없지만 마름 목을 감쌀 수는 있겠지

바닐라 우주선을 탔다고 상상했다

우주선이라도 내가 몰아야 했고 그것은 이미 내 혀에 생겼다

 

김이듬

 

7. 마르그리트 뒤라스 소설은 의식의 흐름 기법이 문제가 아니라 그의 작품 대부분에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는 권태가 더 힘겨운데 부영사는 독특한 인물 때문에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피츠제럴드의 개츠비만큼 강렬했던 라호르 주재 부영사 "장 마르크 드 H"가 가장 인상깊다.

 

 

 

 

 

 

8. 있는 책 또 사기

책이 속수무책 늘어나면서 있는 책 또 사는 짓을 자주 하는데 얼마 전 책장 정리하다가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구판 발견-,.-;; 아는 책이라 개정판이 더 반가웠나봐ㅋㅋ 페이지,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똑같고 심지어 개정판이 구판 중고가보다 더 싸다...내가 미쳐)))

, 문서 정리 프로그램을 쓰든지 책을 현격히 줄이든지 이래선 안 되겠다...

 

  

 

9. 알라딘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리뷰를 써서 더 관심이 간 최고요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가 교보문고 분야 1위 하고 2쇄 들어갔다고 작업하신 에디터와 출판사가 좋아하는 모습 봤다. 최고요 저자가 사인과 메모를 담은 5장을 교보문고 자신의 책에 끼워두셨다는 글도 봤다ㅎㅎ 이런 홀로 미션 좋아합니다b

좋아하는 것에서 성취를 이루는 것, 언제나 축하할 일이다.

 

 

 

 

10. 선물들~

파스칼 키냐르 《부테스》가 드디어 내게 왔다. 그o소님이 보내주신 선물^^

    

S님이 보내주신 원두도 잘 받았다는/ 내가 알라딘 원두 100자 평을 자주 남기는 걸 알고 홀빈 주문자라는 것도 정확히 파악한 센스~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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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10-29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 바다 보고 왔는데, 바다는 잘 있더라구요. ㅎ

AgalmA 2017-10-31 11:54   좋아요 0 | URL
바다가 지금까지 만난 인류가 얼만데 당연하지요ㅎ 바다 구경 좀 하게 사진 좀 올려주시지. 북다이제스터님 사생활 관리 참 철저하시다니까요ㅎ

겨울호랑이 2017-10-2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리뷰 상금 수령 감축드립니다^^

AgalmA 2017-10-31 11:56   좋아요 1 | URL
아직 제 수중에 없어서 실감이 잘 안 납니다. 상금 받은 기분 내게 한방에 크레마 그랑데 지를까 싶기도 하고ㅎ; 열린책 세트와 묶음 상품이 없어서 머뭇)) ㅎ;
아무튼 감사합니다 :)

syo 2017-10-29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AgalmA님!!

AgalmA 2017-10-31 11:56   좋아요 0 | URL
저보다 더 많이 읽으시는 분이 역시 라뇨ㅎ;;;

cyrus 2017-10-3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세금 공제는 유쾌하지 않아요. 즐거운 마음을 확 꺾게 만들어요. ^^;;

AgalmA 2017-10-31 11:57   좋아요 0 | URL
cyrus님은 상금 많이 타 보셔서 세금 공제의 씁쓸함을 잘 아실 듯ㅎㅎ)) 감사요^^

나와같다면 2017-10-3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콜럼바인>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지낸다> 가 인상적이였어요

Agalma 님 예지자한테 커피한잔 사셔야죠^^

AgalmA 2017-10-31 12:00   좋아요 0 | URL
나와같다면 님이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지낸다> 까지 읽으신 거 보고 이 분은^^;;; 했었습니다.
이런 책들 많이 읽으셔서 예지력 풍부하신 거 아님까ㅎㅎ)
뵙게 되는 날이 있다면 커피 한잔 살게요^^
 

 1일 1사진 - 전깃줄에 걸린 수세미

 

 

역시 새벽 산책은 날 실망시키지 않아.
어느 날 수세미가 모두 사라지면 슬플 거야.
이상하지. 내 것이 아닌데 날 행복하게 하고 곧 슬프게 만드는 풍경.
상관없이 넌 계속 자랄 테고 나 몰래 또 갈 테지.
이 행복과 이 슬픔은 그래서야.

 

 

 

 

 

 

하반기

 

 

책상과 나무 사이에서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웃고 있다

 

한 삽만 더 파면 찾는다고

소년은 내게 인내를 요구했다

 

버려진 개의 부서진 마음으로

 

정원에 흙더미 열고 올라온 손가락

 

누군가 재능 없어도 인생에 실패하면 시를 쓰게 된다고 했다

지난번에 만든 작품 냄새가 났다

잘 닦지 않은 프라이팬처럼

 

어제는 한숨도 못 잤어

오늘은 자자


눈을 기다린다

 

이유는

맴돌 뿐

 

찾지 못했다

소멸 직전의 얼음의 의미

허물없는 친구의 무례

 

손바닥을 바닥에서 꺼낸다

머리끈을 끼워 둘 수 있게

 

보잘것없이 사라진다

가까워지고 싶은 이들이 있었으나

손을 맞잡고 한 걸음도 안 갔다

 

흠집 없는 고통을 향해

 

 

 

詩 김이듬

 

 

배경 속 cd는 인디밴드 속옷밴드(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1집), 모임 별(Byul.org), 조월(Jowall)

음울한 우리 기분을 알아준다네~

오랜만에 밤새 리플레이해서 들었다.

속옷밴드 - Bluemoon

https://youtu.be/E4YAjUDL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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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4 0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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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10-24 08:49   좋아요 0 | URL
앗, 시대를 아는 수세미ㅎ!

단발머리 2017-10-2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세미 그림 참 좋네요.
저도 지금 이 시집 읽고 있어요. ㅎㅎㅎㅎㅎㅎ
김이듬 참 좋네요.
반가운 마음에^^

AgalmA 2017-10-24 11:28   좋아요 0 | URL
김이듬 시집 리뷰 쓰려니 저는 고민이 좀 많네요^^;.....아아....쓴소리 많이 할 거 같아 재차 읽어보고 생각을 고르는 중이오ㅜ;;;

2017-10-25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